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EE칼럼] 기업의 국제 탄소시장 활용 방법

최근 국내 기후변화·환경 관련 민간기업들이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분야가 국제 탄소시장의 활용이다. 2015년에 채택되고,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발효되기 시작한 파리협정이 민간부문의 관심을 모으는 탄소시장에 대한 기회의 근원지이다. 하지만 파리협정을 잘 이해를 하고 기업활동 계획을 마련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달성하고자 하는 기회 실현이 무산되고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협정에서 탄소시장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조항은 제6조다. 파리협정 제6조는 시장원리를 활용해 온실가스 감축을 더욱 촉진하려고 했던 청정메커니즘(CDM), 공동이행(Joint Implementation), 그리고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등 이른바 교토의정서의 ‘시장 메커니즘’에 그 뿌리를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파리협정 아래서 탄소시장을 활용하려는 사업자들은 교토의정서 하에서의 경험에 전적으로 의존하려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파리협정 제6조는 교토의정서의 시장 메커니즘과 다른 특징을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먼저 기업은 외국에서, 국내에서 흔히 해외배출권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 이전된 국제 온실가스감축결과(ITMOs)를 활용하려는 경우, 그 활동 목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파리협정과 그 이행규칙에 따르면 ITMOs의 사용목적은 크게 NDC 달성에 활용되는 경우와 여타국제감축목적(Other International Mitigation Purpose: OIMP)으로 사용되는 경우로 나뉜다. 이 양자의 차이는 ITMOs를 활용하는 주체가 국가인가, 민간부분인가에 있다. 여타국제감축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에도 항공부문을 다루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탄소시장인 CORSIA에서 국제감축목적(International Mitigation Purpose)으로 사용되는 경우와 국내에서 많이 알려진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활용을 위한 여타의 목적(Other Purposes)로 구분 된다. 이런 차이로 인해 꼭 유념해야 하는 것은 ITMOs의 사용목적이 결정이 되면 이를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업자체의 ESG 목적 달성을 위해서 개도국 현지에서 직접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통해 취득한 ITMOs는 우리나라 NDC 상 온실가스 국외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ITMOs의 NDC사용과 OIMP간의 변경 절차가 존재하지 않고, 또 지나치게 자유롭게 목적변경을 허용하면 민감하게 제기되는 환경건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국내 정부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혼란을 부추기는 또 한가지 요인이다. 이런 ITMOs의 사용목적에 따른 차이는 상응조정 여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파리협정 제6조는 원칙적으로 NDC 이행을 위한 국가 간의 ITMOs 이전을 예정하고 있는데, 이 경우 상응조정은 국가 인벤토리를 통해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ITMOs를 여타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사용 주체가 민간행위자가 되므로 개도국이 ITMOs를 해외로 이전하기 전에 자국 인벤토리에서 상응조정을 할 수 있다는 점과는 별개로, 민간이 NDC 이외 목적, 즉 OIMP 목적으로 취득한 ITMOs를 우리나라 정부가 국가 인벤토리 상에서 상응조정을 할 수는 없다. 더욱이 NDC 목적으로 이전하는 경우라도 자발적 시장 메커니즘의 방법론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내에서 검증되거나 인증되지 않는 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 물론 자발적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해 NDC 목적으로 사용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은, 일부 개도국에서 이미 정부가 일정부분의 온실가스 감축결과를 정부가 보유하는 준 조세적 정책을 추진하는 것처럼 정부가 다른 목적으로 규제를 하거나 정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가능할 것이다. 아직 우리 정부에서는 국내로 유입되는 OIMP 목적의 ITMOs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자세한 입장이 정해져 있지 않은 만큼 계속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어느 경우이든 국내 민간 기업은 파리 협정을 이해한 바탕에서 국제 탄소시장을 잘 활용해 다양한 새로운 기회를 많이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김성우 칼럼] 국제사회에서 한국 녹색성장 위상 드높일 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확산의 불안감을 고조시킨 가자지구 내 알아흘리 병원 폭발이 있던 지난 17일 필자는 가자지구의 유일한 출구 접경국인 이집트에 있었다. 세계은행이 이날 카이로에서 개최한 KGID(Korea Green Innovation Days)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KGID는 세계은행내 유일한 녹색성장 신탁기금인 KGGTF(Korea Green Growth Trust Fund)의 지원을 받은 개발도상국 녹색성장 사례를 확산하기 위한 연례행사다. 올해 KGID는 아자이 방가(Ajay Banga) 신임 총재가 부임한 후 처음으로 진행한 모로코 연차총회와 연계해 개최됐다. 세계은행의 새로운 비전인 ‘To create a world free of poverty on a livable planet(살기 좋은 행성에서 가난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기’ 아래 개발도상국 녹색성장을 위한 민간투자 연계가 핵심 의제였다. 세계은행 19개 사업팀과 이집트 중앙부처, 한국 16개 기관 등에서 200여명이 참석해 세계은행과 한국의 자금과 경험으로 만들어낸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 성과를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리더들과 공유했다. 이-팔 전쟁의 긴장감 탓인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에너지 부문 피해 및 재건 발표에 우선 관심이 쏠렸다. 