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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수소배관망 구축, 네덜란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면서 우리 조야에서는 때아닌 네덜란드라는 서유럽의 강소국에 관심이 쏠렸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이나 세계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기업 ASML 본사 방문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한·네덜란드 간 반도체 동맹 강화가 주된 목적이었다. 이 밖에도 국사책에서 ‘헤이그 특사’로 배운 ‘이준’ 열사의 기념관 방문 등을 통해 우리와 네덜란드의 역사적 관계를 환기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한편으로 필자와 같은 에너지·자원경제학자에게 네덜란드는 이른다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을 떠올린다. 네덜란드병이란 대규모 유전·가스전이 발견되면, 신기하게도 제조업이나 농업 등이 오히려 쇠퇴하면서 경기침체·대규모 실업이 발생하는 독특한 경제 현상을 말한다. 얼핏 대규모 유전·가스전이 발견되면 온 국민이 돈방석 위에 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한 걸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석유·천연가스를 팔아 벌어드린 대규모 외화가 국내로 유입되면, 상대적으로 자국 통화가 비싸지고 환율이 떨어져, 공산품·농산물 등 다른 품목의 수출길이 막히는 기막힌 상황이 연출된다. 이런 상황은 실제로 1960~70년대 네덜란드 제조업에서 발생했다. 1959년 대규모의 ‘흐로닝언(Groningen) 가스전’이 발견되면서다. 2013년 생산량이 약 2조 570억㎥에 달한다. 러시아를 제외하고 유럽지역 최대 규모로, 심지어 일국의 제조업 쇠퇴까지 유발할 정도였다. 흐로닝언 가스전은 수익의 70~95%가 네덜란드 정부에 귀속돼 오늘의 네덜란드 복지 국가시스템을 있게 한 경제적 토대가 되기도 했다. 그러던 흐로닝언 가스전이 최근 폐쇄됐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차원도 있지만, 그보다는 가스 추출로 지반 침하가 심해져 1991년부터 주변 지역에 빈번한 지진을 유발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흐르닝언 가스전은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생산을 줄이기 시작해 올해 10월 1일자로 생산이 완전중단됐다. 이에 따라 가스 배관 네트워크를 통해 네덜란드를 넘어 유럽전역으로 흐로닝언산 천연가스를 실어나르던 네덜란드 가스유통공사 ‘하수니(Gasunie)’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더욱이 탄소중립 이행에 따른 예정된 천연가스 수요 감소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하수니는 결국 가스에서 수소유통공사로 변신했다. 이를 위해 주로 북해의 대규모 해상풍력단지에서 생산하는 그린수소를 네덜란드 전역으로 유통할 수 있는 연장 1200㎞ 수소 전용배관 네트워크를 2030년까지 구축하는 ‘Hydrogen Backbone’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두 가지 이목을 끄는 부분이 있다. 먼저 소요예산 15억 유로(약 1조5000억원)의 절반을 정부가 부담한다는 점이다. 전국 단위의 수소 배관 네트워크 구축이 일종의 고속도로처럼 관련 산업발전에 필수적이지만 아직 불확실한 수소 수요로 수익성을 충분히 담보하기 어려워 민간이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칫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이냐 논쟁의 늪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네덜란드 정부가 과감히 위험을 분담해준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의 과단성도 본받을 만하지만, 이를 이끌어낸 하수니의 전략도 눈에 띈다. 하수니는 1200㎞의 수소 배관 중 85%를 기존 가스 배관을 개조·재목적화해 수소로 전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구축비용이 신규 배관의 20~25% 정도로 저렴해지면서, 동시에 좌초자산을 재사용해 탈탄소화 정책 실행에 따른 자원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게 했다. 정부 재원은 결국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다. 그래서 위험부담이 큰 이 같은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좋을 수만은 없다. 이처럼 비용 효과적이면서도 기발한 방안으로 소모적 논쟁을 피하면서 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소구력도 가질 수 있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 수소경제도 기존 수송 중심에서 발전·산업 중심으로 중심축이 옮겨가면서, 수소 전용배관 구축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네덜란드처럼 전국단위까지는 아니라도 평택 등 수도권, 광양만권, 부·울·경 권역 등지에서 수소 전용배관 환산망에 대한 검토가 현재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나 네덜란드나 대규모 배관 구축에 수반되는 위험부담이나 사회적 논란은 비슷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하수니 사례처럼 더 과감한 정부 지원과 함께 이를 정당화해줄 수 있는 비용 효과적인 구축 방안 마련을 위한 이해당사들의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하수니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E칼럼] 산업통상자원부의 문제 나눠 풀기

크고 복잡한 문제를 풀 때, 그것을 다룰 수 있을 만한 작은 문제로 나눠서 푸는 것이 방법이다. 어떤 일이든지 큰 일은 통째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보다 작은 일로 나눠서 푸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데 비정부기구(NGO)의 인사들은 이런저런 고려사항들을 다 집어넣어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되면 문제를 풀 수 없다. 이들도 그걸 잘 알 것이다.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것은 문제를 풀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계속 떼를 부릴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주로 직접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살기 보다는 훈수를 두면서 살아온 사람들이 그런 경향이 많다. 계속 훈수를 두려면 판이 끝나지 않아야 하니 말이다.문제를 나눠서 풀 경우와 함께 통째로 풀 경우의 답이 다른 경우도 있다. 예컨대 어떤 기부를 한다고 치자. 작은 기부들을 열거하면서 하나하나 소액을 요구하면 기부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걸 모두 합쳐서 목돈을 요구하면 기부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문제들의 답들을 서로 비교해서 과연 상충되는 점이 있는지 하는 것 들을 검토함으로써 큰 문제의 답과 같도록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작은 문제에 대한 답을 그대로 정답으로 여기면 사실 문제를 풀지 못한 경우보다 못할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전력망이 불안해진다. 