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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세대 간 형평성의 문제로 이어지는 에너지 요금

지난달 초 대기업과 중견기업용 전기요금만 ㎾h(킬로와트시)당 10.6원 올랐다. 가정용과 식당·상점 등 소상공인용, 중소기업용은 동결하였다. 10여년전 이라면 잘한 결정이라 칭찬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누적된 적자와 미수금 뉴스가 연일 보도되면서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일반 기업이었으면 벌써 부도가 났을 상황인데 정부가 세금으로 망하지는 않게 하겠지. 지금 세대가 나눠서 감당하지 않으면 쌓인 빚은 고스란히 다음세대로 부담이 전가될 수 밖에 없을텐데…’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결정에 누가 동의를 했다고 할 것인가. 그래서 물가와 서민 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고려했다는 정부의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파리협약이 제시한 지구평균기온 1.5도를 제한하려면 글로벌이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올해 나온 미국의 제5차 국가기후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 태어난 세대는 196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 보다 기후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 세대 간 기후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언급한다. IPCC 6차 보고서는 현 세대와 미래 세대가 얼마나 더 덥고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될 지는 현재와 단기 미래에 우리가 하는 선택에 달려 있다고 전한다. 지금 당장 효과적이고 공평한 기후행동을 주류화하면 자연과 인류의 손실과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실행가능하고 효과적인 방안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메세지다. 그리고 효과적인 기후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으로 정치적 책임을 첫 번째로 꼽는다. 원료비에 연동되어 결정되는 에너지 요금 결정 구조는 깨어진지 오래다.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 유지를 위해 동결된 에너지 요금은 이번 정부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며 정치적으로 왜곡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에너지 공기업을 상대로 자구책 마련과 혁신을 요구하는 것은 시민들 눈높이에서 지극히 옳다. 그간 한국전력공사가 정부에 기대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에너지 신산업 발전에 발목을 잡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정치권은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해 에너지 요금의 인상도 결정했어야 한다. 기후우울증까지 겪는 미래세대에 정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글로벌 선진국들이 기후대응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보며 새로운 일자리에 투자하고 있고, 이러한 움직임에는 탄탄한 예산이 뒷받침되어 있다. 현 세대로부터 합당한 에너지 요금을 걷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저탄소 산업에 투자해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실현가능한’ 약속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 이상을 수입하는데 국민들의 에너지에 대한 위기감은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국내에너지기구 21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8번째 에너지 다소비국이다. GDP 대비 에너지 소비량인 에너지 원단위도 OECD 38개 회원국 중에서 35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에너지 원단위는 에너지효율을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되는데, 에너지 원단위가 높다는 것은 단위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데 에너지를 더 많이 쓴다는 의미다. 요약하자면 우리는 마치 산유국처럼 에너지를 많이 쓰고 마구 쓰는 나라다. 이렇게 된 주된 요인은 정치적 이유로 오랜 기간 인상을 눌러 온 전기요금 때문이다. 낮은 전기요금은 기업들의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투자를 유인하지 못했다. 국민들 역시 마찬가지로 한여름 냉방에 실내에서 긴팔을 걸치고, 한겨울 내복대신 과도한 난방으로 집안에서 반팔을 입는다. 상점에서 호객을 위해 아무렇지 않게 문 열고 냉방을 하고, 시내의 랜드마크 건물의 조명은 갈수록 화려해지고 있다. 기후대응은 전 국민의 동참없이는 어렵다 누구나 얘기하고 있지만, ‘에너지를 마음껏 쓰세요’라고 말하는 전기요금으로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4월 청년들의 모임인 ‘클리마투스 컬리지’는 에너지 요금 정상화를 위해 2030세대 1000여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기획재정부 장관 앞으로 의견서 전달한 바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원료비에 따른 전기, 가스 요금을 책정해 기업과 소비자가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국내 기후행동의 시작은 에너지 요금 정상화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EE칼럼] 벼랑 끝 한전 구하기

