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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근로시간 개편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의 핵심축인 근로시간 개편이 ‘개문정차(開門停車)’한 상태다. 정부가 시동만 걸어둔 채 출발하지 못하고 있다. 1주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한다는 개편안은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노동계는 물론 젊은 MZ세대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자 윤대통령이 서둘러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때문이다. 당초 고용노동부는 이달 17일까지 근로시간 개편안을 입법예고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재검토가 떨어지자 부랴부랴 MZ세대 주축 노조와 청년 근로자, 중소기업 노사, IT업계와 연구기관 등과 현장간담회를 갖고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조만간 전국민 6000명 대상으로 근로시간 개편 관련 여론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17일 입법예고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올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이 또한 희망 섞인 전망일뿐이다. 윤 대통령이나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서 윤석열 당선의 지지표였던 2030세대의 이반은 내년 4월 국회의원선거 필승전략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격이다. 가뜩이나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취임 첫 달인 지난해 5월에만 ‘50%’를 찍었을뿐 이후 줄곧 ‘30% 박스권’(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에 갇혀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내년 선거에서 야당을 찍겠다는 응답이 과반을 기록할 정도로 ‘국정 안정’보다 ‘권력 견제’ 여론이 더 높다. 이같은 ‘반(反) 여권 정서’는 윤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국정 동력을 저하시킨다. 근로시간 개편안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기업 경영주 입장에선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근로시간을 늘리기를 원한다. 현행 주 52시간으로는 납기를 맞추기 힘들고, 규정을 어기면(시간 초과하면) 법 위반으로 범법자가 될 처지에 몰리기 때문이 주 52시간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친기업 노선의 윤 정부와 여당은 이런 주 52시간제를 ‘기업 규제’로 규정하고 주 69시간제의 개편안을 내민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는 ‘근로의 주체’ 노동계의 주장이 빠져있다. 그동안 경제단체 위주의 설명회, 간담회에 몇몇 중소벤처기업 근로자를 참석시켜 ‘일을 더해서라도 돈을 더 받고 싶다’는 발언을 마치 근로자 대표 입장인양 치장됐다. 기업들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진화로 ‘내 일자리가 사라질까 걱정하는’ 21세기의 산업 근로자들에게 ‘일을 더하는 것만이 생존’이라는 구시대적 근로 가치관이 통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자, 착각이다.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이 최근 발표한 ‘MZ세대 기업(인) 인식조사’ 결과가 이같은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경련 조사에서 2030세대들은 취업하고픈 기업으로 ‘월급과 성과보상체계가 잘 갖춰진 기업(29.6%)’보다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 보장되는 기업(36.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전경련도 "(MZ세대가) 월급과 정년보장보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인식변화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근로시간 연장이 더 우려스러운 점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저출산’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고물가, 고금리로 국민들의 경제적 여유가 침식되고 있는 마당에 부족한 생계비를 근로시간으로 더 때우라고 한다면 어느 월급쟁이 부부가 자녀 갖기를 원하겠는가. 좋은 정책은 국민의 삶에 공평한 복지를 가져다 주는 것이지, 특정 집단의 편의를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다.이진우 칼럼용 유통중기부 이진우 부장(부국장)

[EE칼럼]반도체 산업 육성과 탄소중립형 에너지믹스 딜레마

정부는 지난달 경기도 용인을 포함해 전국 6개 지역에 총 15개 1200여만 평의 국가첨단산업단지룰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용인 지역에 세계 최대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지방에도 14개 국가산단을 새로 지정해 반도체·미래차·우주 등 첨단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용인에는 기존 반도체 생산단지인 기흥, 화성, 평택, 이천과 연결해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이곳에는 최대 150개 이상의 관련 기업이 유치되고 민간투자 규모만 3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초격차 역량을 보유한 국내 주력 및 미래 산업군에 필요한 핵심 공급사슬의 협업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내에서 전력소비 1위 기업은 삼성전자로 연간 약 30 TWh의 전력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 소비의 약 5%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 다음이 SK하이닉스다. 