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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불매 운동보다 사주기 운동이 아름답다

지난 2021년 당시 일본 아베 총리가 한국수출 통제 조치를 취하면서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일본 기업 목록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불매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친 바 있다. 대리점 갑질이 드러난 기업, 성차별 면접 논란 기업, 사회적 비난이 쏟아졌던 기업, 공감 능력 부족한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고, 또 불매운동 대상이 된 사례는 매우 많다. 왕따나 학폭 의혹이 불거진 연예인들을 광고계에서 퇴출시킨 사례도 있다. 일방적인 구매에서 벗어나 간섭과 견제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비자들의 실력 행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외사례를 살펴 보면 미국에서 스타벅스가 직원들에게 인종차별 반대 시위 복장을 못 입게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에 나선 바 있다. 스타벅스는 이전에도 흑인 차별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2021년 3월 여성의 날, 트위터에 올라 온 모 회사 제공 사진 속에 ‘여자는 부엌에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알려져 비판을 받았고, 아동 노동을 착취했다는 신발 회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벌어진 바 있다. 점차 환경 문제와 사회적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대되고 있다. 컴퓨터나 SNS의 발달로 소비자들의 의견이나 대응행동이 빨리 그리고 쉽게 공유되다 보니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행동하는 소비자의 위력은 문제 있는 제품과 브랜드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별점 테러, 트럭 시위, 집단소송 등 다양한 형태의 조직적 집단행동이 본격화 된 지도 오래다. 통신과 게임, 식품·유통, 자동차 등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나 다양한 유형의 대응 사례가 많아지면서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광장이 마련됐고 이를 기반으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움직임이 동시 다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정보력과 지식으로 정보 비대칭이 많이 사라진 현재 소비자의 힘이 막강해 지고 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소비자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사소한 불만으로도 소비자들의 집단행동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불매운동은 자칫 선량한 특정 기업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고, 국제 분쟁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몇 년전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은 중국 정부의 잔혹한 인권 탄압과 강제노동을 문제 삼아 중국 신장 지역에서 생산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조치는 유럽연합(EU)과 미국, 영국, 캐나다 등으로 확산됐다. 그러자 중국 소비자들의 분노는 H&M 으로 향했고 H&M은 한 순간에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이 상황에서 H&M은 중국 당국에 불려 갔다. H&M 홈페이지에 베트남과 분쟁 중인 파라셀 군도 표기 사용 때문이었다. 결국 H&M은 중국 당국의 지도 수정 요청, 즉 중국이 그어 놓은 해안선 표시(9단 선) 지도를 즉각 받아들였다. 그러자 H&M 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불매운동이 이번에는 베트남 소비자들에 의해 제기됐다. 그 후 신장 면화 보이콧 브랜드들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미·중 정부 간 갈등으로도 번졌다. 이 사건은 불매운동의 파장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가 됐으며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매운동과 대조적으로 소비자들의 사주기 운동도 자주 일어 난다.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상품이나 서비스 사주기 운동,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나 제품의 탄생을 위한 사주기 운동을 설득하는 소비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불우이웃을 돕거나, 환경보호를 실천한 가게, 사회의 긍정적 변화에 앞장서는 가게나 기업의 제품을 사 주자는 운동은 소비자의 구매력(money vote)을 활용해 힘을 실어 주는 행동이다. 2021년 서울 홍대 근처 착한 치킨집에서 시작된 돈쭐(돈으로 혼쭐) 행렬이 SNS와 유튜브 등을 타고 연쇄적으로 확산된 바 있다. 고등학생 A군이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에 보낸 손 편지의 내용, 즉 본인과 어린 동생에게 무료로 치킨을 건넨 미담이 알려졌던 것이다. 이에 홍대 근처 소재 착한 치킨 가게에 강원,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배달 앱을 통해 돈만 내고 음식은 받지 않는 주문이 이어졌다.가치 소비에 열광하는 MZ세대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선행을 공유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다. 당시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치킨 가게 사장님 힘 내세요’ 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주문한 음식이나 결제 영수증을 찍어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친 환경, 동물복지, 기부나 봉사 등 사회 기여에 앞장선 가게나 기업의 제품을 사 주는 운동은 아름답다. 벌 주기보다 칭찬하고,불매운동보다 사주기 운동으로 착한 소비문화가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맛의 기준과 규제 그리고 무역 사이의 알고리즘

