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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칼럼] 프리고진 사후의 바그너그룹 운명은

지난 6월 러시아 군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방식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켰다 중도에 포기했던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프리고진이 8월 23일 항공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러시아 정부에 대한 반란을 "정의의 행진"이라고 미화한 프리고진과 바그너 부대는 단 하루 만에 수도 모스크바 인근까지 진격하며 푸틴에 굴욕을 안겼다. 바그너의 반란은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모스크바 입성 직전에 극적으로 진화됐다. 그리고 프리고진이 사면되며 반란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워진 것으로 보였다. 프리고진은 푸틴과 면담하고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도 참석하는 한편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오가는 등 건재를 과시하며 바그너그룹 재건에 힘썼다. 사망 며칠 전에는 바그너의 아프리카 지역 교두보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순방하기도 했다.그러나 전형적인 권위주의 지도자인 푸틴에게 반란을 일으켜 권위와 체면을 손상한 프리고진이 곱게 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푸틴은 반란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프리고진을 사면하고 바그너 그룹 활동 재개를 묵인했지만, 지금까지 본인의 권위에 타격을 주거나 도전한 자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던 그에게는 프리고진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당장 급한 불을 끄느라 배신자를 용서해 주는 척 했을 뿐이다.프리고진의 사망으로 바그너그룹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프리고진과 함께 탑승한 바그너 주요 지휘관들도 사망했기 때문이다. 바그너그룹은 반란 이후 주둔지를 벨라루스로 옮기고 존재 가치를 부각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 바그너가 폴란드 북부 지역을 교란하거나 침공을 계획한다는 소문도 있다. 이에 폴란드는 최근 한국에서 공급받은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벨라루스와의 국경 지역으로 이동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도 벨라루스에 있는 자국민들에 대피령을 내리는 등 긴장의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지휘관을 잃은 바그너 병력의 운명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바그너는 민간군사회사, 즉 민간용병업체다.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용병업체는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상선을 보호하거나 해외 주둔 병력에 식사나 병참을 공급하는 등 일반적인 지원 임무를 수행한다. 같은 임무에 정규군을 투입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고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이에 비해 바그너의 주요 임무는 국제 분쟁과 전쟁에 정부 대신 개입하거나 직접 참전하는 것이다. 러시아나 미국같이 중소규모 분쟁에 자주 개입하는 국가는 정치적 부담과 희생을 최소화하며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용병은 다양한 형태의 국제 분쟁에 정치적인 부담 없이 빠르게 투입할 수 있는 유용한 대안이다. 용병이 전사하거나 부상을 당해도 무시할 수 있고 때로는 국가는 할 수 없는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더러운 일’을 대신 해 주기도 한다.바그너가 본격적으로 활동한 건 시리아 내전이다. 러시아는 정규군을 파병했지만, 바그너도 함께 참전해 큰 활약을 했다. 바그너는 시리아 군벌과 결탁해 정적 제거 등 불법행위와 민간인을 무차별 살상하는 전쟁 범죄도 저질렀다. 이후 바그너는 이권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에 진출했다. 중앙아프리카는 다이아몬드, 금, 석유 등 자원 부국이지만, 오랜 내전과 종교 갈등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위험한 나라가 됐다. 바그너는 현지에서 정부군과 함께 반군 소탕 등 임무를 수행하며 다이아몬드 및 금광 등을 손에 넣었다. 바그너는 많은 잔혹 행위를 자행했다.바그너는 니제르 쿠데타에도 직접 관여했다. 니제르와 주변국은 과거 프랑스 식민지로 아직도 프랑스 영향권 안에 있으며, IS 등 테러단체의 아프리카 거점이다. 니제르는 우라늄 등을 대량 보유한 천연자원 부국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적으로 고립된 러시아가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서방을 견제하는 시도의 하나로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를 대신해 앞장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이처럼 바그너는 러시아 정부의 묵인 아래 정책을 보조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바그너그룹이 푸틴의 용인 없이 존재할 수 없는 조직이라는 방증이다. 프리고진과 지휘부가 사망했다고 바그너가 해체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는 러시아 정규군으로 흡수되겠지만, 벨라루스나 아프리카 지역에 남은 병력은 푸틴이 지명하는 새로운 인물이 수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간판을 바꿔 다는 방법으로다. 반란이라는 큰 사고를 쳤지만, 바그너는 푸틴에게 매우 유용한 정치 도구이기 때문이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코인사기 기승 …가상자산법

