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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에너지 대전환 시대, 핵심은 배터리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심상히 않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로 시작된 에너지 가격 상승 문제,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위한 미국의 금리인상, 500년 만에 가뭄이라는 기후변화 문제, 그리고 이제는 일상화된 코로나 19 문제 등 모든 것이 경제의 불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걱정이 태산"이라는 말이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가 보다. 이런 때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에 서명함으로써 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주요 골자는 법인세를 늘려 마련한 재원을 에너지 안보와 기후 위기, 서민 의료 지원 등에 집중 투자하여 에너지 비용과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10년 동안 4850억달러(약 633조4100억원)를 투자하려는 것인데 이 중 에너지 및 기후변화 관련 예산이 3860억 달러, 전체 투자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연평균 이익이 10억 달러 이상인 기업(단 제조업은 제외)을 대상으로 15%의 최저법인세를 적용하여 청정 전력 생산과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와 관련 기업에 대한 금융 및 기술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에 투자한 신재생 에너지 관련 수소, 전기자동차, 태양광 주들의 주가가 상승 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신재생 에너지 확산에 따른 에너지 저장 장치 등이 모두 배터리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 없는 미래는 있을 수 없는 세상이 되어 간다. 이미 핸드폰으로 경험하고 있지만 말이다. 배터리(battery)는 프랑스어가 어원인데 ‘때리다’라는 뜻의 ‘battre’이며 ‘싸움’이라는 뜻의 ‘battle’과 어원이 같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2020년 500억달러에서 2025년 160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것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 1490억달러를 뛰어넘는 규모다. 2030년엔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기 자동차만 보더라도 블룸버그 신에너지 파이낸스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30년 26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예측의 근거는 소비자의 환경에 대한 인식 증대, 자동차에 대한 차별화 경향, 정부의 보조금 지원, 배터리 기술 향상, 충전 인프라 구축 등이 전기차 판매를 대폭 증가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럽 같이 환경 규제정책의 강화로 인한 내연기관의 생산 중단 등이 자연스럽게 배터리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한·중·일 3국의 각축전으로 상위 10개사 점유율이 시장 전체의 약 94 퍼센트를 차지한다. 21년 8월 SNE 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1∼7월 기준으로 보면 중국의 CATL이 30.0%, LG 에너지 솔루션이 24.2%로, 파나소닉이 14.3%, BYD가 7.3%, SK이노베이션이 5.4%, 삼성SDI가 5.1% 순이다. 무섭게 중국이 치고나가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얼티움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고 포드는 SK와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하였다. 볼보도 SK와 배터리 전기차 개발과 배터리 공급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은 배터리 수요 급증에 대비해 2025년까지 배터리 소재 확대에 6조원을 투자하고 2026년까지 구미 공장에 음극재 기반 26만 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분산형 전력에서 에너지 저장이 핵심인 미래, 전기자동차, 자율 주행 자동차, 날아다니는 드론 택시가 주를 이루어 가는 수송의 시대, 그리고 산, 강, 바다 등 어디에든 사용할 수 있는 드론의 시기에는 배터리 기술이야 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가장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 폐배터리 재활용시장도 주목해야 한다. 10년 후부터 본격적으로 나오는 폐배터리를 ESS용 배터리로 재사용할 수 있다면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테슬라는 ESS 시장의 선점을 위해서 파워 월, 파워 팩, 메가 팩 등에 집중 투자 하고 있다. 미래는 항상 불확실한 것의 연속이다. 그러나 에너지 대 전환에 시기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미래의 인간은 더 깨끗한 것을 원하고, 더 편안한 것을 원하고, 차별화 된 것을 원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충족하는 필요, 충분 조건은 미래를 때리는 배터리에 있을 것이다.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기자의 눈] 日 관함식에 욱일기 안될 말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속마음을 들어내서일까 일본 기시다 정부가 우리를 시험대에 올렸다. 