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발전원,](http://www.ekn.kr/mnt/thum/202310/2023101901000946100047271.jpg)
얼마 전부터 아내가 유럽 프로축구 경기를 챙겨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우리나라 축구선수들, 특히 손흥민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손흥민 선수가 2015년부터 뛰기 시작해 최근 주장이 된 토트넘 훗스퍼 축구 클럽은 런던 북쪽을 연고지로 같은 지역의 아스날 축구 클럽과 라이벌 관계에 있다. 두 팀이 맞붙게 되는 경기를 ‘북런던 더비’라고 하며, 항상 뜨거운 응원 속에서 치열한 경기를 치른다. 이 외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의 ‘노스웨스트 더비’, 맨체스터씨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맨체스터 더비’, 그리고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전 등이 유럽 축구 경기에서 유명한 라이벌 경기다. 스포츠 세계에서의 라이벌은 경쟁을 통해 서로의 능력을 높여주는 존재로, 이런 라이벌이 있기에 오히려 서로를 빛나게 해주고 흥미를 돋군다. 실제로 라이벌전을 치를 때에 공격 또는 수비 능력이 평소보다 높게 나온다는 통계 분석도 있다. 이처럼 우리가 종종 사용하는 ‘라이벌(rival)’이라는 말은 라틴어 시내,개천을 의미하는 ‘리부스(rivus)’에서 유래했다. 같은 물을 사이에 두고 경쟁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에서 같은 분야 또는 같은 목적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 즉 서로 대립하거나 경쟁하는 관계를 일컫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문학가이자 시대의 석학으로 유명한 故 이어령 교수는 라이벌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같은 물을 먹고 사는 존재이기 때문에 물이 다 마르거나 어느 한쪽에서 상대에게 해를 주려고 독을 타게 되면 같이 죽게 되는 관계로, 미워도 협력해야 하는 사이’라는 것이다. 이를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관계인 적(enemy)과 구분하면서, 라이벌 관계는 상대를 죽이면 나도 죽는 것이고, 더 나아가 상대가 있어야 내가 발전한다고 봤다. 우리나라의 전기 생산을 담당하는 전원들 간의 관계도 이런 라이벌의 관점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정해진 발전량을 생산하기 위해 서로 경쟁의 관계에 있지만, 상대를 없애고 단 하나의 전원으로만 100%를 생산하는 것은 궁극적 목적인 전기에너지의 원활한 공급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된다. 일방적인 ‘단일 전원 밀어주기’가 주요 선거 때마다 에너지 정책 공약으로 나오지만 에너지 트릴레마로 알려진 경제성, 안보성, 그리고 환경적 지속가능성의 요소를 모두 만족시키는 단 하나의 전원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각 발전원 간의 특성들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있다. 오랫동안 기저발전을 담당해 온 원자력은 경직성을 갖고 있지만, 다른 발전원들에 비해 발전효율이 높아 경제적이다. 석탄발전기나 가스발전기는 연료비가 원자력보다 높지만, 자동 부하추종운전 기능이 있어서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여준다. 연료비가 거의 없는 재생에너지는 간헐적 특성으로 전력망 변동성을 높이기는 하지만, 환경친화적이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분야 온실가스 감축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하다. 이렇게 서로 다른 장단점이 있는 에너지원의 조합을 통해 전기에너지의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의 포트폴리오는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한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라이벌은 서로의 장점을 배우며 같이 성장하는 관계를 이룬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탄소 발생이 상대적으로 높은 발전원은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 힘쓰고, 경제성이 낮은 발전원은 발전원가를 낮추고 효율을 높여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힘쓴다. 이러한 발전원이 경쟁하는 장(場)이라고 할 수 있는 전력시장과 전력망은 각 전원의 특성들을 고려해 최대한 수용하고 운영하기 위해 제도적 및 기술적으로 더 나아지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혁신 방향을 지속하고 에너지 트릴레마(3대 딜레마) 지수를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발전원을 포함한 포트폴리오 구성은 계속해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여름에 대한전기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한국원자력학회 및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와의 공동 특별 좌담회는 그 의의가 크다. 앞으로도 미래 에너지 비전과 전략을 염두에 두고 발전원 간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상호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마련되기를 기대한다.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