지난 달 전기요금이 인상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모르고 있다. 왜냐하면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사업용 전기요금만 kWh당 평균 10.6원 인상됐기 때문이다. 한전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인상폭이다. 연명을 위한 산소호흡기를 댄 정도다. 실제로 정부와 한전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발표 당시 "채권발행 한도를 고려해 인상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누적된 적자와 부채 해결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빚을 돌려 막으며 시간 벌기용 인상만이 목적이라는 것을 고백한 셈이다. 결국 이번에도 전기요금이 정치에 굴복했다. 발전원가에 한참 못 미치는 가정용 전기요금은 손도 대지 못하고, 대기업용 전기요금만 올린 것이 증거다. 민생경제의 어려움도 고려했겠지만,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거를 의식한 고육지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전의 골병은 깊어만 간다. 이제 빚내서 돌려 막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한전채 발행금액이 한전법이 정한 한도까지 차올랐기 때문이다. 자본적립금의 5배까지로 설정된 한전채 발행한도가 영업적자 누적으로 자본적립금이 줄어들면서, 현재 104조6000억 원에서 내년에는 70조원 안팎으로 쪼그라들 것이 확실시 된다. 현재 발행액이 거의 80조원 정도이기 때문에 발행한도를 확대하지 않으면 한전은 바로 생사기로의 벼랑 끝에 내몰린다. 한전채 발행한도를 의식한 자금조달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조건에서 불리한 은행 대출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레고랜드 사태로 대규모 한전채 발행이 회사채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줄이기 위해 은행 대출을 늘린 것도 이유가 되지만, 작년보다 20% 늘어난 은행 대출은 아무래도 한전채 발행한도를 의식한 조치라고 해석할 수 있다.한전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과거에 한번도 쓰지 않았던 무리수까지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정관에도 없는 발전자회사의 중간배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간배당은 주주친화적 경영의 일환으로 일부 기업이 실시하고 있으나, 사실상 한전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유일한 주주인 발전공기업은 중간배당을 실시할 이유가 크지 않다. 중간배당의 가능여부도 불확실하다. 발전자회사는 이미 낮은 정산조정계수를 적용받고 있어 실적이 저조한 상태에서 중간배당까지 하면 결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간배당으로 발전자회사의 장기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수원의 재정 악화는 대규모 자금의 조달 비용을 올려 신규 원전 건설, 원전 수출 등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기업이 위기에 빠지면 보통 최대주주가 발 벗고 나선다. 유상증자와 같은 최대주주의 출자도 검토된다. 유통 주식 수 증가에 의한 주가하락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적자 기업에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최대 주주의 출자는 시장에 긍정적일 수 있다. 한전의 최대 주주는 산업은행과 정부로 각각 32.9%, 18.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산은도 정부가 100% 출자한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한전의 사실상 최대주주는 정부다. 벼랑 끝 한전을 구해내야 한다. 한전법 4조에 따라 한전의 자본금을 최대 6조 원까지 늘릴 수 있다. 현재 자본금은 3조2000억원 정도로 출자할 공간이 남아 있다. 한전 자본금 수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재정여력이 부족한 현실이 야속하다. 지난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을 비판하는 이유를 여기서도 찾게 된다. 하지만 현실을 탓 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한전의 위기는 에너지산업 전체를 궁지로 몰아넣으며 한국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중대사라는 점에서 비상한 방법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인 해결방안은 전기요금 인상이다. 그리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정치에서 떼어내야 한다. "전기요금도 금통위 같은 독립된 기관에서 연료비 원가에 연동해 결정하는 것이 어떤 정부가 됐든 국정운영 부담도 덜고 국민 수용성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는 한전 사장의 말에 귀 기울일 때가 됐다.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전력수급기본계획, 시나리오별 아웃룩으로 개편해야

전력수급기본계획(전력계획)의 목적은 이름에 나온 것처럼 전력의 수요와 공급을 잘 맞춰보자는 것이 핵심이다. 전기사업법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 전기사업법 제25조 제1항에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전력수급의 안정을 위하여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전력수급의 안정이 유일한 목표는 아니다. 전기사업법 제25조 제7항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기본계획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제8조에 따른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부합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 정도의 규정으로는 꼭 지키지 않더라도 ‘노력’만 하면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5항을 보면 ‘노력’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다음 각호의 계획을 수립·변경할 때에는 온실가스 중장기 감축목표 등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호에 전력계획을 명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도대체 전력계획을 수립할 때 전력수급 안정을 목표로 해야 하는가, 아니면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부합하도록 해야 하는가? 문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분명하게 법에 규정되어 있지만 전력수급 안정이란 말은 다소 모호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맞는 계획을 입안하고 전력수급 안정이란 목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안 하는 것이 속 편할 수 있다. 담당 정부부처의 입장에서 실무적 목적은 다를 수 있다. 한전의 내부 계획이었던 ‘전원개발계획’을 전기사업법에 규정해야 했던 이유는 전력계획에서 명시된 설비계획을 근거로 발전설비에 대한 건설허가를 내리고 원전 등 발전설비와 관련된 복잡하고 다양한 허가를 ‘전원개발에 대한 특례법’을 통해 일괄적으로 의제처리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점에서 정부 입장에서 전력계획을 수립하는 실용적인 목적은 사실상 발전설비에 대한 건설허가를 내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력계획은 2년마다 수립된다. 