한국이 글로벌 초격차 역량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군이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두 기업을 포함해 국내 주력 산업군의 30개 기업이 사용전력을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RE100 캠페인’에 가입했다. 따라서 이들은 2050년까지 사용전력 전체를 신재생 전력으로 충당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RE100’이 바람직한지, ‘CF100’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을 떠나 ‘RE100’은 해당 기업들이 상대하는 고객사들의 강력한 요구로 이미 실존하는 무역장벽이다. 2022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300개 제조기업 중 14.7%(대기업 28.8%,중견기업 9.5%)가 애플, BMW 등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재생전력 사용 압박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시스템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170억 유로의 대규모 투자로 유럽 내 제조공장을 건설할 장소로 독일의 ‘막데부르크(Magdeburg)’를 선정해 화제가 됐다. 막데부르크는 독일 영토가 컸을 때 중요했던 역사적 도시로 베를린과 포츠담에서 가깝지만 독일통일 이전 동독 지역에 위치해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그 주변지역으로 따져볼 때 전통 깊은 드레스덴대학교가 있어 고급인력 수혈이 쉽고 이미 반도체 단지가 조성된 드레스덴이나 베를린, 공업단지가 이미 활성화된 뮌헨 등이 더 적합할 텐 데도 인텔은 막데부르크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지자체의 여러 가지 유인책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주변에 넘쳐나는 풍력전기였다는 것이 독일 전문가 친구들의 전언이다. 인텔은 대표적인 ‘RE100’ 선언 기업으로, 산업단지의 선정에 있어 재생전력 수급 여부를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용인 반도체 메카클러스터가 계획대로 조성될 경우 전력수요는 6~9 GW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표준 원전 6~9개, 태양광으로만 따지면 약 30~60 GW 태양광발전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초격차 주력산업의 육성이라는 명제와 기후변화 대응 및 국내 제조기반 확보를 위한 탄소중립형 에너지믹스라는 명제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딜레마’가 우리 앞에 놓이게 된 것이다. 특히 수도권으로의 송전용량은 거의 포화상태로, 추가 송전선로를 기한 내에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시기별 수급 밸런스 문제와 계통 선진화 미비로 올해 약 1 GW 정도의 태양광발전이 출력제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이는 향후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송전용량 확대도 어렵고 재생전력을 충분히 수용할 수 없는 계통으로 어떻게 수도권에 대형 산단을 구축할 수 있을까? 이런 경우 인근에 LNG 기반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는 해법이 종종 등장했는데 앞으로 이마저 어려워질 것이 자명하다. 장기적으로는 HVDC (고압직류송전) 포함 수도권으로의 송전선로를 보강하고 재생전력 저장설비 및 계통안정화 설비를 확충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지역 마이크로그리드 및 가상발전소(VPP) 확대에 의한 송전수요 감축, 원전 등 전통전원의 유연성 강화, 재생전력의 자가소비 확대, 출력제한 재생전력의 수소로의 전환, 원전수소 활용, 수소터빈 열병합발전 등도 모두 고려한 최적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메가 클러스터의 구축에 있어 협업생태계, 인력수급, 물류 등 환경 뿐만 아니라 에너지믹스(특히 청정전력) 환경도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박진호 한국에너지공대 석학교수/연구부총장

[기자의 눈] 인명사고 터져야 움직이는 나라

‘골병라인’, ‘지옥철’ 등 악명을 떨치고 있는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에서 승객 실신 사태가 벌어지자 당국이 긴급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버스전용차로 연장, 셔틀버스 지원, 혼잡 시간대 이동 동선 분리하는 ‘커팅맨’ 배치 등 방안을 내놨다. 수륙양용버스를 한강 위 띄운다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실신한 승객이 나오니 온갖 긴급대책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분명 골드라인은 지난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직접 체험해본 지옥철이다. 또 지난해 11월 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와 한강2신도시 콤팩트시티 조성 발표 때 골드라인 혼잡도 문제를 재차 부각시킨 적이 있다. 그런데도 이제야 정부와 지자체가 움직이자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은 당연하다.경기 성남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도 마찬가지다. 보행로(캔틸레버)가 무너져 내리면서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 다리는 지난해 정기점검에서 2번째로 높은 등급인 B등급(양호) 판정을 받아 점검의 의미를 무색하게 했다. 