지난 2019년 말 발생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대외활동이 제한되면서 자금의 흐름이 부동산과 가상화폐 투자에 집중됐다. 특히 가상화폐의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코로나19의 덕을 톡톡히 봤다. 비트코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10월만 해도 시가가 1200만원 정도였는데 2021년 3월에는 7000만원으로 5개월 만에 5.8배나 뛰었다. 여기에 가상화폐가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수단이라는 소문이 더해지면서 비트코인 외의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알트코인은 물론이고 잡코인으로까지 뭉칫돈이 몰렸다. 돈이 몰리는 곳에 편법과 불법이 판을 치게 마련이다. 실제로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등치는 코인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횡령 등 불법행위로 발생한 피해액이 5조2941억원에 달한다. 특히 2020년 2136억원에 불과했던 피해액이 2021년에는 3조1282억원으로 급증했다. 2021∼2022년 피해액은 4조 1474억원으로 같은 기간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액(1조3182억원)의 3배가 넘는다. 현재 대표적인 코인사기 형태는 ‘투자하는 코인이 상장되면 가격이 급상승할 것’이라고 현혹하며 코인을 매수를 권유하는 방식과 카지노, 비트코인, 금 채굴 등에 투자해 높은 이율의 수익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며 투자를 유도한 후 투자 수익금을 가상화폐로 지급한 후 가상화폐 인출을 정지시켜 투자금을 가로채는 수법 동원된다. 따라서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이런 수법에 걸려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전자인 원금과 고수익 보장을 앞세워 투자를 권유하고 약정하는 경우 기본적으로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 경우는 특히 고수익 보장 약정을 빌미로 투자금을 받은 후 해외로 빼돌리거나, 사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음으로 단기간에 고수익을 보장하는 약정을 하면서 투자금을 요구하고 그 투자금을 현금 대신 가상화폐로 지급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현금 대신 가상화폐를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범죄의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업체들은 투자자와 직접 현금이나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와 업체 사이에 투자를 유인하는 중간책을 두고, 중간책에게 가상화폐 또는 현금을 전달하도록 해 범죄의 추적과 자금 흐름의 추적을 피하는 수법을 동원한다. 마지막으로 투자를 권유한 업체가 수익금으로 지급한 가상화폐 인출을 정지하는 경우, 이미 그 업체의 자금이 부족해지거나 이미 투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경우가 많은 만큼 투자를 권유한 업체의 재산을 신속히 압류하고, 수사기관을 통해 출국정지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하므로 가능한 신속하게 법률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한편으로 이같은 코인사기에 대해 현행법상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사기, 유사수신행위법위반, 방문판매법위반 등이 있다. 그러나 법 규정만으로는 코인사기에 적극 대처하기 어렵고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구제수단으로서의 제기능을 못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사기죄보다 광범위한 규제가 가능한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처벌규정 등이 가상화폐에는 적용되지 않아 처벌규정이 미비하다. 지난 6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법은 가상자산의 개념을 정의하고 가상화폐를 제도권에 편입시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예치금 보관의무, 이용자 명부 작성 및 비치의무 등의 규제 근거를 뒀다. 또 미공개 정보 이용과 시세조종행위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처벌과 과징금 부과 규정을 도입하는 한편 가상자산사업자가 임의로 이용자의 입·출금을 원칙적으로 차단해 이용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이상거래에 대한 감시의무도 뒀다. 부디 가상자산법의 시행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한 사기와 불공정거래행위 등에 대해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이뤄져 추가적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슈&인사이트] 미래 모빌리티, 파운드리에게 물어봐

요즘 모빌리티 시장에서 전기차가 대세다. 최근 뉴스만 봐도 내연기관차 얘기는 한 줄도 없고 전기차·수소차 얘기뿐이다. 전기차를 구성하는 배터리 ·차량용 반도체·배터리 리사이클링·자율주행·커넥티드카·인공지능을 포함한 알고리즘 구현 등이 단골 키워드다. 부품중심으로 이뤄지는 이전과 달리 미래 모빌리티는 융합이 화두다. 단순한 운송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생활공간’, ‘움직이는 가전제품’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미래모빌리티 시장의 최종 승자는 누구냐에도 관심이 쏠린다. 물론 당분간은 기존의 완성차업계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기업과 라이더 센서 등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는 하드웨어업체 등이 가세할 것이다. 그러나 내연자동차와 같이 하나의 영역으로 모두를 지배할 수 있는 시대는 물건너 갔다는 점은 분명하다. 결국 피라미드의 꼭지점은 인공지능(AI)를 포함한 알고리즘 기업이 미래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주도권이 기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는 것이다. 미래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 싸움은 미국과 중국,이른바 G2간에 펼쳐지고 있다. 바로 GAFA(구글,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애플)와 BATH(바이두, 일리바바, 텐젠트, 화웨이)간의 대결이다.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알고리즘 회사들이다. 이렇다 보니 각 기업들도 알고리즘의 독립을 통한 부가가치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를 대신할 ‘타이젠’을 개발 중이고, 현대차그룹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를 선언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좌우할 또 다른 분야가 바로 ‘모빌리티 파운드리’(자동차 위탁생산)다. 모빌리티 파운드리는 전기차 등의 모빌리티를 대량으로 위탁생산하는 기업이다. 전기차는 우스갯소리로 ‘초등학생도 만든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수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내연기관차와 달리 장난감 처럼 모터와 배터리,바퀴 등으로 제작이 단순하기 때문이다.구조가 단순하고 모듈별로 쉽게 제작할 수 있다. 