재생에너지는 햇볕과 바람과 같은 환경에 의존하기 때문에 전력생산이 일정하지 않다. 햇볕과 바람이 일정하지 않으며 일정하다고 구름이 지나간다거나 하는 다른 조건들이 바뀌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의 전력생산 일정하지 않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은 전압과 주파수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 전력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것이 전력시장에 큰 과제로 등장했다. 전력망을 안정화하려면 전력생산량 조절이 쉬운 발전소를 늘리는 것이다. 이른바 탄력적 발전원을 늘리는 것이다. 이 경우 탄력적 발전원으로 석탄발전이나 가스발전을 늘린다면 이산화탄소를 줄인다는 재생에너지 확대의 취지가 사라져버린다. 다른 방법으로 전력저장장치(ESS), 즉 배터리를 둬서 전력이 남으면 거기에 넣어두고 부족할 때 보충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EES시설을 갖추고 운영하는 데는 매우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그 자체보다 전력저장장치의 가격이 더 높기도 하다. 그렇다면 결국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에는 국민이 보지 못하는 이런 다른 비용요소를 추가해 고려돼야 하지만 이 비용은 전력망 비용으로 전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문제 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도 풀어야 한다. 탄소중립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에너지기본계획도 세워야 한다. 또 2년마다 전력수급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그런데 한전의 적자 문제를 다룰 때는 원자력 발전이 줄어들고 재생에너지가 늘어났다는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또 재생에너지가 늘어남으로써 전력망을 보강해야 하는데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마치 한전이 부실 경영을 한 양 한전의 조직을 축소하고, 자산을 매각하며 직원들의 보너스를 줄이거나 반납하는 계획을 세운다. 탄소중립계획이나 전력수급계획을 세울때 가격이라는 시장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빼놓고 계획을 짠다. 한전의 적자는 고려하지 않는다. 전력수급계획을 짤 때는 정책전원이라는 명목으로 재생에너지를 무조건 일정비율을 건설하도록 반영한다. 그리고 나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져 전력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지나치게 높아진 재생에너지를 감당하기 위한 연구소를 설립해서 지원하고 또 한전의 적자 계획은 이들은 고정값으로 놓고 대책을 수립한다. 과연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걸 몰라서 돈 계산을 안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미 돈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공급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재생에너지를 마구잡이로 공급해놓고 전력망을 강화한다며 또 수요처와 공급처가 다른 문제를 해결한다고 또 돈을 쓰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값싸게 탄소중립을 하려면 원자력발전소 늘리면 간단히 모든 게 해결되는 데 말이다.산업부는 에너지 문제를 큰 틀에서 정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풀면서 정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E칼럼]

얼마 전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로버트 솔로 (Robert Solow) 교수가 별세했다. 198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그의 주 전공분야는 경제성장론이었으며 방법론으로는 동학 모형으로서 필자의 연구에 여러모로 영향을 끼쳤다. 몇 년 전에는 그의 경제성장 모형을 확대해 ‘탄소중립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양립하는가’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바도 있다. 필자는 이 논문을 통해 2050년 무렵 인구절벽·재정절벽·연금절벽의 ‘트리플 위기’에서 우리나라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산업성장과 기술혁신을 막는 단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위주의 정책이 아니라 기술개발과 자본축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로버트 솔로 교수가 지속가능성 이슈에 동참했던 1970년대는 오늘날과 유사하게 환경이 이슈였지만 그 내용은 사뭇 달랐다. 지구온난화를 우려하는 현재와는 달리 당시는 빙하기의 도래를 우려하고 있었으며,(독자 중 그 당시 한강이 얼었던 것을 기억할 세대도 있을 것이다), 로마클럽은 인구증가와 자원고갈로 인류의 생존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무겁게 경고하던 때였다.(아이러니하게 지금은 인구감소를 우려하고 자원의 가채 년수도 여전하다)로마클럽의 경고 이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정의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다. UN은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수자원, 대기자원, 토양자원이 지구 상에 애초에 형성되었던 때와 마찬가지로 순수하고 오염되지 않도록 모든 세대가 이들 자원을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화석연료는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땅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심층 생태중심의 사고를 근거로 당시 선진국의 환경주의자들은 중진국의 인구증가 문제에 심각하게 개입하기도 하였다. 로버트 솔로 교수는 이와 같은 지속가능성 정의는 지극히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대신 그는 화석연료를 최적의 소비경로를 따라 사용하되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개발과 산업성장으로 연결해 미래 세대가 경제적, 생태적으로 박탈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즉, 기술진보를 통한 새로운 성장자본의 축적으로 지속가능한 환경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동시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는 세대간 형평성, 특히 취약세대에 대한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는 존 롤스의 정의론적 관점과도 부합한다는 연구들도 상당수 있다. 21세기인 오늘날의 탄소중립 논쟁은 필자가 볼 때 1970년대 로마클럽과 1980년대 지속가능성 논쟁의 데자뷔다. 