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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수소경제도 에너지 확보가 관건이다

수소경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수소는 세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매우 많고, 매우 가볍고, 매우 격렬하게 반응한다. 이런 특징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자. 우주는 약 68%의 암흑에너지(dark energy)와 약 27%의 암흑물질(dark matter)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아는 물질은 5%도 채 되지 않는데 75%가 수소이고, 25%는 헬륨이다. 나머지 물질은 1%도 안된다. 이처럼 수소는 알려진 물질 중에서는 가장 많다. 138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난 지 3분 만에 만들어진 원소가 수소와 헬륨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원소들은 한참 뒤에 별에서 만들어졌다. 우주가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지구는 철이 가장 많다. 철은 지구 중량의 35%를 차지하고, 5.2%가 지표면에 존재한다. 지구를 철의 행성이라고 부를 정도로 매우 많은 양의 철이 존재한다. 철은 초신성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높은 온도와 높은 압력에서 핵융합을 통해 만들어진다. 별은 우주의 철공장인 셈이다. 수소는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만 구성된 가장 가벼운 물질이기도 하다. 이처럼 가벼운 수소 원자를 잡아둘 만큼 지구의 중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지구 대기에 수소는 0.00001%도 존재하지 않는다. 수소와 산소로 구성된 물이 없었다면 지구에는 그마저도 수소가 없을 것이다. ‘해저 2만리’의 작가 쥘 베른이 1874년 ‘신비의 섬’이라는 소설에서 석탄이 고갈될 경우 석탄 대신 물을 때면 된다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수소는 상온에서 기체로 존재하지만 영하 253도 이하에서는 액체로 바뀐다. 수소를 파이프라인이 아닌 배로 운반할 때는 액화해 탱크에 보관한다. 운반 과정에서 탱크 내외부의 온도 차이로 자연 증발되거나 기화되는 수소 가스가 상당하다. 미국에서 액체수소를 싣고 한 달을 걸려 우리나라에 도착하면 30% 정도가 기체로 날아가고 70% 정도만 남는다. 암모니아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화합물로 영하 53도까지만 내려가도 액체로 바뀌어 보관이 쉽고 기화가 덜 된다. 그래서 암모니아를 수소 운반체로 활용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분리하려면 액체수소에 비해 30배 이상의 에너지가 소요된다는 게 문제다. 수소는 공기와 혼합한 후 불꽃을 튀겨주면 폭발적인 연소반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가연성 물질이다. 발열량이 원유에 비해 3배가 넘는다. 1980년대 미국 우주왕복선은 액체수소를 연료로 사용했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와 스페이스X의 펠컨9 로켓은 발사할 때 주로 등유를 연료로 사용한다. 화석연료인 등유를 사용하다 보니 팰컨9은 발사 후 3분도 안 되는 165초 동안 약 116톤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자동차 1대가 69년 동안 배출하는 양과 같은 수준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유 대신 액체수소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와 일본의 주력 로켓인 H-2A는 액체수소를 연료로 쓴다. 지난 2021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8000만톤이며 이 가운데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비중이 14.3%로 전 산업부문에서 1위다.그래서 ‘제철소 몇 개만 해외로 옮기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우주에서 가장 흔한 수소와 지구에서 가장 흔한 철이 만나면 어쩌면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철강 공정은 산화철 형태인 철광석과 석탄을 용광로에 넣어 15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녹이면 일산화탄소가 발생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면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동시에 순수한 철을 얻는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킬 때 수소를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수소는 산소가 만나 물이 되고, 철을 얻게 된다. 그러나 수소환원제철은 수소를 800도 이상 가열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결국은 무한루프처럼 에너지 문제로 돌아왔다. 수소를 얻기 위해서는, 수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에너지가 필요하다. 여전히 그 에너지를 어디에서, 어떻게 얻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석유, 석탄, 가스를 해외 수입에 의존해 왔다. 2021년 기준 에너지 수입의존도 92.8%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수소경제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에너지 확보 방안을 철저히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이슈&인사이트]구시대 유물 지주회사 규제 없애야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회사와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에 대해 지주회사 그룹내 자회사간 또는 손자회사간 공동출자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그간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주회사 → 자회사 → 손자회사 → 증손회사라는 단일ㆍ수직적 출자만 허용했다. 삼성·현대차그룹 등 비지주회사 그룹들은 여러 계열사가 공동출자해 하나의 대규모 장애인표준사업장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기업집단은 출자지분 만큼 장애인 고용을 인정받는다. 예를 들어 장애인표준사업장에 고용된 장애인이 100명이고 A계열사의 출자지분이 50%라면 50명을 고용한 것으로, B계열사가 30% 지분을 출자했다면 30명을 고용한 것으로 본다. 이 제도는 규모가 큰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체계적으로 유지ㆍ관리할 수 있어 영세 사업장에 비해 고용이 안정되고 처우가 좋다는 게 장점이다. 이 같은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은 지난해 말 기준 128개로 6117명의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LG·SK그룹과 같은 지주회사 그룹은 계열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하나의 장애인표준사업장 설립은 불가능해 계열사별로 사업장을 따로 둬야 했다. 