맥주는 겉보리를 발아시킨 맥아(malt)를 발효시키고 향신료인 홉(hop)을 첨가해 맛과 향을 더한 술이다. 이 술은 기원전 이집트에서도 제조됐을 정도로 곡식을 이용한 발효주로는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며, 여전히 현대인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이제 맥주는 나라마다 고유한 맥주 브랜드가 있을 정도로 보편화 됐다. 맥주는 생산지역의 물과 재료, 주조시설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의 독특한 풍미와 특성이 맥주라는 제품에 녹아있다. 이런 개성을 기반으로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를 창출한다. 1516년 독일 남부 바이에른 공국은 ‘순수한 맥주란 물, 맥아, 효모, 홉만을 사용해야 한다’라는 내용을 담은 ‘맥주순수령’(Reinheitsgebot)을 제정했다. 사실 이 법령은 바이에른의 제빵업자와 양조업자가 밀과 호밀을 두고 가격을 경쟁하던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1871년 독일이 연방으로 통일되면서 채택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독일의 양조장들은 지금도 이 기준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맥주순수령은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수입 맥주의 유통을 제약하는 무역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1988년 유럽사법재판소는 맥주순수령을 폐지하도록 권고했고 1993년 이 법령에 일부 사항만 추가된 ‘독일맥주법’이 제정됐다. 한국에서는 최초의 맥주 양조장 1908년에 서울에 문을 열었고, 1930년대에 맥주가 대량생산되며 시장이 형성됐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은 우리 맥주하면 동양맥주의 OB와 조선맥주의 크라운이라는 브랜드를 먼저 떠올린다.당시 정부가 제한된 일부 기업에만 맥주 제조와 판매를 허용했기 때문에 제품에는 다양성이 없었다. 이 같은 규제는 국내 시장 판매만을 고려한 맥주 제조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기업들이 품질의 향상이나 해외시장에 대한 수출 등을 고려할 수 없었다. 이후 국내 맥주시장이 크게 성장했지만 국산 맥주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한동안 지속됐다. 최근들어 정부의 주류산업 정책이 규제를 줄이고 수입 다변화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규제 완화는 다양한 해외 맥주의 국내 시장 진입으로 국내 맥주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국내 수제 맥주가 등장하며 소비자들은 국내에서 제조된 개성 있는 맥주를 접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한국에서는 맥주가 다른 산업이나 문화와 연결돼 독특한 맥주 문화와 산업이 형성됐다.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탄 K-드라마에서 ‘한국식 치킨’이 소개되며 해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가운데 이 것이 맥주와 결합한 이른바 ‘치맥’ 문화는 해외수출로 이어지며 새로운 산업을 창출했다. 독일과 같은 국가들이 맥주순수령과 같은 기준을 고수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이 기준이 식품이나 음료 제조와 관련된 자신들의 전통과 맛을 지키려는 노력이자 자긍심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나아가 이런 규제가 다른 산업적 가치를 창출하거나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다. 여러 지리적 표시에 관한 규제라든지 제조방식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와 같은 사항들은 무역에서 중요한 이슈로, 무역 갈등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국가와 사회가 무역 갈등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의 중요한 의미라는 것이다. 한국도 막걸리와 같은 전통주류에 관한 규제나 기준을 가지고 있다. 김치와 고추장 같은 식품의 맛에 대한 제조기준의 설정과 규제가 장기적으로는 전통의 보호와 함께 무형의 산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보호막이 될 수 있다. 세계를 석권하는 자동차, 반도체, 휴대전화 만큼 경제적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한국의 맛은 다른 가치나 산업을 만나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좋은 한국의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중요한 것이다. ‘치맥’을 통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한국 맥주도 새로운 산업적 경쟁력과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무역에서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범위에서는 ‘한국 맛’에 대한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EU연구소 소장

[이슈&인사이트]복수의결권제 도입을 환영한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국회에서 논의만 거듭되면서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하다가 지난달 27일 드디어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있다. 바로 ‘복수의결권제도’다. 상법에 따르면 주식은 1주당 1개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복수의결권제도는 벤처ㆍ스타트업에 한해 그 주주총회에서 창업자에게 1주당 최대 10개 의결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던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이 이 법안을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사실 민주당은 이 제도 도입을 2020년 총선 공약 중 하나로 발표했었다. 그때는 민주당 어느 의원도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복수의결권제도를 국정과제로 채택하자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과 일부 시민단체가 돌연 법안 통과에 반대하고 나섰다. 반대 논리가 너무 황당해 윤석열 정부가 잘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속셈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다. 이들의 주된 반대 이유는 복수의결권제도가 재벌의 비상장 계열사를 활용한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과 한 주당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은 상법상 1주당 1개 의결권을 부여하는 1주 1의결권 원칙 및 주주평등원칙에 위배돼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먼저,재벌의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은 기우에 불과하다. 재벌ㆍ대기업이 복수의결권을 경영권 승계에 악용하지 못하도록 복수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을 발행한 기업이 대기업(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되거나, 복수의결권 주식을 상속ㆍ양도하는 경우에는 해당 주식이 보통주로 전환되도록 하는 내용이 법률안에 이미 들어 있다. 