자원 이용률과 인구증가율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오늘날의 넷제로와 유사한 개념이다. 로버트 솔로 교수의 기술혁신 중심의 환경-경제성장 모형에 따르면 넷제로라는 온실가스 감축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탄소중립의 기술혁신을 통해 산업역량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탄소중립은 1~2년 추진하고 그만둘 정책이 아니라 수십년 아니 한 세기에 걸쳐 추진해야 할 방향이라면 우리 자체적으로 그 산업적 역량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수입산으로 태양광과 풍력을 다 깔고서 그것으로 탄소중립 달성했다고 하는 주장은 오히려 미래 세대의 경제권을 박탈하는 존 롤스의 정의론에도 위배된다.넷제로를 주장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IRA (인플레이션 감축법) 또는 그 전신인 Build Back Better(경제인프라 패키지), 탄소국경조정제, 핵심원자재법 등은 온실가스 감축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저탄소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 산업자본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가? 정작 산업자본의 육성을 통한 강건한 경제성장 도모보다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도 두들겨 패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국내 밸류체인을 강화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정책과 과학기술의 부흥을 위한 로버트 솔로 방식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특별기고] 후쿠시마 방류수, 과학적 사실은 이렇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8월 24일부터 방류가 시작된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는 지난 11월 30일까지 총 2만3351㎥가 방류됐다. 지금까지 방류된 처리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총 3조2000억Bq로 연말까지 예정된 추가 방류량까지 고려하면 올해 배출되는 삼중수소의 총량은 약 4조6000억Bq이다. 4조6000억Bq의 삼중수소를 무게 단위로 환산하면 약 13mg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이후에도 매년 62mg 이하의 삼중수소 배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 수준의 삼중수소는 우리나라는 커녕 일본 후쿠시마 연안에서조차 유의미한 환경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 자연 및 인공적으로 배출되어온 삼중수소의 양과 비교한다면 매우 적은 양이기 때문이다. 삼중수소는 반감기 약 12.32년의 방사성 핵종으로, 자연적으로는 지구 대기 상층부에서 생성된다. 이렇게 생성된 삼중수소는 매년 약 150~200g이 빗물을 통해 해양으로 유입되며, 발생량과 반감기에 의한 소멸량을 합쳐 약 3.5~4kg이 해양에서 평형을 이룬다. 인공적 요인의 삼중수소는 전 세계의 원자력 시설에서 매년 약 80g이 배출되는데 이는 올 한해 후쿠시마에서 배출되는 양보다 6000배 이상 많은 양이다. 전 세계의 원자력시설 중 가장 많은 양의 삼중수소를 배출하는 곳은 프랑스 라아그(La Hague) 핵연료 재처리 시설인데, 이곳에서만 매년 30g 안팎의 삼중수소가 배출된다. 후쿠시마와 비교하면 최소 500~수천배의 삼중수소가 배출되고 있음에도 라아그 지역의 방사능 수치는 상당히 낮다. 당연히 라아그 주변 생태계 역시 별다른 이상징후가 발견되지 않는다. 라아그 재처리 시설보다 더 많은 삼중수소를 유출시킨 사례를 살펴보면 어떠할까? 오늘날 지구 바닷속에 존재하는 삼중수소의 대부분은 1960년대 전후로 실시된 대기권 내 핵실험에 의해 발생했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연구소(IRSN)에 따르면 대기권 내 핵실험으로 발생한 삼중수소의 총량은 약 600kg이나 되며 지난 60여년간 약 5차례의 반감기를 거쳐 현재는 약 20kg이 바닷속에 잔존하고 있다. 특히 핵실험이 정점에 도달했던 1963년에는 북반구에 내린 빗물 속 삼중수소 농도가 리터 당 470Bq에 달했다. 당연히 이 시기에 우리나라의 영토·영해에 빗물로 직접 내린 삼중수소의 양은 현재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보관된 총량보다도 수백배 이상 많다. 후쿠시마에서 배출된 삼중수소는 태평양을 비롯한 대양에서 희석된 이후 우리나라에 도달하므로 실질적인 영향력은 냉전시기 우리나라에 직접 비로 내렸던 삼중수소의 수십만분의 일 이하로 볼 수 있다. 후쿠시마에서 매년 62mg의 삼중수소가 배출된다고 한들, 우리나라에 대한 환경 영향이 제로에 수렴한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런데도 특정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방류수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지구가 악영향을 받게 될 것처럼 주장한다. 이는 방사선 및 방사성 물질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시절, 대중에 널리 퍼졌던 뿌리 깊은 공포심과 반일 감정에 기인한다. 일본은 역사적 악연으로 인한 부정적 감정이 아직 우리 국민들에게 뿌리깊이 남아있는 국가다. 우리와 경제적·군사적으로 동맹관계인 동시에 경제·문화·외교적 측면에서 서로 아슬아슬한 경쟁 관계를 이루기도 한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일본과 같은 국가를 대상으로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하자면 과학적 사실관계에 어긋난 주장을 내세우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한편 원자력 및 방사선 전문가 집단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세를 견지하되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으며 투명한 정보 를 전달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특히 과학기술이 진영 논리에 휩쓸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문가 집단이 일종의 집단 지성체계를 구축해 대중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고범규 (사)사실과과학네트웍 정책기획본부장

