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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메타버스의 시련...전망은 밝다

해외 증권가에서는 "폭등하는(2021년) 메타버스에 탔더니 폭락했다(2022년)" 는 말이 돈다. 지난해 3월 10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대표적인 메타버스 주식인 로블록스는 그해 연말까지 48.43% 상승했으나, 올들어 이달 5일까지 63.22%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53.58%, 메타플랫폼스(페이스북)는 52.34%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도 각각 23.37%와 11.89% 하락했다. 국내 증시 상황도 해외 증시와 비슷하다. 국내 대표적인 메타버스 관련주로 손꼽히는 위메이드맥스(WEMADE MAX)는 지난 한해 동안 주가가 2895원에서 4만6400원으로 1502%나 수직 상승했다.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다른 메타버스 관련주들도 지난 한해 강세를 보였다.올들어서는 지난해 상승세가 무색하게 낙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12월 대부분 메타버스 관련주가 최고가를 경신했는데, 이들 대부분 종목은 현재 최고가 대비 평균 70%가 하락했다. 최고가 대비 현재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주식은 위메이드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11월22일(24만 5700원) 최고가 대비 9월 5일 현재 5만원까지 주가가 내려 76.8% 하락했다. 여타 메타버스 주식들도 70% 정도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주가가 2021년에 폭등하고, 2022년에는 폭락했는데, 내년에는 다소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최근 필자는 메타버스 관련 흥미로운 해외 자료를 발견했다. 기술 용어의 변화를 보면, 2020년에는 5G, AI, 아바타, 증강현실(AR), 블록체인, 디지털 트윈, 이커머스, 인터넷, 포르노, 원격 근무, 가상현실(VR). 웹 3.0 등이 사용되었다. 2021년에 이들 용어가 각각 메타버스로 바뀌었다. 2022년에는 AI와 메타버스가 결합한 ‘AI 메타버스’가 메타버스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AI 메타버스 시대’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다. 2023년에는 퀀텀컴퓨팅과 메타버스가 융합하여 ‘퀀텀 메타버스’가 메타버스의 큰 흐름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기술 용어 변화를 통해서도 메타버스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주가예측은 매우 어렵고, 잘 맞지 않는다. 그렇지만 산업전망은 어느 정도 맞는다. 산업전망을 통해 주가예측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가트너가 "2026년이면 전 세계 조직의 30%가 메타버스 환경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트너는 ‘2022년 이머징 기술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 for Emerging Technologies, 2022)’에서 25개 기술을 발표했는데, 메타버스는 첫 단계인 도입기에 속하는 11번째 기술이며, 성숙기까지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Hype(고성장)? Hope(희망)? Hell(지옥)?’ 이는 최근 외국의 한 연구기관이 발행한 메타버스에 대한 200여 페이지의 장기 전망 보고서의 첫 문장이다. "메타버스가 고성장을 할 것인가", "메타버스에 희망을 가져도 될 것인가", "메타버스는 지옥으로 떨어질 것인가"하는 질문이다. ‘낙관’, ‘희망’, ‘비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 보고서는 "세 가지 다 가능하다"고 답한다. 이 연구기관은 전문가들에게 메타버스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가, 아니면 부정적으로 보는가 둘 중 하나에 답하도록 했다. 그 결과 전문가들의 54%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답했고, 46%는 부정적으로 본다고 답을 했다. 긍정적인 의견이 조금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필자는 메타버스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해외 및 국내 메타버스는 고성장을 하다가 정체 또는 침체 국면을 맞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맥킨지앤컴퍼니의 보고서는 2022년 2000억~3000억달러 규모인 메타버스산업의 글로벌 시장규모가 2030년에는 5조달러로 세계 3위 경제 대국인 일본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8년간 25배 성장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주가예측은 어렵지만, 메타버스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은 확실하다는 것이 전문가 다수의 의견이다. 메타버스산업의 성장성이 확인되면 메타버스 관련 주가도 회복 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사)대한경영학회 회장

[EE칼럼] ‘뉴노멀’이 된 이상기후, 민관 대응태세 재정비해야

