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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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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1980년대 수준 못벗어나는 에너지효율화시스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04 09:10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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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21세기 들어 정보통신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리는 생활 여러 분야에서 스마트한 혁신을 맛보고 또 즐기고 있다. 휴대폰은 우리의 스마트한 생활을 이끄는 대표적인 기기로 통신과 자료검색은 물론이고 카메라나 리모컨 같은 다른 전자기기의 역할도 하고 더 나가 금융 거래와 최첨단 AI 기능까지 모두 탑재해 다음 단계로의 혁신을 이끌어가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통신 분야의 혁신과 발전은 다른 분야로 전파되어 사회 전체의 혁신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에너지 분야는 이제 더 이상 그렇지 못한 것 같다.

1980년대 에너지산업은 우리나라의 혁신을 앞서서 이끌었다. 막 석유위기를 넘어선 당시, 우리나라는 전력망 건설 및 관리체계를 완성해 건국 후 처음으로 전국 어딜 가나 TV, 냉장고 등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100%가 넘는 전기보급률과 0%에 가까운 정전발생률 덕분에 선진국보다도 좋은 전기를 정전 걱정없이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천연가스의 도입으로 연탄난방 시대를 끝내고 보다 편안한 겨울을 나게 되었다. 도시가스, 열병합발전 등 당시 개발된 난방시스템은 지금도 신도시와 고층아파트에 사용되며 밤중에 연탄을 가는 수고없이 따스한 겨울을 지낸다. 천연가스는 버스의 연료로도 사용되며 도시의 매연가스를 줄여 생활 편의를 크게 높여주었다. 이렇듯 1980년대에 일어난 전기 및 천연가스의 사용은 편안하고 청정한 생활을 가능하게 한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반면 정보통신산업은 아직 전화기의 시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를 지나면서 정보통신산업은 민간의 대형투자와 혁신적인 기술개발로 CDMA에서 5G에 이르는 무선통신 개발, 디지털화, 서비스 다양화 등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이에 비해 에너지산업은 제자리에 머무르며 혁신 속도도 후퇴하고 있다. 게다가 정보통신 분야의 혁신과 발전을 전달받아 에너지 분야에 적용하는 것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서비스 다양화의 부재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정보통신산업과 달리 서비스라는 게 달랑 ‘전기’ 하나 뿐이다. 전국 곳곳에 설치된 전력망을 활용한 부가서비스가 전혀 없다. 정보통신 분야의 다양한 요금제나 편리한 서비스 등은 그림의 떡이다. 한마디로 소비자는 스마트한 행동을 할 수 없고, 단지 더 쓰고 돈 많이 내거나 아니면 덜 쓰고 덜 내거나의 두 가지의 선택만이 가능하다.

겨울철 난방이나 여름 냉방 수요 급증으로 인한 에너지 효율화 수단에서도 1980년대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한 등 끄기, 냉난방 온도 제한, 차량 10부제 등 클래식한 방법들 말이다. 첨단기술을 사용해 에너지소비를 스마트하게 개선하는 방법은 없을까?

독일은 21기 들어 LEEN(Learning Energy Efficiency Network) 사업을 적극 펼쳤다. 지역별로 기업들이 모여 에너지절약을 위한 유한회사를 만들고 이들을 지방정부와 대학, 연구기관이 지원하는 참여형의 자율형 에너지효율개선제도이다. 2002년 시작해 현재까지 1000여개 기업이 혜택을 보고 있다. 이 방식은 무엇보다 지역 중소기업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게 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원하는 정보의 공유를 통해 문제를 해소하는 정보분석 및 정보서비스 사업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덕분에 독일의 지방 중소기업들은 자신들의 소비패턴이 반영된 스마트한 에너지소비가 가능해졌으며 이로 인하여 고용증대는 물론 독일 제조업의 국제적 경쟁력이 향상되었다. 스마트한 소비와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함께 유도한 스마트한 정책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스마트 소비를 시행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아직 미미하다. 다양한 요금제도와 수요자에 맞춘 서비스 공급이 없기 때문이다. 휴대폰 사용 요금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고 휴대폰에서 직접 변경이 가능하다. 빅 데이터로 적절한 요금제도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전기 등 에너지 요금은 실시간으로 알 수 없으며 요금제도 옵션이 없다. 이건 전기나 가스요금을 올리는 것과 무관하게 시행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기술들이 에너지 분야의 혁신을 이루어내는 것만이라도 북돋아 주면 한다. 이렇게해서 국민과 기업들이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스마트한 에너지 수요관리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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