또 벤처기업이 상장한 뒤에도 3년의 유예기간 뒤에는 복수의결권 주식이 보통주로 전환되도록 했다. 이처럼 소위 재벌의 관여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미국은 재벌이거나 아니거나, 대기업이거나 소기업이거나 차별 없이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주주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회사법을 제대로 모르는 소리다. 주주평등원칙은 모든 주주를 인간적으로 평등하게 대우하라는 것이 아니다. 모든 주주가 가진 주식을 평등하게 대우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은 모든 주식이 평등하게 발행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주식은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되고, 어떤 주식은 현금과 맞바꿀 수도 있고, 다른 종류의 주식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소액주주들이 발행주식 총수의 일정 비율 이상을 보유하면 주주제안권, 대표소송권, 회계장부열람권 등 특수한 권리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제도는 주주평등원칙 위반으로 그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해야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외면한다. 감사(위원) 선임에 있어 대주주의 의결권을 3% 이내로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도 침묵한다. ‘1주 1의결권 원칙’도 허구다. 이미 상법은 의결권이 전혀 없는 주식과 의결권이 일부 안건에서는 배제되는 주식의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 앞에서도 예를 든 감사(위원) 선임에 있어서는 대주주가 가진 주식은 일부 의결권이 박탈된다. 벤처기업들은 항상 자금에 쪼들린다.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창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도하거나 주식을 추가 발행하는 방법 뿐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벤처기업 창업자의 지분이 점점 희석돼 나중에는 경영권 상실에 이를 정도가 된다. 이들이 경영권 상실에 대한 걱정 없이 혁신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장치가 복수의결권제도다. 복수의결권주식 도입이 벤처기업의 안정적 경영을 담보하고 벤처기업의 활성화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당의 ‘재벌의 지배권 강화’ 주장 같은 턱도 없는 프레임은 반(反) 대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경제활성화의 발목을 잡을 뿐이었다. 선진국 제도에 비하면 많이 미흡하지만 지금이라도 법안이 통과돼 그나마 한숨을 돌렸다.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이런 것이 진정한 협치다. 앞으로도 무엇이 진정 국민을 위하고 한국 경제를 위한 것인지를 살펴 여야의 계속적인 협치를 기대한다.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이슈&인사이트] AI 시대를 사는 법

우리는 최근 몇 개월 동안 AI가 이룬 놀라운 발전을 목격하고 있다. 챗GPT라는 최첨단 AI 언어모델이 보여준 의사소통(communication)과 문제 해결(problem-solving)을 위한 혁신적인 힘은 개인의 일상적인 삶은 물론이고 조직의 전문적인 일까지 파고들고 있다. 이런 혁신 기술은 인류에게 전례 없는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챗GPT 기술의 가장 큰 성과는 인간과 AI시스템 간의 원활하고 직관적인 의사소통이다. 챗GPT가 인간 언어의 맥락과 뉘앙스를 이해함으로써 보다 정확하고 적절한 응답을 제공한다. 사용자 만족도와 AI 기술에 대한 신뢰를 높여 간다면 인간과 AI와의 연결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게다가 챗GPT는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하고 대안을 탐색하고 여러 출처의 정보를 종합하면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라는 점이다. 질문에 답하고 설명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름대로 창의적인 통찰력을 제공해 사용자가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고 고질적인 인지 편향도 줄여 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AI 언어모델이 제공하는 영향과 결과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 우세하다. 최근 퓨 연구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2%는 AI가 근로자 일반에 대해 영향을 미칠 것 이라면서도 자신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근로자는 28%에 불과하다. 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직장에서 AI의 영향이 유익하기 보다는 해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조사가 작년 말 이뤄졌고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AI기반 Bing, 구글의 챗봇 Bard, OpenAI의 새로운 모델 GPT-4 그리고 여타 기업과 독립개발자가 수많은 AI기반 도구를 내놓은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몇 달 전이 아니라 몇 년전 이야기로 느껴질 만큼 진부하다. 분명한 것은 현 상황에 대한 판단과 앞으로의 기대와 상관없이 AI 기반 의사소통 및 문제 해결 접근은 우리가 AI와 함께 상호작용하고 솔루션을 찾는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다. 자연어 처리(NLP)를 통한 실시간 번역은 언어 장벽을 허물고, 문화간 연결을 촉진하고, 기업은 감정 분석을 통한 실시간 피드백으로 고객 서비스 개선을 도모할 것이다. AI는 데이터 처리와 패턴 분석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어 금융과 보안 및 환경 부문에서 더 나은 정보에 입각한 의사 결정과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AI의 자동화 및 최적화 기능은 생산성을 높이고 제조, 운송 및 의료 비용을 줄인다. 인간도 고유의 공감과 감성 지능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소통하는 데 우월하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는 엔터테인먼트, 예술 및 신기술 개발의 밑거름이 된다, 공감과 사회적 스킬은 의료, 교육 및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 복잡하거나 모호한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 인간의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요구한다. 