비지주회사 그룹이 지주회사 그룹으로 전환하는 경우 계열사 공동출자로 운영하던 기존의 장애인표준사업장은 계열사별로 쪼개야 한다. 기업입장에서 기존 장애인표준사업장을 다수의 사업장으로 나눠야 하기 때문에 운영이 복잡해지고 관리비용도 더 많이 들어간다. 장애인들도 갑자기 소속이 바뀌면서 동료와 이별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공정위도 문제를 인식하고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를 일부 완화하겠다고 하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 시점에서 지주회사에 대한 공정거래법상 규제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주회사 규제는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지주회사의 설립 자체를 금지한 데서 시작됐다. 지주회사를 금지한 데는 일본의 영향이 컸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동안 육본과 재벌 간 관계가 긴밀했고 패전 이후 재벌 해체의 역사를 경험했다. 1945년 11월 점령군 사령부(GHQ)는 최고사령관 각서 ‘지주회사 해체에 관한 건’에서 일본의 지주회사 기업집단을 강제로 해체했고, 1947년 원시독점금지법을 도입해 지주회사의 설립 금지를 법제화 했다. 우리나라에서 지주회사가 허용된 것은 IMF 외환위기 때다. 당시 기업집단의 복잡하게 얽힌 출자구조로 계열사 매각 등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단순한 출자구조로 기업 구조조정이 쉬운 지주회사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허용됐다. 물론 이런 정책 변화에는 일본의 영향도 있었다. 일본은 이미 지주회사 금지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입법 당시부터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은 우리나라의 지주회사 제도는 이후 일본의 정책변화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일본은 지주회사 금지 관련 조항을 삭제하면서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별도로 도입하지 않은 데 비해 우리나라는 지주회사를 활용한 지배력 확장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규제를 뒀다는 게 일본과의 차이점이다. 지주회사 부채비율 제한, 금융사 보유 금지, 자회사ㆍ손자회사 의무지분율, 손자회사 원칙 보유 금지 등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 볼 수 없는 규제가 도입됐다. 우리나라 지주회사 규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미 군정이 일본 전범기업에게 적용했던 규제를 우리기업에게 적용했고 지금은 일본도 폐지한 지주회사 규제를 우리나라는 아직도 유지,더 강화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지주회사 규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지주회사 규제는 당초에 적용 대상도 부적절 했고,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맞지 않는다. 한국경제는 6·25 전쟁 직후 세계 최 빈국에서 지금은 글로벌 10위권 경재대국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아직도 제도나 규제는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있다. 대한민국의 경제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규제, 갈라파고스 규제는 전면 폐기해야 한다.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

[EE칼럼]밀려드는 탄소사용 청구서

2030년까지 공급망 전체의 탈 탄소를 목표로 하는 애플이 지구의 날을 앞둔 지난 4월 19일 그간의 진행 상황을 담은 ‘2023 환경 진행 보고서’를 내놨다.여기에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저탄소 설계, 에너지 효율, 자원 재활용, 탄소 제거에 대한 투자 등 지난해 사용한 그린본드에 대한 세부 사항이 들어있다. 애플은 이달 12일 기준 시가총액이 2조7329억달러(약 3651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기업이다. 세계 28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250개가 넘는 공급업체가 2030년까지 애플에 납품하는 제품을 100% 재생에너지로 제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중국에 있는 70개 공급업체는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유럽의 30개와 일본 34개 공급업체도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한 상태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 LG화학·LG디스플레이 등 13개 국내기업과 18개 외자기업이 있지만 재생에너지 보급 추이와 정부 정책을 감안할 때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공급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현재 애플과 공급업체가 사용하는 재생에너지 총량은 13.7GW에 달하며 2030년에는 20GW가 넘을 전망이다. 애플은 이미 지난 2018년에 RE100을 달성한 상태로 2015년 이후 수익을 68% 이상 성장시키면서도 전체 탄소 배출은 45% 이상 줄였다. 이번 발표는 ‘Apple 2030의 비전’ 실현에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고 있으며 향후 가속화할 계획과 탄소 배출 기업의 공급망 퇴출 경고가 함께 포함된 셈이다. 시가총액 세계 8위로 전기차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Tesla)는 지난 3월 1일 투자자의 날(Investor Day) 행사를 개최했다. 다수의 언론에서는 반값 전기차 발표가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주로 보도했고 주가도 떨어졌지만 테슬라 사명인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세계적 전환 가속화’에 대해서는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테슬라는 특히 ‘마스터 플랜 3.0’에서 화석 연료 사용을 100% 감축하기 위해 크게 5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로 기존의 전력망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ESS와 같은 전력저장시스템 확충을 통해 수요를 충족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전기차로의 전환 가속, 세 번째는 주거·상업·산업 분야의 히트 펌프 전환, 네 번째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온과 수소 활용, 다섯 번째는 선박 및 항공기의 전기화다. 주요 메가 트렌드 중 하나인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화(Electrification)와 함께 자율주행 전기차 회사를 넘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회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카본크레딧닷컴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탄소배출권 수익만 17억8000만달러(약 2조4000억원)으로 2018년에 비해 4.2배에 달하고 8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수익은 전년 동기대비 47% 증가했다. 