그렇다면 어차피 2년 후에 다시 세우고 바꾸게 될 계획을 뭐하러 조급하게 2년마다 수립하는가? 그 이유는 2년 사이에 새로운 발전설비의 건설허가를 내줘야 발전설비가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건설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 착공을 해야 발전설비가 몇 년 후에 속속 준공되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은 2년 후의 일은 급하지 않다. 당장 재임기간 동안 발전설비를 착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전력계획의 결론으로 정부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설비건설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설비건설이라는 정부의 실질적 목적은 사실상 발전량을 토대로 파악하는 전력수급의 안정과는 크게 동떨어질 수도 있다. 지난 10차 계획에서 2030년에 발전량 23%를 담당하던 LNG를 불과 6년 후에 9%로 줄여버렸다. LNG 설비는 그럴듯하게 건설한다고 계획하더라도 수익성이 나지 않아 문을 닫아야 하는 LNG 발전설비를 누가 건설할지까지는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이런 수준의 LNG 발전량은 LNG 장기계약 물량을 적게 잡도록 하는 셈이어서 수요 증가시 LNG 스팟물량을 추가시켜 국내 천연가스 소매가격과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된다. 지금까지 정부는 이 목적, 저 목적에 맞추기 위해 곡예를 해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본질적 목적인 수급안정,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충 아젠더의 제시, 탈원전(또는 그 반대로 원전 확충), 그리고 실무적 목적인 설비건설 계획의 확정 등 여러 목적을 어떻게 포장하고, 그 실질적 효과를 어떻게 거둬야 할지 고민했을 것이다. 이제 정부는 솔직해져야 한다. 전력계획을 시나리오별 아웃룩(outlook)으로 바꿔서 다양한 목표와 함께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를 병행해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숨바꼭질은 그만하고 솔직한 게임을 하는 것이 낫다.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1980년대 수준 못벗어나는 에너지효율화시스템

21세기 들어 정보통신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리는 생활 여러 분야에서 스마트한 혁신을 맛보고 또 즐기고 있다. 휴대폰은 우리의 스마트한 생활을 이끄는 대표적인 기기로 통신과 자료검색은 물론이고 카메라나 리모컨 같은 다른 전자기기의 역할도 하고 더 나가 금융 거래와 최첨단 AI 기능까지 모두 탑재해 다음 단계로의 혁신을 이끌어가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통신 분야의 혁신과 발전은 다른 분야로 전파되어 사회 전체의 혁신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에너지 분야는 이제 더 이상 그렇지 못한 것 같다. 1980년대 에너지산업은 우리나라의 혁신을 앞서서 이끌었다. 막 석유위기를 넘어선 당시, 우리나라는 전력망 건설 및 관리체계를 완성해 건국 후 처음으로 전국 어딜 가나 TV, 냉장고 등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100%가 넘는 전기보급률과 0%에 가까운 정전발생률 덕분에 선진국보다도 좋은 전기를 정전 걱정없이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천연가스의 도입으로 연탄난방 시대를 끝내고 보다 편안한 겨울을 나게 되었다. 도시가스, 열병합발전 등 당시 개발된 난방시스템은 지금도 신도시와 고층아파트에 사용되며 밤중에 연탄을 가는 수고없이 따스한 겨울을 지낸다. 천연가스는 버스의 연료로도 사용되며 도시의 매연가스를 줄여 생활 편의를 크게 높여주었다. 이렇듯 1980년대에 일어난 전기 및 천연가스의 사용은 편안하고 청정한 생활을 가능하게 한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반면 정보통신산업은 아직 전화기의 시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를 지나면서 정보통신산업은 민간의 대형투자와 혁신적인 기술개발로 CDMA에서 5G에 이르는 무선통신 개발, 디지털화, 서비스 다양화 등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이에 비해 에너지산업은 제자리에 머무르며 혁신 속도도 후퇴하고 있다. 게다가 정보통신 분야의 혁신과 발전을 전달받아 에너지 분야에 적용하는 것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서비스 다양화의 부재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정보통신산업과 달리 서비스라는 게 달랑 ‘전기’ 하나 뿐이다. 전국 곳곳에 설치된 전력망을 활용한 부가서비스가 전혀 없다. 정보통신 분야의 다양한 요금제나 편리한 서비스 등은 그림의 떡이다. 한마디로 소비자는 스마트한 행동을 할 수 없고, 단지 더 쓰고 돈 많이 내거나 아니면 덜 쓰고 덜 내거나의 두 가지의 선택만이 가능하다. 겨울철 난방이나 여름 냉방 수요 급증으로 인한 에너지 효율화 수단에서도 1980년대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한 등 끄기, 냉난방 온도 제한, 차량 10부제 등 클래식한 방법들 말이다. 첨단기술을 사용해 에너지소비를 스마트하게 개선하는 방법은 없을까? 독일은 21기 들어 LEEN(Learning Energy Efficiency Network) 사업을 적극 펼쳤다. 지역별로 기업들이 모여 에너지절약을 위한 유한회사를 만들고 이들을 지방정부와 대학, 연구기관이 지원하는 참여형의 자율형 에너지효율개선제도이다. 2002년 시작해 현재까지 1000여개 기업이 혜택을 보고 있다. 이 방식은 무엇보다 지역 중소기업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게 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원하는 정보의 공유를 통해 문제를 해소하는 정보분석 및 정보서비스 사업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덕분에 독일의 지방 중소기업들은 자신들의 소비패턴이 반영된 스마트한 에너지소비가 가능해졌으며 이로 인하여 고용증대는 물론 독일 제조업의 국제적 경쟁력이 향상되었다. 스마트한 소비와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함께 유도한 스마트한 정책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스마트 소비를 시행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아직 미미하다. 다양한 요금제도와 수요자에 맞춘 서비스 공급이 없기 때문이다. 휴대폰 사용 요금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고 휴대폰에서 직접 변경이 가능하다. 빅 데이터로 적절한 요금제도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전기 등 에너지 요금은 실시간으로 알 수 없으며 요금제도 옵션이 없다. 이건 전기나 가스요금을 올리는 것과 무관하게 시행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기술들이 에너지 분야의 혁신을 이루어내는 것만이라도 북돋아 주면 한다. 이렇게해서 국민과 기업들이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스마트한 에너지 수요관리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기고] 도시가스산업에 대한 오해와 이해

