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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
12월 초 낮 기온이 20도까지 오르고, 동해안 지역에서 폭설과 폭우 특보가 동시에 발령되는 등 겨울철 이상 기후 징후가 뚜렷하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도 지난 3일에 145년만의 폭설로 항공편이 결항하고, 전 도시가 마비됐다. 파나마에서는 기후변화로 역대 최악의 가뭄이 지속되자 지난달 파나마 운하의 선박통행량을 감축을 결정했으며 내년부터는 40% 정도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110년에 이르는 파나마 운하 운영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처럼 최근들어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하와이의 특정 지역에서 기후변화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이산화탄소(CO2)를 지속적으로 측정하는데, 가장 최근인 지난 7일에 420~425ppm으로 일년 전에 비해 2.5ppm 이상이 늘어나는 등 매우 우려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미 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20ppm 대에 진입해 산업화 이전보다 50% 더 높은 수준이 됐고, 증가 속도나 내용이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이전까지의 NOAA 조사에서는 연간 2ppm을 넘는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3년 이상 연속으로 기록된 적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려운 수치다.
이런 가운데 세계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논의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8)가 지난 11월 3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아랍에미리트에서 개최됐다. 이번 COP28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그간 각국의 이행 내용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것을 주제로 한 모임으로 정상들의 모임은 12월2일 종료됐다. 이런 가운데 이번 모임의 주최국으로서 의장을 맡은 알자베르 의장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학은 없다"고 말해 여러 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의 석탄화력발전 건설 중단 선언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확대라는 협약을 이끌어 낸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지구온난화 현황 분석 국제기구인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GCP)’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23년 368억톤(t)으로, 2022년 배출량과 비교했을 때 1.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화석연료로 인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23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일부 등지에서는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줄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COP28의 폐막일인 지난 12일 합의문을 앞두고 각국의 입장에 따라서 치열한 논의와 토론이 전개됐다. 이번 합의문은 "지극히 중요한 10년 동안 새로운 대응을 취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데 특히 화석연료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공동 선언 합의문에 채택될 화석연료와 관련된 부분은 현재 3~4가지의 다양한 안들이 검토됐는 데 이 같은 상황은 각국의 에너지 상황, 경제력, 산업구조가 나라마다 크게 달라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또 화석연료 산업 비중이 큰 일부 국가는 화석연료 퇴출보다 화석연료를 쓰되 탄소포집 (Carbon Capture)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법안으로 알려진 미국의 IRA법과 관련하여 주목할 부분이 있는데 탄소포집 및 저장과 관련된 부분이다. 여기에는 이산화탄소의 포집, 저장, 활용 부문에서 실제적인 적용이 2033년까지 이루어지면 12년간 세제 해택을 주는 방식으로 대응하여 기술 주도권과 함께 탄소 저감 문제에 대응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올해도 화석연료 사용 폐지와 관련하여서는 각국의 복잡한 상황과 이해 문제로 원론적인 합의와 달리 구체적인 합의문 작성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렇더라도 화석연료 폐지의 내용은 실제적으로 우리나라에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필요한 에너지원이 제한된 우리나라의 경우에 국가 에너지망을 담당하는 발전 부문은 특히 그렇다. 아직까지 기저부하의 상당부분을 석탄에 의존하고, 첨두부하 상당 부분을 LNG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기본적인 탄소 중립을 위한 자발적 감축 노력에서 목표에 걸맞은 성과를 이루고 있지 못하다. 단기적으로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화석연료 퇴진을 위하여서도 이산화탄소 포집 및 지중 저장 중규모 국가 프로젝트에 유의미한 진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발전을 포함한 화석 연료 사용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 전반은 탄소국경세 도입이 이미 코 앞에 도래한 만큼 전 국가적 지속적인 관리와 검토가 필요하고 미래를 위한 산업 정책 확정과 지원을 위한 정부와 국회 차원의 논의와 합의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지금까지의 경제 운용 방식은 전지구적인 이산화탄소 관련 정책으로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운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우리의 경우에는 산업 부문 뿐 아니라 생활 전반이 영향을 받을 것 같다. 국민들은 성큼성큼 다가오는 상상을 넘는 고 에너지 비용의 시대를 감안할 때에 개개인들의 생활에서 에너지 효율 높은 제품의 사용에서 냉난방 효율 개선과 같이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절감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