특히 인간의 판단과 도덕적 가치는 데이터 프라이버시, 알고리즘 편향, 일자리 대체와 같이 AI가 제기하는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진정한 마법은 AI와 인간의 능력이 의사소통과 문제 해결에 있어 서로를 보완하면서 협업을 촉진할 때 나타난다. AI의 데이터처리 기능과 인간의 직관 및 판단을 결합하면서 한때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AI로 증강된 창의성은 영감을 제공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하거나 기존 개념을 개선함으로써 인간을 도울 것이다. 이 강력한 시너지 효과는 의사 소통과 문제 해결의 전례 없는 발전을 열어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에 혜택을 줄 것이다. AI와 인간 능력 간의 협업을 통해 AI의 혁신적인 잠재력을 활용하고 그것이 제시하는 과제를 탐색하고 해결을 모색할 수 있다. 결국 AI와 인간이 함께 혁신적인 솔루션의 새로운 시대를 주도해야 할 것이다. 인간으로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이 협업을 수용하고 점점 더 AI 중심의 세상에서 탐색하고 번성하는 열쇠를 찾아야 한다. 이런 협업을 통해 우리는 AI 기술의 놀라운 가능성을 실현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김한성 마이데이터코리아 이사

[이슈&인사이트]AI로봇시대,G4 진입 지렛대 삼자

최근 산업용 로봇은 자동차, 전자제품 등 제조 산업 분야의 생산공정을 거의 100%에 가깝게 자동화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AI 기술 발전에 힘입어 ‘로봇의 눈’으로 불리는 머신비전 기술 혁신과 인간 작업자와 함께 작업하는 협동로봇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다. 산업용 로봇은 이제 제조산업을 넘어 식음료 등 전 산업 분야의 자동화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미국, 독일, 일본 등 로봇산업 선진국들은 전 산업을 혁신하고,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보고 로봇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제 로봇연맹(IFR)은 세계 로봇산업 시장이 2021년 기준 282억 달러(약 30조원)에서 2030년에는 831억달러(약 100조원)로 10년간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제조용 로봇 비중이 70% 정도고 비제조업 분야인 서비스 로봇 산업의 시장도 그 비중이 점차 커질 전망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산업현장의 인력난이 가중될 것이고 모자라는 인력의 대부분을 로봇이 대체하게 될 것이다. 로봇이 노인들을 돌보는 복지서비스도 등장할 것이다. 미래 로봇 시대의 모습은 SF 영화에서 꿈꾸었듯이 AI 로봇이 인간과 함께 생활하며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런 모습이 될 것으로 미래학자들은 보고 있다. 이처럼 현실로 다가올 미래 로봇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당연히 사회와 산업전반에 걸쳐 다각적이고 총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로봇의 이동성(mobility) 강화에 따른 안전 규정 등 각종 법제도부터 우선 정비해야 한다. 국민 개개인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학습을 시작해야 하고, 기업과 대학·연구기관·전문직 인력 양성기관들도 로봇시대에 맞춰 혁신이 필요하다. 준비 안된 기업에게는 쓰나미 처럼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생존경쟁의 게임판을 덮칠 것이다. 더욱 혁신적인 제품 개발과 기술의 메가트렌드에 걸맞은 연구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를 놀라게 하는 ChatGPT기술은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현 수준의 인공지능은 이른바 자아가 없는 매우 약한 인공지능이다. AI 스스로 자기의 실체가 무엇인지 모르고 심지어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른다. 한 마디로 주어진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는 컴퓨터의 자판과 같이 누르는 대로 작동하는 수동기계다. 따라서 모든 명령은 인간이 원하는 대로 수행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스탠리큐브릭 감독의 SF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나온 HAL이라는 강력한 인공지능을 지닌 컴퓨터가 출현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생각을 하고 판단하는 자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자아(ego)는 자체가 매우 철학적 개념이다. 인공지능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 순간, 인간과의 연결은 끊어질 것이다. 그리고 독자적으로 인간의 명령 없이 작동하고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 판단이 인간에게 불리해 지는 순간 인간과 기계의 생존 게임이 시작될 것이다. 결국 우리가 AI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그날 우리는 정말 AI를 통제할 수 있나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결국은 인간사회 모든 것이 AI를 중심으로 바뀔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자동차가 출현하고, 모든 사회적 시스템이 자동차를 기반으로 바뀌었다. 물론 이같은 상상이 현실화되려면 빨라도 50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그러나 우리가 AI를 잘 통제하고 사회전반에 윤리, 안전, 민주 등의 시각에서 다시 한번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 AI를 잘 통제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인간세상은 그야말로 유토피아 세상을 맞게 될 것이다. 혹자는 AI 로봇시대가 대한민국에 기회가 될지, 위기가 될지는 오직 우리의 판단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구한말의 유학자(성리학)들이 서양문물을 거부하고, 수구적·폐쇄적 정책을 펼치다 결국 주변 열강으로부터 강제로 침탈당한 것 처럼 절체절명의 위기를 다시 맞을 수가 있다.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기업이든 나라든 도태되는 세상이다. 우리가 경쟁력을 갖춘 IT 기술과 인프라, 우수한 인적 자산을 기반으로 미래세상의 변화에 적극 대응한다면 미국,일본, 중국에 이어 G4로 등극하는 꿈 같은 미래강국 대한민국이 실현될 것이다.고경철 세종과학포럼 회장/카이스트 로봇공학연구단 연구교수

[이슈&인사이트]알맹이 빠진 위험성평가 정책