두 회사의 사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기업의 경쟁력이자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RE100, IRA, REPowerEU, CBAM, SBTi, IPEF, SEC 공시, ISSB 공시, IFRS 공시 등은 탄소 사용 청구서로 우리에게 배달되고 있고, 주요 선진국들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전환하는 데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올해 1분기에만 신규 태양광을 33.66GW 추가 설치해 설비용량이 지난해 동기대비 55% 늘었다. 이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134GW를 넘어서 2022년 전체 설치량(86GW)의 156%에 달할 전망이다. 독일도 올 1분기에 2.6GW 이상의 태양광을 설치한 것을 비롯해 연말까지 10GW를 초과해 작년 전체 설치량의 13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당시 국제 기후변화 대응기구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으로부터 우리나라와 함께 ‘4대 기후 악당’ 국가로 지목됐던 호주는 올해 1분기 사용 전력량의 66%를 재생 발전을 활용하며 지난해(34.7%)에 비해 비중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성적표는 초라하다. 지난 4월 발표된 기후 싱크탱크 엠버(Ember)의 연례보고서(Global Electricity Review 2023)’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점유율은 5.4%(태양광·풍력 포함)로 아프리카(4.6%)와 함께 OECD 꼴찌 수준이다. 점유율 1위인 1위 덴마크(60.8)의 10%에도 못 미치고 OECD평균(15.8%)에 비해서도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30.2%에서 21.6%로 낮췄다. 이쯤 되면 밀린 숙제를 서둘러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종아리를 걷는 것이 먼저이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에너지전환포럼 이사

[EE칼럼]배터리 핵심 소재 확보에 전기차 산업 사활 걸렸다

[EE칼럼]배터리 핵심 소재 확보에 전기차 산업 사활 걸렸다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대부분 리튬 이온 배터리이다. 리튬은 전기 음성도가 높아 이온화가 쉽고 가벼워 전기차 배터리로 적합하다.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하면서 화학 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만들어 낸다. 양극의 리튬 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며 배터리가 충전되고 음극의 리튬 이온이 양극으로 들어가며 에너지를 방출·방전하는 원리다. 양극재와 음극재,전해질과 분리막은 배터리의 4대 핵심소재다. 전해질은 양극 음극사이에서 리튬 이온의 이동 통로 역할을 하고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가운데 배터리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양극재 시장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양극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72.5%로 압도적인 1위다. 한국은 10.5% 정도다. 국내에서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 엘앤에프 양극재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최근 고려아연이 가세했다. 고려아연은 오랜 기간 쌓은 제련사업 노하우를 활용해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기반을 조성하고, 해외 광물 확보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탄소배출이 적은 니켈 제련 기술을 개발한 상태로,이 기술로 2026년까지 4만t의 고순도 니켈을 생산해 배터리 양극재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고려아연은 니켈 제련은 물론 배터리 리사이클링과 전구체 및 동박 제조까지 배터리 소재 대부분을 공급할 수 있는 가치사슬을 갖췄다. 고려아연은 2017년 설립된 자회사 켐코를 통해 배터리 핵심 소재인 황산니켈을 연간 8만t 규모로 생산하고 있다. 올해말부터는 지난 2020년 설립된 자회사 케이잼을 통해 연간 1만3000t의 전해 동박 생산에도 나선다. 지난해에는 켐코와 LG화학간 합작법인 ‘한국전구체주식회사’를 설립, 내년부터 연간 2만t 규모의 전구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산업에서 니켈과 전구체의 약 85%를 중국 기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광물 공급부터 제련, 소재, 생산까지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밸류체인을 완성한 것은 보기 드문 사례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양극재 시장 규모는 2021년 173억달러(약 22조 8000억원)에서 2030년에는 783억달러(103조 3000억)로 10년 새 5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음극재 시장도 중국이 가격 경쟁력 우위로 2021년 기준 글로벌 전체 시장 점유율이 83.3%에 달한다. 한국은 2.6%에 불과하다. 국내에선 포스코케미칼과 애경케미칼이 음극재를 주로 생산한다. 음극재의 핵심연료는 인조흑연인데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인조흑연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18.0%씩 성장해 전체 음극재 중 약 70%의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분리막도 중국이 2021년 기준 47.8%의 점유율로 2019년까지 1위였던 일본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한국은 9.3% 정도다. 국내에선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세계 시장에서 유일하게 단일 기업으로는 4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전해액도 중국이 2021년 기준 점유율이 76.6%로 1위를 지키는 가운데 한국은 6.7% 정도다. 