[김성우 칼럼] COP28이 한국에 던진 과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지난 13일 마라톤협상 끝에 폐막됐다. 이번 COP28에는 198개 당사국을 비롯해 국제기구, 산업계, 시민단체 등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9만여명이 참가했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다. 홍수, 폭염, 산불 등 확연하게 심각해진 기후위기가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고조시킨 가운데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Global Stocktake) 결과 ‘UAE 합의(Consensus)’가 채택됐다. GST는 파리협정 14조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 관련 국제사회의 진전을 5년마다 점검하는 것인데, 올해 첫 이행점검 결과 기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경로로 못 가고 있기(not yet collectively on track)에 긴급한 조치와 지원 필요성에 합의한 것이다. 이번에 채택된 결정문의 주요 내용을 살펴 보면 지구온도 상승제한 노력의 목표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파리협정 목표)로 재확인(reaffirm)하고, 이를 위해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3% 감축, 2035년까지 60% 감축,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이 필요함을 인정(recognize)했다. 이에 각 당사국들에게 국가별 상황에 맞게 다음의 8가지에 기여할 것을 촉구(call on)했다. 첫째,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고 에너지효율성을 2배로 개선한다. 둘째, 저감장치 없는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phase-down)한다. 셋째, 2050년까지 배출제로 에너지 시스템, 무탄소 및 저탄소 연료 달성 노력을 강화한다. 넷째, 정의롭고 공평하고 질서 있게 에너지 시스템내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transitioning away from fossil fuels in energy system)을 2030년까지 가속화한다. 다섯째, 탄소감축이 어려운 부문을 중심으로 무탄소 및 저탄소 기술(재생에너지, 원자력, CCUS, 저탄소 수소)을 가속화한다. 여섯째, 2030년까지 비 이산화탄소, 특히 메탄배출을 대폭 감축한다. 일곱째, 저배출 및 무배출 차량 보급, 충전시설 확충 등을 통한 수송분야 배출 감축을 가속화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의 조속한 철폐를 촉구한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관련 내용이다.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첫 당사국총회 이후 당사국들이 석탄 뿐만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까지 포괄하는 화석연료 전환에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유국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진통 끝에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인 화석연료를 결정문에 반영함으로써, 화석연료 시대로부터 벗어나는 국제사회의 에너지전환 방향을 공식적으로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한편으로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금융과 관련해서는 누가 비용을 지불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고, 전례 없는 기후위기 심화에 대한 과학계의 경고에 비추어 COP28 성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도 공존한다. 그럼에도 이번 C0P28 결과가 우리에게 보내는 시그널은 명확하다.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으로 공식화되면서 우리 정부나 기업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련 요구가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관련 정책이나 기업의 전략이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합해야 한다. 예를 들어 COP28에서 다시 한번 요청·권유(request·encourage) 바에 따라, 우리 정부는 2030년 국가감축목표달성 경과를 포함한 격년 투명성보고서를 2024년까지 제출해야 하고 앞서 제출된 2030년 국가감축목표(40%) 보다 더 야심 찬 2035년 국가감축목표를 2025년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마침 정부도 향후 15년간 에너지전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내년에 확정할 예정이고, 제4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2026~2030) 동안 국내 산업부문 다배출기업에 대해 배출 기준과 허용량을 정하는 기본계획 및 할당계획을 2025년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따라서 정부가 1~2년 내에 소관 법령에 따라 수립해야 하는 국가법정계획들이 COP28 결정문은 물론이고 UN에 제출할 국가감축목표와도 정합성이 있어야만 한다. 기업의 경우도, 국제사회 합의가 국내 정책변화를 초래함은 물론이고 고객사인 글로벌기업의 행동도 촉진시킴으로써 기업에 대한 기후변화 대응 요구도 가속화될 것인 바 앞서 언급한 COP28결과에 따른 국내외 후속조치들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전략을 지속적으로 갱신해야 한다. 나아가 국내외 정책 형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필요도 있다. 이러한 정부와 기업의 행동 변화가 바로 이번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의도하는 시그널이다.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E칼럼]  신흥 자원부국의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3일 ‘산업 공급망 3050 전략’을 내놨다. 리튬,흑연,요소 등 185개 공급망 핵심 품목의 특정국 의존도를 평균 70%에서 50% 밑으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또 이들 원료에 대해 국내 생산 및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각종 규제도 완화하면서 자립화와 다변화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 필요한 핵심광물 조달이 힘들었다. 과거 서구 열강의 식민지 착취의 피해국이었던 국가들이 광물자원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시장에 ‘반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들 자원부국은 자원 관련 각종 규칙 정비를 통해 서방국가들을 줘락펴락 하는 통제권까지 줘고 자원무기화에 나서고 있다. 결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이 전기차 배터리 광물 등 핵심광물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이들 국가에 손을 내미는 형국이 됐다.자원부국들이 반도체의 핵심원료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이어 배터리에 쓰이는 흑연까지 통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희토류의 생산과 수출을 규제하려는 중국에 맞서기 위한 서방의 수요가 몰리면서 이들 자원부국의 입지를 더욱 끌어 올리고 있다. 전 세계의 친환경 전환 흐름에는 리튬을 비롯해 니켈, 코발트, 구리와 같은 핵심광물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 핵심광물들은 특정국가 혹은 특정지역에 집중적으로 매장돼 있으니 이들 핵심광물 보유국들의 입지와 위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1위의 니켈 생산국으로 매년 세계 니켈 생산량의 절반 가량이 인도네시아에서 나온다. 코발트는 콩고가 전 세계 채굴량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이 한 나라에 편중돼 있다. 