일본이 오는 11월 해상 자위대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 관함식(觀艦式)을 진행하기로 밝히면서 우리 해군을 초청한 것이다. 관함식이란 함대와 장병을 검열하는 의식으로, 국제 관함식은 해군의 대표적인 ‘군사외교’ 행사 중 하나다. 일본은 3~4년마다 한 차례씩 우방국 함대와 항공기를 초청하는 관함식을 열고 있는데, 이번 일본 관함식은 2015년 이후 7년 만에 열린다. 언뜻 보면 단순한 국가 행사에 초청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면엔 불편한 과거사 남아 있다. 일본이 관함식에 제국주의의 상징이나 전범기로 꼽히는 욱일기와 동일한 해상자위대기를 걸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욱일기는 과거 일본 침략사가 담겨있는 우리에게 있어 역린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결코 눈에 띄어서도, 언급돼서도 안되는 것이다. 이에 지난 2018년 한국 해군이 제주에서 국제 관함식을 열었을 당시에도 일본이 욱일기를 건 함정을 파견하겠다고 밝히자 당시 한국 해군이 참가국들에 해군기가 아닌 자국기를 달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이를 알면서도 행사 참가 여부를 두고 애매한 입장을 나타내며 국민 정서에 반하는 대일(對日)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국방부는 "국제 관례와 과거 우리 해군 참가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라면서도 "해상자위대기 때문에 일본 관함식에 불참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참가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일각에선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선 일본에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칫 우리 해군이 이번 관함식에 참가한다면 정부와 군 차원의 욱일기 인정이 공식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시 한번 우리 국민들에게 치욕을 안기는 셈이다. 한비자(韓非子)는 절대 역린(逆鱗)을 건드리지 말라 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선 우리 국민들이 일본의 욱일기 홍보를 지우고자 힘쓰고 있다. 윤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도 중요하겠지만, 국민 뜻을 거스르는 외교는 필요 없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 국민의 역린인 욱일기 문제에 단호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EE칼럼] 빗물 모아 폭염 막자

지금은 더위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올 여름은 역대급 폭염과 집중호우가 번갈아가며 국민을 힘겹게 했다. 폭염이든 집중호우든 대처하기가 어려운 거대 자연현상이라고 해도 빗물을 모아 좀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서로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두 가지 재해의 피해를 줄이는데 더 나은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태양 에너지는 지구의 대기층을 투과하여 지표면에 도달한다. 물이 있으면 에너지는 물속에 잠열로 존재하고 현열은 줄어든다. 물이 없으면 현열이 많아져 더 더위를 느끼게 된다. 물가에서는 시원하고, 물이 없는 사막이 더운 것이 그런 이치다. 폭염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구름이 적어져서 그렇다. 구름은 태양에너지의 일부를 차단하고, 대기권으로 열을 반사시켜서 지표면에 유입되는 열에너지를 줄여준다, 구름이 있는 날 온도가 내려가는 것을 보면 알수 있다. 구름은 지표면에서 증발된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가서 찬 대기를 만나서 응결되어 만들어지는데 증발되는 물의 양이 줄어들면 구름은 적게 만들어진다.둘째, 물이 없는 마른 지표면에 도달한 태양에너지는 대부분 현열의 형태로 존재하여 주위의 온도를 높인다. 물이 있는 곳에서는 잠열의 형태로 되어 온도는 높아지지 않는다. 물의 소순환 안에 있는 물은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에어컨 역할을 한다. 비유하자면 열이 났을 때 젖은 수건을 이마에 올려주면 시원해지는 것과 같다.폭염의 원인을 알았으니 그 대책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빗물관리이다. 빗물은 도시, 농지, 산지 어디서든 떨어진다. 현재는 비가 떨어지는 즉시 하수도나 하천으로 빨리 버리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생각을 바꾸어 빗물을 모아서 유용하게 쓸도록 하는 방식의 새로운 빗물관리가 필요하다. 건물의 옥상이나, 도로나 녹지에 떨어지는 빗물을 버리는 대신 모아서 땅을 촉촉하게 만들거나, 더울 때 그 물을 마당이나 도로에 뿌려주면 도시가 시원해진다. 논은 아주 훌륭한 빗물저장조이다. 평야에 있는 넓은 논이나 산비탈에 계단식 논을 만들면 빗물을 모을 수 있다. 논을 없애어 건조해진 땅에 논의 물관리 기능을 가진 물관리 시설을 만들면 폭염에 대비할 수 있다.특히 국토의 65%를 차지하는 산지의 빗물관리가 중요하다. 우리 수자원의 65%가 산지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산에서도 빗물은 빨리 내다버리는 방식으로 관리해왔다. 한꺼번에 뭉쳐서 내려가는 빗물은 홍수를 발생하고 토양을 침식시킨다. 말라버린 산지는 폭염을 가중시키고 가뭄과 산불도 조장한다. 산림을 조성한다고 일부러 나무를 다 베어낸 산지근처는 매우 덥다. 모든 산의 경사면과 계곡에 골고루 작은 빗물수확시설 (물모이)을 많이 만들면 빗물을 모아 산을 촉촉하게 만들 수 있다. 물모이의 재료는 주위에서 쉽게 구할수 있는 나무나 돌멩이를 이용하거나 폐비닐을 가공한 판넬을 이용할 수 있다.몇 가지 좋은 사례가 있다. 서울 강북구 번동의 아파트의 공터에 논을 만들었다. 지붕에서 떨어진 빗물을 모아 그 물을 이용하여 논농사를 짓고 있다. 이 논의 주위는 항상 시원해서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의 마당이 된다. 