국내에선 엔켐, 동화일렉트로라이트(옛 파닉스이텍), 솔브레인 등 전해질을 생산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등장에 따라 향후 또 다른 배터리 전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전고체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리튬 배터리보다 더 안전하며, 분리막의 역할까지 함으로써 배터리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배터리의 급속한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향후 글로벌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 배터리 기업은 중국 및 일본 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인산철(LFP) 배터리의 기술 혁신 및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해 모빌리티,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분야에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 기업들이 잘 대응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수직 계열화를 갖춘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우선 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을 위한 원자재 공급망부터 구축하고,기술개발을 통한 초격차를 확보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을 포함해 호주, 칠레, 캐나다 등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들과 긴밀한 자원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한국을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리튬·코발트·망간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글로벌 공급망 대부분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소재 기업을 외면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국내 한·중 합작기업도 생산 단계에서의 광물 수입 다변화를 추진해 미국 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강천구 인하대 교수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E칼럼]원전 계속운전이 필요한 이유

지난 4월8일 설계수명 40년이 다 된 고리 2호기 원전(설비용량 650MW)의 가동이 중단됐다. 윤석열 정부가 탈 원전정책 폐기를 선언하면서 그 일환으로 운영 허가기간이 만료되는 원전의 계속 운전 방침을 밝혔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때 계속운전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을 계속 돌리기 위해서는 안전성 심사와 설비개선 등의 절차를 운영 허가기간 만료 3~4년 전부터 시작해야 한다.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2호기의 경우 2019~2020년부터는 이 절차를 시작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탈 원전을 밀어붙인 문재인정부에서 한수원은 법령상 기한이 지나도록 계속운전 신청을 하지 못했고, 결국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며 가동을 멈췄다. 윤석열 정부는 고리 2호기의 재가동을 위해 작년 3월 인수위 때부터 관련 절차에 착수했고 한수원지난 4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한수원은 심사와 안전투자 등 절차를 최대한 앞당겨 2025년 6월에 재가동하겠다고 밝혔지만 목표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설사 고리 2호기가 목표대로 재가동되더라고 재가동 절차에 소요되는 2년 2개월을 빼면 7년 10개월에 그친다. 재가동이 지연되고 재가동 기간이 짧아지면 전력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는 두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올해 초 수립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2030년 원전 발전량 비중을 32.7%로, 문재인 정부 때의 9차 전기본(25.0%)과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23.9%)보다 높였다. 고리 2호기의 가동 중단으로 현재 가동중인 원전은 24기(24.05GW)다. 2030년에는 새로 준공되는 신한울 2호기와 신고리 5·6호기, 재가동되는 원전 10기(고리 2호기 포함)를 합쳐서 총 28기(28.9GW)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총 발전량은 202TWh에 이른다. 물론 이는 재가동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는 전제하에서다. 일부 원전의 계속운전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설비용량이나 발전량은 계획에 미달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계속 운전 대상인 월성 2~4호기는 사용후핵연료가 많이 배출되는 중수로여서 재가동 절차가 다른 원전보다 까다롭다. 원전이 계획대로 재가동되지 못하면 LNG(액화천연가스)발전이 원전의 공백을 메울 것이고, 이렇게 되면 한전의 전력구입비용이 늘고 전기요금 인상 압력도 커질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고리2호기 1기가 계속운전을 통해 LNG발전을 대체할 경우 kWh당 평균 0.67원의 전기요금 인하효과가 있다. 이는 국민 1인당 연간 약 7000원의 전기요금 부담을 더는 효과가 있다. 원전 재가동 차질은 다른 한편으로 온실가스 감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용률 80%인 1.4GW급 원전 1기가 LNG발전을 대체할 경우 연간 355만톤,석탄발전을 대체할 경우에는 810만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2030년까지 8.5GW 용량의 원전이 계속 운전되면 온실가스는 2155만∼4918만톤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계속운전이 원활하지 않으면 소기의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워진다. 경제성이나 환경성 측면에서 원전 계속운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운영 허가기간이 만료된 원전 252기 가운데 92%인 233기가 계속운전 하고 있다. 원전이 차질없이 계속운전되기 위해서는 규제기관의 안전성 확인 및 심사 절차를 합리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2030년까지 거의 해마다 1기 이상 원전의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상황에서 현재 한 절차가 끝나야 다른 절차가 진행되고, 안전성 평가 인력도 제한적이어서 복수의 계속운전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데 한계가 있다. 정권 리스크도 존재한다. 월성 1호기는 2012년에 계속운전 절차를 거쳐 2015년부터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문재인가 정부 들어서면서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재가동 연한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폐쇄됐고 막대한 경제적·환경적 손실을 불렀다. 이런 잘못이 다시는 되풀이돼선 안된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E칼럼]발전사업 허가기준 강화