교량의 캔틸레버 붕괴사고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 2010년 4월 서울 올림픽공원 청룡교 캔틸레버 붕괴사고로 1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또 지난 2018년 7월 성남 야탑10교 캔틸레버 파손 사고 역시 이와 비슷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유사사고가 나왔음에도 불과 5년 만에 이같은 사고가 또 이어진 것이다.모든 사고를 예측할 순 없다. 사고가 터진 뒤 수습하는 ‘땜질식’ 정책도 어쨌든 일은 한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경고가 나왔는데 유사사고가 연속으로 터지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직무유기다.또 하나의 경고가 있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금광건설이 시공하는 ‘법무법인 산하 사옥 신축’ 공사장에서 가설기자재인 파이프 서포트들이 8층 정도 높이에서 현장 밖으로 우수수 떨어진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제보자에 따르면 그 길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 자주 이용하는 길이었다. 만일 자재들이 사람들 머리 위로 떨어졌으면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현장에 설치된 추락 방호망(혹은 낙하물 방지망)을 뚫고 자재들이 떨어져 전선들마저 주저앉게 만들었다는 것은 시공사가 변명할 길이 없다. 지나다니는 시민들 안전을 생각했다면 응당 가설 보행자이동통로를 설치해야 했다. 자재들이 현장 밖으로 추락해 인명사고가 벌어진 뒤에야 땜질 대책을 세우는 불상사를 만들지 않으려면 정부와 지자체가 관련 예방 대책 방안을 미리 살펴야 할 것이다.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 건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자재 추락 사진. 제보자

예타가 ‘옜다’가 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는 12일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사회간접자본(SOC)과 연구개발(R&D) 사업의 예타 대상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원(국비 3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국비 500억원) 이상으로 높이는 게 골자다. 슈퍼야당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건전 재정을 중시하는 집권 국민의힘도 힘을 보탰다. 개정안은 기재위 전체회의를 거쳐 이달 본회의 통과가 예상된다. 예타는 원래 재정을 함부로 쓰지 못하게 견제하는 장치다. 지금은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옜다’ 하고 주는 선물이 됐다. ‘옜다’가 된 예타,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자. ◇ 예타를 대하는 태도는 정권마다 달랐다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직후에 들어선 김대중정부는 긴축 정책을 폈다. 돈줄을 조이는 게 긴축이다. 예타는 그 맥락에서 1999년에 도입됐다. 그때는 예산회계법으로 재정을 통제했다. 예타는 시행령에 담겼다.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인 ‘대규모 개발사업’을 대상으로 삼았다. 노무현 정부는 예타의 기본정신에 충실했다. 예산회계법을 폐지하는 대신 2007년 국가재정법을 제정했다. 둑이 무너진 건 이명박 정부 때다. 4대강 사업은 심각한 저항에 부닥쳤다. 그러자 이명박 정부는 예타 면제를 남용했다. 이때만 해도 면제는 시행령, 곧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겨졌다. 박근혜 정부는 같은 보수정권이지만 예타는 깐깐하게 다뤘다. 2014년 4월 국가재정법은 전환점을 맞는다. 국회는 먼저 시행령에 담긴 예타 적용 규모를 법률에 못박았다. 개정안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중앙정부 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사업은 예타를 받도록 했다(38조 ①항). 동시에 예타 면제 규정도 법률로 정했다(38조 ②항). 당시 법률안 개정 이유를 보면 "예타 실시 대상 및 면제 대상을 직접 법률에 규정하고…행정부의 자의적인 집행을 방지하고 투명성과 실효성을 제고한다"는 점을 들었다.진보 문재인 정부는 예타만 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를 닮았다. 2019년 1월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내놨다. 24조원 규모의 23개 대형사업을 예타에서 제외하는 게 핵심이다. 당시 진보 성향의 경향신문조차 "무더기 ‘SOC 예타’ 면제, ‘이명박 4대강’과 뭐가 다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끄덕하지 않았다. 2019년 4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예타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예타 점수를 매길 때 비수도권 지역은 경제성 비중을 5%포인트 낮추는 대신 지역 균형발전 비중을 5%포인트 높였다. 2020년 가을엔 국회 기재위 소위 여야 의원들이 예타 기준을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 국비 500억 이상인 SOC 사업으로 바꾸는 데 잠정 합의했다. 정부도 예타 도입 이후 국가 재정·경제 규모가 커졌다며 기준 상향에 반대하지 않았다.예타 면제의 하이라이트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다. 2021년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앞다퉈 부산을 찾았다. 국민의힘도 특별법에 반대할 처지가 못 됐다. 결국 예타 면제 조항을 담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국회를 가볍게 통과했다. 