
▲동아시아뱀장어 (사진=위키피디아)
최근 전 세계 뱀장어 소비 실태를 조사해서 발표한 연구가 충격을 주고 있다. 전 세계 식탁에 오르는 뱀장의 99%가 멸종위기종에 해당하는 것이다.
최근 일본 주오대학교의 카이후 겐조 교수와 시라이시 히로미 연구원, 국립대만대학교 한위샨 교수 등 연구팀은 뱀장어 생산 소비에 관한 세계 최초의 정량적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뱀장어의 99% 이상이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 목록(Red List)에 등재된 멸종 위기에 처한 종에 속한다는 것이다.
뱀장어는 서식지 파괴와 과도한 어획, 기후 변화, 질병 등의 복합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다. 민물 뱀장어(Anguilla 속(屬))는 전 세계적으로 16종이 있으며, 이 중 IUCN이 평가한 12종 가운데 10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거나 멸종 위기에 근접한 종으로 분류된다.
연구팀은 전 세계 11개국, 26개 도시의 소매점과 식당에서 채집한 282개의 뱀장어 제품 샘플에 DNA를 분석했고, 이를 전 세계 생산(양식)·무역 통계자료와 결합했다. 유통되고 있는 뱀장어 종 구성을 파악한 것이다. 이번 조사 대상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DNA 분석을 위해 수집된 뱀장어 시료의 예. (a): 싱가포르에서 수집한 제품, (b): 중국 전통 장어 요리, (c): 일본 전통 요리, (d): 홍콩 재래시장에서 판매되는 생장어. [자료: Scienific Reports, 2025)
◇한중일 3국이 전 세계 소비의 86% 차지
분석 결과, 결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종은 북미뱀장어(Anguilla rostrata)가 75.3%를 차지했다. 동아시아뱀장어(Anguilla japonica)가 18%, 유럽뱀장어(Anguilla anguilla)가 6.7%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세 종은 모두 멸종 위기에 처한 종으로 분류된다.
이번 조사와 달리 기존 '비공식 협의체'의 통계에서는 아메리카 뱀장어가 52.7%, 일본 뱀장어가 43.5%, 유럽 뱀장어가 3.6%를 차지한다. 이 경우도 전 세계 뱀장어 소비량의 99% 이상이 멸종 위기 상태인 세 종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은 일치했다. 비공식 협의체는 동북아뱀장어 보호를 위해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 4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연구에서 동북아지역은 세계 장어 소비의 중심지임이 확인됐다. 논문의 연구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한국 역시 세계적인 뱀장어 소비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국가별 국내 공급량(소비량 추정치) 통계(2020~2022년 평균)를 살펴보면, 중국이 1위(17만1995.1톤, 일본이 2위(5만4993.9톤), 한국이 3위(1만8813톤)를 차지했다. 국내 공급량은 생산량과 수입량에서 수출량을 제외한 것이다. 한중일 3국의 국내 공급량은 전 세계 공급량 28만5863.3톤의 86%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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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인당 연간 뱀장어 공급량은 366.7g으로, 전 세계 평균(FAO 데이터 기준 36.2g)보다 훨씬 높으며, 일본(436.2g), 홍콩(427.7g)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동북아 지역이 전 세계 뱀장어 자원의 고갈을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임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동북아 국가의 지속 가능한 수산자원 관리 전략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유럽뱀장어는 2009년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국제 거래에 관한 국제협약(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 CITES)의 부속서 II 생물 종으로 등재됐다. 부속서 I 생물 종은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 종으로, 특별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거래를 허용한다. 부속서 II 생물 종은 멸종위기종은 아니지만, 종의 생존을 저해하는 남획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거래를 통제해야 하는 종이다.
한국의 경우 CITES 부속서 II 생물종인 유럽뱀장어를 수입하는데, 수입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정부는 이와 관련된 통계를 유엔에 보고해야 한다.

▲뱀장어의 생활사와 양식, 소비 과정 . (자료: Scientific Reports, 2025)
◇한국 뱀장어의 복잡하고 취약한 생활사
한국에서 주로 소비되는 동아시아뱀장어는 독특하고 복잡한 생활사를 가지고 있어 자원 관리가 특히 어렵다.