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인 수요를 스스로의 노력으로 충족시킴으로써 개성 신장을 이룰 수 있도록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영업의 자유에 대해서는 헌법에 명문 규정은 없지만, 직업의 자유의 그 자체로 본다. 이런 영업의 자유에 따라 모든 국민은 자유롭게 영업을 할 수 있다. 발전사업, 중계유선사업 등 일정한 사업은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영업을 할 수 있다. 허가는 인간의 본래 자유로운 활동에 대해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미리 금지를 정해두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신청에 따라 그 금지를 해제하는 행정행위다. 전기는 전자의 움직임 때문에 생기는 에너지의 한 형태다. 한마디로 전자들의 흐름이 전기다. 이런 전기의 속성을 가진 전력의 특징은 계통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계통연계는 둘 이상의 전력 시스템 사이를 전력이 서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선로를 통해 연결하는 것이다. 계통연계의 속성 때문에 전기는 생산량과 소비량이 일치해야 한다. 전기는 실시간으로 소비가 바뀌기 때문에 발전량 또한 이에 맞춰 실시간으로 변동하고 실시간 계통운영을 통해 생산과 소비를 전체적으로 평형이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평상시 전력계통 주파수는 60 ±0.2HZ 이내로 비교적 안정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맞춰 공급계획을 세워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경우 순환단전을 하거나, 정전사고가 발생하는 등 계통 안정성에 문제가 생긴다. 반면 예측한 수요에 비해 실수요가 지나치게 적으면 전기생산 단가 상승으로 국민에게 전기요금 상승의 부담을 준다. 실시간 수요와 공급을 맞춰야 하는 전력시장의 특성과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때 정전 또는 단전으로 인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이 아주 크기 때문에 우리 전기사업법은 발전사업을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다. 전기사업법은 전기사업 허가요건을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전기사업을 적정하게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무능력 및 기술능력이 있을 것 △전기사업이 계획대로 수행될 수 있을 것 △발전소나 발전연료가 특정 지역에 편중돼 전력계통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것 △태양광·풍력·연료전지를 이용하는 발전사업의 경우 발전사업 내용에 대한 사전고지를 통해 의견수렴 절차를 지킬 것 △그 밖에 공익상의 필요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적합할 것 등으로 상당히 까다롭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고시로 발전사업허가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데 최근 발전사업 세부허가 기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개정안에서는 재원조달 계획 중 자기자본 비율을 종전 10%에서 20%로 상향하고, 허가 신청 당시 납입자본금을 총 사업비의 1.5%를 보유하도록 최소 납입자본금 규정을 신설했다. 또 출자자들의 투자가 이행되기 전 지출돼야 하는 ‘초기개발비 지출 및 조달계획’ 제출을 의무화해 초기개발비 조달 가능 여부를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발전사업 허가시 제출된 사업계획서대로 적기에 발전소를 준공할 수 있도록 발전사업허가 신청자의 재무능력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그리고 태양광·연료전지 발전사업에 대해서는 허가부터 착공 때까지인 공사계획 인가기간을 2년으로 명시하고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경우에만 공사계획인가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발전사업 준비단계에서 많은 갈등이 발생한다. 갈등의 대부분은 발전사업자의 부실한 재무능력에 기인한다. 그동안 발전사업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재무능력 기준 강화 조치를 계기로 발전사업자의 재원조달 문제로 인한 갈등과 관련 분쟁으로 인한 사업 지연 문제가 해소돼 원활한 발전소 건설과 전력계통 안정화라는 두 토끼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이동일 에너지 대표 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변호사

[특별기고]윤석열정부 출범 1년 평가와 향후 과제-에너지분야

에너지 시장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산업 발전과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뒀던 과거와 달리, 기후 위기와 탄소 중립이라는 새로운 이슈에 직면하며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도입을 앞둔 탄소국경조정세와 민간부문의 자발적 협약인 RE100 이니셔티브 등은 수출 중심인 한국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에너지 시장도 비상등이 켜졌다.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에너지공기업들이 누적된 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서울에너지공사 그리고 자본 잠식 상태인 한국석유공사 등 어느 곳 하나 멀쩡한 곳이 없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원전 중심의 탄소중립 실현’을 골자로 한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분야의 핵심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새롭게 꾸리고 탄소중립·녹색성장 비전과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올해 1월에는 원전 비중을 늘리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줄이는 내용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고, 3월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부문별 전략과 함께 산업부문의 감축목표를 기존 14.5%에서 11.4%로 낮췄다. 윤석열 정부의 기후변화·에너지정책은 원전생태계 복원과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담 줄이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토가 좁고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의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원자력 발전을 적극 활용해 온실가스를 실효성 있게 줄이겠다는 것은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전기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최종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불과해 원전 확대만으로는 나머지 80%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이는 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다. 