보수 윤석열 정부에서도 예타 면제는 지역에 선물처럼 주어진다. 13일 국회에서 여야는 예타 면제 내용을 담은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같은 날 처리된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은 ‘국방 관련 사업’으로 분류돼 현 국가재정법 상으로도 예타 제외 대상이다. ◇ 국회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의원들도 할 말이 있다. 먼저 예타 기준 완화는 3년 전에 여야가 잠정 합의한 내용이다. 이번에 그 합의를 소위에서 의결했을 뿐이다.무엇보다 현행 총사업비 500억원은 분명 불합리한 점이 있다. 500억원 기준은 올해로 24년째다. 경제 규모로 보나 물가로 보나 24년째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 한국은행 국민계정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999년 591조원에서 2022년 2150조원(잠정)으로 3.6배가량 커졌다. 올해 국민연금 수령액이 크게 올랐다. 지난해 껑충 뛴 물가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해마다 물가와 연동해서 지급한다. 만약 24년째 같은 기준을 적용해서 지급했다면 난리가 났을 거다. 음식값도 아파트 분양가도 물가가 뛰면 덩달아 오른다. ◇ 재정준칙 도입해야 설득력그런데도 기재위 소위가 예타 기준을 완화하자 비판이 쏟아진다. 예타 기준을 누그러뜨리면 내년 총선에서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전국 어느 곳이나 더 많은 도로, 철도를 깔고 싶어한다. 경제성이 있든 없든 도로와 철도를 놓고 공항을 설치하는 게 의원 역량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지역구 의원들이 예타 기준 완화에 목을 매는 이유다. 이 점에선 여야가 다를 바 없다.한편으로 의원들은 재정준칙 도입에 소극적이다. 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수년째 국회에 묶여 있다. 돈줄 조이는 건 반대하면서 돈 쓸 궁리만 하고 있으니 납세자 눈에 곱게 보일 리가 없다.24년째 꽁꽁 묶인 예타 대상 기준을 두 배(500억→1000억원)로 올리는 건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선심성 정책이 난무하지 않도록 따로 제동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재정준칙 도입은 괜찮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준칙을 도입하면 나라가 쓸 수 있는 재정 총량을 규제할 근거가 생긴다. 그래야 국회가 예타 기준을 완화해도 설득력이 있다. <경제 칼럼니스트>▲가덕도 신공항 조감도.사진=연합뉴스▲국회는 13일 본회의를 열고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특별법과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을 의결했다.사진=연합뉴스

[기자의 눈] 전기료 인상,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전방산업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전기료까지 인상되면 비용 부담으로 산업 경쟁력이 약화돼 국가 기반이 흔들릴까 걱정된다.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두고 한 철강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철강사들은 전기 요금이 상승하면 제조원가 부담도 커진다. 특히 철스크랩을 재활용해 철강을 생산하는 전기로 공정을 갖춘 철강사들은 전기세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현대제철은 올해 초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연간 약 1만GWh(기가와트시)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이 kWh(키로와트시)당 13원 인상됐는데, 1원이 올랐을 때 100억원 정도 비용 상승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계는 전기요금 인상에도 전기로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전기로는 기존 고로 공정 대비 탄소배출량이 약 75% 적어 글로벌 탄소 규제의 ‘유일한 해답’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철강 제품에 대한 탄소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에 이어 영국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채택했다. CBAM은 철강 등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해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이다. 국내 철강업계 맏형 포스코는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포스코는 지난 2월 이사회를 통해 광양제철소에 250만t 규모의 전기로 신설 안건을 의결했다. 해당 시설은 CBAM 법안이 본격시행되는 2026년 가동을 시작한다. 또한 포스코는 2027년까지 포항제철소에도 전기로 1기를 추가 구축할 계획이다. 철강업계는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을 제품에 전가할 경우 타국 철강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철강사들이 전기료 인상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공요금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도 딜레마에 빠졌다. 전기 요금을 올리자니 산업계와 국민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동결할 시에는 한국전력의 적자가 심해지는 탓이다. 전기 요금 인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다. 오히려 지금이야 말로 정부가 산업계·국민의 의견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묘수’를 제시해야 할 때다. 산업계와 국민들의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한국전력의 적자를 피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EE칼럼]탄소중립,녹색성장 시계는 잘 가고 있나요?

