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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
하지만 자원안보특별법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지금 이 단계에서부터 잘 짚어나갈 필요가 있다. 자원개발의 주역인 에너지 산업에 또 다른 규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자원안보의 핵심은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자원 개발 역량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를 규제하는데 있지 않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가경제와 시민사회에 보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인 수준의 자원공급을 가능케 하는 기반을 제공해 줄 것이다.
자원안보특별법은 5년 주기의 자원안보기본계획 수립, 자원안보위원회와 자원안보센터 등의 설치, 국가자원안보통합정보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 조기경보체계 구축 등을 담고 있다. 아울러 평시 핵심자원의 공급망 강화를 위해 안정적인 해외개발, 구매 및 조달, 핵심자원의 비축, 재자원화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의 전제 조건으로 석유나 천연가스, 니켈, 리튬과 같은 자원의 글로벌 다이나믹스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원안보 위기 발생 시에는 자원안보특별법을 통해 해외개발자원의 반입명령을 발동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과연 글로벌 공급부족 사태 시 얼마만큼 실효 있는 물량을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상류개발 단계에서부터 지분구조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러한 조치는 우리 자원개발사가 글로벌 메이저와 파트너쉽 계약을 맺을 때에도 제약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개발핵심자원의 국내 반입명령으로 인한 공급기관의 손실을 보전하고, 비축핵심자원의 방출 및 사용조치로 인한 비축의무기관의 손실 역시 보전한다는 내용 역시 더욱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실무선에서 이러한 손실을 회계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고난도 과제다. 남은 물량에 대한 제3자 트레이딩도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보다 구체화해야 하고, 위원회의 재량적 개입 보다는 시장 원리에 부합하도록 운용해야 한다.
손실보전을 위한 재원도 불명확하다. 현재 탄소중립이나 에너지 전환 등을 위한 여러 재원조차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비축손실분의 재원이 얼마나 확보될지도 동 법의 제정 과정에서 비용추계가 돼 있어야 한다.
자원안보특별법은 위기 발생 시에 사후적으로 에너지 자원 물량 확보를 강제하는 취지가 아니라, 사전에 선제적으로 해외자원을 확보하는 투자 촉진 차원에서 추진돼야 할 사안이다. 엄밀히 평가하자면 현재의 자원안보특별법은 전자에 더 무게중심이 맞춰져 있다. 해외개발자원의 강제적 반입명령, 비축의 상시의무화, 판매가격 최고액 설정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 반면 자원안보 역량 확보를 위한 국제협력, 연구개발, 인력양성 등의 사안은 선언적인 내용으로 담겨져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이면서도 해외자원 개발을 통한 자주개발률은 그동안 계속 떨어져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자원빈국인 일본의 자주개발률은 꾸준히 상승해 현재 40%를 웃돌고 있으며 2030년까지는 5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자원개발 주체의 행동을 억제하고 시장을 강제하는 법이 아니라, 자원개발을 독려하고 글로벌 메이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자원안보특별법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