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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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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해묵은 전력망 문제 해법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07 08:40

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이창호 교수

▲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지금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해묵은 난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 쌓여만 가고 있다. 전력망 문제도 그중 하나다. 동해안 등 일부 지역에서는 송전망 부족으로 이미 발전소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이 급격히 늘어난 제주도나 서남해안 지역도 변전소 증설은 물론 남아도는 전기를 융통할 수 있는 송전망 보강이 시급한 실정이다. 더구나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과 재난으로 인해 전력망의 복원력과 신뢰도 유지에 대한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의 전력망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다. 정부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발전소 신설에 따른 전력 수송을 위한 송전계획도 함께 수립한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는 계획대로 추진되는 송전망을 찾아보기 어렵다. 수년씩 지연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고 HVDC, 765kV 등 시급한 국가 기간송전망은 하세월이다. 현재 상태라면 언제 설비 준공이 가능할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한전은 오직 대용량 송전망 신증설이라는 접근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다양한 대안들을 모색하고 있지만, 충분하고 강건한 전력망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발연대인 1970∼1980년대에 시작된 발전소 건설과 전력망 신설은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수요는 늘어나고 대규모 발전소가 해안선을 따라 집중적으로 건설됐다. 거리는 멀지만 한꺼번에 많은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것이 비용도 저렴하고 쉬운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런 접근 방법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더는 작동하기 어렵게 되었다. 전력산업의 경제적, 기술적, 사회적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력 수요 또한 산업구조 변동과 인구 등의 영향으로 수년째 거의 정체 상태다. 수도권 집중이 계속된다고 하지만, 전기 다소비 산업의 지역적 분산으로 수도권의 전력 수요 비중은 더 이상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송전망 건설 또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원거리 송전망은 발전소와 달리 많은 지역을 통과하는 만큼 이해관계자가 많다. 자기가 사는 지역으로 초고압 송전선이 지나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송전망 건설을 위해서는 당연히 각종 보상비용이 들어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나마 비용으로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환경 훼손, 경관 문제 등으로 인해 건설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보다 근본적인 변화로는 지금까지 수십 년간 전력산업을 지탱해 오던 대규모 발전과 원거리 송전이라는 패러다임이, 앞으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시스템은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산업도 지금까지의 대규모 공급중심의 방식에서 수요중심의 분산 시스템으로 변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그동안 대규모 발송전설비에 대한 기술적 경제적 우위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재생에너지, 열병합 등 분산형 전원과의 격차가 급격히 좁혀지거나 심지어 역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런 변화에 발맞춰 몇해 전 분산에너지를 활성화법을 마련해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한전이 독점하는 송전사업에 민간 진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송전망 건설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민간의 역량과 자본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영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해상풍력단지로부터 송전망 건설을 위해 해상풍력 설치 시 송전망운영자(OFTO)를 선정하고 있다. 우리도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송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런 접근방식을 도입하려 한다. 그러나 한계에 달한 한전의 재무적 문제를 제외하면 정부나 한전이 송전망 문제를 해결할 묘안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보다 더 큰 비용이 필요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공급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전기요금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우리 전력수급 구조상 기존의 송전 방식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겠지만, 이제는 필수가 아니라 하나의 선택지 관점에서 봐야 한다. 현재의 전력 수급은 지역 간 불균형이 매우 크다.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자체 발전 설비가 거의없는 지역도 많다. 이는 타 지역 전력에 무임승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체로 전기가 남아도는 지역은 발전 설비 건설이 쉬운데 비해 상대적으로 전력을 쓰는 산업체나 시설이 적다. 이런 지역 간 불균형이 이어진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송전망을 구축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다.


이제는 송전망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지역에서 소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새롭게 전력 수요를 유발하는 데이터센터나 대규모 시설을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송전수요를 줄일 수 있다면, 막대한 전력망 확충비용을 회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분산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기술경제적 토대는 만들어져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과 시장 신호만 작동하게 하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개발시대의 패러다임과 마인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확장의 시각에서 계속 설비 스톡만 늘리는 방식은 시스템의 진화를 저해할 뿐이다. 전력망 구성에 대한 의사결정 기준과 구조도 바꾸어야 한다. 개발연대의 경험과 사고는 진화하는 기술 변화와 다원화 환경과는 거리가 있다. 국가 전력망 구축에 대한 접근방식도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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