전쟁 발발 후 1년간 에너지 시설의 58%가 파괴돼 가용 에너지시설 용량이 36GW에서 14GW로 급감했고, 피해 금액은 10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이에 전기와 열 공급 재개를 위해 변압장비와 이동형 발전기 등에 5억달러 규모의 지원이 시작됐다. 그리고 향후 에너지시설 재건 때 핵심 고려사항 중 하나로 EU기준에 맞는 고효율전력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 및 재생에너지설비 등을 지원하는 녹색성장 기반의 재건을 꼽았다. 에너지 전환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은 전쟁영향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부채증가,기후피해까지 최악의 여건 속에서도 다양한 녹색성장을 시도하고 있다. 모터, 보일러, 공조시스템 등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설비별 전기소비 현황을 파악하고 설비효율 기준을 만들어 고효율설비 확산을 도모한 사례는 물론이고, ICT기술을 접목해 자원순환, 기후조기경보 및 기후정보관리(기후적응), 재생에너지 공급관리 및 전자지불시스템(에너지전환), 이모빌리티 운영체계(친환경운송)를 시도한 사례까지 다양하게 소개됐다. 이런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 시도는 미래 기술에도 적용된다. 이집트 환경부장관 및 환경공단 CEO와 별도 간담회를 가졌는데, 일조량이 한국의 두 배인 이집트는 재생에너지가 원료인 그린수소를 싸게 생산해 수출하는 것을 중요한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현재 신재생발전 비중이 약 20%인데, 2035년 이를 42%로 높여 2040년에는 전세계 그린수소 중 5%를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화석연료시대 가스수출국에서, 탄소중립시대의 수소수출국으로 변모하려는 확고한 의지가 엿보였다. 이같은 시도의 뒤에는 한국정부와 세계은행이 2011년 설립한 KGGTF의 지원이 있다. 한국은 그 동안 교통·환경·에너지·디지털·물 등 7대 분야에 걸쳐 총 217건에 1억1700만 달러 규모의 무상지원을 통해 190억 달러의 파이낸싱을 이끌어 냈고, 2024년부터는 60%를 증액할 예정이다. 돈 보다 더 주목할 것은 정책과 기술이다. 고성장 경제구조 아래서의 녹색성장 경험으로 한국의 정책(탄소가격제)과 기술(에너지효율)이 개발도상국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기조강연에서 ‘한국 녹색성장의 교훈과 기업투자 유인 방안’을 소개하면서 MENA지역에 한국의 탄소시장제도 도입과 친환경ICT기술 적용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이유다.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민간의 기후대응 투자를 촉진하고 기술확보와 비용절감 등 성장도 도모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큰 관심을 받았다. 이집트에서 귀국 직후 국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카타르 순방이 주요 뉴스였다. 특히 사우디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 빈살만 왕세자가 윤 대통령을 태우고 직접 차를 몰아 행사장까지 가는 파격 대우를 했다는 소식이 눈에 띄었다. 화석연료가 주 수입원인 국가이기에 녹색성장이 더 절실할 텐데, 마침 한국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성과를 보여주었고 녹색성장에 필요한 정책과 기술에 대한 경험까지 있으니 어쩌면 이런 대우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국제사회에서 녹색성장에 대한 한국의 높은 위상을 정확히 인지하고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E칼럼] 지금이 신재생에너지 R&D투자 늘릴 때다

가정이지만 ‘만일 십오 년 전 녹색성장 때부터 신재생에너지를 기술기반의 국내 산업 육성 방향으로 이끌었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전열에 훨씬 더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안타깝게 당시에도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R&D보다는 보급 주도의 정책이 지배적이었다. 기술개발에 자금을 쏟기보다는 국산이든 수입산이든 설치만 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으니, 아직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는 국산 보다는 당장 설치 가능한 수입산으로 물량 목표 채우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그 결과 국내의 태양광·풍력 발전 산업 생태계는 붕괴됐고, 오늘날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은 해외 종속형으로 변질됐다. 탄소중립도 좋고 넷제로도 좋고 2030 온실가스 감축도 다 좋지만, 장기적으로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국내 산업기반이 없고 부가가치 제고로 연결되는 글로벌 밸류체인 구축에도 실패한다면 좋다고 하는 이 모든 정책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무의미하다. 미국, 유럽, 중국, 호주, 일본 모두 자국의 기술과 산업, 자원 육성을 근간으로 정책을 추진한다. 정부는 최근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R&D 예산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보조금 나눠먹기 식으로 무분별하게 집행된 재생에너지의 보급 관련 예산을 조정하는 것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산업육성을 위한 R&D 예산은 이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일수록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우선되어야 한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시장간의 역할이 분권화된 미국에서는 화석연료를 선호하고 재생에너지를 터부시했던 트럼프 행정부 당시에 오히려 재생에너지 보급속도는 역대 최대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 여부와는 상관없이 결과가 그랬기에 트럼프를 이은 바이든 행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에서 비교우위를 갖게 됐다.우크라이나 전쟁과 이-팔 전쟁으로 인한 중동위기 고조, 미국의 경기침체설 재부상 등 거시경제 지표가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의 신재생 에너지 분야 투자가 끊이지 않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옥시덴털 페트롤리움은 탄소포집저장 사업인 스트라토스(Stratos)에 11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여기에는 아마존, 쇼피파이와 같은 이커머스 기업은 물론 휴스턴 텍사스 풋볼팀까지 가세했다. GE는 올해 해상풍력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는 데도 관련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R&D 예산을 줄이면서 일부에서는 이런 주장을 하기도 한다. 