최근 유럽의 한 기업은 가정에서 조립해 이용할 수 있는 초소형 전기차 모듈을 내놓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는 전기차 전용플랫폼이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돼 완성도 높은 전기차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대도 열릴 것이다. 대표적인 게 ‘애플카’다. 애플카는 원래 자율주행 레벨4를 기반으로 위탁 생산한 전기차에 자체의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한 차종으로 오는 2026년께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모빌리티 파운드리’가 실현되는 셈이다. 외부 위탁을 통해 제작한 수백 만대의 ‘베어 샤시’ 위에 모양이 다른 덥개를 씌우고 새로운 알고리즘을 부여하면 완전히 새로운 애플카가 탄생한다. 이른바 ‘애플 스마트폰에 바퀴를 붙이고 자율주행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애플카의 등장은 곧 모빌리티 파운드리 시대의 개막을 의미하는 셈이다. 모빌리티 파운드리시대의 개막에 따라 앞으로는 구글카와 아마존카는 물론이고 LG카, 삼성카도 등장할 수 있다. 지금의 반도체 펩리스와 파운드리로 나누어지는 것과 같이 미래 전기차 등도 알고리즘 전문 개발 기업과 이를 구현해 하드웨어적로 공급하는 ‘모빌리티 파운드리’가 등장해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물론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가지면서 프리미엄급의 독자적인 모빌리티를 생산하는 글로벌 제작사도 등장할 수 있다. ‘아직 가 보지 않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시장 주도권을 놓고 새로운 강력한 모델을 중심으로 짝짓기가 한창이다. 그래서 앞으로 5~10년이 골든타임이다. 이 시장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려면 산학연관의 융합이 더욱 중요하다. 정부도 예외일 수 없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이슈&인사이트] 탄소 다배출 빅테크 기업의 책무

기후위기가 날로 심화되면서 탄소배출 저감이 인류에게 가장 뜨거운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빅테크의 탄소 배출’이라는 보고서가 글로벌기업들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계적으로 연간 360억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며 기후위기를 심화시킨다. 이로 인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불가피하고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정책 보고서는 탄소 오염을 줄이는 것이 지구의 온도가 1.5도 상승하는 파괴적인 영향을 완화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탄소 다배출 기업인 글로벌 기술산업(테크기업들)은 탄소배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유엔의 환경 프로그램에 따르면 글로벌 기술산업 부문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2~3%를 차지한다. 이는 전 세계 항공산업의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구글,메타와 같은 거대 기술기업(빅테크)들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9억2500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약속했다. 그럼에도 글로벌 기술산업은 여전히 탄소집약적인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으며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국가에 자리한 기업들이 있다. 추가 보고서는 그들의 로비 영향력이 기후 행동에 크게 사용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술산업은 세계를 탄소중립으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주요 업체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궁극적으로 기술산업 분야의 녹색 전략에 영향을 미친다. 주요 기술회사들이 탄소배출에 관한 명성에 부응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일렉트로닉스허브는 세계 최대 기술기업의 환경 보고서를 분석하여 경쟁업체와 탄소 생산량을 비교했다. 일렉트로닉스허브는 공개적으로 사용 가능한 ESG(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경영) 및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보고서를 사용해 업계에서 가장 큰 100개 기술회사의 총 직간접 탄소 배출량 수치를 찾아 오염도가 가장 높은 회사부터 가장 낮은 회사까지 순위를 매겼다. 이 결과에 따르면 삼성(삼성전자)은 연간 이산화탄소(MTCO₂e) 배출량이 2017만 미터톤(20.1 million metric tons)으로 세계 100대 기술기업 중 가장 많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이는 매년 도로에서 430만 대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 2021년에 18%의 이산화탄소 발생이 증가한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약속하고 소비자가전 운영을 탈탄소화하기 위해 5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마존(1620만 미터톤),대만의 TSMC(1134만 미터톤),SK하이닉스(763만 미터톤),마이크론 테크놀로지(609만 미터톤)으로 그 뒤를 이었다.. 기술산업에서 가장 큰 탄소발자국을 가진 기업인 삼성은 다른 어떤 기술회사보다 더 많은 CO₂를 배출하고 있다. 통계기업 스태티스타는 세계적으로 65억 개 이상의 스마트폰이 유통되고 있으며,이 중 최소 12억개가 태블릿 PC로 추정한다. 일상적인 기술이 환경에 해롭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치는 간접적으로 업계 최대 조직을 수백만 톤의 탄소 오염에 대한 책임으로 만드는 복잡한 공급망을 통해 생산된다. 정부가 국제사회에 선포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국내 모든 기업과 국민들의 동참 없이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탄소다배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의 높은 사회적 책임과 함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투자확대 등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SG메타버스발전연구원장

[이슈&인사이트] AI가 인류에 던진 과제