이달 초순 한반도에 상륙한 역대급 태풍 힌남노는 남쪽 지방에 큰 상흔을 남겼다. 실시간 기상 예보를 주시하고 전 국민이 긴장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음에도 인명 피해가 적잖았고 특히 포항지역에 물폭탄이 집중되면서 막대한 시설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8월초 시간당 100mm이상의 물폭탄으로 서울·경기 지역에 인명과 재산 피해를 겪은 지 한달도 채 안된 시점에 수퍼 태풍이 또다시 한반도를 덮친 것도 신경이 쓰인다. 더 이상 이러한 이상기후가 50년, 100년 빈도로 발생하는 것이라 얘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상기후의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가 쎄질 것이라는 경고를 수차례 해왔다. 6월부터 내린 몬순 폭우로 심각한 피해를 본 파키스탄은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전 세계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기상이변은 이제 기후위기시대 ‘뉴노멀’이 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감축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져도, 기존에 내뿜은 양만으로 지금 겪는 기상이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전한다. 파리협약 이후 지구평균기온 1.5도 상승을 막기 위한 대책에 부산하지만, 최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서는 향후 20년 안에 1.5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했다. 그래서 감축하는 것도 절실하지만 우리의 안전을 위해 이상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회복력을 갖추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오는 11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기후당사국총회에서도 적응이 주요한 화두로 논의될 예정이다. 지난달 환경연구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가 창립 13주년을 맞아 국내 적응 대책의 10년을 돌아보는 행사를 진행했다. 전 세계가 홍수, 한파 등으로 대규모 단전, 단수 등 인프라에 피해를 입고 있는데, 지금까지 저비용·고효율로 운영되어온 우리 사회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안전하고 좋은 정책이지만, 외부 자극에 쉽게 무너질 수 있어 회복탄력성이 떨어지는 형태라는 것이다. 국내 적응대책은 2011년부터 시작, 현재 17개 부처가 참여하여 제3차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21~25)을 수립했다. 우리나라의 제도적 준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느린 편이 아니나, 지금까지의 정책 이행 효과에 대한 정량적 평가는 부족하다 평가했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적응 대책이 기상이변 상황에 어떤 효과를 발휘했는지 평가해봐야 향후 계획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1차 대책 수립 당시 지자체별로 다른 기후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채 전부 비슷비슷한 적응 대책을 수립하여 지자체 관계자들의 인식제고와 역량 강화가 함께 진행된 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자체장들의 인식과 리더십에 달려 있다. 이번 힌남노 대응에 대통령과 지자체장들이 직접 챙기는 모습은 바람직했으나, 예상되는 현상이 있을 때만 대응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기존의 모든 정책들을 진행할 때 기후위기에 따른 적응 문제를 고려하느냐 안하느냐의 인식 차이가 향후 국내 적응 대책을 상당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산사태, 해일 등을 고려하여 도시 계획 수립 시 피해 예상지역을 반영하고, 이미 피해를 한번이라도 입은 지역의 인프라를 개선하여 회복력을 높이고, 기존의 방재 대책에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고려하는 등 기후 적응 대책은 이제 더 늦기 전에 지자체장들이 직접 챙겨야 한다. 힌남노 피해로 가동을 전면 중단한 포스코 포항 제철소는 완전 복구와 정상 가동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포스코가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는 4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는 보도다. 포스코 사태는 앞으로 산업단지, 발전소와 같은 국가 중요 기반 시설 역시 이상기후에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지난 울진 화재 당시에는 원전과 LPG충전소로 불이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쏟아야 했다. 올해부터 64개 공공기관이 5년마다 적응대책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포스코 사태를 보면서 공공기관장 역시 대책을 형식적으로 준비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 민간 기업 역시 법적 의무는 없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공감하길 바란다. 국민들 역시 최근 잦아진 폭염과 홍수를 겪으면서 기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시민들의 뉴스 인터뷰에 ‘평생 처음 겪는 일’이라는 멘트가 빠지지 않지만 그 정도의 기상이변이 앞으로는 더 잦아질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 기후 적응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나의 주변부터 살펴보면서 미리 대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기상이변이 발생했을 때 위험 지역을 피하고, 적극적으로 사전에 대피해야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폭우와 태풍으로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시민들의 뉴스에 마음이 아프다. 결국 정부, 지자체, 기업, 시민들 모두 기후위기에 어떻게 잘 적응할 것인가에 함께 관심을 가져야겠다.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기자의 눈] 택시대란, 요금 인상이 능사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지난 주말 11시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택시 호출 앱을 켰다. 재호출을 몇 번 거듭하다 30분이 지나서야 겨우 택시 호출에 성공.