사업성 갖춘 R&D는 굳이 정부 재정 지원없이 민간이 주체적으로 수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력 및 가스시장을 보면 이러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공공 물가안정 차원에서 철저하게 규제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앞서 언급한 미국의 옥시덴탈도 바이든 행정부의 투자 인센티브 없이는 탄소포집 사업을 개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이전 정부의 탈원전 내상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게을리 하는 사이에 해외 유수 메이저들의 저탄소 전열은 재정비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때에 이르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가혹한 에너지 전환 비용 청구서를 받게 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탈원전 정책 속에서 혼선을 겪었고 지금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비슷한 경험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치적 구호와 목표수치로만 점철되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대립구도 아래서는 지속가능한 기술개발과 산업생태계를 이룰 수 없다. 사회적 피로현상만 누적될 뿐이다.송전 계통과 ESS 등 제반 장애요인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태양광과 풍력의 보급은 속도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동안 2030 NDC 목표에 매몰돼 물량위주로 추진된 부작용을 해소한 후 전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R&D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지원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온실가스 감축, 해법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이 전년보다 3.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지난해 6월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치’를 발표할 당시 2022년에는 에너지수요가 증가할 것이므로 위기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인 감축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다행히 실제 배출량이 줄었다.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7억2700만톤을 정점으로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3.5%, 6.4% 줄었다가 2021년에 다시 3.3%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에 다시 3.5% 줄어든 6억 5500만톤을 기록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6% 늘었는데도 배출량은 오히려 줄어 배출원단위(GDP 당 배출량)가 5.9% 감소했다. 1990년 이후 최저 배출원단위로, 그만큼 배출 효율성이 개선됐음을 의미한다. 주목되는 것은 국내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전환 부문의 배출량이 총 배출량보다 더 많이 줄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전환 부문 배출량은 2억1390만톤으로 전년보다 4.3% 줄었다. 이는 총 배출량 6억 5450만톤의 32.7%로, 전환부문 배출량 비중이 2018년 36.9%에서 크게 낮아졌다. 2018년만 해도 전환부문의 배출량 비중은 산업 부문의 비중(35.9%)을 웃돌았지만 그 후 역전돼 지난해에는 산업 부문(37.6%)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 우리나라 전환 부문 배출량 비중은 세계 전체 전환 부문 배출량 비중(40%)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전환 부문은 여전히 국내 주요 배출 부문으로 이 부문의 감축 여하에 따라 향후 총 배출량 감축여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발전량이 3% 늘었는데도 전환 부문의 배출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전원 구성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석탄 발전량이 198.0TWh에서 193.2TWh로 감소한 가운데 원전 발전량은 158.0TWh에서 176.1TWh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1TWh에서 53.2TWh로 각각 증가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로 원전 발전량이 11.5% 늘어난 것이 배출량 감소에 크게 기여했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무탄소 청정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가 불가피하다. 신재생에너지는 우리나라 지리적 여건이나 일조량, 풍속·풍량 등 자연여건, 주민 수용성 등을 감안할 때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송전선로 확보 등도 난제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원전의 활용도 제고다. 이를 위해서는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의 운영허가 기간 연장과 이용률 향상, 신규 설비 건설 등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년)에서 설정한 원전 이용률은 79.7%다. 이를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경우 추가적인 온실가스 배출 없이 전력공급을 늘릴 수 있다. 원전 이용률을 90%로 높일 경우 원전 발전량은 2030년에 227.8TWh로 제10차전력수급기본계획 수치에 비해 약 13% 늘어난다. 하지만 이용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원전 가동일수를 연간 330일 이상으로 늘려야 하고 과도한 정비기간도 줄여야 한다. 규제기준 개선과 가동중 정비 등 정비기술도 향상돼야 한다. 따라서 전원 구성에서 신재생에너지만을 의미하는 RE100보다는 신재생에너지와 원전, 수소·암모니아, CCUS(탄소 포집·이용·저장) 등을 적절히 조합한 무탄소에너지(CFE·Carbon Free Energy) 쪽으로 가야 한다. 수소·암모니아 발전은 실증시험이나 실용화 목표 등을 보다 구체화하고 신재생에너지 못지 않은 정책적 지원도 요구된다. CCUS의 경우 우리나라는 대규모 지하 탄소 저장소가 마땅치 않은 만큼 이용 쪽에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광물탄산화나 인공광합성, 메탄생성(metanation) 등이 좋은 예다. 탄소 재순환(recycle) 기술을 잘 이용하면 화력발전을 조기 퇴출시키지 않고도 에너지안보와 안전성 측면에서 이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기후악당’이라는 비아냥을 듣던 우리나라에서 최근의 탄소배출량 감축이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배출량 감소가 아직 추세로 굳어졌다고 보기는 이르다. 