최근 인공지능의 부상으로 AI 전문 지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AI 숙련 전문가를 고용하기 위해 높은 연봉을 기꺼이 지불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멀지 않아 인공지능이 다양한 분야에 널리 이용되면서 인공지능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논란도 커질 것이다. AI시스템은 학습된 데이터만큼만 성능이 향상된다.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되기 때문에 기존의 편견을 지속시켜 잠재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개인적 차원에서 차별적인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특히 AI가 사회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고 삶의 다양한 측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그 영향력이 긍정적이고 공평하며, 인간의 가치에 부합하도록 하는 인공지능의 윤리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윤리적 문제를 소홀히 하면 사회적 혼란, 기술에 대한 신뢰 및 긍정적인 발전의 기회 상실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해로운 방식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 윤리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AI는 의도치 않게 물리적(로봇공학의 경우) 또는 심리적(딥페이크 또는 잘못된 정보의 경우)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 AI 시스템의 자율성이 높아짐에 따라 행동에 대한 책임 부여가 복잡해지고 있는다. AI가 결정을 내릴 때 또는 일이 잘못됐을 때 책임 소재를 따지기 어렵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보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AI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사회경제적으로 잠재적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특히 AI가 특정 부문에 집중해 해당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고용 시장을 혼란에 빠뜨려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거나 증권거래와 투자에서 여러 AI 시스템이 유사한 데이터와 전략을 사용하면 의도치 않게 시장 추세를 증폭시켜 과대평가와 그에 따른 폭락을 초래하면서 금융 거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AI의 성장을 모두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이끌고, 혁신이 사회적 가치와 규범에 부합하도록 보장할 수 있도록 인간의 가치, 권리,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는 방식으로 개발, 배포, 운영하는 ‘윤리적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사회적 공감과 합의가 필요하다. 이른바 8가지 핵심원칙이다. AI가 편견을 강화하거나 차별하지 않도록 공정하게,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인간이 이해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AI의 모든 행동에 대한 오류나 피해에 대한 구제를 책임있게, 개인 데이터의 안전하고 합의된 사용을 의무화하고, 일관되고 예측가능하게 작동하도록 안전하게, 인류를 위해 유익하도록, 그리고 AI가 인간의 결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강하는 것으로 인간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마지막으로 AI 윤리는 고정된 것이 아니므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AI가 진화하는 사회 규범에 부합하도록 한다. 전반적으로 윤리적 AI는 단순히 설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속적인 감독과 다양한 신념 및 가치와의 뿌리 깊은 연관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러나 역동적인 인공지능의 세계에서 윤리적 AI를 신념과 가치에 대한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질적으로 윤리적 AI를 어떻게 담보하고 보장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 윤리적 AI 관행을 장려하는 정책이 필수이다. 여기에는 알고리즘 의사결정의 공정성을 보장하고 데이터 사용에 대한 사전동의를 얻는 등 윤리적인 AI로서 제대로 사용하기 위한 업계 전반의 표준을 마련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윤리적 무결점을 검증하는 것은 AI 시스템이 실제 세계에 적용되기 전에 설계와 동작을 면밀히 조사하는 엄격한 테스트만이 가능하다. 따라서 모든 산업 분야에 AI 적용에 있어서 안전하고,비용효과가 있다는 점을 적절한 기술로 보장할 수 있는 AI 테스트 관련 기술기업 육성과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차원의 정책마련이 시급하다.김한성 마이데이터코리아 이사

[이슈&인사이트]정권의 방송장악과 정상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처럼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변한 것이 별로 없다. 100여 명의 전 정권 임명 인사들이 여전히 공공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공영방송은 더욱 그렇다. 지난 5월 30일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면직되면서 정권교체 1년이 지나서야 겨우 방송개편의 시동이 걸렸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나면서 KBS이사회와 MBC 방송문화진흥원이사장 및 이사들의 면직이 진행되고 있다. 정권교체와 함께 제일 먼저 방송을 장악하고 이후 KBS와 MBC의 모든 시사프로그램의 PD, 진행자, 작가, 출연자들을 교체하며 공영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었던 문재인 정부에 비하면 거북이걸음이 아닐 수 없다. 여론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영방송은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중립성과 독립성이 생명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권교체와 함께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것은 뭐라고 포장해도 반민주적 행태임이 분명하고, 정치권이 작금의 사태를 놓고 방송장악이냐, 정상화냐를 두고 다투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정권을 잃은 쪽은 ‘장악’, 잡은 쪽은 ‘정상화’라 주장하니 논란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라는 말이다. 