정부는 최근 위험성평가를 산업안전의 대표정책으로 내세웠다. 올바른 방향이고 포인트는 잘 잡았다. 다만 위험성평가를 외형적으로 확대하는 데에만 급급했지 내실화하는 데는 관심이 없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행정예고된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 개정안은 ‘보여주기식’ 일색이다. 일부러 핵심적 내용을 없애려고 작정(?)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위험성평가에서 빈도와 강도 추정은 필수적인 절차다. 이것을 빼면 더 이상 위험성평가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위험성 추정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겠다는 것은 자의적인 위험성평가를 방치하거나 조장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공부 못하는 자녀에게 공부를 잘하도록 지도해 성적을 끌어올릴 생각은 하지 않고 자녀의 학습역량을 의심하고 지레 포기하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녀도 부모의 체념에 편승하여 학습하는 것을 자포자기할 것이다. 이런 부모의 태도에 자녀는 당장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성인이 되어선 일찌감치 못난 자식 취급하고 방치한 부모를 원망하지 않을까. 이번 행정예고안의 또 다른 큰 문제점은 위험성평가에 대한 잘못된 신호를 준다는 점이다. 현재 대기업에선 위험성평가가 부실하다는 문제의식 정도는 다 가지고 있다. 그런데 행정예고안은 이런 생각마저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구체적인 방법·기준과 작업별 모범사례를 개발해 배포하는 등 위험성평가의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을 열심히 해도 모자랄 판에 위험성평가 기준을 대폭 완화하겠다니,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행정예고안에서 강조하는 노동자 참여의 실효성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노동자 참여가 마치 목적인 것처럼 획일적으로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 수집과 유해위험요인 파악방법, 위험성 추정방법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이 제시되지 않으면 노동자 참여가 형식으로 흐르면서 현장감독자와 전문가의 참여를 되레 위축시킬 수 있다. 위험성평가를 작업(공사) 개시 후 1개월 이내에 하라는 것도 위험성 평가의 본질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위험성평가는 작업(공사) 개시 전에 실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 실시할 경우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제도개편을 하면서 이런 기본적인 사항마저 제대로 못 짚은 것은 국제기준과 외국법제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노동계뿐만 아니라 경영계도 반대하는 퇴행적인 제도개편을 밀어붙이려는 저의가 뭔지 자못 궁금할 뿐이다. 위험성평가 정책의 허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안전보건공단은 현재도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위험성평가 인정 비율의 목표를 뜬금없이 예년보다 2배 가량 높게 잡았다. 사업을 내실화하는 것에는 관심 없고 단순히 물량을 확대하는 것에 급급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산재예방 행정이 덩치는 거구가 됐지만 전문성은 예전보다도 못하다는 세평이 자자하다. 모름지기 산업안전과 같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문제에서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의에 찬 우행은 악행으로 통한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전문성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부는 최근 많은 산업안전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부분이 의욕만 앞세운 설익은 대책 일색이다. 그 바람에 산업현장은 큰 혼란에 빠져 있다. 어설픈 정책의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돌아간다. 노동자는 정책의 실험 대상이 아니다. 정교하고 신중한 접근이야말로 정책의 미덕임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일찍이 공자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진짜 잘못이다"고 갈파했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지만, 미련한 사람은 변명하고 합리화함으로써 두 번 잘못을 저지른다. 정부가 어느 길을 택할지 두고 볼 일이다.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이상호 칼럼]미국의 도·감청과 한국의 대응 방안

최근 미국 공군 메사추세츠 주 방위군 소속의 병사가 게이머들이 애용하는 온라인 채팅 서비스인 디스코드에 대화방을 운영하면서 미국 정부 주요 기밀 문건을 유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유출자의 범행 동기는 어처구니 없게 주로 10대 대화방 회원들에게 본인의 능력을 과시하고 온라인 상의 영웅으로 숭배받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현실 사회에서 주목을 못 받는 사람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위해 온라인에서 자기 과시적 행동을 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패턴이다. 이번 사건도 이와 유사한 온라인 영웅 심리가 배경이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 정부의 민낯이 드러났다. 우선 미국의 허술한 기밀관리 실태다. 어떻게 예비군 격인 일개 주 방위군에서, 그것도 일반 병사인 일병이 수개월에 걸쳐 우크라이나 전쟁 동향과 미국의 동맹 및 적대국에 대한 최신 정보를 온라인에 유출하는 게 가능했냐는 의문이다. 미국국가정보국(DNI)에 따르면 2019년 미국 정부의 일급비밀 자료에 접근 권한을 가진 사람은 125만 명에 달하고 이들 중에는 일반 병사나 민간사업자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2013년 미국 정부가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고 우방국에 대한 감청도 광범위하게 하고 있다고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도 미국국가안전보장국(NSA)의 민간인 계약직 직원이었다. 미국이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를 10년 이상 도청했다는 주장도 이때 제기돼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도 미국이 계속 기밀 관리 체계 개선을 등한시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 국제사회 리더 역할을 하는 미국이 오히려 국제 안보 불안을 초래한 것이다. 