더 많이 필요하게 될 전기를 기존의 화력발전소에서 원자력발전이나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지만, 그 못지않게 나머지 80%의 에너지를 무엇으로 대체하고 얼마나 빠르게 탈 탄소화 할 것인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현가능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명분으로 부문별 감축목표를 재조정해 기업의 부담을 줄인 정책도 일면 타당해 보인다. 2030년까지 40% 감축목표 달성을 전제로 현 정권이 끝나는 2027년까지 19.6%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다음 정부에서 2030년까지 3년 동안 나머지 21.4%를 줄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 중심의 산업구조를 변화시키지 않고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은 어렵다. 정부가 산업구조 전환과 고도화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왜곡된 에너지 가격 기능의 정상화도 절실하다. 국제적인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국내 에너지 시장이 태풍의 눈처럼 고요함을 느끼는 것은 에너지공기업이 중간에서 바람막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든든한 벽에 금이 가고 있다. "콩보다 싼 두부 가격"이란 말로 표현되듯 지금의 전기요금은 가격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다. 이렇다 보니 원가 인상 요인을 반영하지 못한 낮은 전기요금은 한전의 적자를 눈덩이처럼 키우고 있다. 특히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위치할 경우 새로운 전력의 블랙홀이 생기는 셈인데, 새로운 전력망이 구축되지 않고서는 필요한 전기를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이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적자 수렁에 빠진 한전으로서는 새로운 투자는 언감생심이다. 전기요금 문제는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해외 에너지 기업들은 석유와 가스 혹은 전기와 가스 혹은 전기와 열 그리고 가스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통합해 운영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에너지 기업들을 각각의 에너지원에 한정해 업역을 제한한다. 한국전력은 전력판매, 한국가스공사는 천연가스, 한국석유공사는 석유만 각각 담당하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제는 그 틀을 깨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기존의 휘발유, 디젤만 판매하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수소와 전기 등 다양한 에너지를 판매하고 재생에너지를 설치하는 등 종합스테이션으로 변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민간영역인 주유소를 종합스테이션으로 구축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전력만 전기를 판매하도록 돼 있는 전력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원전이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현 정부의 신규 발전 건설과 수명 연장 정책은 원전 생태계의 단절만 키울 뿐이다. 신규 건설이나 수명 연장과 함께 적절한 폐기물 관리와 수명을 다한 원전의 해체까지 연결하는 원전산업 생태계의 선 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원전을 새롭게 건설하고 수명만 연장하는 것은 문제만 키워갈 뿐 지속가능할 수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 산업과 시장은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집권 1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의 고민도 깊을 것이다. 에너지 가격 기능의 정상화를 비롯해 에너지공기업의 적자 해소 및 업역 조정,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실효적인 정책추진, 원전산업의 선순환 구조 마련, 재생에너지 산업생태계 구축, 이외에도 에너지 이슈들이 정치적 쟁점 사안이 되면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윤석열 정부는 정책결정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며 에너지산업과 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를 모으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정당한 절차를 통해 합의된 정책은 5년 단위로 분절되는 정책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남은 기간 욕먹을 각오로 소모적인 정치적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우리 에너지산업과 시장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조용성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E칼럼]에너지 요금에 대한 단상(斷想)

황금연휴가 겹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한다. 그러나 올해는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 인상에 대한 생뚱한 정치 바람으로 마음이 무겁다. 정치권이 그 결정 주체로 나서면서 일이 꼬였다. 시장 논리보다 국민 여론과 정치적 득실을 먼저 고려하는 가운데 장기 자원배분 효율성은 뒤로 밀렸다. 정치권은 물가 우려를 핑계로 정부 등 이해당사자들 간의 시장조정 기능을 무력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따라 한 달 이상 미뤄진 올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급하게 추진된 것 같다. 당정은 ㎾h당 7원 안팎 인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가구당 2000원대 중반의 전기요금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 이렇게 올려도 전기와 가스 가격은 판매원가에 미달한다. 결국은 국민 부담으로 귀결된다. ‘총괄 원가 보상’ 원칙을 부여받은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판매 손실을 ‘고민 없이’ 채권발행이나 미수금 계정으로 처리하는 정책 실패 유발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한전 부채가 지난 1년간 70% 이상 늘었다. 한전채의 무한 발행으로 민간 자본 시장 장애를 초래했다. 정치권에서는 무작정 공공자산 매각이나 관련 공기업 수장 사표 제출을 요구하는 ‘체면치레’를 했다. 화급한 적정 가격수준 설정이나 공기업 경영정상화, 그리고 국리민복 증진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이 변죽만 울리는 정치적 언동일 따름이다. 결국 정치권의 노골적 개입은 새로운 정치 실패를 예고하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에너지정책 실패는 어디서나 가능하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은 공급망 효율성 확대에 실패했고 되레 인플레이션 가속이라는 역효과를 초래한다고 학계는 분석한다. IRA은 미국 내 청정에너지 전환 가속을, 반도체법은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목표로 투자기업에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가용 전문인력 부족으로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많다. 