필자가 보기엔 문재인 정부나 윤석열 정부나 똑같이 언론장악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언론장악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그 근본 이유는 박근혜 정부에서의 공영방송은 비교적 여야의 주장을 공정하게 방송에서 다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에 비록 경영진이 박근혜 정부에 의해 임명됐지만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의 가장 큰 노조가 모두 친 민주당 성향이 강했고 자연히 경영진에 대한 견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은 집권 후 3개월 만에 완성됐다. KBS 이사회와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원 이사들에게 압력을 가해 사퇴를 유도했는데, 그때만 해도 집권세력의 막무가내 사퇴 요구가 통했을 때였다. 그런데도 KBS 사외이사였던 강규형 명지대 교수가 강력히 저항하자 말도 안되는 법인카드 불법 사용을 이유로 면직 처분했다. 강 교수는 소송을 냈고 4년이 넘는 외로운 법정투쟁 끝에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면직이 불법이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경영진 교체 후엔 인사권을 활용해 국장급 인사를 단행하고, 이후 프로그램 개편, PD와 작가 교체 등을 통해 정권에 비판적 인사들을 모두 방송계에서 퇴출시켰다. KBS는 특히 TV와 라디오의 모든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들을 막대한 출연료를 줘가면서 외부인사로 채웠는 데, 그들이 모두 정권에 우호적 인사들이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심지어 KBS 라디오의 아침 시사프로그램인 ‘최강시사’는 당시 최강욱 변호사를 진행자로 삼아 프로그램의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가 불과 한 달여 만에 최 변호사가 청와대 비서관으로 가는 바람에 명칭만 그대로 남은 케이스다. 이들 중 대다수는 지금도 남아 그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이들은 여전히 친 민주당 인사들을 중점적으로 출연시키고 윤석열 정부를 희화화시키거나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념과 가치를 공유한 사람들에게 막대한 보수가 지급되는 일자리를 주는 것은 물론 그들을 반복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향후 정계진출의 발판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이 더 위험한 이유는 방송사 노조들이 문재인 정부와 경영진에 우호적이라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때와는 달리 문재인 정부에서는 견제세력이 전혀 없었다는 게 근본 문제였다. 친정부적 행태를 보이다가 윤석열 정부로 바뀌니 반정부적으로 돌아서서 마치 정권을 견제하는 정론처럼 ‘화려하게’ 변신했다. 그래서 이들을 공영방송이라기 보다 ‘노영방송’이라고 한다. 자유민주주의에서 공영방송이 제대로 역할하려면 정권으로부터 격리해야 한다. 그러나 방송노조가 경영과 인사, 심지어 편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 아래서는 정상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권교체와 함께 경영권 개편을 위해 공영방송이 흔들리는 사태를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처럼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없다면, 아예 민영화해 국민의 혈세라도 아끼는 것이 좋지 않겠나.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중국의 단체관광 허용과 한중관계 발전

중국 정부(문화여유부)는 지난 10일 한국·미국·일본 등 세계 78개국에 대해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에 따라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20개국에 단체여행 빗장을 풀었고, 3월에는 네팔, 베트남, 이란, 요르단,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등 40개국에 대한 자국민 단체여행을 추가로 허용했다. 1·2차 단체여행 허용 국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한국과 미국·일본 등은 이번에 포함시켰다. 아울러 비자 신청 외국인에 대한 지문 채취도 올 연말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이번 한국에 대한 단체여행 허용은 ‘사드 보복’ 이후 6년여 만에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관광이 자유화됐다는 의미다. 2017년 3월 중국은 여행사를 통해 한국 관광을 사실상 금지했고, 여행사들의 단체 상품 판매가 일제히 중단되면서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관광객은 끊어졌다. 그 후 중국 일부 지역에서 한국 단체관광이 다시 시작됐다가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향한 자국민 단체관광이 ‘명시적’으로 금지됐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서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첫째, 다음달로 다가온 항저우 아시안게임(9월23일 개막) 흥행을 위해서는 주변 주요국과의 관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미국 고위인사들의 방중과 대중국 디리스킹 정책을 계기로 미중 관계가 다소 긴장 완화 분위기로 돌아섰는데, 이런 분위기 변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둘째,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될 정도로 침체한 중국 경제 상황 때문이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는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0.3%)에 진입했고, 수출은 3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세(-14.5%)를 보이는 등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부진하다. 관광객 급감도 중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국에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은 5만3000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370만명)의 1.4%에 그쳤다. 강력한 반간첩법 시행과 비자 신청 외국인에 대한 지문 채취로 관광객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셋째, 전랑외교 전사로 불리는 친강 외교부장이 낙마하고 한반도 등 동북아에서의 국가간 역학관계를 잘 이해하는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이 외교부장으로 복귀한 것도 한 요인이다. 올해 초 박진 외교부 장관이 친강 신임 중국 외교부장 취임 축하인사 통화때 친 부장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한국의 방역 강화 조치에 우려를 표명하는 등 경색된 분위기였다. 