수원시에서는 빗물저금통에서 받은 빗물을 도로에 뿌려주어 도시를 시원하게 해준다.서울의 몇몇 공공기관의 옥상 지붕에 5 ~ 15cm높이의 집수판을 깔고 그 위에 잔디를 심었다. 내린 비는 집수판 안에 저장된 후 천천히 잔디를 통해 기화하면서 이 건물에 떨어지는 태양열을 식혀주면서 도심의 경관도 좋게 만든다. 도시에 있는 건물 지붕마다 이렇게 온도를 낮추면 도시 전체의 온도가 내려간다.원주의 산림항공본부에서 직원들과 함께 만든 4개의 물모이에는 이전에 내린 빗물이 가득 고여 있거나 산에서 내려온 토사로 채워져 있다. 촉촉해진 물모이 주위로부터 물이 서서히 증발하면서 기화열을 소모하여 그 지역이 시원해진다. 물을 만난 식물들은 광합성으로 탄소를 포집하기도 하고 생태계도 보호한다.슬로바키아, 인도, 미국, 아프리카 등지에서 지역에 빗물을 모아 온도를 낮추고 생태계를 보호한 모범 사례는 많이 존재한다.지역의 폭염을 탄소나 남의 탓을 하기 전에 빗물로 주위를 촉촉하게 만들어 자기 지역의 폭염은 자신이 줄일 수 있는 땅촉촉 운동을 제안한다. 특히 올해 폭염을 겪고 있는 지역에서는 지금 당장 도시에 빗물을 모으고, 산에 물모이를 만들어 빗물을 받아두자, 그러면 폭염도 방지하고, 내년 봄의 산불도 예방할 수 있다. 빗물을 모아 두면 기후위기의 근심을 줄일 수 있다.한무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물과 생명 이사장

[한중수교 30주년 특별기고] 전환기 한중관계, 새로운 공생방안 고민해야

한국과 중국이 24일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그간 한중 경제관계는 무역과 투자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등 큰 시련이 있었지만, 한중 경제관계는 꾸준히 성장해왔다. 수교 이후 한중 무역은 한국 기업의 대중국 직접투자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1년 12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무역 및 투자장벽이 완화되면서 한국 기업의 대중국 직접투자도 크게 늘어 2005년에는 전체 해외직접투자의 39.5%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한국 기업의 대중국 직접투자가 늘어나고 중국 기업의 한국 중간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한국의 대중국 무역흑자는 2018년 무려 556억 달러를 기록하였다.또한,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공연·게임 등 한류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한국 소비재에 대한 수요도 대폭 증가하였다. 화장품이나 과자류·식품류·의류 등 소비재는 한류 덕분에 크게 성장한 분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기업은 중국 매출이 오히려 한국 매출을 크게 상회하기도 하였다.그러나 금년 상반기 대중국 무역흑자는 불과 42억 달러에 그쳤다. 최근 3개월(5~7월) 연속 대중국 무역적자를 기록하면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 비상이 걸린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은 금년 상반기에도 대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6.9% 증가한 814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하였다. 문제는 한국의 대중국 수입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인데, 금년 상반기 대중국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한 772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이 같은 특징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입 비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한국의 대중국 수출과 수입 비중은 2018년 각각 27%와 20%에서 2021년에는 25%와 23%로 변하고 있다.이처럼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소폭 증가하는데, 수입은 대폭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 품목은 중간재 비중이 70%를 넘어서는데, 중국이 소재·부품 등 자체적인 공급망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한국으로부터 수입할 필요성이 작아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중국이 디스플레이, 특히 LCD 자체 생산을 대폭 늘리면서 오히려 한국 기업은 LCD 생산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자동차 부품 역시 2020년을 기점으로 대중국 무역적자로 전환하고 있다.다음으로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실적 부진을 들 수 있다. 한때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30%를 점유했던 삼성전자는 이제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4위까지 올랐던 현대자동차는 이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가성비를 앞세워 승승장구하였다. 중국 로컬 기업들이 품질이 조악한 상황에서 한국계 기업의 가성비 전략은 매우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 로컬 기업이 기술수준을 끌어올리면서 가장 먼저 타깃이 된 기업은 한국계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여전히 프리미엄 시장에서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는 애플의 아이폰이나 독일계, 일본계 자동차 기업들은 흔들림없이 건재하다.한편,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이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면서 소비재의 대중국 수출이 타격을 입게 되었다. 