인력 부족은 고용시장 과열과 인재 유치경쟁으로 사업비용이 10%쯤 추가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4%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연방준비제도(FRB) 물가 상승 목표(2%)의 두 배에 달한다. FRB가 최근 기준금리를 0.25% 추가 인상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미국 정부는 이제 장기 에너지 전략에 치중하고 있다, 단기시장조정의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지난 4월 20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국 경제포럼(MEF)’ 화상 정상회의를 주재, 녹색기후기금(GCF)에 10억 달러(약 1조3200억원) 제공을 밝혔다. 아마존 보호에도 추가지원(5억 달러)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유지하는 노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탈 탄소 에너지 확대, 아마존 등 중요한 숲의 삼림 벌채 종식, 불화수소 등 강력한 비(非)이산화탄소(non-CO2) 기후오염 물질 대처와 탄소순환관리 증진 등 4가지 핵심 분야에 대한 노력을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는 우리 윤석열 대통령도 참여했다. 20세기 후반 이후 세계 정치경제 질서의 두 가지 근간은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이다. 이 중 정치적 자유주의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나 ‘경제적’ 자유주의는 퇴보할 수 있다는 관련 학자(Francis Fukuyama:‘The End of History 1989’ 등)들의 기존 주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사실 국가나 종교와 이념, 노조 등 강력한 사회 주체들의 과도한 관여와 영향력을 행사에 따라 건전 경제성장과 배분에 장애가 발생했다. 이에 ‘경제적’ 자유주의는 제대로 진전될 수 없었다는 것이 지난 세기말∼이번 세기 초까지 입증된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후 지난 2년 동안의 경기 둔화와 함께 ‘인플레이션’ 위기가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 닥쳤다. 1970년대 석유 위기 이후 30년 동안의 저물가 시대인 셈이다. 이 결과로 기후변화 대처와 에너지전환 투자 증가추세에 변화를 초래한다.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이후 이런 변화는 ‘정치적’ 자유주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진점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불확실성이 새로운 시대 패러다임으로 정착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렇지만 ‘불가역적’ 변화인 것은 분명하다. 이념 과잉 에너지정책의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우리나라는 ‘정치적’- ‘경제적’ 자유주의 양면에서 모두 실패할 가능성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문제 진단과 분석, 그리고 대안 제시라는 과학적 위기 대응 전략을 과감하게 펴야 한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외교와 대외전략은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전략에 쏠려 있다. 세부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에너지 유관 분야가 중심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탄소중립, 녹색성장 등 세계를 선도한 이념정책을 시행했지만 큰 효과가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에너지 부문이 지속성장 기반이 되기보다 우환과 병폐가 될 소지가 있음을 우려해야 한다. ‘실없는 그 언약에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가 있지만.최기련 아주대학교 공과대학 명예교수

[EE칼럼]독일의 탈원전은 정치적 산물,롤모델 될 수 없다

지난 4월16일 유럽에서는 미래 에너지믹스 방향 설정을 놓고 완전히 상반된 정책이 충돌했다. 독일은 이날 0시를 기해 모든 원자로를 정지시키고 62년간의 원자력 시대를 종식하는 완전 탈원전 실험에 돌입했다. 몇 시간 뒤 핀란드는 탈 원전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유럽 최대 규모의 올킬루오토 신규 원전 3호기 가동을 시작하며 복원전에 나섰다. 이번 탈원전과 복원전의 성패는 향후 에너지전환, 기후변화, 에너지안보에 대한 논의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미래 에너지믹스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탈원전과 복원전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안보 증진 수단으로서 원전의 역할과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견해차이에서 비롯된다. 탈원전은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에 기초해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함으로써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비해 복원전은 원자력의 과학적 안정성과 기술적 통제 가능성을 인정하고, 지구온난화 물질인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원전이야말로 기후변화 방지와 각국의 에너지안보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불가피한 에너지라는 주장이다. 양쪽 주장 모두 나름의 근거가 있으며 각 주장의 합리성과 현실성은 현재 인류가 처한 도전과 각국의 사정에 맞춰 상대적으로 평가돼야 한다. 기후변화 방지와 안전을 명분 삼은 독일의 탈원전 실험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비중이 월등히 높은 갈탄의 퇴출보다 탈원전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갈탄은 거의 유일한 국산 에너지로 탈석탄은 격렬한 정치적 저항에 부딪인 데 비해 녹색당의 연정 참여 조건으로 채택된 탈원전에 대한 정치적 저항은 높지 않았다. 결국 독일의 탈원전은 안전과 기후변화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흥정의 결과물로 볼 수도 있다. 진짜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면 결코 탈석탄에 앞서 탈원전을 추진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의 연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12톤으로 원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의 5.19톤보다 훨씬 많다. 독일의 탈원전은 세계 에너지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 탈원전으로 인한 발전 공백을 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계획이지만, 1년 내내 전기를 생산하는 기저 전원인 원전을 태양과 바람에 의존하는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원전 감소는 곧 화석에너지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칙이다. 