반면, 지난 7월 14일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박진 장관과 왕위 위원간의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진행됐고 이때 인적교류 확대 등을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그리고 오는 18일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중국이 가능한 한미간 밀착을 견제하기 위해 단체관광 제한 조치를 푼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우리는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 무엇보다도 사드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드 배치는 북핵이 고도화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취한 한국의 주권행사다. 이제 중국도 보복조치의 지속은 무의미하다고 인식할 것이다. 그동안 사드문제로 국론이 분열돼 국익이 많이 손상됐다. 일부세력들은 "성주 참외가 전자레인지 참외가 될 것"이라며 사드 배치를 반대했지만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가 인체에 거의 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괴담’으로 국가의 행정을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문화교류의 모멘텀을 다시 살려야 한다. 한국의 TV드라마, K-팝으로 대표되는 ‘한류’ 열기는 양국 국민을 정서적으로 가깝게 하는 데 기여했다. 무엇보다도 문화콘텐츠 교류 확대에 힘써야 한다. 양국관계의 뿌리인 지방간 교류도 활성화해야 한다. 지방은 이념이나 가치적 요인의 영향을 덜 받는 지방은 다양한 협력이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방정부를 통하는 게 훨씬 지속 가능하며 중앙정부간 협력을 효과적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침 3여년만에 한중 페리 운항이 재개되는 등 지방간 교류를 위한 좋은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인문교류, 청소년교류, 우호도시연합회 개최 등 다양한 행사를 지렛대로 삼을 필요가 있다.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주원 칼럼] 앞뒤 확 꼬인 ‘경기종합지수’ 손 볼때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일 새롭게 수정해 제시한 경제전망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부진이 완화되고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5월 제시한 1.5%를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면서 "상반기에 경기 저점을 형성한 후 하반기에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그 다음날 민간연구기관인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023년 3분기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가 연내 흐름을 반전시키기는 힘들 것"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을 역대 최저 수준인 1.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책연구기관과 민간연구기관이 같은 사안을 놓고 상반된 전망을 내놓으면서 경제계에서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동시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경제 상황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 즉 ‘현재의 경기 국면 판단’, 그리고 경제가 좋아지는 방향인지 나빠지는 방향인지를 가늠하는 것 ‘미래 경기 국면 예측’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우선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데 있어 어떤 지표를 보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리고, 특히 향후 경제의 방향성을 판단하는 것은 말 그대로 예측이어서 더 큰 불확실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계청은 연구자나 연구기관들의 경기 국면 판단과 예측에 도움이 되도록 ‘경기종합지수’라는 것을 매달 발표한다. 경기종합지수는 크게 경기동행지수, 경기선행지수, 경기후행지수로 구성된다. 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현재의 경기국면을 판단하는 데,선행지수(순환변동치)는 향후 경기 방향성을 예측하는 데,후행지수(순환변동치)는 나중에 경기 국면을 확인하는 데 각각 활용된다.그런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으로 유발된 경제 위기 이후 경기지수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바로 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가리키는 경기 방향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경기 선행지수는 2021년 6월 이후 계속 하락하다가 올해 4월 바닥을 찍고 2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향후 어느 시점에서 실제 경기 저점이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과거 경기순환사이클에서 선행지수가 실제 경기 저점보다 짧게는 1개월 길면 8개월 미리 반등했던 경험을 비추어 보면 이번 경기 저점은 2023년 5월에서 2023년 12월 중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 경기동행지수는 2023년 2월에 바닥을 찍고 강하게 올라가다가 6월에는 주춤거리며 소폭 하락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두 가지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는 이론상에만 근거할 때, 동행지수의 2월 저점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선행지수가 4월에 저점을 찍었기 때문에 동행지수는 선행지수보다 먼저 반등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르면 경기 저점은 아직 오지 않았고, 대략 하반기 언제 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어떤 이유로 선행지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실제 경기 저점이 2월이고 이후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올해 6월 의 동행지수 하락은 일시적이고 향후 다시 반등하면서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최근 정부나 국책기관의 하반기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은 두 번째의 시나리오와 궤를 같이한다. 