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2일(일)
에너지경제 포토

정훈식

poongnue@ekn.kr

정훈식기자 기사모음




[EE칼럼] 한일 수소협력, 에너지 협력의 견인차 되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19 11:27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2023112001001147100056461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번 APEC 회의는 무엇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미중 정상회담이 열려 세계적인 이목이 쏠렸다.

윤석열 대통령도 중요한 일정을 소화했다. 첫날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는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 경제의 연결성을 강조했고, 애플의 CEO인 팀 쿡과 GM의 수석부회장과도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는 이틀 연속 회동하며 양국 간 협력 의지를 거듭 다졌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함께 스탠퍼드대학을 찾아 좌담회에 참석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행보였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한·미·일 세 나라 간 첨단 분야에서의 기술협력을 강조했다. 이는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있었던 삼국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에서의 공동 연구와 개발, 인적 교류 확대의 연장선상이다. 아울러 한일 두 정상은 한일 간 협력의 잠재성이 큰 수소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은 수송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용 연료전지까지 수소 활용 측면에서 세계 1위로 평가 받고 있고, 일본은 수소와 관련된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기후 및 지질 조건 상 자체적으로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화석연료·원료로 주목받는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앞에 여러 색깔을 붙여서 그 특징을 표현한다. 화석연료를 개질(reforming)해 생산된 수소를 그레이수소, 그레이수소와 같은 방식으로 생산하되 생산 공정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저장해 배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산된 수소를 블루수소,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을 기반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물을 전기 분해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수소를 그린수소, 물을 전기분해하는 점에서 그린수소와 같지만 그 에너지원이 원자력인 경우를 핑크수소라고 부른다.

그런데 수소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바로 저장 및 수송이다. 수소를 기체 상태로 수송하기에는 부피가 너무 커 액화 과정이 필요한데, 수소를 액체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영하 253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받고 있는 것이 암모니아다. 암모니아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로 결합돼 있으면서 영하 33도에서 액화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소를 수송·저장하는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임 시절인 2017년 12월에 2050년까지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삼는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내용의 ‘수소기본전략’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를 올해 6월 개정하면서 수소 및 암모니아 정책을 더욱 강화했다. 지난해 1월에는 일본 가와사키중공업(KHI)이 건조한 액화수소운반선인 ‘수소 프론티어’(Suiso Frontier)가 호주에서 일본으로 세계 최초로 액화수소를 운반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해외로부터 에너지원을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이 갖춰져 있지 않다보니 해상수송 기술을 발전시켜 온 이력이 있다. 일본이 한창 고도성장기 시절이던 1969년, 도쿄가스(東京ガス)와 도쿄전력(東京電力)은 세계 최초로 발전과 가스 사업에 대한 액화천연가스(LNG)의 공동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국 알래스카에서 LNG 수입을 실현한 바 있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다른 국가와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된 에너지 인프라가 없어 해상수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데다 기후 및 지질 조건 상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수소를 대량 생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일본과 유사한 호주, 캐나다, 중동 등에서 유사한 경로로 수소 도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고민이 비슷한 두 나라이기 때문에 수소 공급망 구축에서 힘을 합친다면 천연가스 시장에서 이른바 ‘아시아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리스크 비용을 감당했던 전력을 반복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양국 정상이 수소협력 의지를 확인한 만큼, 정부간이나 민간기업간에 보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