▶산란 및 탄생: 뱀장어는 강에서 살다가 먼 바다로 이동하여 산란하는 강하성 어류다. 동아시아뱀장어는 한반도에서 약 3000㎞ 떨어진 필리핀 인근의 마리아나 해구 부근(서마리아나 해령 남단)의 깊은 바닷속에서 산란한다. 알은 부화하여 투명한 렙토세팔루스(leptocephalus, 버들잎/대나무잎 모양의 유생)가 된다.
▶이동 및 변태: 렙토세팔루스는 해류를 따라 6개월에 걸쳐 육지의 하천으로 이동하며 실뱀장어(유리뱀장어, glass eel)로 변태한다. 실뱀장어는 투명하여 포식자의 눈을 피하기 쉬우며, 크기가 7~8㎝에서 5~6㎝로 줄어든다.
▶성장: 실뱀장어가 강에서 5~7년 동안 성장하면 노란색을 띠는 황뱀장어(yellow eel)가 된다.
▶산란 회귀: 가을이 되면 황뱀장어는 산란을 위해 바다로 떠나기 위해 은뱀장어(silver eel)로 변하며, 짠 바닷물에 적응하는 기간(2~3개월)을 강어귀에서 보낸다. 바다로 들어간 뱀장어는 산란장에 도달할 때까지 먹지도 쉬지도 않고 이동하며, 산란 후에는 최후를 맞이한다.

▲일본의 뱀장어 양식장. (사진-위키피디아)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시급한 과제
뱀장어 개체군 감소의 주요 원인이 소비로 지목되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뱀장어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뱀장어 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모든 양식 뱀장어는 자연 서식지에서 포획된 어린 실뱀장어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야생 개체군이 지속적인 어획 압박을 받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뱀장어 보호를 위해서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을 주문했다.
▶ 생산 및 무역 통계의 투명성 확보: 보다 정확하고 투명한 통계 보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입논문은 전 세계 뱀장어 생산 및 무역 통계의 심각한 불일치를 지적한다. 특히 중국의 양식 생산량 보고 수치를 보면, FAO와 비공식 협의체 간에 약 16만톤이나 차이가 난다. 니다.
▶불법 활동 단속 및 규제 강화: 유럽뱀장어가 CITES 부속서 II에 등재되고 유럽연합(EU)이 수출을 규제하고 있으나 불법채취와 밀수 등의 불법 활동이 발생하고 있다. 이제 수요는 아메리카뱀장어 등으로 옮겨가 북미 대서양 연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뱀장어 역시 불법 포획 및 거래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 패턴의 변화 유도: 현재 소비되는 뱀장어의 99%가 멸종 위기종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속 가능한' 뱀장어 제품을 선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뱀장어 개체군 보호뿐만 아니라 장거리 운송으로 인한 탄소 발자국 등 환경 영향까지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소비 패턴 연구가 필요하다.
▶인공 양식 기술의 경제성 확보: 한국에서는 2016년에 뱀장어의 알과 정자로 수정란을 만들어 완전 양식에 성공한 바 있다(세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 다만, 이는 아직 실험실 수준이며, 경제성 있는 대량 양식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경제성 확보를 위한 적절한 먹이 개발 및 최적의 사육 조건 연구 등 완전 양식 기술의 상용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바다에 사는 다양한 장어 종류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어 종류에는 뱀장어(민물장어) 외에 붕장어·갯장어·먹장어 등이 있는데, 이들은 바다에서만 산다.
붕장어(아나고)는 얕은 바다의 모래바닥에 주로 서식하며, 갯바위 낚시로도 잘 잡힌다. 주로 회로 먹는데, 전남 여수나 경남 통영 등지에서는 장어탕으로도 먹는다. 붕장어의 치어인 돌장어는 구이로 먹는다.
갯장어는 이빨이 개 이빨처럼 생겼고 한번 물면 잘 놓지 않는다고 해서 부르는 이름이다. 전남 갯마을에서는 '참장어'라고 하지만, '하모'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모는 일본어 '하무(はむ)'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나 샤부샤부로 먹는다.
먹장어(곰장어)는 턱이 없고 커다란 빨판처럼 생긴 주둥이를 갖고 있다. 보통 구워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