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최근 몇 개월간 계속되는 수도권의 택시 대란은 택시 기사 감소 영향이 가장 크다.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완화로 승객은 늘었지만 택시 기사 수는 코로나 이전보다 5000명 가량 줄었다. 택시 기사 감소는 수입이 감소한 영향이다. 택시 기사 A씨는 "법인 택시 기사들이 한 달 내내 일해도 가져가는 돈은 220만원 남짓"이라며 "주변에서 대리운전이나 택배로 넘어가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해결책으로 택시요금 인상안을 꺼내 들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우선 기본요금이 현행 3800원에서 1000원 오른 4800원으로 오른다. 또 심야할증 시간도 밤 10시부터 4시까지로 기존보다 두 시간 늘어난다. 20%였던 할증률도 밤 11시와 새벽 2시 사이에는 40%로 확대된다. 서울시는 이렇게되면 운행 1건당 평균 운임이 19.3% 올라 심야택시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가뜩이나 높은 물가에 택시 요금마저 오르면 서민들만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택시 대란 해결의 본질은 택시기사들이 택시 영업을 해서 돈을 더 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재 법인 택시의 가동률은 30% 정도로 기사가 없어 차고에 서 있는 택시들이 많다. 업계에선 법인 택시를 개인이 빌려서 운영할 수 있는 ‘리스제’ 도입이나 ‘전액관리제’ 보완 등 기사 처우개선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전액관리제는 2년 전 사납금제도를 금지하며 대안으로 도입됐다. 기사들이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가 사라진 셈이고, 그래서 이 ‘전액 관리제’가 기사들이 택시업계를 떠난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에 지난 8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택시 대란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리스제 도입과 법인 택시의 월급제 개선을 제안하기도 했다. 교통 문제는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 문제다. 요금 인상으로 그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 택시요금 인상 후 호출비 등이 덩달아 오르면 자칫 택시회사나 플랫폼 업체만 배 불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정부와 택시업계는 장시간 저임금 구조를 개선하고 승객들이 합리적인 요금을 지불하고 택시 기사들이 합당한 수입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sojin@ekn.kr증명사진 윤소진 산업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가로주택정비사업 이대론 안된다

사람들은 재건축을 그토록 바라는 이유는 뭘까. 기본적으로 종전에 가진 노후화된 재산에 비해 새로 짓는 건축물의 가격이 높아지므로 보유하는 재산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이들이 선호하는 재건축 대상지역은 기존 주택단지가 대단지이고, 용적률이 높지 않아서 일반분양을 많이 할 수 있는 곳이다. 일반분양수익이 높은 재건축 단지의 경우 조합이 지출해야하는 총 사업비보다 일반분양수익이 높아 조합원들이 환급금을 받아갈 수도 있어 시장 가치가 높은 신축아파트가 공짜로 생기는 것은 물론 추가적인 환급금 수익까지도 얻어갈 수 있으니,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고’인 셈이다.이런 수익구조 때문에 재건축 조합은 일반분양의 세대수를 늘리거나, 분양가격을 높이려 하고, 사람들은 이런 수익성 좋은 재건축 단지에 투기 또는 투자하고자 몰린다. 이는 재건축 단지의 가격상승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과도하게 분양수익을 추구하는 경우 아파트 가격의 급등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제한하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책을 유발한다.그렇다면 최근 소규모주택정비사업 중 각광받고 있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어떨까.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사업시행구역은 기본적으로 소규모이고(1만㎡ 미만), 층수제한(최근 폐지되었다)이 있어 사업성이 좋지 않을뿐더러 일반분양분이 적어 조합원의 부담금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아 진행하는 곳이 드물었다. 그러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절차의 간소화, 건축규제완화,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를 통한 초기사업비와 본 사업비의 50%(이주비 포함)를 저금리로 대출 등 각종 혜택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유도하여 현재 수도권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상당수 진행되고 있다.실제로 필자가 사업수익성이 높지 않은 여러 곳의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의 법률자문을 진행하면서 느낀 바로는 경제적 생활수준이 높지 않은 지역에서,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노후화된 주택을 신축하기 위해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익한 제도라 생각된다.