전환 부문의 2030년 NDC 배출량 목표가 1억4590만톤으로 2018년(2억6840만톤)보다 45.9%를 줄여야 하는 만큼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8년간 연평균 4.7%씩 줄여야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무탄소에너지 기반의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감축 노력이 요구된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E칼럼] 계속운전 원전의 안전성 기준은?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축적되는 경험을 통해서 위험을 배운다. 이렇게 형성된 위험 인식은 대부분 맞다. 위험해 보이면 실제로 위험하다. 그런데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감(感)이 없다. 우주, 심해, 극지, 원자력 등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영역은 감으로 위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이런 경우는 계산되고 측정된 수치를 통해서 안전을 확인하게 된다. 이것이 관련 분야를 전공하는 공학도가 인지하는 위험이고 일반인의 인식과 다른 점이다. 보험회사도 위험에 대한 통계를 관리한다. 사망보험료를 책정할 때, 일상적인 삶에서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사망할 확률을 알아야 사망자수를 추산할 수 있다. 그러면 연간 보상금으로 얼마나 지불해야 할지 계산할 수 있다. 이것을 가입자수로 나눠서 보험료를 책정한다. 따라서 사회의 위험에 대해 가장 잘 관리된 통계는 보험회사가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를 설계할 때 안전목표를 설정한다. 일상 생활에서는 대개 안전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학에서는 필수적이다. 이 목표에 따라서 안전성의 수준을 결정한다. 더 안전하면 더 좋을 것으로 여기겠지만 일정 수준의 안전을 충족했는데 더 안전하게 하는 것은 비용만 증가한다. 사회의 위험요소는 원전만이 아니다. 교통, 직장생활, 범죄, 행락시설 등은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있다. 그 가운데 어느 하나의 안전성만을 매우 높이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다. 따라서 가장 위험한데에 사회적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원자력 안전의 정성적 목표는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함으로 부당한 위험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정당한 위험을 끼치겠다는 말이다. 시설이 있는데 위험성을 0로 만들라는 것은 뭐든 하지 말자는 주장일 뿐이다. 세상에 제로 리스크는 없다. 이러한 안전목표를 정량화한 것은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운영으로 인해 추가되는 위험이 일상생활에서 겪게 되는 위험의 천분의 일 그치도록 하는 것,곧 ‘천분의 일’ 원칙이다. ‘천분의 일 원칙’을 원전 설계에 적용한 것이 원자로 노심의 손상빈도다. 쉽게 말해서 심각한 사고가 발생해서 원자로 내부가 녹을 확률을 계산해 보는 것이다. 이때가 비로소 대중과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과거 원전은 노심 손상빈도 ‘10-4/년’에 맞춰 설계했다. 노심이 1만 년에 한 번 빈도로 손상될 확률이 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서 노심 손상빈도를 ‘10-5/년’으로 기준을 높였다. 그 이유는 원전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10-4/년에 원전의 개수를 곱하다보면 10-3/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천분의 일 원칙을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건설된 원전을 계속운전을 한다면 노심 손상빈도는 어떤 기준으로 맞춰야 할까? 신규원전에 준해 10-5/년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최신기준에 맞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원전은 계속 가동하고 있었던 원전이고 10-4/년이라는 기준으로 설계되고 운영돼도 천분의 일 원칙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계속운전에서도 같은 기준을 유지해도 상위목표인 천분의 일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더 안전하면 좋겠지만 안전에는 돈이 들어간다. 이 돈은 한국전력이나 한국수력원자력의 돈이 아니다. 결국 국민이 지불하는 돈이다. 이미 충분히 안전한 상태라면 조금 더 안전하게 하겠다고 엄청난 돈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그 돈은 다른 시설을 보다 안전하게 하는데 또는 복지나 교육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천분의 일 원칙’은 원자력 안전의 최상위 목표다. 이 목표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하위 목표와 규정들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요즘 규정이 복잡해지고 분절화돼 업무를 추진하게 되면서, 앞뒤를 헷갈리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계속운전되는 원전도 신규원전과 동일한 기준을 충족시킬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10년에 한 번씩 원전의 안전성을 다시 점검할 때도 최신 규정을 적용하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나오게 됐다. 멀리 보고 길을 가야 길을 잃지 않는다. 원전의 안전에 대해 생각할 때 최상위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E칼럼] 해외 자원개발, 지금이

글로벌 경제에 민감한 대표적인 주요광물인 구리의 국제 가격이 추락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지난 5일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7812달러다.이는 올해 최저이자 지난해 11월 초 이후 11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구리는 전 산업분야에 사용되는 광물로 글로벌 경기에 선행하는 특성 때문에 ‘산업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최근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가격도 톤당 2만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광물 가격이 최근 2년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주요 광물 가격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철광석을 비롯해 구리, 아연, 니켈 등 주요 광물 가격이 일제히 내렸다. 