요즘 트롯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도 나는 나훈아의 트롯이 제일 좋다. 그의 노래 ‘고장난 벽시계’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고장난 벽 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그렇다. 봄은 고장도 없이 또 찾아왔다. 물론 기후변화로 짧아졌지만 말이다. 새 정부가 고친 시계를 가지고 나왔다. 국가 탄소중립 녹색 성장 기본계획(안)이다. 이전 문재인 정부 안과는 크게 몇 가지가 다르다. 전환 부분의 감축 목표는 늘리고 산업 부분의 감축 목표는 크게 줄였다. 그러면서 CCUS(탄소 저장 및 이용)과 국제 감축 등은 늘리겠다는 것이다. 다른 것은 거의 문 정부와 동일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2030년까지의 감축 경로다. 탄소배출을 2018년 기준 6억86000만톤에서 2030년에는 4억36000만톤으로 줄이겠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는데 2028년까지는 거의 2%씩 줄이고 2029∼2030년 사이에 거의 10%인 1억톤을 감축하겠다고 한다. 과연 1∼2년만에 그러한 감축을 달성할지 의문이며 정부와 산업계의 역할은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또 이상한 것은 탄소 포집 및 이용이나 양국간의 협상에 의존하는 국제 감축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우려되는 것은 현재의 산업경쟁력을 지키고자 미래의 경쟁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매는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속담을 산업계가 새겨야 할 말이다. 지금까지 한국기업이나 산업들의 대응은 매우 부족한 데 조속히 체질개선을 하도록 해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실수를 막는 법이다. 물론 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간과하고 있는 것이 기후적응 대책이다. 기후적응은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는 차원에서도 미래에 가장 중요한 기후 정책이다. 그 이유는 기후 위기로 인하여 경제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많은 피해를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7년 사이에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액이 1230억 달러에 달하고 그 피해액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영국에서는 보상에 합의를 하고 기금도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기존의 적응정책 수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예컨대 기후위기 감시 체계 및 예측기술 강화, 적응정보생산 및 기술개발 촉진, 홍수·가뭄에 대비한 물안보 강화, 자연재난 신속대응 체계 구축,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기반 구축, 국민과 함께하는 거버넌스의 구축 등 흔히 접해보던 대책들이다. 적응정책이야말로 지역이 중심이 돼 추진하는 속성이 강한데 지역에 대한 지원이나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거버넌스를 이야기 하지만 여전히 적응 주관기관인 환경부와의 부처간 협의가 잘 안되고 있다. 평가와 이행점검을 하고 있지만 유인 제도라든가, 달성을 못 할 경우의 패널티 같은 대책은 부족하다. 혁신적으로 기후적응 법이나 기금의 조성이 필요하다. 이런 것을 만들어 지방의 역할에 대한 책임과 권한 및 지원 기준을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재정이 취약한 지역에는 재원도 마련해 두어야 한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기후대응 기금을 확대 개편해 적응 기금을 따로 분리하거나 새롭게 적응 기금을 만드는 방안 등이 연구돼야 한다.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지역환경시설세, 유상 할당의 증가, 에너지 환경 관련 기존 기금의 전용가능 법의 개편 등을 검토해야 한다. 기업들이 쉽게 사업 하도록 하는 제도 개편과 지원 체계 및 협력 지원을 하면서 늑색 금융과 전문 인력의 양성도 필수적이다. 벌써 전쟁은 시작됐다. 아직 준비가 아직 안됐다고,자금과 기술이 없다고 한 말은 오래전부터 들은 이야기다. 준비와 대응을 차일 피일 미루다가 때를 놓친 산업들도 많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나훈아의 가사처럼 ‘저 세월은 고장도 없듯이’ 저탄소 시대는 온다. 아니 우리 곁에 이미 왔다. 나중에 세월을 탓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저하의 원인은

취임 1주년이 다가오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정부에 대한 평가를 묻는 여론조사가 자주 시행되고 있다. 조사기관과 주체가 다양하지만 결과는 대동소이하다. 대통령 지지도는 30% 중반에서 40%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여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평가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함정에 빠져 있는 더불어민주당보다도 오히려 10% 포인트 가까이 뒤처지고 있다. 대체로 MZ세대라 불리는 2030세대의 지지가 줄어들고 있고 60대 이상을 제외한 대부분의 세대에서 중도층의 지지도 떨어지고 있다. 더욱 뼈아픈 것은 보수의 본산이라는 영남지역에서도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지지율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다고 의연한 자세를 보이지만 나름대로 스스로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는 윤 대통령으로선 야속하기만 한 국민의 평가가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서울법대 스승인 송상현 교수가 지적한 대로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비롯한 윤 대통령의 여러 정책과 한일관계 회복 등 외교정책은 대부분 옳은 방향이다. 윤 대통령이 소위 번듯한 집안에서 적절한 가정교육을 받았기에 시비와 선악, 미추를 정확히 가릴 줄 아는 심성을 가졌다는 것도 맞다. 그러나 비록 국민의힘 지도부 개편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이 있었고, 예기치 못한 이태원 참사가 있었지만 그로 인한 지지도 하락이라기엔 구조적 성격이 강해 보인다. 