반면 첫 번째 시나리오는 동행지수가 미래 어느 시점에서 다시 찐 바닥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하반기 경제 상황은 좋지 않을 것이라는 민간의 시각과 합치된다. 어느 쪽이 맞을지는 모른다. 다만 두 번째의 낙관적인 시각이 맞는다면 통계청 경기선행지수의 무용론이 도마 위에 오를 것은 분명해 보인다. 통계청은 수년에 한 번씩 경기종합지수를 개편한다. 각 지수는 여러개의 개의 경제 지표들로 구성돼 있는 데 개편 때마다 구성 지표에 대해 가감한다. 최근 개편의 주된 이유는 선행지수가 경기선행을 하지 않고 경기동행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경기선행지수가 동행은 고사하고 되레 후행하고 있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근본적인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이런 혼란은 코로나 위기 이후 인플레이션, 고금리,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제 디플레이션 등 다양한 경제 충격이 혼재하면서 기존의 경제를 움직이는 규칙에 큰 균열이 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전통적인 경제 이론이 아닌 새로운 세상에 맞는 새로운 경제 이론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래도 여전히 난감하다. 정부의 시각대로라면 선행지수가 동행지수에 후행한다는 것인데, 그러면 그것이 경기후행지수이지 경기선행지수가 될 수 없지 않은가. 어쩌면 많은 연구자들이 경기 판단과 전망에 대한 근거 없이 이제는 경험과 직관에만 의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반기 경제전망을 놓고 민간부문과 국책기관이 비관론과 낙관론으로 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경제학 박사

[이슈&인사이트] 불황의 시대, 소비자 마음을 사는 법

세계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졌다. 코로나19 이후 치솟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잇따라 올렸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치솟는 원자재가격과 물가상승으로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제품의 포장 용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과 같은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이처럼 불황의 시대에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소비자들은 반대로 극도로 가성비를 추구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아무리 지갑을 닫았어도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에는 귀가 솔깃해지고, 참신함 앞에서는 지갑을 열게 된다. 따라서 불황의 시대에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하는 이유와 지속적으로 구매수요를 유지 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방책을 써볼 수 있다. 첫째, 소비자들은 물건이 망가지거나, 다른 이유로 사용하고 있던 상품을 바꾸고자 한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들은 ‘교체수요’를 경험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현재 소비자들이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는 제품을 교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더욱이 기존 제품이 아직 문제 없이 사용 가능한데 새로운 물건으로 교체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소비자들로부터 비난과 불매운동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과 디자인에 대한개선을 통해 교체수요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기존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한단계 높이거나 새로운 컨셉트을 도입해 ‘교체수요’로서의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기술적 개선에 의한 교체수요는 기술적 혁신을 통해 기존 제품의 문제점을 개선해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기업들은 소비자들과의 신뢰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을 가져올 수 있다. 둘째, 소비자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는 새로운 물건을 구매하고자 한다. 즉 새로운 물건에 대한 ‘신규수요’가 존재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소비자들로부터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를 발굴해 신규수요를 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제품서비스시스템(PSS· Product Service System)이다. 자동차 업종에 PSS를 적용해보자. 과거에는 기업이 자동차의 설계, 생산 및 판매를 주요 수익모델로 삼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동차라는 제품 외에 자동차를 이용해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하는 형태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술의 진보와 소비자들의 요구 변화에 따라 자동차 산업이 점차 혁신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의 자동차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테크 기업들과 신생 기업들도 자동차 산업에 진출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자동차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한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무인 택시 서비스가 등장하고, 공유경제 플랫폼을 활용해 개인이 자동차를 공유하는 카 쉐어링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연결성과 IoT 기술을 활용하여 스마트카 서비스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합하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기업들은 자동차 제조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관 서비스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한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 전환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요구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이 