그런데 올 1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이점 중 하나였던, 사업비의 저금리 대출업무를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아닌 기업은행으로 이관하도록 하고, HUG는 대출보증서만을 발급하는 것으로 정책이 바뀌었다. HUG의 예산부족으로 인한 것인데, 이와 같이 정책이 변경되면서 이미 HUG로부터 기초사업비를 대출받은 조합들 중 조합원들의 생활수준이 낮은 곳의 경우 이주비의 대출이 거부되고, 사업비 대출에 대한 비용이 상승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HUG는 이주비 대출을 심사하면서 조합원 개개인의 신용등급은 고려하지 않았으나, 기업은행으로 이관되며 조합원 개개인의 신용등급에 따라 이주비의 대출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주비와 본 사업비의 대출을 믿고, 초기 사업비 대출을 받아 사업시행계획의 인가절차를 진행하는 조합들은 이주비를 확보하지 못해 시공사나 시중 은행들에게 고리로 손을 벌리게 되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조합사업이 중단되어 기존에 대출받은 사업비에 대한 이자만을 부담하면서 조합의 빚만 쌓이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결국 조합의 비용이 늘어 조합원 분담금이 커지게 되면, 가뜩이나 경제적인 능력이 없던 조합원들은 거주하던 집을 팔아서 조합원의 지위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선택하거나(종국적으로는 염가에 판매할 수밖에 없어 거주하던 집만 잃게 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사업종료 후 시공사 등에 의해 신축아파트를 경매당하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처지의 조합원들에게는 국가 정책의 갑작스런 변경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보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완충책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어떠한 조치도 없는 상태다. 필자는 먼저, 정책 전환 이전에 조합을 설립하였거나, 초기사업비를 이미 지원받은 조합들에 대해서라도 이주비와 본 사업비를 종전과 동일한 기준으로 대출해 주는 방법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해 본다. 그리고 HUG의 대출금리와 기업은행의 그것의 차이만큼을 보전해주는 정책을 도입하여 적어도 정부의 정책을 믿고 어렵게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진행을 결정한 조합들에 대해서라도 불측의 손해를 입지 않게 하는 정책을 고려해 볼 것을 제안한다. 투기를 위해 진행하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경우에는 엄단의 조치를 통해 주택가격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유도정책을 믿고, 투기나 투자와는 무관하게 생존을 위해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선택한 이들에게까지 예외적인 보완책을 두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정부가 시작한 사업에 대한 위험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까.박지훈 변호사/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

[EE칼럼] 에너지정책,에너지안보가 먼저

필자는 지난달에 전기의 소중함을 새삼 절감하는 일을 겪었다. 짧지만 전기 없는 삶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8월 초 서울에 내린 집중폭우로 아파트 기계실이 침수돼, 밤 10시쯤 아파트 전체가 정전됐다. 급수펌프에 전기공급이 중단되니 수돗물이 끊겼다. 수돗물이 끊기니 화장실을 쓸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전기공급이 안 돼 전기레인지로 요리를 못해 아침 식사를 걸러야 했다. 전기공급이 언제 재개될지 몰라 다른 곳으로 대피해야 했다. 짐을 싸 문밖을 나섰지만, 엘리베이터가 멈춰서 있었다. 가쁜 숨을 쉬며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전기가 사라진 집은 더 이상 보금자리가 아니었다. 전기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우리 일상을 비롯해 거의 모든 사회·경제활동이 전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집에서 늘 사용하는 형광등, 휴대폰, 컴퓨터, TV, 압력솥, 냉난방 기기 등은 전기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출퇴근이나 통학할 때 타는 지하철과 기차도 전기로 움직인다. 사무기기가 있는 사무실, 기계를 돌리는 공장, 환자를 수술하거나 치료하는 병원도 전기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전기를 쓰지 않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전기공급이 수요를 만족하지 못하면, 국가 전체가 마비되는 대정전이 일어나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우리 사회의 전기 의존도는 점점 높아질 것이다. 기후위기와 사회 발전이 전기수요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심화하는 기후위기는 탄소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 대신 깨끗한 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우드맥킨지는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산업, 수송, 건물 부문 에너지 등의 전력화와 수소화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가정에서도 삶의 질이 높아지며 점차 더 많은 전기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기업과 기업 사이의 연결이 강화되는 초연결 사회로 진화하고 있다.그런데 우리나라는 전기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전기는 석탄, 석유, 우라늄 등 1차 에너지를 전환해 만든 2차 에너지다.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한다.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3%다. 금액으로는 약 896억 달러다. 그나마 이 금액도 코로나 사태로 경제활동이 위축돼 전년 대비 약 32% 준게 이렇다. 