이런 기조는 최근 지속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지난달 25일 주요광물 가격을 보면 아연은 3478 달러로 8월(2726달러) 대비 21.6% 하락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탄산리튬은 작년 평균 7만2290달러에서 올해 8월 4만3426달러로 39.9%, 수산화리튬은 같은 기간 6만7180달러에서 4만4790달러로 33.3%, 코발트는 31.20달러에서 18.07달러로 42.1% 각각 떨어졌다. 특히 니켈은 주로 합금용으로 쓰였으나 최근 배터리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배터리 핵심광물로 더 각광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니켈을 주성분으로 하는 니켈 삼원계(NCM.NCA)방식의 리튬이온배터리를 생산하기 때문에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국내 기업의 경우 2022년 기준 포스코홀딩스가 인도네시아에서 5만 2000톤·뉴칼레도니아 2만톤·호주 7500톤을,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에서 2만톤·호주 14만1000톤·캐나다 2만톤(재활용), SK온과 에코프로는 인도네시아에서 3만톤, 삼성SDI는 호주에서 6000톤을 각각 공급받고 있다. S&P글로벌의 신규 니켈 발굴 및 매장 테이터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2년까지 새로 발견된 니켈 매장지가 76곳이지만 지난 10년간 개발한 곳은 4곳에 불과하다. 광산 발굴에서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15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지금 뛰어 들어야 니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광물자원공사(현한국광해광업공단)가 2008년 진출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개발 사업은 이제야 정상 생산에 돌입해 수익을 내고 있다.자원업계는 지금이 자원개발에 가장 적기라고 판단한다. 지금 해외 자원개발에 진출하면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고 자원보유국과의 계약도 유리하게 체결할 수 있다. 반대로 자원 가격이 올랐을 때 투자를 시도하면 비용도 많이 들고 계약도 훨씬 불리해진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주요광물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와 광물 수입에 사용한 비용은 330조 63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많을 돈을 들여 수입하면서 단순히 해외 기업에게 의존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석유.가스.광물 자원개발률(국내 수입량 중 국내 기업이 확보량)은 11%로 일본(41%)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일본은 해외에서 수입하는 석유,가스,광물 중 41%를 일본 기업이 자체 확보한다. 더구나 일본 정부는 최근 부쩍 해외 자원개발에 뛰어 들고 있다. 지난 8월 8일 일본 정부는 자국의 자원개발 공기업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내세워 나미비아 국영 광산업체 Epangelo사와 희토류 탐사 협력 협정을 맺었다. 나미비아는 우라늄,리튬 매장량도 풍부한 국가다. 또 일본 경제산업성이 나서 잠비아, 콩코민주공화국, 앙골라, 마다가스카르 등과 자원개발 협력 협정을 체결했고, 페루 에너지광산부와도 구리 개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자원개발률은 해외자원 공급이 중단되면 얼마나 자원을 조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수치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자원개발률 차이는 에너지안보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대처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구나 우리는 자원 가격이 내리면 갖고 있는 해외 광산 지분을 내다 팔고, 가격이 오르면 자원 투자에 나서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에너지,광물자원 관련 예산은 총 4조3490억원이다. 이 가운데 실제로 신규 자원확보와 관련한 예산은 1102억원으로 에너지 및 광물 총수입액의 0.03%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이고 새로운 먹거리로 육성 중인 첨단산업도 핵심광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원확보를 위해 해외 자원개발은 필수적이다. 또 다시 반복되는 자원개발 확보 문제, 지난 10년의 해외 자원개발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E칼럼] 프랑스 전기차 보조금 제도 개편이 주는 교훈

2006년 일본에서 저명한 ‘나오키상’을 수상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은 고등학교 수학교사의 정교한 살인수식을 천재 물리학자가 풀어가는 극적 재미로, 일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영화화될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특히 미궁에 빠진 사건을 수학교사가 자주 출제하던 "얼핏 기하학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적분학 문제"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얻게 되는 부분이 백미다. ‘가끔 문제의 본질이 겉보기와는 전혀 달라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사건이 최근 프랑스에서 발생했다. 지난 9월 19일 프랑스 정부는 녹색산업법에 따라 ‘2024년 전기차 구매 보조금 최종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의 특이점은 보조금 기준이 이전에는 도로에서 배기구를 통해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에 근거했던 반면, 전기차 생산 단계에서 폐기 후 재활용 단계까지 탄소 배출량을 합산한 환경점수를 도출, 이 점수가 총 80점 중 60점 이상이 돼야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물론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범위를 기존 배기구에서 생산에서 재활용까지 확대, 환경정책 면모가 강화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부 내용은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탄소 배출량 산정에는 원자재인 철강, 알루미늄 및 기타 재료 생산, 배터리 생산, 완성차 조립, 운송 등이 포함된다. 이 중 완성차 운송은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또 알루미늄 등 원자재나 완성차 조립 부문, 나아가 가장 탄소배출이 많은 배터리 생산 등은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과 수력에 주로 의존하는 프랑스가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쉽게 말해 프랑스에서 보조금을 받고 전기차를 판매하려면 전기차 조립공장 뿐만 아니라 배터리 생산시설까지 프랑스로 옮겨오라는 얘기다. 