우리나라 가구의 85%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도시가스는 전기와 함께 주요 범용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편리하게 경제적으로 도시가스를 사용하면서도 도시가스와 도시가스산업에 대한 인식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고 오해가 많은 점이 이채롭다. 이하에서는 도시가스와 도시가스산업에 대한 오해의 관점을 살펴보고 소비자들의 바른 이해를 돕고자 한다. 첫째, 오해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도시가스를 전력과 같이 국가 또는 공기업이 공급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일반도시가스사업자는 명명백백 사기업이다.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허가를 받은 34개 민간 기업에 의해 공급되고 있다. 다만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해서 도시가스회사까지 공급해 주는 도입 및 전국배관망 공급사업은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둘째, 도시가스를 공공재(public goods)로 인식하는 오해이다. 공공재는 국방이나 치안, 도로, 항만 등과 같이 시장원리에 의한 공급과 가격이 결정되면 시장의 실패 등 민간이 공급하기에 한계가 있고, 대체가 불가능한 재화이다. 즉, 소비의 비경합성과 비경제성을 특징으로 하는 재화이다. 반면 도시가스는 민간기업에 의해 40년 이상 공급되고 있는 경쟁적이고 대체가능한 에너지이다. 전력과 경합하며 지역난방과 치열하게 경쟁한다. 따라서 도시가스는 공공재가 아니며,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시장에서 거래되는 사적 재화이다. 셋째, 국제 천연가스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가면 도시가스회사의 이익이 대폭 늘어난다는 오해이다. 도시가스요금 결정구조를 이해하게 되면 소비자들의 오해는 말끔히 불식될 수 있다. 도시가스는 소비자요금의 약 90% 정도가 도매사업자인 한국가스공사의 원료비와 공급비용 및 세금으로 구성된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원료비만 인상되는 것이지 도시가스사의 추가 이익은 발생하지 않는다. 10%에 불과한 도시가스사의 공급비용은 지방공공요금으로 분류되어 지자체에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도시가스사의 이익은 사업자가 투자한 자본에 대한 투자보수만큼만 가질 수 있는 구조이다. 이는 도시가스사의 영업이익이 1~2%에 불과한 이유이다. 최근 15년간 도시가스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상관계수(correlation coefficient)가 0.17에 불과한 점은 이를 반증하고 있다. 넷째, 도시가스는 위험하고 전기는 안전하다는 인식도 많지만, 도시가스가 전기보다 휠씬 안전하다고 본다. 최근 10년간 정부 통계를 살펴보면, 전기사고 사망자가 도시가스 사고 사망자 보다 17배 많고, 사고 건수도 전기가 수십 배 많다. 어떤 에너지든지 소비자가 스스로 안전수칙을 지키고 사용하는 점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도시가스를 사용하면 유해 물질이 나온다는 잘못된 인식이다. 고등어 파동으로 촉발된 유해 물질 논쟁은 전기레인지나 가스레인지 모두 조리 과정에서 미세먼지 등이 발생하는 것이지, 에너지 자체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전기레인지 판매사업자들의 얄팍한 상술에 불과한 과대·허위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에너지복지 포퓰리즘의 확대 요구는 도시가스를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재라는 인식에서 비롯되는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공공재적 성격은 있으나 엄연히 사적 재화인 도시가스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거나 최소한의 규제영역으로 남아야 한다. 천연가스는 현존하는 에너지원 중 안전하고 가장 청정한 화석 에너지임에도 불구하고 전전화(全電化)의 미명 아래 안전하지도 깨끗하지도 않은 에너지로 낙인되는 오류는 없어야 한다.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의 가교 역할에 가장 충실한 천연가스의 역할을 과소평가 한다면 탄소중립은 요원할 것이다. 천연가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지금부터라도 바르게 정립되길 바란다.정희용

[EE칼럼] CCUS, 화석연료 퇴출의

르네상스시대 이후 과학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물리학과 화학의 발전은 사물을 다루는 기술을 진보시켰고, 새로운 소재와 기계는 현대 산업 문명의 토대가 돼 21세기 80억 인류를 부양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이 곧바로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진전이나 아이디어는 상당 시간 동안 숙성되고 검증되어야 우리의 일상생활에 함께 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은 이러한 기술의 성숙도를 9개의 단계로 나눈다. 하나의 기술은 기초연구단계(기초 이론·실험:개념 정리)에서 시작해 실험단계(기본 성능 검증: 소재·부품·시스템 성능 검증)와 시작품단계(시작품 제작 및 성능 평가 : 파일롯 규모의 시작품 제작 및 평가), 실용화 단계(신뢰성 평가 및 수요기업 평가 : 시제품 인증 및 표준화)를 거쳐야 비로소 마지막 단계인 양산 및 사업화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그 기간은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하지만 상당수가 중간의 어느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사장되기 일쑤다. 개발자나 이해관계자는 사업화를 위한 투자를 받기 위해 개념 정리 단계에서부터 그 효과와 이익을 홍보하지만 실제 사업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첩첩산중을 넘어야 한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8)에 즈음해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CCUS) 세일즈가 한창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파리협정 이행 점검을 비롯해 ‘손실과 피해기금’의 조성이 중점 논의되지만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국제사회에서 처음으로 합의될지도 관심을 끈다. 