미국의 비밀 관리 체계 개선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다음으로는 미국이 적대국은 물론이고 동맹과 우방에 대해서도 무차별적인 도·감청을 하는 것이 옳은 행동이냐는 의문이다. 2013년 스노든 폭로의 핵심은 NSA가 ‘프리즘(PRISM)’이란 도·감청 시스템으로 휴대폰과 구글·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채팅 서버 등에 접속해 가입자의 개인 정보를 수집해 왔다는 것이다. 당시 도·감청의 주체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앵글로·색슨 국가의 협력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였다. 파이브 아이즈는 1960년대부터 ‘애셜런(Echelon)’이라는 범 세계적인 통신 감청망과 정보 감시망을 운영해 왔다. ‘프리즘’은 ‘애셜런’의 최신 버전으로, 각종 첨단 디지털 기술이 망라된 고도의 정보 수집 체계다. 예를 들어 미국의 첩보위성 기반 감청망이 대상 국가 통신망을 감시하다 ‘테러’, ‘폭탄’ 등의 위협적 단어 사용이 포착되면 휴대폰 기지국 간 주파수를 가로 채 자동 도청하는 식이다.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추적·사살에 이런 정보 수집·감청망이 적극 활용됐다. 사실 우리나라도 국가정보원과 군 등 안보 관련 핵심 조직에서 주로 북한과 간첩 활동 용의자 등에 대한 합법적 감청을 광범위하게 해 오고 있다. 특히 전방에서 정보작전의 하나로 실시되는 북한 군 통신 감청은 꼭 필요한 조치다. 국익을 위해 외국 인사들에 대한 감시와 추적도 계속하고 있다. 2011년 국가정보원 요원이 한국산 무기 구입 협상을 위해 방한한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머물던 호텔 방에 침입했다가 발각된 사건도 있다. 첨단 정보기술 사회에서 도·감청을 안 한다고 생각하는 게 순진한 것이다. 오히려 국익과 안보를 위해 도·감청을 통한 정보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은 당연하고 하지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우방끼리 서로 첩보전을 수행하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로 국익을 위한 활동이다. 정부가 이번 미국의 도·감청에 대해 불쾌해하면서도 비난을 자제하는 이유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첩보 수집 및 방첩 역량 제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미국과 ‘파이브 아이스’ 수준의 정보 공유 확대를 추진해 정보 능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한미 안보협력 강화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삼을 필요가 있다. 2011년 국정원 침입 사건에 대해 인도네시아는 한국에 형식적인 유감을 표명했을 뿐이고 자국에선 ‘별일 아닌 오해’라고 적극 진화하며 양국 협력 강화를 선택했다. 한국도 정쟁에 매몰돼 미국을 무작정 비난하기보다 양국 협력과 국익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기고] 우리는 왜 독자적 핵무장에 나서야 하는가?

오늘날 한국은 역사적 유례를 찾기 힘든 이중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첫째는 ‘30년의 위기’다. 카(E.H. Carr)는 『20년의 위기』에서 권력정치와 국가이익을 국제법과 국제제도로 대체하여 전쟁을 없애고 평화를 정착시키려던 이상주의적·낭만적 발상의 파탄을 지적했다. 한편, ‘30년의 위기’는 대화·협상·타협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던 노력의 붕괴를 말한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북한 핵개발의 진정한 목표와 동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이 겪었던 딜레마의 귀환이다. 소련의 재래식 전력이 우세했던 1949년 창설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미국 핵무기에 주로 의존(핵우산/확장억제)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소련이 미 본토를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게 되자, 미국의 핵억제력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파리를 구하기 위해 뉴욕을 희생시킬 각오가 되어 있느냐?"고 다그친 드골 대통령의 돌직구가 이를 상징한다. 미국의 대한(對韓) 핵우산/확장억제는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인 2006년, 미국의 압도적인 핵전력 우위를 배경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이 미 본토를 핵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서 ‘1949년의 딜레마’가 또 다시 등장한 것이다.미국 핵억제력의 약화로 인한 확장억제 신뢰성의 문제에 대하여 3가지 해법이 제시되었다. 첫째, 미국은 유럽 동맹국에 전술핵 배치를 시작했다. 1960년대 후반 수천발에 달했으나, 냉전 이후 대폭 줄어 지금은 벨기에·이탈리아·독일·네덜란드·터키에 100~150발만 남아 있다. 둘째, NATO 동맹국들과의 핵공유 정책이다. 핵심은 동맹국들이 핵전쟁 발발시 자국에 배치된 미국 전술핵의 사용권을 부여받는 것이다. 평시에 통제권을 미국이 보유하므로 NPT (핵확산금지조약) 위반이 아니다. 셋째, 회원국의 독자 핵무기 확보다. 영국(1952년)과 프랑스(1960년)가 핵개발에 나선 이유는 미국의 방위공약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한반도에 ‘1949년의 딜레마’가 반복됨에 따라, 전술핵 재배치, 핵공유, 독자 핵개발 등의 대안들이 최근 들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 중에서 전술핵 재배치는 고정배치 기지가 북한의 선제공격에 노출되고, 배치장소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에 취약한 문제가 있다. 핵공유도 NATO 같은 집단안보체제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남은 대안은 독자적 핵무장이다.우리가 독자적 핵무장에 나서야 하는 다섯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 비핵화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 일례로 2021년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는 "지난 30년간 미국의 북한 정책이 모두 실패했다"며 "완전·검증가능·불가역적 비핵화(CVID)는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1월 국내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7.6%가 "북한 비핵화 불가능"이라고 답했다. 둘째, 확장억제의 태생적 문제점이다. 확장억제는 상대방(소련·북한)보다 압도적 우위의 핵무력 및 핵억제력을 보유한 상태에서나 가능하다. 억제의 기제가 작동되려면 3C(능력·의사소통·신뢰성)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3C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따라서 3C가 충족되어도 억제가 ‘자동적으로’ 작동되지 않는다. 이를 실행에 옮기려는 ‘의지’가 있어야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된다. 