해마다 변하지만, 에너지 수입액은 대략 우리나라 총수입액의 1/4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고립된 섬과 같이 전기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할 수 없다. 지정학적으로 재생에너지 생산 여건도 불리하다. 최근 국제정세도 우리 에너지 안보를 뒤흔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중간 갈등이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급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맞선 서방권의 제재로 촉발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제한은 천연가스 가격을 상승시키고, 웃돈을 주고도 물량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는 에너지 대란을 불러왔다. 또 대만을 둘러싼 미·중간 갈등은 대만 인근 해역에서 중국군의 군사훈련을 촉발하여, 대만 해협을 통과하던 배들을 우회하도록 만들었다. 그간 원유와 천연가스를 중동에서 우리나라로 실어오는 배가 대만 해협을 지나왔다. 미·중간 갈등이 깊어지고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와 가스 수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정부는 에너지 정책 수립 시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생존과 번영을 위해 충분한 에너지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을 확대하며, 에너지 비축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기를 생산하는데 사용하는 1차 에너지원의 조합인 에너지 믹스도 전기의 공급 안전성에 방점을 두고 안전성, 친환경성, 경제성을 조화롭게 고려해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에너지 자립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개발도 병행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서는 국산 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설비 발전효율과 국산화 비중을 늘릴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또 준국산 에너지인 원자력의 안전한 이용을 확대하고 핵연료주기를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자원은 유한하지만, 지혜는 무한하다.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기자의 눈] "그래서 대체 언제 분양하나요?"

"또 밀렸다고요? 대체 몇 번째 지연되는 건지 제발 빨리 분양했으면 좋겠어요."분양 일정이 지난해부터 계속 밀려 내년으로 예정된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 이야기다. 해당 단지 분양을 기다리는 수요자들은 도무지 답답할 노릇이다. 올 상반기에는 유독 분양이 지연된 단지가 많았다. 적정 분양가를 산정하지 못해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 탓에 분양이 미뤄지거나 시장 침체기에 몸을 사리기 위해 분양을 연기하는 단지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부터 연말까지 분양이 예고된 물량은 약 16만가구에 달한다. 올해 아파트 분양 예상 실적의 4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 물량이 실제 분양까지 이어진다면 지난해 같은 기간 분양실적보다 약 5000여가구 더 많은 물량이다.하지만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물량이 실제 분양까지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분양이 계속 미뤄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8월까지 분양을 마칠 예정이었던 서울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 경기 광명시 광명동 ‘광명1R구역’,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3구역’ 등이 모두 10월로 분양 일정을 연기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9월 물량은 10월로, 10월 물량은 연말 또는 내년으로 순차적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문제는 분양 일정이 지연되면 분양가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레미콘 가격 상승 등 건축비가 오르고 있어 분양가 상승 폭을 키울 수 있어서다. 분양을 손꼽아 기다리던 수요자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금 마련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높다.대구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됐던 미분양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분양 지연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3만1284가구로 전월 대비 12.1%(3374가구) 증가했다.이에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높이지도 낮추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주택 가격 하락기에 분양가를 높일 경우 시장 가격과의 차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미분양이 늘어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선뜻 분양가를 낮출 수도 없다. 건축비 상승분을 반영해야 하는 데다 분양가를 낮출 경우 조합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어서다.이렇듯 요즘 분양 시장에서는 내 집 마련 수요자도, 공급자도 활짝 웃지 못하고 있지만 정부는 통계 수치만 보고 ‘집값 하향 안정화’와 ‘시장 정상화’로 접어들고 있다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지금은 칭찬만 할 때가 아니라 시장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 정책을 다듬어야 할 때다.