현재 프랑스의 전기차 시장 상황을 보면 이런 조치를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프랑스 전기차 시장은 2020년 19만대에서 2022년 46만 대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판매되는 전기차의 80%가 수입차다. 이렇다 보니 구매 보조금도 대부분 외국산 전기차에 몰리면서, 정작 자국 전기차의 보조금 수령 비중은 20%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더욱이 배터리 셀(cell) 생산규모면에서 이미 상위 10위권 내에 즐비한 한·중·일에 비한다면, 프랑스는 아직 변변한 배터리 생산기업도 없다. 그런데도 프랑스는 2021년 수립한 '프랑스 2030'을 통해 2027년까지 전기차 생산 100만 대, 3개의 기가 팩토리 구축을 통해 배터리 산업 독립 등을 천명하였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한 제도적 수단이 바로 이번 개정안이다. 그래서 얼핏 환경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보호무역주의에 입각한 산업정책, 특히 자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 육성 정책이다. 물론 이번 개정안의 기시감도 상당하다. 이미 자국산 배터리 탑재 전기차에 한정했던 중국 전기차 보조금 제도나 최종 조립 위치나 FTA체결 국내 특정 부품 조달 조건을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한 미국 IRA 등이 같은 맥락에서 도입·운영 중이다. 더욱이 이런 추세가 프랑스를 넘어 유럽으로도 확대될 조짐이 보인다. 전기차 배터리 탄소발자국 신고를 의무화한 EU 배터리 규정이 지난 8월 17일 발효돼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프랑스와 유사한 전기차 보조금제도의 개편 도미노가 유럽 전체로 조만간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이제 전기차는 대기환경개선 수단에서 보호·육성해야할 산업으로 빠르게 변모하는 추세다. 대기환경개선은 전기차의 국적이 중요하지 않다. 국산이든, 수입산이든 온실가스를 줄이고 대기질만 개선하면 된다. 하지만 산업육성은 다르다. 우리나라, 우리 지역에서 전기차가 생산돼야 우리에게 일자리가 생기고. 우리 집 근처 가계 매상이 올라간다. 우리나라는 기술개발·수출 등 전기차 산업에 대한 지원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지만, 정작 국내 시장형성을 위한 구매보조금 운영 등 보급사업은 환경부가 담당하는 것으로 이원화돼 있다. 세계 전기차 정책 패러다임이 환경정책에서 산업정책으로 바뀌는 점을 감안할 때 산업육성에 특화된 산업통상자원부로 전기차 정책을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장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자원특별회계에서 재원을 충당하는 전기차 구매보조금 업무부터 이관을 검토해야 한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E칼럼] 무탄소연합, 기후변화 대응 선도 플랫폼 되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한화솔루션, 한국전력 등 14개 국내 주요 기업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무탄소(CF)연합’이 지난 12일 창립총회를 갖고 출범했다. CF연합은 재생에너지만을 중시하는 ‘RE100(재생 전기 100%) 이니셔티브’와 달리 원자력, 청정수소, 탄소포집·활용·저장까지 포괄하는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를 목표로 한다. 정부와 산업계가 CFE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는 이유는 국내 에너지 자원 및 산업 환경에서 RE100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RE100 이니셔티브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2014년 시작된 민간 차원의 캠페인이다. 2014년 당시 세계 전력 생산의 66.8%를 화석연료가 담당했으며, 수력(16.5%)을 제외한 재생 전기 점유율은 풍력 3.1%, 바이오 1.9%, 태양광/태양열 0.8%로 매우 낮았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태양광과 풍력 등의 이용을 장려하는 RE100 이니셔티브가 큰 호응을 얻으며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GM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참여했다. 현재는 421개 기업·기관이 참여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자동차 등 34개 기업이 가입했다. RE100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하부 공급망에도 재생 전기 사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국내 수출기업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그래서 국내 일각에서는 RE100 이니셔티브를 불변의 국제규범으로 간주하면서 태양광과 풍력의 급속한 확대 정책을 주장하기도 한다. RE100 이니셔티브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RE100은 불변의 체계가 아니다. 여기에 가입한 포춘 선정 글로벌 500대 그룹은 15% 수준에 불과하다. RE100에 기대어 원자력보다 5배나 비싼 변동성 재생에너지를 무조건적으로 확대해야 할 이유는 없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도 비중이 크게 높아질 신재생 전기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고, 단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 제도를 개선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발전공기업 대신 민간 수출기업들이 구입하게 하면 된다. 원자력과 수력 등 무탄소 전기만을 생산하는 한국수력원자력에게까지 RPS를 적용하는 현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최근의 에너지 환경은 RE100 이니셔티브가 출범한 2014년과는 크게 다르다. 첫째, 무탄소 에너지원으로서의 원자력 위상이 확고해지고 있다. EU 택소노미에서 원자력을 포함하는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원자력을 중요한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 등 대부분의 국제기구들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량을 최소한 2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본다. 둘째, RE100 이니셔티브가 국가 간 에너지 불평등을 가져오고 부당한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생 자원이 풍부하거나 제조업이 발전하지 않은 국가들은 재생전기가 풍부하고 생산단가가 낮아서 RE100 이행에 따른 부담이 작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재생에너지 자원 자체가 부족하고, 발전원가도 크게 높은 경우도 많다.