이미 G7 정상회의에서는 이번 세기 안에 화석연료의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지만 산유국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 총회의 의장을 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회사의 CEO 술탄 알 자베르가 맡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우리는 화석연료 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실행 가능한 탈탄소 대안을 추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탄소를 줄이는 CCUS를 강조한 바 있다. CCUS는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따로 모아 깊은 땅속에 파묻거나 다른 유용한 물질로 변환해 활용하는 기술이다. 이론상 온실가스를 배출해도 처리할 수 있으니 화석연료의 사용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산유국을 비롯해 기후위기를 과소평가하는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과학기술이다. 그동안 각국은 CCUS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왔고 탄소 포집에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모은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땅속 지하수 층이나 폐 유전·가스전 등에 파묻는 방법이 모색됐다. 그러나 삽입 후 다시 새어 나오지 않도록 관리하는 문제와 모은 이산화탄소를 이송하기 위해 파이프를 설치해야 하는 문제 등으로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는 방법에는 폴리카보네이트 같은 화학물질로 변환하는 방법과 메탄올 등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방법, 칼슘염이나 마그네슘염 등과 반응시켜 광물질로 변환하는 방법 등이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화학공업의 원료로 사용한다고 해도 그 사용량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에도 이르지 못하며,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적합한 미생물의 발견과 반응속도의 제고 등에 한계가 있다. 화학적 방법으로 메탄올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다량의 수소가 필요한데, 현재 수소를 생산하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은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를 개질하는 방법이다. 이때는 수소만이 아니라 이산화탄소도 발생하기 때문에 모순에 빠진다. 또 탄산염 광물질로 바꾸는 방법은 그 물질의 활용을 찾지 못하면 또 다른 폐기물이 양산된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CCUS의 기술성숙도는 실험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과학기술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5단계 이상의 진전을 이뤄야 하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에너지전환을 위한 글로벌 씽크탱크인 에너지전환위원회(ETC)는 지난달 발간한 ‘에너지전환에서의 화석연료’ 보고서에서 CCUS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낙관을 경계했다. ETC는 2022년 보고서에서 "CCUS는 고비용의 기술이지만 이에 대한 투자 확대로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 비용이 낮아지고 설비가 증설된다면 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으나 올해 보고서에서는 "탄소포집 기술을 활용하면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해도 기후변화를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한 망상(dangerous delusion)’"이라고 일침했다. 그런 만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로 확대’하겠다는 지난 9월의 G20정상 합의가 더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임을 상기해야 한다.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EE칼럼] 지구온난화 억제에 고삐 조이는 국제사회

2023년 유엔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8)를 앞두고 알 자베르 COP28의장은 각국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11TW로 3배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2배로 늘리려는 글로벌 목표에 동의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강력한 지지와 함께 IEA 보고서 ‘2023년 넷제로 로드맵’과 IRENA 보고서 ‘2030년까지 재생 가능 전력을 3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2배로 늘립니다 : 1.5도를 향한 중요한 단계’, BNEF 보고서 ‘어렵고 빠르며 달성 가능(Hard, Fast and Achievable)’, 기후행동추적과 세계자원연구소 등이 공동집필한 ‘기후 행동 현황 2023’이 그 당위성과 근거, 로드맵 등을 제시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넷제로 전환의 석유 및 가스 산업’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석유·가스 업계에 진정으로 세상을 돕는 데 전념해야 하며 석유·가스 업계가 지구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설비 투자의 50%를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시된 보고서들은 모두 현재의 정책으로는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4~2.7도의 온난화가 예상되는 등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속도와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2030년까지 관련 조치를 긴급하게 가속해야 한다며 방법들을 소개했다. 