호주, 칠레, 아르헨티나는 세계 탄산리튬 매장량 상위권 국가들이다. 특히 남미의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3국은 세계 탄산리튬 65~70%의 매장량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이들 자원부국이 수출 통제를 비롯해 자원의 국유화 등 카르텔 형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나미비아와 짐바브웨는 리튬 원석 수출을 금지시켰고, 칠레는 리튬 광산의 국영화를 선언했다. 인도네시아는 자원 통제에 가장 적극적이다. 2019년부터 단행한 니켈 원광석 수출 금지 조치에 더 해 최근에는 알루미늄의 원광인 보크사이트 수출 규제에 들어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석유수출기국(OPEC)의 사례를 따라 배터리 핵심광물 카르텔을 만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 칠레, 콩고 등의 주요 ‘광물자원 활용법’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풍부한 매장량을 기반으로 자국 우선 가공, 제련 등의 조건을 내걸어 밸류체인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칠레는 고부가가치 리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해외 기업에게 탄산리튬을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겠다는 정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들 자원 보유국들이 자원을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도 있다. 만약 자원부국 중 어느 국가라도 해외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유화책을 펼치게 되면 다른 국가가 아무리 광산 국유화 등 엄격한 통제 정책을 내놓아도 그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예를들어 석유는 확고한 대체 불가능성을 가진 자원이지만 배터리 원재료는 비교적 쉽게 대체되고 있다. 코발트가 들어가지 않는 배터리 제조 기술이 등장한 뒤 중국내 코발트 사용 비율이 2020년 18%에서 올 9월 현재 60%로 급증했다. 또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저렴하고 안전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차세대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나트륨 매장량은 리튬의 440배지만 가격은 80분의 1수준으로, 리튬보다 채굴과 정제가 쉽고 저렴하다. 더불어 화재 위험성도 낮다. 단점은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전기차에 활용하지 못 했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지금은 에너지 밀도를 kg당 160Wh까지 끌어 올리며 약점이 크게 개선되는 추세다. 한·중·일 3국 가운데 한국 기업이 배터리 제조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 고려아연이 최근 울산 울주군 온산공단에 고순도 니켈을 생산하는 ‘올인원 니켈 제련소’ 건설사업 기공식 가졌다. 고려아연의 올 인원 니켈 제련소는 연간 4만2600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2026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TX는 지난달 리튬 광산개발 및 정광 트레이딩을 위해 페루, 브라질과 3자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정부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 기본법)을 기반으로 빠른 시일내에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전략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늘 수 있는 만큼 중국과의 경제 연관성을 이어 가야 한다. 중국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공동위원회 등 다양한 협의 채널을 통해 우리 기업의 통관 애로를 해소하고, 핵심광물 수급 안정화를 위해 적극적인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해외자원개발을 통한 공급망 확보 노력도 꾸준히 전개해 나가야 한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E칼럼] 커지는 에너지 안보 위기, 내재적 리스크 최소화해야

2023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올 한 해는 그 어느 해보다 국제적인 분쟁과 갈등이 심화했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지난해 2월에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장기전으로 빠져 든 가운데 지난 10월에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팔 전쟁이 터지면서 유럽과 중동에서 동시에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자원 부국인 러시아가 자국의 에너지를 무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은 크게 요동친 가운데 석유 및 가스 매장량이 가장 큰 지역인 중동에서마저 전쟁이 발생하다 보니 에너지 안보에 대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게다가 이달 초에는 남미의 거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가 옆 나라인 가이아나 영토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땅을 자국 영토에 편입하는 것을 묻는 국민투표를 진행, 무려 90%가 넘는 지지를 획득했다면서 영유권을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가이아나는 2015년 에세퀴보 연안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가 매장된 것이 확인되면서 빠른 경제 성장을 보이던 남미의 신흥 산유국이다.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이 14일 회담을 갖고 상대방에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갈등 국면이 일시적으로나마 봉합되는 모양새이기는 하다. 그러나 유럽, 중동에 이어 남미에서까지 국가 간 갈등이 계속되고, 이런 갈등들이 직간접적으로 에너지 문제와 얽히게 되면서 최근 안정세로 접어든 국제 유가에 대해서도 상황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글로벌 정세가 이렇게까지 불안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초강대국 미국의 리더십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쇠퇴하면서 미국이 주도해 오던 자유주의 세계질서가 흔들리게 된 것을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더군다나 유엔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유엔 헌장을 위반하고 다른 주권국가의 영토를 침범한 행위는 유엔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던 글로벌 거버넌스 레짐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이렇다 할 리더십이 부재하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요국들은 각자의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정책은 물론 산업 및 금융정책까지 총동원해 경쟁적으로 자국의 기술과 산업을 보호하려 하고 있고,자원 보유국들은 자국의 자원과 에너지를 보호하려는 차원을 넘어서서 무기화하는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국은 주지하다시피 국내에 부존자원이 전무하다시피 할 뿐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과 이어지는 인프라가 부재해 물류를 전적으로 해상 수송에 의존하는 상황이어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도 불리하다. 