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RE100을 강요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셋째, 원자력과 관련한 여러 문제들이 기술개발을 통해 해결되고 있다. 대형 원전의 안전성 강화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로 원전 사고에 대한 우려가 크게 줄었다. 핀란드, 스웨덴 등에서 사용후핵연료 지하 처분이 가시화되면서 사용후핵연료 관리 이슈도 해소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수력 자원이 빈약한 산업국가가 원자력을 배제하면서 탄소중립, 에너지 안보, 합리적 전기요금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 인도 등 주요국 대부분이 원자력 확대를 추진하는 이유다. CFE 이니셔티브는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면서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어서 재생에너지 여건에 따른 기후변화 대응능력의 격차를 줄이고 탄소중립 목표의 본질에 부합한다. 또한 UN의 에너지분야 협력기구인 UN에너지와 구글 주도로 2021년 출범한 ‘24/7 무탄소에너지 협약(CFE Compact·24시간,1주일 내내 무탄소에너지 사용)’에도 부응한다. 궁극적으로 프랑스, 미국, 일본, 영국, 중국 등 원자력을 중시하는 국가들이 호응할 가능성이 크다. CFE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성과를 거두면 기후변화 대응에서 우리나라의 리더십이 강화되고, 전력공급 비용이 신재생의 20% 수준인 원자력 이용의 확대로 기업의 부담을 크게 낮추면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나아가 SMR이나 청정수소 등 에너지 신산업 창출과 수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CF연합이 각국 정부와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CFE 이행·검증 체계와 국제 표준을 선도해 실사구시적인 기후변화 대응 플랫폼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제35대 한국원자력학회장

[EE칼럼]전쟁과 기후위기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기습 공격을 단행한지도 어느 덧 2주일 이상 지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 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중동에서 또다시 대규모 살상이 벌어지면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전쟁으로 희생된 수많은 무고한 생명들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전쟁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기후변화가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올해 2월 우크라이나 환경자원부와 현지 기후단체인 에코디아(ecoaction)는 지난해 11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발표한 1차 중간평가에 이은 후속 보고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기후피해’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전쟁 발발 이후 1년 동안 전쟁으로 배출된 온실가스 배출량이 1억2000만톤으로 평가했는 데 이는 같은 기간 벨기에에서 배출한 온실가스와 맞먹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런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 배출에서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대의 연료 소비다. 여기에 폭격으로 발생한 화재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전쟁 기간에 발생한 화재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평시였던 2021년 화재로 인한 배출량의 10배에 달한다. 게다가 전쟁으로 발생한 대규모 피난이나, 위험지역을 피하려 비행 항로가 변경되면서 발생한 추가적인 온실가스 배출과 같은 인간의 이동과 관련된 양도 상당했다. 더 나아가 전쟁 종료 후 우크라이나 재건 상황 과정에서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사용되는 엄청난 양의 시멘트와 철근 등의 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쟁 때 보다 더욱 클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하마스-이스라엘 간 전쟁도 마찬가지다. 물론 지금도 매일같이 희생자가 나오는 급박한 상황에서 전쟁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논하는 것에 대해 불쾌하게 느끼는 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라는 위기 상황은 어느 한 나라의 국경에만 머무는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영향을 초래하는 문제라는 점,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모든 나라에 공평하게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기후 조건이 열악하거나 사회기반시설이 취약한 저개발 국가일수록 더욱 큰 피해를 입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갈등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환경 문제는 국제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하마스-이스라엘 전쟁도 종교적 신념이나 땅의 소유를 둘러싼 역사적 정당성 외에도 ‘물’을 둘러싼 갈등이 저변에 깔려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동 지역은 기후 조건 상 수자원 문제가 오랜 갈등의 원인이 되었는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에도 수자원 문제가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요르단 강의 수자원을 이스라엘이 차지하고 팔레스타인 측은 이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비싼 비용을 치르고 물을 사야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기후위기는 중동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물로 인한 피해와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 세계기상기구(WMO)가 273개 관측시설을 통해 관찰한 결과를 발표한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집수구역의 절반 이상에서 수자원 양에 변화를 보였다. 유량이 감소한 지역에서는 가뭄이, 증가한 지역에서는 홍수의 우려가 높아졌으며 물 순환의 균형이 깨졌다는 경고다. 