올바른 정책 수행에도 왜 그에 대한 지지도는 30%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차분히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한두 번은 우연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한결같은 우연은 없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문제는 정책이나 외교적 성과, 혹은 내부의 불협화음보다 대통령을 포함한 관계자들의 행태에 있다. 지지도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도 국민 입장에선 교만으로 비친다. 한두 가지 사례를 들어 생각해 보자. 국익을 위해 한일관계의 비정상적 절연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진의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일방적으로 양보했다는 일각의 비판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윤 대통령이 사전에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진솔하게 설득하고 야당과도 상의하는 모습을 갖추었다면 한일관계 정상화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어땠을까. 민주당 지지자들은 여전히 강하게 비판하고 반대할지라도 중도적 유권자들까지 등을 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건설노조나 운송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노동계를 사회적 약자로 취급해 그동안 수많은 불법행위에 눈감아 온 것을 바로잡는 것은 바람직하고 환영할 일이지만 정치적 측면에서는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갑자기 막무가내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보다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논의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 그 과정에서 많은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이 없다고 바늘귀에 실을 꿰기도 전에 바느질을 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만일 야당이 극구 반대한다면 그 반대 논리의 문제를 국민이 이해하도록 노력함으로써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의 절대다수 의석을 야당이 보유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대국민 설득이 필요하다. 국민을 설득하는 사람의 태도는 항상 허리를 낮추고 겸손해야 한다. 어느 입장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뻣뻣하게 당신이 틀렸다는 태도로 일관하면 상대방이 설득될 수 있을까. 지금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 정부 각 부처가 국민에게 설명하는 태도는 전혀 겸손하지 않고, 오히려 때로는 오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만한 사람이 자신이 옳다고 하면 과연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을까. 이것이 윤 대통령이나 집권 국민의힘이 갖고 있는 문제의 본질이고, 동시에 송상현 교수가 지금의 지지율 하락이 쓴 약이 될 것이라고 덕담을 하면서 "겸손하면…"이라는 단서를 단 이유다. 3경(三經) 중 서경(書經)에 "만초손(滿招損), 겸수익(謙受益)"이라는 말이 있다. ‘자만하면 손해를 부르고, 겸손하면 이익을 얻는다’는 뜻이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교만한 태도로 방자하게 구는 정치인을 지지할 국민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기자의 눈] 반갑지 않은 알뜰폰 ‘공짜’ 요금제의 등장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최대 1년까지 ‘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알뜰폰 요금제가 등장했다. 알뜰폰 요금제 비교사이트에서 ‘0원’ 요금제를 검색하면 수십 개가 나온다. 지난 7일 큰사람커넥트의 알뜰폰 통신 브랜드 이야기모바일은 월 0원에 데이터·통화·문자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도 내놓았다. 알뜰폰 업체 간 가격 경쟁이 격화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저렴한 가격에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알뜰폰 사업자들의 ‘제살깎아먹기’ 출혈 경쟁은 오히려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저가 요금제를 선보여 당장의 이용자를 끌어모을 수는 있겠지만 적자 누적으로 인해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알뜰폰 업체들은 결국 도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알뜰폰 업체들이 이처럼 파격적인 혜택의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이유는 금융권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3년 만에 40만 가입자를 끌어모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엠’은 이달 중 정식 서비스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돼 있던 리브엠의 특례기간은 오는 16일 만료돼 금융위가 그 전에 알뜰폰 업무를 은행 부수 업무로 지정해야 사업 지속이 가능하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정례회의에서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 업무로 지정하는 내용의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의결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 기조와 맞물려 리브엠의 정식 승인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리브엠 정식 승인 이후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금융사들이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 것은 자명하다. 