변화해 나가는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은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며 기술의 발전과 소비자들의 요구 변화를 더욱 반영한 혁신적인 서비스와 제품들이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불황의 시대에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꽁꽁 얼어버린 소비심리를 녹이기 위해서는 기존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업그레이드 하거나 새로운 컨셉트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는 방법 등의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나아가 판매할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을 가질 만한 새로운 고객의 수요와 욕구를 찾기 위해 고객의 소비행동 패턴 등을 치밀하게 조사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소비자의 수요를 고려한 창의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불황의 시대에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열쇠다.이홍주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중국 시장, 제품이미지로 승부해야

최근 중국 소비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바로 중국의 애국소비열풍(궈차오러· 國潮熱) 때문이다. 그 동안 중국 소비자들은 외국 제품을 소비할 때, 그 나라의 이미지를 고려해 소비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어느 국가의 이미지가 좋으면 그 나라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했다. 이런 국가이미지는 정치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일관되지 않고 정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일본 기업은 국가이미지 때문에 종종 큰 손실을 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수교 이래 오랜 기간 우호적인 국가이미지를 구축해왔다. 한중관계가 정점에 달한 것은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기념일에 참가한 직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중 정치적 관계에 힘입어 한류도 중국에서 더 유행했고,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크게 상승했다. 중국인의 대한국 이미지는 한국기업이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국가이미지 덕분에 발전한 한국 제품 선호도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16년 한국에 사드 배치 후 한중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소위 ‘한한령(限韓令)’은 중국 내 한류 열기를 순식간에 냉각시켰다. 중국인의 대한국 이미지가 급격히 부정적으로 변하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구매 열기도 빠르게 식어갔다. 반도체 등 중간재의 대중국 수출 증가는 중국의 자체적인 수요에 기인한 것이지 국가이미지에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드 배치 이전 우호적인 국가이미지와 한류의 유행으로 드라마, 영화, 공연, 게임 등 한류 콘텐츠 뿐 아니라 화장품, 식품, 의류 등 한국 소비재가 전반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게임 판호를 발급하고 드라마, 영화를 중국에서 상영하도록 하면서 중국에서 한류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한일, 한미일 관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대만문제까지 언급하여 한중 관계를 악화시켰다. 당분간은 중국 시장에서 국가이미지로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국가이미지가 긍정적인 역할을 못할 뿐 아니라 애국소비열풍까지 고조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중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을 판매할 것인가. 기업이 스스로 제품(브랜드)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그 해법이다. 제품의 이미지는 최고의 품질과 디자인을 내세운 명품이미지,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가성비 이미지, 다른 제품과 구별되는 차별화 이미지, 소비자의 공감을 얻는 감성 이미지 등 다양한 이미지를 포함한다. 최고의 품질로 승부한 한국 기업으로 ‘락앤락’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명품을 넘어서는 한국 기업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이 전략적으로 중시하던 가성비는 중국 제품에 밀린 지 오래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차별화 이미지와 소비자의 공감을 얻는 감성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차별화 이미지로 중국 시장에서 급성장한 한국 기업으로 F&F를 들 수 있다. F&F는 1997년 국내에 미국 메이저리그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MLB 브랜드를 출시했고, 2019년 중국 시장에서 MLB 브랜드를 론칭해 미국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있는 중국 청년들의 큰 호응 속에 애국소비열풍을 극복했다. 감성 이미지로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도 있다. 일본 화장품 기업인 SKⅡ는 부모의 압력(중매)을 통해 결혼하는 대신 스스로 꿈을 좇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광고로 미혼여성의 공감을 얻어 9개월간 매출이 50% 이상 상승한 적이 있다. 한편으로 애국소비열풍을 고려해 중국친화적인 제품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로레알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은 이런 애국소비 유행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인 모델을 고용하고,현지화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중관계 악화와 현지화 실패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 한국 화장품 기업에게 좋은 본보기다.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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