수자원을 공유해야 하는 국가 간에는 갈등과 분쟁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메콩 강 상류 중국의 댐 때문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물 부족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반중 정서가 높아지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과 중국 간에 전면적인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로 인한 갈등이 역내 긴장을 높이고 무력 충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 다른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이로 인해 기후위기는 더욱 가속화하고 대량 난민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참극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평화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국빈 방문하는 만큼 전쟁으로 증폭되는 기후위기, 기후위기로 높아지는 국제 갈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국제 담론을 주도해 가기를 바란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E칼럼] 종잡을 수 없는 전력 수요예측

전력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 8월 7일에는 최대 전력수요가 104.3GW로 2021년 7월27일의 100.7GW 기록을 훌쩍 넘어섰다. 겨울철 사정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2019년 1월 9일 100.8GW를 찍은 후 2021년 12월 27일 103.6GW, 2022년 12월 23일에는 105.6GW를 기록했다. 2022년 겨울 산업통상자원부가 작성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23년 기준 전망치(하계 102.5GW·동계 99.1GW)를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135.6GW로 잡은 2036년의 최대 전력수요도 예측치도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래 예측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력수요를 예측하는 ‘수요전망’도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 의도적·암의적 조작도 불가능하지 않다.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던 2017년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경우가 그랬다. 당시 2030년의 최대전력 수요 전망을 제7차의 113.2GW에서 100.5GW로 11%나 줄였다. 방법은 간단했다. 기준연도인 2017년의 최대 전력수요를 3GW나 줄이고, GDP 성장률을 4.0%에서 3.0%로 낮춰 버린 것이다. 2030년의 GDP성장률도 2.4%에서 1.8%로 낮췄다. 전력 수요전망을 정권의 정책 의지에 따라 고무줄처럼 조정했다는 뜻이다. 의도적인 조작은 은밀하게 진행됐던 국민소득과 부동산 통계에만 한정된 일이 아니었다. 의도적인 조작이 아니더라도 문제는 간단치 않다. 수요전망의 근간이 되는 국내총생산(GDP)의 합리적인 예측부터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발생하는 불확실성도 심각하다. 전력을 공급해주는 ‘전력 믹스’도 바뀌지만, 수요의 구성도 달라진다. 새로운 대규모 전력수요가 등장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제10차 기본계획에 반영했던 전기차·데이터센터의 증가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전국 15개 지역에 조성하겠다는 ‘국가첨단산업단지’도 엄청난 전력수요를 발생시킨다. 특히 경기 용인에 들어설 삼성전자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는 10GW 이상의 전력을 요구한다. 최근에 운영 허가를 받은 1.4GW 규모의 신한울 2호기 7기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SK하이닉스가 2027년부터 가동하겠다는 반도체 생산공장도 만만치 않다.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의 급증도 전력수요 전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2008년 99개에 불과했던 데이터센터가 2019년 158개에 이어 올해는 현재 202개로 늘었고 2029년에는 637개로 늘어난다.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이 41GW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현재 전력수요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더 큰 문제는 데이터센터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2020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확보한 데이터센터 전기사용예정통지 1001건 중 67.7%에 해당하는 678건이 실수요가 아닌 허수다. 전기사용을 허가받은 데이터센터의 부지 확보가 짭짤한 투기의 대상이 돼버린 탓이다. 엎친 데 덮친다고 데이터센터 입지의 78%와 전력수요의 75%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송전망 구축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물론 전력수요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설비 투자를 소홀하게 만들어 재앙적인 전력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전력난이 시작되면 회복하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다. 발전소 건설에는 적어도 5년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시설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1년 9·15 순환정전으로 확실하게 경험한 일이다. 결국 어느 정도의 낭비를 감수하더라도 발전설비를 충분하게 확보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잉 투자의 피해는 금융비용으로 한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맹목적인 탈원전·탈석탄으로 초래된 기록적인 적자·부채의 늪에서 허덕이는 한전의 형편에서는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극단적인 간헐성을 가진 태양광·풍력 설비의 급증에 대한 송전관리 대책도 필요하다. 재생에너지가 없었던 시절에는 100여 곳의 대형 발전사만 관리하면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가능했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전력거래소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소규모 영세 발전사가 송전망 관리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 전력시장에 실시간으로 계량되지 않는 PPA(전력구매계약)와 가정용 BTM에 대한 관리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