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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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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미국 전기차 판매 100만대 돌파의 ‘빛과 그림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15 17:00

조셉 김 한미에너지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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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김(Joseph KIM) 한미에너지협회 이사장


미국의 전기차 판매 대수가 올해 10월 말 기준 120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EV Adoption에서 예측한 올해 연간 판매 대수인 115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유럽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8월 말 기준 유럽전체 전기차 판매대수인 128만4920대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전기차 시장이 고속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전 세계시장에서 미국의 비중도 가늠해 볼 수 있다.

미국이 완전 전기자동차 누적 판매 100만대를 기록하는 데는 2011년 1·4분기부터 2020년 3·4분기까지 약 10년이 걸렸고, 200만대에 도달하는데도 2020년 4·4분기부터 2022년 2·4분기까지 약 2년이 소요됐다. 300만대 돌파까지는 2022년 3·4분기부터 2023년 3·4분기까지 1년 남짓이 걸렸다. 이를 감안할 때 미국의 전기차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동력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과 테슬라(Tesla)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회사들의 시장확보 노력에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르게 ‘세계 기후변화에 따른 친환경 자동차 정책’을 입안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전기차 구매 지원금, 세금감면, 전기차 충전기 설치 지원금 등 정책자금을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쏟아 붓고 있다. 특히 전기차 보급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충전설비다. 충전설비가 촘촘하게 설치될수록 전기차 충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져 전기차 구매력이 상승한다. 올해 11월 말 현재 미국정부, 주정부, 전기회사 등에서 전기차 충전설비 지원금 규모가 615억달러(약 80조원)를 넘는다. 미국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이른바 ‘Green 뉴딜’ 정책을 펼치고 있고, 이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서 세계 맹주자리를 굳히려 하고 있다.

그리고 Tesla를 중심으로 자동차 회사들이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시장에 선보이는 가운데 중가모델을 앞세워 전기차 시장 저변 확대를 꾀하고 있다. 올해 11월 말 기준 미국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전기차 모델은 배터리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을 합쳐 83종에 달한다.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새 모델이 고급스러우면서도 가격은 점점 저렴해지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전기차 신차 구매에 지불된 평균가격은 16% 줄었다. 전기차 신차 가격은 2022년 6월에 정점을 찍은 후 올해 현재까지 6000달러 이상 하락했다. 여기에다 정부가 최대 7000달러까지 전기차 구매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가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말이 현실로 이루어질 것 같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정적인 소식들도 나온다. 전기차 수요가 하락세로 전환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전기차 회사들이 투자를 철회하거나 연기한다는 것이다.

과연 미국 전기차 시장에 먹구름이 끼는 것일까? 미국의 올해 분기별 전기차 판매 증가율을 살펴보자.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1·4분기 55%, 2·4분기 57%, 3·4분기는 63% 성장하면서 성장폭을 키웠다. 이 수치만으로 보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그 어디에도 어둠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른 전기차 회사들의 투자 철회 및 연기 결정 소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 이 소식의 진원은 바로 GM과 Ford다. 그렇다면 왜 이 두 회사가 전기차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 철회를 하거나 연기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이 두 회사가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면서 목표로 한 시장 점유율에 크게 못 미치는 성과를 낸 것이 주요인으로 보인다. 앞서 보았듯이 미국의 전기차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Tesla 대비 가격 등의 경쟁력이 없다 보니 두 회사의 시장 확보에 최소한 노란 불이 켜진 것이다. 물론 여기에 최근의 고금리 정책으로 고객의 구매력이 약화돼 성장률이 지금보다는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은 큰 빛이 비치는 상태에서 조그마한 그림자가 비치는 상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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