또한 수출에서 가공무역 비중이 큰 만큼, 원자재 수입이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수출 역시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는 구조다.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앞선 과제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게다가 EU(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극적으로 줄이면서 저탄소에너지원의 사용을 대폭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궁극적으로 에너지 안보에는 긍정적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들여와야 하는 핵심광물의 지리적 편재성을 생각할 때 석유·가스와는 또 다른 지정학적 경쟁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것 역시 부담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Climate School의 제이슨 보르도프(Jason Bordoff) 교수와 부시 행정부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국가안보부 보좌관을 지낸 메건 오설리번(Meghan O‘sullivan)은 올 4월 Foreign Affairs誌 기고문을 통해 역사적으로 에너지 안보는 저렴한 가격에 충분한 공급이 가능한 상태로 정의되어 왔지만 새로운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에너지 안보의 개념을 다변화(diversification), 복원력(resilience), 통합(integration), 투명성(transparency)이라는 네 가지 원칙에 따라 재정의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의 주장에 입각해 볼 때 한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에너지원을 최대한 다변화해 특정 에너지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복원력을 향상시켜야 하는데, 이런 목표를 지향하는 데 있어서 현재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분절된 거버넌스 체제와 경직된 에너지 시장 구조라 판단된다. 특히 한전을 비롯한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의 부채 수준은 국가 위험 부담을 눈덩이처럼 키우고 있다.2024년 새해 전망도 밝지 않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스스로가 안고 있는 내재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대외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복원력을 확보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이창호 칼럼] 전력산업기반기금은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과정에서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이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한국전력 수행하던 전력사업 이외의 기능이 적지 않았다. 공익적 성격에서 단순 지원에 이르기까지 20여 개에 달했다. 구조개편 이후에도 전력산업에서 발생하는 공익적 기능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는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다. 당시 한전의 ‘본업’인 전력사업과 관련이 없는 사업외적 비용을 합해 보니 대략 전기 판매수입의 4.6% 정도였고, 이것을 따로 분리해 조성한 것이 지금의 전력기금이다. 이미 구조개편을 시작한 미국 등에서도 공적기능이나 구조개편으로 인해 수반되는 비용조달을 위해 공공재부담금(Public Goods Charge) 또는 시스템편익부담금(System Benefit Charge)이라는 이름으로 조성해 운영하고 있었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에너지절약, 기술개발, 재생에너지, 저소득지원 등 공익적 용도에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영국에서는 경쟁체제 도입으로 운영이 어려워진 노후전원의 퇴출비용 즉, 좌초비용(stranded cost)에 주로 사용됐다. 기금의 용도는 국가마다 구조개편 당시의 여건과 환경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전력기금 규모는 설치 당시 1조원에 미치지 못했지만 지금은 기금부담율이 3.7%로 낮아졌음에도 2조 8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또 그동안 미사용 누적분이나 자금회수 등으로 지난해에는 기금편성 규모가 6조 5000억원에 달했다. 앞으로 계획안을 보더라도 매년 4조∼5조원의 기금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기금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적지 않은 전력기금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고민과 평가가 있었을 것이다.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기금이 조성되는 데도 여전히 쓸 곳은 많고, 기금을 필요로 하는 곳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기금 내역을 살펴보면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어떤 원칙과 기준에 의해 배분됐는 지도 도통 알아보기 어렵다. 전력기금 본래의 공적기능과 법적지원금은 물론, 여기저기 정책적 사업과 민원성 요구들이 쌓여가면서 수많은 사업들로 채워져 있다. 기금운영을 위해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겠지만, 이제는 기금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먼저 짚어 볼 것은 기금의 중요한 설치목적인 공익성이다. 사실 어떤 것이 공익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공익성의 개념부터가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다. 시대적 상황이나 산업여건에 따라 공익성이 바뀔 수 있다. 기금조성 초기에 이런저런 명목으로 국가재정이 담당하거나 전력수요를 유발한 사업자 비용이 전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아직도 제법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발전소 주변지역지원은 법적 근거 때문에 지원하지만, 온전히 공익으로 봐야 할지는 의문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발전 및 송전사업자의 비용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농어촌 지원이나 전기안전지원도 마찬가지다. 