보고서들이 제시한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과 관련, IEA는 전기자동차,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기록적인 성장을 예로 들며 향후 10년간 에너지 전환에 연간 약 4조5000억 달러(약 6082조 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3년 이전 세계에너지 전환 예상 투자 규모는 1조 8000억달러(약 2434조 원)로 역시 약 3배 가속이 필요하며 전기차 및 히트펌프 판매량 확대, 에너지 부문 메탄 배출량 75% 감소 등을 권고했다. ‘기후 행동 현황 2023’에서는 42개 지표 중 전기 자동차를 제외한 41개 지표가 2030년 목표에 미달하며 엄청난 가속과 함께 태양광, 풍력 발전이 2030까지 연평균 24%로 성장해 발전량 중 태양광, 풍력 점유율을 47~78%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석탄발전 비중 감소 7배, 전력의 탄소집약도 감소 9배, 대중교통 인프라 확대 6배, 건물의 탄소집약도 감소 4배, 삼림 벌채율 감소 4배 등을 제시했다. BNEF는 태양광을 중심으로 2030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대를 통해 재생에너지가 2030년까지 모든 배출 감소의 62%를 기여해야 하고 산업 및 도로 운송과 같은 최종 사용 부문의 전기화로 전체 탄소 감소의 15%를 추가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IRENA는 재생에너지 3배, 에너지 효율 2배와 함께 전력망, 시장 인센티브 및 재정정책, 규제 완화와 국제사회의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태양광 발전 용량은 2030년까지 최소 5400GW로 2022년보다 4345GW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약하면 재생에너지 3배 확대와 에너지 효율을 2배로 늘리는 것, 즉 COP28 의장의 촉구 내용과 같다. 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2021년 세계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배출량은 114억7000만 톤으로 전 세계 배출량(371억2000만 톤)의 30.9%를 차지했다. 그 뒤를 50억 톤으로 13.5%를 차지한 미국, 인도(7.2%), 러시아(4.7%), 일본(2.8%), 이란(2.0%), 독일(1.8%) 순이다. 전 세계 배출량 가운데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로 10위다. 이에 비해 누적배출량을 기준으로는 미국이 단연 1위다. 미국은 산업화 이후 최근(1750~2021)까지 누적배출량이 4219억 톤으로 전 세계 누적배출량(1조7369억 톤)의 24.3%를 차지한다. 그 뒤로 중국(2493억 톤)이 14.4%로 2위, 러시아 1,175억 톤(6.8%), 독일 933억 톤(5.4), 영국 785억 톤(4.5%) 순이다. 우리나라는 189억 톤(1.1%)으로 17위다. 배출량만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따지자면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 순이지만 당장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순으로 중요하다. 5개국의 배출총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59.3%에 달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 15일 미국과 중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협력 강화에 관한 Sunnylands 성명을 통해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려는 G20 정상 선언을 지지하고, 지구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중국이 무역경쟁에서 새로운 무기 즉 태양광, 풍력을 장착할 때 우린 맨몸으로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우리 정부도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는 것과 함께 세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우리 기업에 충분한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에너지전환포럼 이사

[EE칼럼]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관전 포인트는

오는 28일부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개최된다. 벌써부터 참가 예상 인원이 수만명이라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을 보니 역대 최대 기후변화 회의 기록을 바꾸는 것이 아닌가 하는 호기심도 생긴다. 이행 중심의 체제로 되어 있는 파리협정이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 되고, 이행 규칙에 대한 논의도 사실상 다 마무리가 됨에 따라 이제부터는 파리협정이 잘 이행되는가가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이 됐다. 그렇기에 파리협정의 이행수단으로 불리는 기술, 재원 그리고 개도국 지원에 관한 역량 강화 (Capacity building)에 대한 논의와 함께 몇 가지 이슈들이 주목을 끌게될 것이다. 첫째, COP28은 파리협정 체제가 성립한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이행점검(Global Stocktake)이 이뤄지는 회의다. 파리협정 체제는 각 회원국 사정에 맞도록 기후변화 대응계획(NDC)을 마련,이행하면서 5년마다 이행상황을 점검을 하기로 했다. 우리가 5개년 경제성장 계획을 마련해 수시로 점검을 하면서 목표를 상향해 왔던 것을 생각하면 NDC 달성과 이행점검의 관계를 잘 이해할 수 있다. 2015년 파리협정이 체결될 당시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향후 파리협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 이행점검이라고 했다. 아마도 이전의 NDC 이행을 점검하면서 향후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비전과 목표를 세우는데 각국 정상급이 많이 참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번 글로벌 이행점검 논의가 잘 진행되면 파리협정의 미래는 더욱 밝아지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유엔 기후변화 협약 회의를 찾는 정상들의 발걸음은 줄어들 것이다. 둘째, 일반인은 물론 기업, 심지어 정부에 담당자 중에서도 파리협정의 목적이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이외에 재원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파리협정은 저탄소 또는 탄소중립 경제를 활성화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하고자 하기에, 우리 몸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재원 문제는 파리협정 이행 성과를 담보하는 중요한 요소다.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게 적용되는 파리협정이지만, 스스로의 역량이 부족해 공공부문에서 집중적으로 지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대상국가 대부분이 개도국이다. 