이에 이동통신3사도 알뜰폰 업체들을 지원하는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간 알뜰폰 사업에 비교적 소극적이던 SKT도 전담 사업팀을 신설하고 자사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사업자들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이는 기존 사업자와 협력해 금융권이라는 신규 사업자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알뜰폰 시장은 매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신규 사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알뜰폰 업계에서도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원가(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금지, 점유율 제한 등의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시장을 무작정 키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가입자 규모만 늘어난다고 시장이 활성화됐다고 볼 수도 없다. 신규 사업자도, 중소알뜰폰 사업자도,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도 모두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건강한 통신 시장 생태계 형성을 위한 정부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sojin@ekn.kr증명사진 윤소진 산업부 기자.

[EE칼럼]양수발전 확충 서둘러야

제주도에 이어 전라남도 지역에서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출력 제한이 시작되면서 에너지 전환에 따른 문제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발생되고 있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많은 준비가 매우 시급함을 새삼 절실히 느끼게 된다. 제주도에서는 지난해에만 132회의 출력 제한이 일어났으며, 올해도 햇볕이 좋은 날에는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와 전라남도에서 시작된 출력 제한은 앞으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전국으로 확산되고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정부가 최근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발전 믹스는 2036년까지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비중이 2030년에 54%에 달하고 2036년에는 65%를 넘어서는 것으로 예고했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탄소중립을 위해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다. 하지만 두 전원 모두 전력수요의 증가와 감소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경직성 전원이라는 점이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대책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해결 방안은 에너지 저장장치의 확대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저장장치는 재생에너지가 급격히 늘어난 국가를 중심으로 예외 없이 많이 보급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원자력을 많이 늘려야 하는 우리나라는 당연히 에너지저장장치의 확대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 빠른 응동 속도를 필요로 하는 단주기 저장장치와 응동 속도는 조금 느리나 경제적으로 많은 전력을 수용하는 장주기 저장장치 모두 늘려야 한다. 최근 여러 전문가가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저장장치의 기술성과 경제성을 함께 연구하고 논의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단주기 저장장치로는 배터리, 장주기로는 경제성이 압도적으로 우수한 양수발전을 시급히 늘려야 한다. 양수발전은 전 세계적으로 100년 이상 운영돼 오고 있어 기술 성숙도와 운영 신뢰성이 높고 전 세계 모든 전력계통 운영기관이 가장 선호하는 에너지저장자원이다. 양수발전 방식은 높이 차이가 나는 두 개의 저수지를 활용해 남는 전기로 하부 저수지의 물을 상부 저수지로 퍼올린 후 전기가 부족할 때 상부 저수지의 물을 하부 저수지로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자연적인 저장장치다. 양수발전은 이러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등의 잉여전력을 저장하는 역할 외에도 3분 이내에 신속한 전기 공급이 가능하고 8시간 이상 장시간 운전도 장점이다. 전력계통이 정전(블랙아웃)이 되는 비상시에도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해 다른 발전소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 발전역할도 한다. 한 번 건설되면 60년 이상 100년까지도 쓸고 있고 청평양수발전의 호명호수에서 보듯이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를 이뤄 관광지로 개발이 가능하며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물을 보존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국내 양수발전은 1980년부터 지금까지 반세기를 운영하고 있는 청평양수 등을 포함해 전국 7곳에서 4.7GW 용량의 설비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제9차 전기본에서 1.8GW 추가건설이 확정돼 현재 건설 인허가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제10차 전기본에서도 신규로 1.75GW 용량의 설비가 반영됐다. 국내 에너지저장장치 확대 노력은 해외 선진국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할 에너지저장장치의 관심이 높아 양수발전 등의 대규모 설비확충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수력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23GW 규모에서 2050년까지 150GW까지 확대할 계획이고 가장 많은 양수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2030년까지 120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총 발전 설비용량인 138GW와 맞먹는 규모다. 또한 양수확대를 위해 입지를 내륙에 국한하지 않고 해안가에서 바닷물을 이용한 해수양수도 운영 및 건설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 오키나와에 1999년 준공된 Yanbaru 해수양수발전소다. 