한류 붐을 타고 크게 성장했던 아모레 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의 매출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폭 감소했다. 종전에 중국에서 한글을 표기한 제품이 경쟁력이 있었으나 지금은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그렇다면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어떤 방향으로 이어가야 할 것인가. 우선 정치적 갈등 때문에 대중국 교역이나 투자를 줄이는 것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한국 못지않게 정치적 리스크가 있는 일본이나 대만은 여전히 대중국 투자와 교역을 늘리면서 실리를 챙기고 있다. 중국은 구매력 기준 최대 소비시장이 된지 10년이 되어가고 있으며, 최대 무역대국이자 조만간 1위의 수입대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 시장을 버리고 다른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더 큰 리스크를 안게 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나 한류 관련 기업들이 중국에서 잃은 것을 구미 시장에서 회복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대체 시장을 찾지 못한 채 중국 시장만을 잃어버린 기업들도 상당하다. 특히 세계 반도체의 60%를 소비하는 중국을 버릴 경우, 한국의 수출은 급감하고 무역적자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다음으로 한중 관계가 어떻든 중국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발굴하여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중국 경제가 2030년 전후 미국을 넘어설 정도로 커질 전망이며, 2021년 중국이 세계 제조업의 30%를 점하여 미국의 2배에 이른 상황에서 중국이 필요로 할 차별화된 부품이나 소재를 적극적으로 육성함으로써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써나가야 할 것이다.마지막으로 한중 관계 회복을 통해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경제교류의 촉매작용을 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중국 정부가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제한을 해제할 경우, 한국의 유관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이다. 특히 금년이 한중 수교 30년임을 감안하여 경색된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한 외교적인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기자의 눈] 매수 일색 증권사 리포트

"주가가 오락하락하는 가운데 중장기적 투자성이 있다고 ‘매수 의견’을 내는 증권사 리포트를 믿어도 될까요?"증권사 리포트가 온통 매수 일색이다. 매도 의견을 제시한 리포트는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 올해 기업 분석 리포트를 발행한 국내 증권사 33곳 중 31곳은 ‘매도’ 의견을 제시한 적이 없다. 국내 기업에 대한 증권사의 목표주가 하향 조정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투자 의견은 매수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셈이다.문제는 개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주식 투자를 위한 기업분석을 증권사 리포트를 통해 한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 매수 리포트를 본 개인들의 판단력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증권사 연구원들은 단순히 리포트를 작성 업무만 하는 게 아니다. 실적 분석과 기업을 탐방, 영업 활동 등을 점검한다. 다만 증권사 입장에서도 상장사와 기관투자자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에서 비판적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상장사 입장에서도 자신의 회사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증권 연구원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독립리서치(IRP·Independent Research Provider)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증권사나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리서치는 공매도 폐지 등 국내 증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매도’ 의견도 과감하게 내놓는다. 그러나 증시에 아웃사이더로 불리던 독립리서치를 두고 자본시장법상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만큼 공신력을 갖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우세하다.개인들은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폭락장과 급등장을 경험했다. 개인들은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단어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릴 정도로 대거 증시에 들어왔다. 올 초 이후 악재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수가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다.증권사 연구원들이 자유롭게 매도 리포트를 낼 수 있는 분위기 전환도 필요하다. 증권사들이 스스로 관행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소신 발언’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한다.