그렇기에 파리협정 체제하에서의 재원 논의는 주로 개도국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올해 COP28의 주최국인 아랍에미리트는 산유국으로서 축적한 국부를 이용해 포스트 오일 이후의 새로운 투자기회를 찾고 있고, 지난해 COP27 개최국 이집트는 중동국가이자 아프리카 국가로 개도국 지원을 위한 재원을 중요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COP28에서의 재원 문제는 COP27에서 손실과 피해 (Loss and Damage)를 통해 집중적으로 논의된 개도국 재원 문제와 더불어 장기 재원 확보 문제도 함께 논의될 것이다. 유엔 체제에서 재원 문제는 개도국이 선진국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창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개도국의 선진국에 대한 요청에 대해서 선진국은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욕 상향 (MWP) 어젠다를 통해서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확실한 입장 정립을 요청하면서 개도국을 압박할 것이다. 이에 더해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와 같이 유엔기후변화협약 체제에서 개도국으로 분류되어 있으나 더 이상 수혜국으로만 머물수 없는 중견국가들의 재원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 정립 여부도 중요하게 지켜봐야 한다. 셋째, 유엔 기후변화 협약 체제는 파리협정 이행 과정에서 정부는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예정하고 있다. 그러나 파리협정의 이행은 원칙적으로 정부 중심으로 되도록 구조화돼 있다. COP27에서 합의가 어렵다고 생각되었던 손실과 피해에 대한 극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도, COP27 개최기간 중에 발리에서 개최된 G20 회의 계기에 미국과 중국 정상의 기후변화에 대한 상호 협력을 하기로 한 합의 덕분이었다. 얼마 전 개최된 APEC 회의 기간 중에 한미 정상이 다시 한번 기후변화에 대한 협력을 다시 한번 확인한 만큼, 이번 COP28에서의 긍정적인 진전들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 대표단은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을 위해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자로서 우리나라 국외감축을 물론 중요한 어젠다에 대해서 우리가 주도하는 세계의 표준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E칼럼] 자원안보특별법의 나아갈 방향

최근 자원안보특별법이 국회 상임위에서 통과됐다. 주요국의 자원 확보 전쟁과 에너지 전환 핵심광물 수요의 증대, 그리고 미·중 간 첨예한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자원안보는 곧 경제안보와 국가안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과제가 됐다. 이런 가운데 자원안보특별법을 통해 자원안보의 중요성이 국내에서 법적 무게를 갖게 된 점은 매우 고무적이며 기대 역시 크다. 하지만 자원안보특별법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지금 이 단계에서부터 잘 짚어나갈 필요가 있다. 자원개발의 주역인 에너지 산업에 또 다른 규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자원안보의 핵심은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자원 개발 역량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를 규제하는데 있지 않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가경제와 시민사회에 보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인 수준의 자원공급을 가능케 하는 기반을 제공해 줄 것이다. 자원안보특별법은 5년 주기의 자원안보기본계획 수립, 자원안보위원회와 자원안보센터 등의 설치, 국가자원안보통합정보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 조기경보체계 구축 등을 담고 있다. 아울러 평시 핵심자원의 공급망 강화를 위해 안정적인 해외개발, 구매 및 조달, 핵심자원의 비축, 재자원화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의 전제 조건으로 석유나 천연가스, 니켈, 리튬과 같은 자원의 글로벌 다이나믹스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원안보 위기 발생 시에는 자원안보특별법을 통해 해외개발자원의 반입명령을 발동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과연 글로벌 공급부족 사태 시 얼마만큼 실효 있는 물량을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상류개발 단계에서부터 지분구조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러한 조치는 우리 자원개발사가 글로벌 메이저와 파트너쉽 계약을 맺을 때에도 제약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개발핵심자원의 국내 반입명령으로 인한 공급기관의 손실을 보전하고, 비축핵심자원의 방출 및 사용조치로 인한 비축의무기관의 손실 역시 보전한다는 내용 역시 더욱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실무선에서 이러한 손실을 회계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고난도 과제다. 남은 물량에 대한 제3자 트레이딩도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보다 구체화해야 하고, 위원회의 재량적 개입 보다는 시장 원리에 부합하도록 운용해야 한다. 손실보전을 위한 재원도 불명확하다. 현재 탄소중립이나 에너지 전환 등을 위한 여러 재원조차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비축손실분의 재원이 얼마나 확보될지도 동 법의 제정 과정에서 비용추계가 돼 있어야 한다. 자원안보특별법은 위기 발생 시에 사후적으로 에너지 자원 물량 확보를 강제하는 취지가 아니라, 사전에 선제적으로 해외자원을 확보하는 투자 촉진 차원에서 추진돼야 할 사안이다. 엄밀히 평가하자면 현재의 자원안보특별법은 전자에 더 무게중심이 맞춰져 있다. 해외개발자원의 강제적 반입명령, 비축의 상시의무화, 판매가격 최고액 설정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 반면 자원안보 역량 확보를 위한 국제협력, 연구개발, 인력양성 등의 사안은 선언적인 내용으로 담겨져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이면서도 해외자원 개발을 통한 자주개발률은 그동안 계속 떨어져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자원빈국인 일본의 자주개발률은 꾸준히 상승해 현재 40%를 웃돌고 있으며 2030년까지는 5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자원개발 주체의 행동을 억제하고 시장을 강제하는 법이 아니라, 자원개발을 독려하고 글로벌 메이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자원안보특별법이 돼야 한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E칼럼] 무탄소 이니셔티브, 관건은 국제공조 확보