이렇다보니 사업자가 당연히 해야할 일이나, 국가나 지자체의 기능에 해당하는 복지사업도 전력기금에 자리를 잡게 되었고, 전력기금이 생기면서 규모도 늘어나게 됐다. 지금은 대형 발전소 건설도 줄어들고 농어촌의 수요도 정체돼 단순지원금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단순 지원이나 정치적, 민원성 지원은 줄이거나 재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음으로 사업의 목적과 차별성 문제다. 기금 설계 당시에는 법적부담금, 연구개발, 수요관리, 신재생에너지 지원 등으로 분류체계와 구분이 비교적 명확했다. 연구개발비도 기술특성과 용도에 따라 체계적으로 구분해 관리했다. 그러나 근래들어 100여개에 달하는 사업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이름만 봐서는 사업간의 차별성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또 기반이나 지원이란 명분으로 이런저런 지원센터, 기반구축과 같은 사업이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지고 있다. 난마처럼 어지럽게 걸쳐있는 사업들을 기준과 원칙에 맞춰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연구개발사업은 중복성도 심각하다. 국가가 관리하는 기금사업의 운영방식으로는 체계성과 시스템적 접근이 미흡해 보인다. 기금관리의 전문성과 객관성 확보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전력시장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시장실패에 따른 보완장치가 미흡하다. 전력산업은 시장과 정책여건에 따라 시장실패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보완하는 것이 기금의 설치 목적중 하나다. 보급초기의 재생에너지나 분산전원, 에너지효율향상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 특히 에너지효율향상은 고효율기기 설치나 효율기준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에너지절감, 전력설비 감소에 따른 편익이 설치자나 생산자에게 온전히 돌아가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합리적으로 보전해 주는 수단이 소위 ‘회피비용’이다. 전력기금 설치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시장실패의 보완이라는 점을 인식하다면 앞으로 이런 부분에 보다 중점을 둬야 한다. 아울러 구조개편의 취지에 따라 규제체계의 변동으로 발생하는 매몰비용이나 좌초비용의 반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업자 의사와 관계없이 발전소 수명을 감축하거나 운전을 제한한다면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규제가 강화되면 비용을 수반한다. 따라서 사업자에게 상응하는 보상이 필요하고 이는 기금의 용도에 부합된다.전력산업은 기본적으로 전기라는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고 유통하고 거래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간접자본의 하나로 공익적인 속성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것에 대비하여 만들어 놓은 전력기금이 여기저기 나누어주는 ‘쌈짓돈’이 돼서는 안된다. 전력기금은 전력산업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활용돼야 한다.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EE칼럼] 원칙과 기다림의 미학

요즘 우리나라 에너지계는 다사다난하다. 우선 국내 기름 값은 국제유가의 하향안정 추세를 따르고 있다. 국제유가는 2년 가까운 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에도 지난 5개월 이래 최저 수준이다. 미국 서부텍사스(WTI)유는 한 때 배럴당 70달러 수준 아래로, 유럽 브렌트유는 70달러 중반 수준을 맴돌기도 했다. 소폭 상향추세로 유가 100달러 시대 걱정은 당분간 없는 것 같다. 이에 우리나라 주유소 휘발유가격도 전국평균으로 리터 당 1600원대, 경유는 1500원 대를 밑돌고 있다. 여기에다 전력도매가격의 하향 안정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LNG와 석탄 가격의 하락으로 지난 11월 한전의 전력도매가격(SMP)은 kWh당 122원으로 1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아직은 45조원에 달하는 한전의 누적적자가 해결될지는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천연가스 유가연동보조금 지급을 연말까지 한시 연장했다. 이는 향후 국제유가 급등과 이로 인한 실물경제 및 금융·외환시장 등의 변동성에 사전대응하려는 거시경제 비상대책의 일환이다. 또한 지난 1일 시행된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 등에 대응해 우리 기업들의 탄소배출량 측정·보고·검증 컨설팅 등 대응역량 강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오랜만에 에너지 이슈가 거시경제정책의 중심과제가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에너지부문 이슈는 지난 13일 두바이에서 끝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COP28)합의 도출이다.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들이 합의됐다. 지난 13일 2주간의 협상 끝에 어렵사리 ‘화석연료 퇴출(phase-out)’이라는 표현을 대신해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 away)’ 가속 개념을 선택한 것이 가장 눈에 뛴다. 이런 표현은 COP개최 28년 만에 처음으로 합의문에 포함됐다. 당연히 최대 현안이자 쟁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과 석탄 화력발전 비중이 큰 인도 등의 반발과 ‘로비’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런 데도 두바이 총리인 COP의장은 이번 합의안이 "과학이 주도하는 성격을 가지고, 배출 문제를 해결하고 적응의 격차를 해소하는 균형 잡힌 내용"이라고 주장한다. ‘오일 파워’의 영향일 게다. 그러나 여러 저개발국들, 특히 저지대 도서 국가들과 많은 기후 활동가들은 크게 미흡하다고 불만이다.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의 내밀한 퇴출 저지조항들이 곳곳에 있다고 비난한다. 특히 천연가스를 ‘전환 기반’ 에너지로 규정한 점은 새로운 논란거리다. 석유감축 - 가스증대라는 화석에너지 원별 구조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교묘한(?) 산유국 책임회피책이란다. 물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3배로 늘렸고, 배출가스 저감이 미비한(unabated) 석탄 화력발전을 ‘단계적 축소(phase down)’하는 데도 합의했다. 비록 만장일치 합의로 귀결되었지만 여러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화석연료 퇴출’조항이 유야무야하게 되고, 재생에너지 확충의 구체적 목표가 제시되지 않고, 석탄 화력발전에 대한 퇴출 의지를 담지 못한 것은 그 대표 사례다. 기후변화나 지속가능한 성장 등 인류 공동선(善)에 대한 유엔의 글로벌 합의(Consensus)체재의 붕괴라는 의견마저 나온다. 