독일에서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비중을 줄이자 바로 석탄발전이 증가했던 경험이 하나의 증거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석탄, 가스 수요의 변동성도 덩달아 높아져 세계 에너지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2021년 말 북해 풍력발전이 감소하자 독일의 석탄발전이 즉각 증가하면서 석탄 가격이 폭등했던 것과 같은 유사한 사건이 앞으로 더 큰 폭으로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독일의 탈원전은 EU 차원에서는 평가되어야 한다. EU는 국가 간 전력망이 그물처럼 연결돼 있어 전력 수급 차원에서는 거의 단일 국가와 같다. 독일의 탈원전과 별개로 프랑스, 벨기에, 폴란드, 체코 등 많은 국가가 속속 복원전으로 돌아서고, 독일은 프랑스에서 부족한 전력을 계속 수입한다. 독일 탈원전은 EU 차원에서 큰 변화가 아닌 이유다. 충청도에 원전이 없다고 우리나라가 탈원전 국가가 되지 않는 것과 같다. 독일의 탈원전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우리나라는 독일처럼 인접 국가와 연결된 전력망을 갖고 있지 않고 유럽에 비해 재생에너지 잠재력도 크지 않다 그렇다고 독일의 갈탄처럼 마땅한 국산에너지도 없다. 현실적으로 원전 말고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수급 안정·에너지안보의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용빼는 재주는 없다. 독일의 탈원전은 결코 우리의 롤 모델이 될 수 없다.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CCUS 기술개발 활성화를 위한 과제

탄소를 포집·활용·저장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 한다는 것은 사실 온실가스 저감 측면에서는 가장 비싼 기술군에 속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세부적으로는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효율개선, 연료전환 등 온실가스를 아예 나오지 않게 하는 방식에 비해 흡수 혹은 포집과 같이 D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를 다시 잡아다가 격리시키는 방식은 효과에 비해 비용이 크게 들어 경제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낮은 온실가스 감축비용 및 감축잠재력 순으로 여러 기술들을 쭉 줄세우면, CCUS 는 맨 뒤쪽에 가장 비싼 최후의 방법으로 손꼽혀 왔다. 당장의 감축목표를 당면한 기업들 입장에선 가성비가 떨어지고 카피할 기술도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으며 기술개발의 필요도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단 포집기술 상용화만 되면 감축할 수 있는 양은 지리적 운송이나 온실가스를 격리할 장소의 지질 불투과성 혹은 충분한 공극의 존재 등 안정된 여건만 받쳐준다면 감축잠재력 측면에선 무제한에 가까운 양적 우위를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 입장에서 항상 CCUS는 탄소 가격의 상단을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옵션이다. 공급 측면에서 일방적인 기술개발 투자가 이뤄왔지만 그동안 괄목할 만한 발전은 없었다. 소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물가까지 억지로 끌고가 봤자 직접 물에 입을 대어 삼키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 기업들에게 CCUS 란 기술에 목마르도록 할 유인이 없다는 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10년 동안 그래 왔다. 일정 수준의 탄소가격 등 경제적 인센티브 부재 상황에서 CCUS라는 가장 비싼 기술의 개발은 정부 및 기업 입장에선 허상 뿐인 양두구육(羊頭狗肉)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공공주도의 직접적인 R&D는 축구 패널티킥 라인에서 골대 안으로 돈 뭉텅이 풍선을 차서 넣는 것과 비슷했다. 풍선은 방향성을 잃고 공중에 흩뿌려지기 일쑤였다.반면, 수요진작 방법은 자생적 기술진보가 이뤄질 여건조성에 집중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제도적 측면에서의 회유 및 압박이다. CCUS 활용의 경제성을 강제로 만들어 주기 위해 높은 탄소세나 이에 상응하는 양적 부담을 가하는 탄소시장(Emission Trading Scheme)을 설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기회비용이 낮게 유지될 수 밖에 없었고, 당연히 기업들 입장에선 해외사업 개발이나 일부 생산공정 개선 등 매우 싼 옵션만이 사용될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이러한 탄소시장 상황에서도 CCUS 에 투자할 수 있도록 경제성 측면에서의 투자 불확실성을 줄여줄 수 있는 탄소차액계약제도(CCfD·Carbon Contracts for Differences) 도입 주장도 제기되는 것이다. 기술개발에서는 시행착오가 포함된 학습곡선을 통과해야 하고 적용 과정에서의 규모의 경제도 필요하기 때문에, 정책을 통해서라도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수요진작을 위한 궁극적 방안의 하나는 CCUS 가 결부된 산업 자체를 창출하는 것이다. 최근 탈 탄소의 방편으로 수소(H₂)와 같은 대체 에너지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이런 대체 에너지원이 청정 에너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포집이 필수적이다. 수소 자체도 과거 화석연료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져 채택되지 못했을 뿐이다. 다만 기후변화 등 시대의 요구에 당면해 수소와 같은 청정 에너지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를 생산하는 데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탄소발생이 전혀 없는 이른바 ‘그린(Green)수소’는 경제성은 고사하고 그동안 국토 적합성 등 재생에너지 자체의 경제성 문제를 둘러싼 수많은 논쟁이 있었기 때문에 논외로 하고, 현재 가장 경제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블루(Blue)수소, 즉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에서 탄소만 쏙 빼서 포집 및 격리시켜 수소만 유통시키는 방식이 유력하다. 사회 전반의 인프라가 화석연료에서 수소경제로 전환된다는 대전제 아래 CCUS 분야의 기술진보는 수소의 경제성 확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바늘과 실의 관계인 상황이다. 요점은, 공급 측면에서의 단편적인 기술개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실제 활용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수요정책 및 산업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CCUS 기술개발도 탄소중립을 위한 성가신 숙제가 아닌 성장의 도구로 활용하고 싶으면 말이다.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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