[이슈&인사이트] 성장중심 경제구조로 개혁 나서야

모든 정권이 집권초기 부르짖던 규제개혁은 결국에는 성공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모래주머니’ 규제 혁파를 외치는 현 정부의 규제개혁 드라이브는 반드시 성공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런데 어쩌면 지금은 규제개혁보다 민심을 추스르는 게 더 급할지도 모르겠다. 여론조사에서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은 거의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 추세라면 규제개혁도 동력을 잃을 것이 분명하다. 그 원인에 대해선 이미 많은 정치인과 평론가들이 지적했지만, 장관들이 보이지 않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된다. 장관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이 정부 사람들은 대체로 쇼에 취미가 없기 때문이다. 실력자는 보통 쇼맨십이 아니라 성과로써 실력을 증명한다. 장관들이 보이지 않는 다른 이유는 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집요한 공격도 한 몫을 한다. 야당 집행부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사소한 것을 트집 잡아 대통령을 꾸중하고 헐뜯는다. 대통령이 만만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심지어는 새벽에 사저에서 전화로 폭우로 인한 수해대책을 지시하는 것까지도 비난한다. 아직 대통령 공관이 완공되지 않아 사저에 머물 수 밖에 없는데, 청와대를 시민에게 돌려주고 소박한 공관에 거주하기로 한 ‘신의 한 수’가 몹시 배 아픈 모양이다. 언론은 야당의 억지를 하루 종일 신나게 퍼 나른다. 이처럼 대통령이 본의 아니게 이슈를 독점하므로 장관들이 언론에 노출될 일이 없다. 낮은 지지율은 강력한 팬덤이 없는 대통령으로서는 겪어야 할 숙명이다. 다만 지난 대선에서 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분들이 더 이상 돌아서지 않게 해야 한다. 실수를 줄여야 한다. 어떻게든 깎아내리려 드는 선동가들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다. 군중은 충동성, 변덕, 과민 반응, 맹신, 난폭성으로 특징지워 지기도 한다(귀스타브 르봉). 한국을 찾은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을 만나지도 않은 것을 보고 많은 보수 지지층이 크게 실망했다. 마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침이슬’ 노래를 들으며 크게 깨우쳤다고 말한 것처럼 어이없다. 이런 실수를 다시 되풀이할 때는 한 줌 지지세력마저 등을 돌릴 것이다. 검수완박의 폐해를 보완하는 시행령 개정은 차질 없이 완수되어야 하며, 사드 문제도 결코 물러서서는 안 된다.이 정부의 규제개혁 성공을 위해 지금 한창 관련 위원회가 열심히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다만 대부분이 법률 개정사항이라 그 성과는 2년 후 총선이 끝난 때부터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본다. 따라서 단기간에 성과를 얻으려 무리하기 보다는 큰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규제를 개혁하겠다는데, 단순히 불편한 규제 몇 개를 고치는 것으로는 어림없다. 지난 정부의 현실 안주와 분배중심의 정책에서 탈피해 ‘성장중심의 구조개혁’이라는 커다란 목표아래, 구조 자체를 변경해야 한다. 파이가 커져야 분배할 것도 많아진다. 얼마 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경제단체들이 작년에 비해 올해 하반기 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는 자료를 내놨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이후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으로 설문조사 응답국의 절반 이상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GDP가 0.5~1%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설문조사는 ‘OECD 경제산업 자문위원회’(Business at OECD, BIAC)가 지난 6월 OECD 31개 회원국가의 경제단체를 대상으로 ‘올 하반기 세계 경제 상황 및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조사’였다. 경제단체들이 제시한 해법이 ‘성장중심의 구조개혁’이다.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악조건 속에서 출범한 현 정부는 세계 민간 경제단체들이 빠른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성장중심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호소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지금은 사소한 규제개혁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과거 분배중심의 경제구조에서 성장 중심으로 경제구조로,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성장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과 정치적 통합 및 정교한 플랜 마련이 시급하다.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E칼럼] 석유대국 미국의 담대한 재생에너지 투자