아무리 확장억제 공약의 확고함을 강조해도 한국·일본의 동맹국이 불안에 떠는 이유는 미국의 ‘의지’를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맹국이 핵공격을 받았다고 해서 안보공약을 지키려고 워싱턴과 뉴욕을 핵보복과 대량살상에 내맡길 미국 지도자는 없을 것이다. 확장억제는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핵무기로 실천하려는 이타적·성서적 개념, 따라서 현실세계에서 작동이 거의 불가능한 개념이다. 셋째, 북핵 문제와 관련된 "양(量)의 질(質)로의 변환(Transformation from Quantity to Quality)" 현상이다. 아산연구원-RAND의 2021년 보고서에 의하면, 2027년까지 북한의 핵무기는 최대 200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파키스탄·인도·이스라엘의 핵보유고를 능가하는 양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핵군축에 나설 수 밖에 없다. 북한은 핵군축에 앞서 제재해제를 요구할 것이다. 군축협상은 대미(對美) 핵위협 감소에 기여할 것이나, 우리에게는 북핵 위협에 무한정 노출되는 인질 상태의 영속화라는 악몽의 시나리오다. 넷째, 북한의 제2격(second-strike) 능력 확보가 임박했다. 제2격 능력이란 상대의 제1격으로 심대한 피해를 입더라도, 살아남은 핵무기로 확실히 보복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제2격 능력이 갖춰지면 상호확정파괴(MAD) 시스템이 작동된다. 북한의 대미 핵억제력이 완성된다는 뜻이다. 북한은 최근(4.14일) 고체연료 미사일인 화성-18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액체연료 기반의 화성-17형을 ‘제1격’, 고체연료 기반의 화성-18형을 ‘제2격’으로 역할을 분담시켜, 미 본토에 대한 핵공격 능력을 극대화시킬 전망이다. 끝으로, 핵 선제타격의 공식화이다. 작년 9월 북한은 「핵무력정책법령」에서 핵무기를 억제수단에서 선제공격 수단으로 변화시켰다. 특히 문제되는 것은 북한이 자신들이 규정하는 ‘임의의 상황’에서 멋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는 점이다. 미국을 뜻하는 "적대적인 다른 핵 보유국"이라는 표현도 삭제했다. 남한을 ‘핵선제공격’의 표적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일각에서는 NPT 규범, 한·미동맹과의 충돌, 경제제재 및 역내 핵도미노 우려 등을 제기하며 독자 핵무장에 반대한다. 그러나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으로 "자체 핵보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비상한 안보상황에서 비롯되는 위기의식을 암시한다. 지금은 1차 핵시대(핵대결)나 2차 핵시대(핵확산 방지)를 넘어 3차 핵시대(핵전쟁 위험 고조)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금까지 핵전쟁은 ‘생각할 수 없는’ 터부의 대상이었다.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는 기존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대전환의 시작은 "핵은 핵으로만 막을 수 있다"는 상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국제정치학)

[이슈&인사이트] 노후 대비 연금과 함께 근육도 저축하자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노인이 겪는 4가지 고통(4苦)이 있다. 질병(病苦), 가난(貧苦), 외로움(孤獨苦), 그리고 할 일이 없는 것(無爲苦)이다. 이 같은 고령기의 고통에 대비하려면 연금과 건강이 긴요하다. 이 중 연금은 국가, 기업, 개인이 준비하되 다양한 금융상품과 제도를 이용할 수 있지만 건강관리는 전적으로 개인이 책임져야 할 영역이다. 노화나 건강관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특정 국가·지역에서 태어난 인구의 예상 수명인 이른바 ‘기대수명’이다. 0세부터 계산한다고 해서 ‘0세 기대여명’ 이라고 부르는 데 기대여명은 특정 나이까지 생존한 사람이 앞으로 더 생존하리라고 기대되는 평균나이를 말한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21년 기준 여자 86.6세, 남자 80.6세로 성별간 격차는 2년 연속 6년이다. 기대수명에 남녀간 차이를 보인 원인으로 1990년에는 교통사고,간·뇌혈관 질환, 간암 순이었고, 2000년에는 간질환, 폐암, 교통사고, 간암, 뇌혈관질환 순, 2010년에는 폐암, 간암, 극단적 선택, 뇌혈관 질환, 심장질환이었다가 2020년에는 폐암, 폐렴, 심장질환, 극단적 선택과 간암 순으로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출생일 나이와 실제 건강 나이에 차이가 존재하기에 고령화된 국가일수록 기대수명이나 기대여명 보다는 건강수명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 금연과 금주는 평균수명이나 건강수명에 바람직한 차이를 보장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도구로 측정했을 때 건강나이가 주민등록 나이보다 높게 나오면 나쁜 습관을 교정해 건강수명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민등록 나이는 45세지만 지속적인 흡연과 음주습관으로 혈당이나 혈압까지 비정상이라면 실제 건강나이는 50대로 사망위험도 50대와 동일하다는 의미다. 건강나이가 주민등록 나이보다 2~6세 많으면 사망위험은 1.2배, 7세 이상 많으면 1.35배가 높아진다.최근 프랑스에서는 연금수령 시점을 62세에서 2년 연기하려는 정부의 개혁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우리나라도 연금 수령시점은 늦추고, 수령액은 낮추고, 납입액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고령사회에 대한 이른바 가성비를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이며 근본적인 대안이 있다. 바로 좋은 습관을 길러서 건강 나이를 낮추고, ‘근감소증’ 등을 예방하는 등 노쇠(frailty)증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선진국들은 국가 노인복지사업의 일환으로 노인 운동증진정책을 중시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100세 시대에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근육의 양과 질이라는 의미다. 노인일수록 근육이 건강해야 면역력도 강해지고 활력이 넘치며 장수한다. 반면 근육량이 줄어들면 체력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이고 보행속도와 균형감각도 떨어져 낙상이나 골절위험이 커지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도 높아진다. 더구나 근육은 혈압과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므로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을 개선시킨다. 