호주 컬타나 지역에서도 대용량 해수양수 건설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우리나라에도 해수양수가 내륙양수와 더불어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훌륭한 저장장치를 제공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이미 좋은 후보지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속도다. 에너지 전환에 따른 높은 비용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또한 에너지저장장치가 시급히 필요한 상황에서 양수발전은 시급히 그리고 보다 많이 건설돼야 한다. 이를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추진력이 필요하다.김희집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이슈&인사이트] K-반도체, 길을 묻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8년 발효된 기업소득세법(법인세법)에서 외국인투자기업이 입주한 경제개발구에 대한 우대세율을 없애고 첨단업종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15%의 기업소득세율을 적용했다. 일반기업의 기업소득세율이 25%인 점을 감안하면 첨단기업을 유치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통신장비, 전기차 등 첨단 제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면서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 뒤늦게 미국은 자국에서 첨단 제조업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갖추기 위한 정책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한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 구축에서 시작되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전기차 배터리 3사는 모두 미국 내 생산기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미국은 배터리에 이어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칩4)과 함께 중국의 반도체 굴기(부상)에 대한 통제에도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약속(MOU 체결)하고 일부는 공장건설에 들어갔다. 미국은 더 나아가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한 통제를 통해 단순히 중국 무기의 첨단화는 물론 첨단 제조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일본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지 않기로 했다. 첨단공정에 사용되는 극 자외선(EUV) 노광장비는 물론이고 한 세대 이전 장비인 심 자외선(DUV) 노광장비마저 공급을 끊기로 했다.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견제는 반도체 장비 뿐 아니라 반도체 칩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중국에 대한 반도체 칩 수출을 제한하는 이른바 ‘칩4 협의체’ 참여를 요구받고 일단 1년간 유예를 받았다.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비중이 55%(우회 수출 포함)나 되는 한국으로서는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미국 투자를 하기로 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매우 곤혹스러운 ‘반도체지원법’을 내놨다. 한국 기업이 미국의 보조금을 받을 경우 이 법의 ‘가드레일(안정장치)’에 근거해 미국 내에서 초과이익 공유, 영업기밀 제공, 군사 협조 등의 불리한 조건을 수용해야 한다. 더불어 중국에서 10년 동안 생산시설을 5% 이상 확장할 수 없고 기술적 업 그레이드만 허용했다. 한국이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고 하지만 거의 차악 수준의 조건을 제안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보조금을 받아야 하느냐, 미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하느냐’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의 이유로 미국에 대한 투자를 예정대로 진행해야 하며, 미국의 보조금도 받아야 한다. 우선 미국 반도체 시장의 성장성이다. 미국 반도체 규모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차량용 반도체 수요와 AI 등 ICT 산업의 발전에 따른 반도체 수요로 급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투자를 멈출 경우 보조금을 받은 경쟁기업에게 시장을 빼앗기게 되고 미국에서 한국 반도체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중국 시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일단 버티기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 생산시설 확장이 5%로 제한된 상황에서 기술적 업 그레이드를 통해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10년 플랜을 체계적으로 짜야한다. 미국 반도체 보조금 수령 조건은 10년 후에 종료된다. 한국 반도체 기업은 이 10년만 버티면 중국 내 시설 확충 제한에서 풀린다. 국내에서의 반도체 투자전략은 해외 투자와 차별화해야 한다. 적어도 반도체 산업에서 미·중 모두 자유무역의 원리보다는 보호무역의 원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고 심지어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 반도체 기업은 기존의 칩 제조 역량을 넘어 설계 기술, 장비제조 능력 등 자체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2042년까지 ‘용인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이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면 대만에 크게 뒤져있는 시스템반도체에서 크게 약진하는 것은 물론 주기적으로 겪는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인한 산업 및 경영의 불확실성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다.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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