우리는 ‘석유’ 하면 먼저 중동을 떠올리지만 명실상부한 산유국의 대표는 미국이다. 산업혁명을 이끈 석탄에 이어 석유가 에너지원으로 상용화한 것은 1859년 미국의 펜실베이니아주에서였다. 이후 석유는 2차 산업혁명을 이끌며 후발 공업국인 미국을 선두로 끌어올렸다. 중동 석유 개발이 한창이던 1920년대, 이들 지역을 장악한 열강의 다국적 석유기업 7개 회사(세븐 시스터즈) 중 5개사(엑손, 모빌, 쉐브론, 텍사코, 걸프)가 미국계였다.20세기의 미국은 자국의 석유를 바탕으로 세계 1위의 에너지 소비대국,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을 구가했다. 부동의 1위 산유국 미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밀리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였다. 1971년을 고비로 미국의 국내 석유 생산은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원 민족주의를 내세워 단결한 OPEC는 1, 2차 석유파동을 일으키며 국제정치에 영향력을 발휘했다. 2000년대 미국은 안정적인 석유 확보를 위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마다하지 않았다.미국이 2010년대 다시 1위 산유국으로 복귀한 것은 온전히 셰일가스 덕분이다. 100달러를 육박하는 유가는 고도의 기술과 생산비가 더 들어가는 비전통석유의 개발을 부추겼고, 마침내 수평시추와 고압파쇄 기술로 무장한 셰일가스의 등장은 미국의 하루 석유생산량을 1300만배럴까지 끌어올렸다.이란과 러시아 등 산유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는 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미국의 석유가스업계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유럽으로 LNG 수출이 급증하여 천연가스의 가격 상승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천연가스 3대 수입국의 경제에 주름살을 더하고 있다.석유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 하기에 이른 1위 산유국 미국의 재생에너지 현황은 어떠할까.2020년 기준으로 미국의 에너지 공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8.5%, 발전량에서는 19.7%이다. 같은 해 독일과 영국의 발전량에서의 비중이 43%인데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2.3%에 비하면 9배가 넘는다.에너지 전환이 핵심적 수단인 기후변화 대응에서 미국이 유럽보다 소극적인 것은 바로 미국이 1위의 산유국이라는 자원 현황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석유가스업계에 우호적인 공화당이 정권을 잡을 때면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에서 탈퇴하여 국제사회의 약속을 배반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그럼에도 미국이 발전량의 5분의 1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수준에 오른 것은 실제 전력산업을 주관하는 주정부 차원의 꾸준한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과 신산업에서 우위를 유지하려는 연방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1977년 에너지부를 설치한 카터 행정부는 1978년에 전력사업규제정책법을 제정하여 재생에너지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하였고,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풍력발전기의 설치에 보조금을 지급하였는데 이것이 1980년대 풍력발전산업의 태동을 부추겼고 1990년대에는 세계적으로 풍력발전기의 설치가 본격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태양광 발전의 핵심부품인 태양전지는 미국이 인공위성에 적용하면서 개발하고 발전시킨 기술이다. 1970년대 후반 지상으로 안착한 태양광 발전 분야에서 미국은 기술적 우위를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이런 노력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선두 그룹에 속한 기업들을 성장시켰다. 풍력발전 기업으로는 넥스트이어러에너지(NextEra Energy)와 버크셔해더웨이에너지(Berkshire Hathaway Energy)가 있으며, 태양광발전 기업으로는 퍼스트솔라(First Solar)와 선파워(SunPower), 전기차 분야의 선두인 테슬라의 테슬라 에너지도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이번에 바이든 행정부는 다시 한번 담대한 투자에 나섰다. 지난 12일 하원을 통과한 ‘인플레감축법’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기후변화대응에 향후 10년간 3750억 달러(약 489조원)를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 법을 통해 지원되는 대상을 보면 △ 일정 조건을 갖춘 전기차에 구매시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 △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10년간 세액 공제 △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가정집 개조 지원 △ 전력회사가 재생에너지로 전환 시 세금 혜택 △ 재생에너지 관련 시설 및 전기자동차 생산 시설 건설에도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1위 산유국 미국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유럽을 따라잡기 위해 다시 신발끈을 조여 매고 있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국인 대한민국 정부에 묻는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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