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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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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시늉만 하는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22 08:29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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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기후변화는 이제 인류 공통의 관심사가 됐다. 기후변화는 세계적으로 새로운 도전과제로 부상했고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활동이 본격화 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기후온난화를 믿고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말 기후변화를 믿고 있을까? 아닐 수도 있다.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에서 아젠다21 선언이 채택됐다. 그러나 이것은 합의되지 않은 선언이어서 구속력은 없었다. 그러다 1997년 교토 프로토콜이 합의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저감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많이 하고 경제를 일으킨 선진 7개국이 이산화탄소를 감축을 하겠다는 것이 교토 프로토콜의 요지다. 이후 2015년 COP21의 파리협약까지 매년 연례회의가 이루어졌지만 필요한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온난화에 책임이 있는 선진국은 스스로 배출가스를 줄이기 보다는 공해산업을 제3국으로 옮기고 자신들의 책임을 195개 회원국으로 분산시켰다. 책임을 나눠서 지자는 것이었다. 2021년 영국 글라스고에서 개최된 COP26도 이산화탄소 배출 1위인 중국과 3·4위인 인도·러시아가 빠진 상태에서 진행돼 제대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이렇게 30년을 허송했다.

기후온난화가 절박하고 이산화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면서도 원자력발전을 통한 이산화탄소 배출저감은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RE100이 그것이다. 탈원전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과연 기후온난화를 믿고 있는 것인지, 이를 빌미로 재생에너지 장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산화탄소를 가장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배제한 이유가 뭔가.

필자는 작년과 올해 원자력발전을 시작하려는 몇 개 아프리카 국가에서 자문한 바 있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전기보급률이 20% 내외이다. 이들에게 돈이 있다면 전기보급률을 높이는데 써야 할까, 아니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데 써야 할까? 미래의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전기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환경을 위해서 인류의 복지를 희생한다는 것이 맞는 것인가. 환경(環境)은 둘러칠 ‘環’자에 지경 ‘境’자이다. 무언가를 둘러싼 객체라는 뜻이다. 즉 안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환경사랑은 본질이 바뀐 것이다. 이들이 값비싼 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는 것은 식민지, 노예사냥 그리고 차관을 통한 이자착취에 더한 또다른 차원의 수탈같이 느껴진다.

간헐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서는 전력망을 보강해야 한다. 값비싼 전력저장장치를 보태고, 탄력운전이 가능한 전원을 설치하는 등 여러 가지 큰 돈이 들어가는 보강을 해야 한다. 그 모든 큰 희생을 치르더라도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 때문에 가격이 10배가 되어도 해야 하고, 그에 방해되는 요소를 모두 적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이다. 원자력이 배제되어야 하는 이유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줄 수 있는 탄력성이 없기 때문이라면 원자력이 없어져야 하는 것인지, 재생에너지가 없어져야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온실가스가 아니라 이산화탄소에만 집착하는 것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30∼50배 강한 온실가스다. 그런데 간접배출을 포함한다면 석탄발전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천연가스를 확대하자는 주장은 무엇인가. 어느 환경단체도 천연가스에 대해선 입을 닫는다.

2021년 우리는 ‘탄소중립 2050계획’을 세우면서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추산하지 않았다. 원전을 배제한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나는 기후변화를 100% 신뢰하지 않는다. 계산에 있어서 그리드 간격도 너무 크고 여러 가지 계산모델의 정밀성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이산화탄소를 굳이 방치하는 것도 현명하지 않다. 해야 한다면 경제와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그게 바로 원자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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