실제로 근감소증을 가진 남성 노인은 사망 또는 요양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5배 높고, 여성 노인도 2배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과거에는 노인의 근육량을 늘려주는 운동을 권장했지만 지금 선진국들은 근육의 질,즉 근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인운동에 ‘속도’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근육의 파워를 높이려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노인운동의 지침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노인 비율이 증가하면 노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과 대응방안도 바뀌어야 한다. 노인은 사회적 약자로 부양과 돌봄의 대상이지만, 인구의 3분의1 정도까지 다수집단이 되면 약자의 혜택은 줄어들고 책임과 의무를 지는 기간이 길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개인별 노후생활의 60%는 국가가 책임져준다는 기대가 강한 편이다. 하지만 오늘부터 당장 연금과 더불어 좋은 건강습관과 근육저축을 시작하자. 이것이 고령세대와 젊은 세대 모두를 위해서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사회복지이기 때문이다.방준석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대한약국학회 회장

[이슈&인사이트]리튬이온 vs.리튬 인산철 전기차 배터리  승자는?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전기차의 보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배터리 주도권 싸움도 날로 가열되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배터리 패키지는 전기차 시대의 총아다. 특히 최근 테슬라가 ‘반값 전기차’를 내세우면서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 확보가 업계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에서 중국을 배제하면서 우리나라 배터리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자국 우선주의가 더 심화될 경우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국제간의 공정한 무역관행이 무너질 수 있는 만큼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의 가격 경쟁은 심화할 수 밖에 없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의 주도권 경쟁은 소재에 따라 리튬 이온(NCM)과 리튬 인산철(LFP)이 힘겨루기 하는 양상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가격은 높지만 에너지 밀도가 뛰어나고 배터리 리사이클링(다른 자원으로 재활용)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높다는 이점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전고체 배터리가 빨라야 오는 2030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리튬이온 배터리의 독주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리튬 인산철 배터리는 중국 시장에서 범용되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기업인 CATL과 BYD 등 2개 중국기업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 전기차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리튬 인산철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은 높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무게와 부피가 크다는 점에서 한계가 많다. 더 큰 문제는 리사이클링이 사실상 불가능해 환경을 중시하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서방 선진국으로의 공급에는 제약이 크다. 앞의 두 가지 배터리는 상호 장단점이 교차하면서 주도권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CATL도 리튬 인산철 배터리의 한계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앞세워 선진국 전기차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기업간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리튬 인산철 배터리도 에너지 밀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간 모듈 단계를 없앤 셀투팩(Cell to Pack)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공략에도 고삐를 조이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국내 시장 수성, 중국 및 선진국시장 공략이라는 두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우선 중국 시장 개척을 위해 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과 양산을 추진 중이다. SK온은 에너지저장장치(ESS)용인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최근 열린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샘플용을 전시하며 전기차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경쟁력이다.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전기차 가격도 낮아지고 대중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이미 상하이 공장에서 중국 중심의 일부 차종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20%까지 가격을 낮춘 전기차 보급에 나섰다. 이에 맞서 포드 등 경쟁사들도 전기차 가격을 8% 가량 낮췄다. 포드는 포드 전기차종 일부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해 CATL과 합작 공장 설립을 진행 중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도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세계적으로 범용 가능성이 작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리튬인산철 배터리 점유율은 20~30%에 머물 전망이다. 아직 리튬이온 배터리를 따라 갈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는 없다. 배터리 전쟁은 한·중·일 삼국지로 귀결된다. 그래도 미국과 유럽이 중국을 배제하고 있고 일본 파나소닉은 기술이 뒤처져 현재로선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대한민국이 쥘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들도 관련 기술개발 투자와 공장설립 등을 통해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만만치가 않다.따라서 현재의 유리한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굳히기 위해 산·학·관·연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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