결국 세계 기후변화 대응은 이번 총회를 계기로 제기된 다음과 같은 학계의 지적에 대한 실행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가 지구온난화 위기를 벗어나는 길은 모든 UN 체재 아래서 진행되는 각종 회의와 협약들이 파리협정에서 합의된 참여국 및 주체들의 ‘이행여부 점검(global stocktake:GST)’ 결과들이 화석연료의 점진적 감축과 궁극적 퇴출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장분석 원칙을 정립하고 관련 대책 실행과정에서 각별한 인내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지금 껏 에너지 공급부족을 우려하는 가운데 단기적인 공급여건 변화에 주로 관심을 집중해 왔다. 그렇지만 요즘 세계 에너지시장과 정책체계는 좀 더 장기적 수요와 시장변화에 더욱 주목하는 것 같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망 단절로 천연 가스를 필두로 모든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을 야기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째 지속되지만 이제는 그 전쟁으로 인한 공급 왜곡과 가격 급등은 거의 없다. 기름 값은 경기 흐름과 미국산 셰일오일 생산동향과 각국의 전략비축 수준 등이 주된 시장구성요소이며 정책결정인자가 되고 있다. 러시아와 사우디 등 OPEC+의 동시 다발적 원유감산에도 국제유가의 하락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때에 우리나라는 석유파동 등 우리가 겪은 공급애로에 대응한 공기업 위주, 국가주도 에너지전략의 재편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간 미진했던 전력원가의 가격 반영을 공급원가 하향조정기인 지금 과감하게 처리하고, 그 다음에는 민영화된 독립적 전기위원회에 시장운영을 맡기는 것을 검토할 때이다. 정부주도 전력정책의 헛된 망상을 버리기에 딱 좋은 시기가 온 것이 아닌가? 정부와 관련 공기업은 언제까지 정치권을 대신해 헛발질을 계속할 것인가?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EE칼럼]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결과와 과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예정보다 하루를 더 넘기며 지난 13일 폐막됐다. 이번 COP28에는 198개 회원국은 물론 국제기구, 산업계, 시민사회에서 8만 7000여명이 참석하며 역대급 규모를 기록했다.이번 COP28은 파리협정의 이행을 5년마다 점검하는 전 지구적 이행점검 (GST)의 첫 회의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행중심의 파리협정 체제 아래서 이번 GST의 결과에 따라서는 향후 유엔 기후변화협약 체제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구 평균 온도 1.5도 상승 억제를 위해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에 대해서 합의를 이끌어 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석연료 퇴출과 같은 좀 더 명확한 합의가 이뤄졌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지구 사회의 모든 국가들이 화석연료 기반 국가별 에너지 체계를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재생에너지의 3배 확충과 에너지 효율 2배 증가와 함께 원자력, 탄소 포집 활용 저장(CCUS) 등 다양한 기술의 활용에 합의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국제사회의 합의를 바탕으로 2025년에 제출할 제2차 국가적 기여(NDC)에 더욱 야심찬 온실가스 감축 방안과 함께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한 방안을 담을 수 있도록 이제부터 바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파리협정 제6조에 관한 논의도 우리나라의 국외감축 목표 달성 차원에서는 중요하다. 파리협정 제6조의 이행을 위한 기술적 세부지침 마련을 논의한 이번 당사국 총회에서는 합의된 전자적 양식 등 기술적 사항에 대해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러한 협상 지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외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소위 국제감축사업이 대규모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협상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대규모 국외감축 활동 개발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와 대응이 필요하다. 산림, 해양,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단위가 아닌 국가나 준 국가 수준의 개도국은 물론 협력이 가능한 선진국과도 적극적인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국외감축 결과(ITMO)의 국내 이전 후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비용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서도 필요한 국내 법제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COP28에서 논의된 재원 관련 문제도 주목해야 한다. 파리협정에서는 개도국 기후재원 문제에 초점이 주어져 있는데, 이번 COP28에서는 최빈 개도국, 군서도서국가 등 기후변화 취약국의 지원에 초점이 있는 손실과 피해 기금(Loss and Damage Fund)을 지난해 설립에 합의한지 1년 만에 공식 재원기구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데 합의했다. 여기에 더해 개최국인 UAE가 1억달러 공여를 약속하고 독일, 미국, 일본, 이탈리아 등도 재원 공여에 동참함으로써 기금의 실질적인 이행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한편으로 2025년까지 1000억달러 기후재원 조성 목표를 조기 달성함에 따라서 2025년 이후 추가 기후재원 목표 달성을 위한 논의에 착수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는 대규모 국외감축을 추진하는 과정에 필요한 재원의 활용 차원, 그린 ODA의 획기적인 확충 추진, 대표적 기후재원 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 본부 유치국 등의 맥락에서 앞으로 기후재원 논의에서 더욱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여야한다. 인도태평양 전략 등 다양한 지역 외교전략과 연계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구체적인 협상 전략의 마련이 필요하다. 향후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서의 우리의 기후변화 대응활동을 세계 표준화하면서 중요한 이슈별로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우리 정부협상 대표단의 활동이 좀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정부 대표단의 운영 방안 마련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CSDLAP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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