한국이 주도하는 무탄소연합(Carbon Free Alliance)이 지난달 공식 출범했다. CFA는 한국 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한 협의체로,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제연합(UN) 총회 연설에서 제안한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기구다. CF연합은 앞으로 재생에너지, 원자력, 수소, 탄소포집이용저장기술(CCUS) 등 무탄소에너지의 공급과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활동을 펼친다. 실천 목표는 무탄소에너지 국제공통 규범의 설정과 시장환경 조성 및 투자촉진, 선진국-개도국간 공조체졔 구축 등이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은 국제환경단체 ‘클라이밋그룹’ 등이 주도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캠페인에 맞춰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SK그룹 6개 계열사를 필두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30여개 기업이 RE100 참여를 선언했다. 한편으로 우리 정부는 한국형 RE100시스템인 ‘K-RE100’을 도입·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만으로 충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기업들에게 RE100 이행이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CF연합은 무탄소에너지의 범위를 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다른 청정에너지로 넓혀 이들 기술을 중립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기보다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다른 무탄소에너지로 범위를 넓혀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우리의 공급확대 잠재력이 큰 원전의 사용을 늘릴 필요가 있다. 원전 사용의 확대는 국제적 추세와도 부합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9월 발표한 ‘넷제로 로드맵: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글로벌 경로’라는 보고서에서 2050년 세계 원전 설비 용량이 9억1600만kW로 지난해(4억1700만kW)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을 내다봤다. 올해 초 현재 세계 18개국에서 총 6400만kW의 원자로가 건설 중이다. 또 지난달 9~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제2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후변화와 원자력의 역할에 관한 국제회의: Atoms 4NetZero’ 개막식에서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자력 발전설비 용량이 8억 9000만 kW로 2020년 전망치에 비해 약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및 경제개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원자력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로시 총장은 각국이 기존 원자로의 가동 기간을 연장하고 있고, 첨단 원자로 건설을 고려 또는 착공하고 있으며, 발전 이외의 용도로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원자력협회(WNA)가 최근 발표한 ‘2023년 세계 원자력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원자력 발전량은 2조 5450억kWh로 전년보다 1000억kWh 넘게 줄었지만 6년 연속 2조 5000억kWh 이상을 기록해 수력발전에 이어 세계 청정전력의 약 4분의 1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원자로 6기(중국 2기, 핀란드, 파키스탄, 한국, 아랍에미리트연합 각 1기)가 송전을 시작했고, 중국 5기, 이집트 2기, 터키 1기 등 총 8기의 원자로가 건설됐다. 무엇보다 아시아지역에서 원전 발전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아시아의 원자력 발전량은 370억 kWh 증가했다. 지난 10년 동안 아시아의 원자력 발전량은 두 배 이상 늘어나며 현재는 서유럽과 중부 유럽의 원자력 발전량을 능가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전 세계 원자로의 4분의 3이 아시아에서 이뤄지고 있다. WNA는 탈탄소화와 보편적 접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의 급속한 확대와 함께 기존 원자력 발전소의 활용(장기 운영) 극대화하와 신규 건설을 촉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국제적 조류 속에서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무탄소연합을 주창하고 국제사회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적극 행보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CF연합이 이제 막 출범한 만큼 우리나라는 한편으로 RE100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보다 범위가 넓고 탄소중립 실현가능성을 높이는 CF연합 쪽으로 점차 무게중심을 옮겨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일본, 프랑스, 중국 등 원자력에 비교우위가 있는 나라의 정부 및 기업과 국제공조 체제를 구축하고 CF연합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CF에너지의 인증체계를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표준을 만드는 일이다. 이달말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 등 국제무대에서의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국제사회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야 한다. 이번 국회에서 CF연합 관련 예산 6억원이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할 상황에 놓여 있다 하니 야당부터 설득하는 게 순서일 듯 하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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