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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CCUS, 화석연료 퇴출의 '면죄부'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30 08:07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신동한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르네상스시대 이후 과학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물리학과 화학의 발전은 사물을 다루는 기술을 진보시켰고, 새로운 소재와 기계는 현대 산업 문명의 토대가 돼 21세기 80억 인류를 부양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이 곧바로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진전이나 아이디어는 상당 시간 동안 숙성되고 검증되어야 우리의 일상생활에 함께 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은 이러한 기술의 성숙도를 9개의 단계로 나눈다. 하나의 기술은 기초연구단계(기초 이론·실험:개념 정리)에서 시작해 실험단계(기본 성능 검증: 소재·부품·시스템 성능 검증)와 시작품단계(시작품 제작 및 성능 평가 : 파일롯 규모의 시작품 제작 및 평가), 실용화 단계(신뢰성 평가 및 수요기업 평가 : 시제품 인증 및 표준화)를 거쳐야 비로소 마지막 단계인 양산 및 사업화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그 기간은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하지만 상당수가 중간의 어느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사장되기 일쑤다. 개발자나 이해관계자는 사업화를 위한 투자를 받기 위해 개념 정리 단계에서부터 그 효과와 이익을 홍보하지만 실제 사업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첩첩산중을 넘어야 한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8)에 즈음해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CCUS) 세일즈가 한창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파리협정 이행 점검을 비롯해 ‘손실과 피해기금’의 조성이 중점 논의되지만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국제사회에서 처음으로 합의될지도 관심을 끈다. 이미 G7 정상회의에서는 이번 세기 안에 화석연료의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지만 산유국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 총회의 의장을 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회사의 CEO 술탄 알 자베르가 맡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우리는 화석연료 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실행 가능한 탈탄소 대안을 추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탄소를 줄이는 CCUS를 강조한 바 있다.

CCUS는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따로 모아 깊은 땅속에 파묻거나 다른 유용한 물질로 변환해 활용하는 기술이다. 이론상 온실가스를 배출해도 처리할 수 있으니 화석연료의 사용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산유국을 비롯해 기후위기를 과소평가하는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과학기술이다.

그동안 각국은 CCUS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왔고 탄소 포집에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모은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땅속 지하수 층이나 폐 유전·가스전 등에 파묻는 방법이 모색됐다. 그러나 삽입 후 다시 새어 나오지 않도록 관리하는 문제와 모은 이산화탄소를 이송하기 위해 파이프를 설치해야 하는 문제 등으로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는 방법에는 폴리카보네이트 같은 화학물질로 변환하는 방법과 메탄올 등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방법, 칼슘염이나 마그네슘염 등과 반응시켜 광물질로 변환하는 방법 등이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화학공업의 원료로 사용한다고 해도 그 사용량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에도 이르지 못하며,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적합한 미생물의 발견과 반응속도의 제고 등에 한계가 있다. 화학적 방법으로 메탄올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다량의 수소가 필요한데, 현재 수소를 생산하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은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를 개질하는 방법이다. 이때는 수소만이 아니라 이산화탄소도 발생하기 때문에 모순에 빠진다. 또 탄산염 광물질로 바꾸는 방법은 그 물질의 활용을 찾지 못하면 또 다른 폐기물이 양산된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CCUS의 기술성숙도는 실험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과학기술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5단계 이상의 진전을 이뤄야 하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에너지전환을 위한 글로벌 씽크탱크인 에너지전환위원회(ETC)는 지난달 발간한 ‘에너지전환에서의 화석연료’ 보고서에서 CCUS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낙관을 경계했다. ETC는 2022년 보고서에서 "CCUS는 고비용의 기술이지만 이에 대한 투자 확대로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 비용이 낮아지고 설비가 증설된다면 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으나 올해 보고서에서는 "탄소포집 기술을 활용하면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해도 기후변화를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한 망상(dangerous delusion)’"이라고 일침했다. 그런 만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로 확대’하겠다는 지난 9월의 G20정상 합의가 더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임을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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