[이슈&인사이트] 규제위험 줄여 금융혁신 꽃피우자

2020년 시작과 함께 발발하였던 코로나 사태는 2022년 여름을 넘기도록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강력한 공포를 일으켰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와 격리해야 할 대상’이었으나 이제 3년째를 맞다보니 경계감이 여전하면서도 ‘우리와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대상’으로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우리는 공포와 경계 속에서 일상을 비대면으로 살아가도록 강요 받았으며 거의 모든 활동이 위축을 겪었다. 그러나 우리는 결핍의 세상에 머물지 않고 디지털 세상, 온라인 세상으로 달려가 그 부족함을 채우면서 두 개의 세상이 더 가까울 수 있다는 가능성도 확인했다.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은 코로나 확산을 직접적으로 막거나 또는 코로나 위기에 따른 국민적 피해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새로운 위험을 만들고 있다. 되돌아보면 2020년 정부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경제활동을 폐쇄하면서 주식가격이 폭락했다. 지난해에는 억압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정부의 소비수요 지원책이 펜데믹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등 국내 공급망이 훼손된 상황에서 오히려 물가상승을 자극하였다. 올해는 중앙은행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주식시장을 최악의 실적 부진으로, 인플레이선 우려를 능가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펜데믹 위기상황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응은 나름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과도하게 증폭되거나 또는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위험이 발생하는 이른바 위기대응 위험(crisis response risk)을 여러 차례 불러왔다, 이러한 위기대응 위험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전과 달리 새롭게 변화한 상황에서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또한 위기관리 조직이 최우선인 행동 방침을 따르지 않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상황을 덮어 버리는 경우이다. 이밖에 새롭게 변화된 상황에서 쓸모없게 될 기술, 시스템 및 방법론에 오히려 대규모 투자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즉 새로운 변화를 감지 못하고, 그 변화가 초래할 결과를 예측도 못하고, 그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위기대응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다.위기대응 위험은 자연재난 또는 인재사고로 인한 위기에만 제한되지 않고 디지털전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금융영역에서의 파괴적인 변화, 디지털 금융혁신에서도 발생한다. 디지털전환은 빠르고, 똑똑하고, 연결되면서 유용하게 때로는 파괴적으로 변화케 함으로 위험과 기회가 함께하는 위기 상황이다. 디지털 금융혁신은 금융을 구성하는 주체(투자자, 금융기관, 규제기관), 수단(예금·대출, 주식, 채권, 환율), 상품, 인프라 그리고 제도에 인공지능,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경쟁/고객을 바라보는 사고 변화, 업무 프로세스 개선, 데이터 기반 혁신, 그리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규제가 디지털 금융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기관은 규제기관의 눈치를 보면서 방관하거나, 가능한 금융혁신을 시도하더라도 규제로 인해 그 효과가 반감한다. ‘망분리 규제’는 대표적 사례로 데이터와 분석도구를 분리시키어, 알고리즘 개발과 검증을 어렵게 하면서 인공지능의 활용을 가로막고 있다. 규제당국은 디지털 금융혁신이라는 위기상황을 관리하는 데 있어 위기대응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높은 수준의 이해와 정교한 관리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규제기관이 금융혁신을 이끌어 가는 핀테크 기업을 ‘종합금융상품 백화점’ 수준으로 바라본다면 플랫폼 비즈니스를 알지 못하거나 아니면 핀테크 기업의 잠재적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규제혁신의 목표를 글로벌 금융산업을 선도하는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플레이어 출현’에 둔다면, BTS가 획득한 전 세계적 명성이 기존 관행을 중시하는 집중화된 공연·음반회사와 거리를 둠으로써 얻어진 혁신의 결과라는 점을 외면하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김한성 한국은행 IT전략국 자문역

[EE칼럼] 개도국 지원,기후변화 대응에 역점둬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공공시설이나 사유시설 가릴 것 없이 큰 피해를 입었고, 인명피해마저 발생했다. 지난달 서울 곳곳에 침수 피해를 내고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폭우의 트라우마가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역대급이라는 태풍이 또 큰 상처를 준 것이다. 해를 더할수록 기후변화는 가속화하고 그로 인한 피해는 커지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한반도의 온난화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라고 한다. 기후변화는 한반도에서도 이미 기후위기가 되었다.기후변화가 기후위기 수준을 넘어서 국가의 존폐를 위협하는 곳들도 있다. 태평양에 있는 투발루나 키리바시 같은 작은 도서 국가들은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영토가 점점 더 물에 잠기고 있다. 