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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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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무탄소 이니셔티브, 관건은 국제공조 확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23 07:57

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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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한국이 주도하는 무탄소연합(Carbon Free Alliance)이 지난달 공식 출범했다. CFA는 한국 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한 협의체로,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제연합(UN) 총회 연설에서 제안한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기구다. CF연합은 앞으로 재생에너지, 원자력, 수소, 탄소포집이용저장기술(CCUS) 등 무탄소에너지의 공급과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활동을 펼친다. 실천 목표는 무탄소에너지 국제공통 규범의 설정과 시장환경 조성 및 투자촉진, 선진국-개도국간 공조체졔 구축 등이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은 국제환경단체 ‘클라이밋그룹’ 등이 주도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캠페인에 맞춰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SK그룹 6개 계열사를 필두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30여개 기업이 RE100 참여를 선언했다. 한편으로 우리 정부는 한국형 RE100시스템인 ‘K-RE100’을 도입·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만으로 충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기업들에게 RE100 이행이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CF연합은 무탄소에너지의 범위를 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다른 청정에너지로 넓혀 이들 기술을 중립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기보다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다른 무탄소에너지로 범위를 넓혀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우리의 공급확대 잠재력이 큰 원전의 사용을 늘릴 필요가 있다. 원전 사용의 확대는 국제적 추세와도 부합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9월 발표한 ‘넷제로 로드맵: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글로벌 경로’라는 보고서에서 2050년 세계 원전 설비 용량이 9억1600만kW로 지난해(4억1700만kW)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을 내다봤다. 올해 초 현재 세계 18개국에서 총 6400만kW의 원자로가 건설 중이다.

또 지난달 9~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제2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후변화와 원자력의 역할에 관한 국제회의: Atoms 4NetZero’ 개막식에서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자력 발전설비 용량이 8억 9000만 kW로 2020년 전망치에 비해 약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및 경제개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원자력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로시 총장은 각국이 기존 원자로의 가동 기간을 연장하고 있고, 첨단 원자로 건설을 고려 또는 착공하고 있으며, 발전 이외의 용도로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원자력협회(WNA)가 최근 발표한 ‘2023년 세계 원자력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원자력 발전량은 2조 5450억kWh로 전년보다 1000억kWh 넘게 줄었지만 6년 연속 2조 5000억kWh 이상을 기록해 수력발전에 이어 세계 청정전력의 약 4분의 1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원자로 6기(중국 2기, 핀란드, 파키스탄, 한국, 아랍에미리트연합 각 1기)가 송전을 시작했고, 중국 5기, 이집트 2기, 터키 1기 등 총 8기의 원자로가 건설됐다.

무엇보다 아시아지역에서 원전 발전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아시아의 원자력 발전량은 370억 kWh 증가했다. 지난 10년 동안 아시아의 원자력 발전량은 두 배 이상 늘어나며 현재는 서유럽과 중부 유럽의 원자력 발전량을 능가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전 세계 원자로의 4분의 3이 아시아에서 이뤄지고 있다. WNA는 탈탄소화와 보편적 접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의 급속한 확대와 함께 기존 원자력 발전소의 활용(장기 운영) 극대화하와 신규 건설을 촉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국제적 조류 속에서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무탄소연합을 주창하고 국제사회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적극 행보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CF연합이 이제 막 출범한 만큼 우리나라는 한편으로 RE100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보다 범위가 넓고 탄소중립 실현가능성을 높이는 CF연합 쪽으로 점차 무게중심을 옮겨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일본, 프랑스, 중국 등 원자력에 비교우위가 있는 나라의 정부 및 기업과 국제공조 체제를 구축하고 CF연합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CF에너지의 인증체계를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표준을 만드는 일이다.

이달말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 등 국제무대에서의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국제사회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야 한다. 이번 국회에서 CF연합 관련 예산 6억원이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할 상황에 놓여 있다 하니 야당부터 설득하는 게 순서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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