이런 국가들에게는 ‘기후안보(climate security)’라는 말이 절절하게 와 닿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에서 보면 매우 적은 양이지만 기후위기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지도상에서 사라질 위협에 처했으니, 이들에게는 기후위기가 곧 기후안보가 되어 있다.기후위기는 인류 모두가 직면한 절박한 현실이건만, 주요배출국들의 대응은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 전 세계 총배출량의 약 3분의 1을 배출하는 중국은 근래에 있었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전격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 조치 중 하나로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의 협력을 거부하겠다고 전했다. 국가안보에 비해 기후변화 대응은 여전히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미국도 중국을 나무랄 자격이 없다. 미국이 정권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태도를 뒤집는 행태를 반복한 것이야 말로 글로벌 레짐의 작동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편 러시아는 산업혁명 이후의 누적배출량으로는 미국, 중국 다음으로 세 번째이며, 현재 배출량으로는 중국, 미국, 인도에 이어 네 번째인데, 그런 러시아는 전쟁을 일으킨 것으로 모자라 핀란드 국경 근처에서 대량의 천연가스를 태우기까지 하고 있으니 도무지 기후변화 대응에 관심이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운 지경이다.그러나 미·중·러 3대 배출국이 실망스러운 행태를 보여 왔다고 해서 다른 국가들마저 기후변화 대응을 포기할 수는 없다. 오히려 양식 있는 국가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에 거대 배출국들도 더욱 적극 참여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한국 역시 커진 경제규모 만큼이나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어 기후변화에 일말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국가이다. 물론 한국이 이런 책임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2020년에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였고, 지난해에는 2030년까지 2018년의 총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하겠다는 상향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공언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이 자체적으로 부단히 노력해야만 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책임 있는 선진경제국으로서 한국이 개도국에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도 기후변화 대응 및 적응 쪽으로 더욱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한국은 원조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된 세계 최초의 국가이며, 개발원조위원회(DAC) 국가들 중에서도 빠르게 ODA 규모를 늘리고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환경과 관련된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빈약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 환경 부문과 관련된 ODA 지출도 일관된 목표나 전략을 가지고 사용되고 있지도 않다. 해외 신규 석탄화력발전 건설을 대상으로 하는 ODA를 중단하기로 한 결정은 전체적인 흐름에서 타당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ODA가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이나 적응을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못하다는 현실이 매우 아쉽다.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고 있느니 만큼, 한국이 지원하는 ODA가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적응을 위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전체적인 사업들을 재점검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선진적인 기후변화 대응 및 적응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ODA 사업들을 추진함으로써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뿐 아니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에 한국의 ODA가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이는 결국 한국의 국익으로 환원될 것이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기자의 눈] 연금개혁, 국민 공감대 형성이 먼저다

"아이들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고립됐다 14시간만에 구조된 A씨가 한 말이다. 많은 이들이 공감했을 것이다. 자식을 향한 사랑은 우리 삶 속 원동력이 되곤 한다. 환갑 넘은 노인도 그 부모 눈에는 아이로 보인다. 내리사랑은 인간의 본능인 동시에 공동체를 관통하는 상식이다. 다만 ‘남의 자식’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다른 듯하다. 경제가 성장하며 문화가 바뀐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온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우던 시대는 끝났다. 세대갈등은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었다. ‘MZ세대’라는 신조어가 많이 쓰인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해당 세대에 속한 사람들은 사고방식과 성장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기성세대가 소위 ‘요즘 것들’을 묶어 부르면서 탄생한 폭력적인 단어다. ‘연금개혁’이 지지부진한 원인이 여기에 있다. 미래 보험료 납부자를 ‘남의 자식’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단순히 뒤로 늦추겠다는 황당한 발상도 여기에서 비롯했다. 자신이 연금을 받겠다고 아이들은 끝이 보이는 기금에 돈을 넣으라는 뜻인가? 따지고 보면 연금 수령을 눈앞에 둔 이들이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촌극이다. 공적연금은 대수술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은 보험료율을 올리고 지급률은 낮추는 게 불가피하다. 공무원·군인연금 등은 이미 적자의 늪에 빠져 혈세를 수조원씩 갉아먹고 있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명대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의 연금이 지속 가능할 리 없다. 개혁의 첫 단추는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것이다. 당장 내 주머니가 가벼워져야 제도 자체가 운영된다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처지를 다른 나라 연금 현황과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야 한다. 인구 피라미드를 고려하면 우리는 훨씬 강력한 혁신이 필요하다. 보험료율 인상으로 부담이 커질 사업주들을 설득하는 것도 과제다. 개혁이 절실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제도를 손보는 데도 속도가 날 수 있다. 정치인은 국민들에게 ‘더 내고 덜 받자’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소통만 제대로 한다면 수급자 반발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초인적인 힘도 발휘하는 게 인간이다. 한낱 욕심 탓에 자식에게 족쇄를 채우고 싶어 하는 부모는 어디에도 없다. yes@ekn.kr2021111701000701800029381 산업부 여헌우 기자

[EE칼럼] 낮춰 잡은 장래 전력수요, 정부의 숨은 의도 있나

우리는 미래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래서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미래를 예측해 보고 예측결과를 토대로 준비를 한다. 하지만 예측은 틀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시작되면 단기간에 러시아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3일이면 끝날 것이라던 전쟁은 200여일이 지난 지금도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산 에너지수입 금지를 단행했다. 이에 대항하여 러시아는 EU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축소하거나 중단했다. 에너지가격은 급등했고 그 여파로 대부분 국가들이 경제난을 겪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전문가들의 오판 사례다.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 학자들은 여러 가지 과학적 방법론을 개발하고 적용해 보지만 적중률은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교과서에도 ‘예측은 과학과 예술의 사이에 있다’고 하고 있다. 여기에서 과학은 데이터에 기반한 이론적 분석을, 예술은 주술이나 점이 아닌 전문가의 판단을 의미한다. 지난달 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 공개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수요예측은 예술(정무적인 판단)에 가깝게 예측된 것으로 보인다. 전력수요예측치가 지나치게 낮기(과소예측) 때문이다. 10차 계획의 2030년 발전량 예측치는 615TWh로 9차 586TWh, 온실가스감축목표(NDC)안 612TWh에 비해 각각 5.0%, NDC 상향안 대비 0.4%가 증가했다. 실무안에는 친절하게도 "4차 산업혁명 영향과 탄소중립 달성 등을 위해 산업, 수송, 건물 등 각 분야의 전기화 수요도 반영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 전력수요가 증가할 요인을 나열하고 모델의 운용 결과를 반영했다고 하지만 전력수요가 어떤 요인으로, 얼마나 증가할 것이라는 세부내역은 없다. 설명과 같이 추가수요가 반영된 것이지 알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해말 탄중위는 산업, 수송, 건물분야의 전력화로 앞으로 전력소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았고 2050년 발전량을 1258TWh로, 전력비중은 현재의 20%에서 40%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사실 2050년 탄소중립안에서 전력비중 40%는 높은 것도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전력비중을 50%로 제시한 바 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2050년 발전량 1258TWh가 되기 위해서는 2018∼2050년 기간 중 전력수요가 연평균 2.5% 증가해야 한다. 이 경우 보간법으로 계산한 2030년 발전량은 768TWh이다. 물론 탄소중립에 이르는 경로에 대한 가정에 따라 전력수요는 768TWh 보다 낮아지거나 높아질 수 있다. NDC 상향안에는 2030년까지 친환경차 보급 목표를 450만대로 잡고 있다. 친환경차에 의한 전력수요만 대략 19TWh에 달한다(3.6km/kWh, 1만 5000km/연 운행). 여기에 소요되는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1000MW급 원전 3기가 추가로 필요하다. 산업부문의 공정, 열수요 전환에 의한 전력수요 증가분 등은 가늠하기도 어렵다. 만일 2030년 발전량이 보간법으로 구해진 768TWh이라면 10차의 2030년 원자력 발전량 202TWh로는 원전 비중이 10차 계획의 33%가 아닌 26%로 곤두박질치게 된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132TWh도 21%에서 17% 수준으로 하락한다. 그 결과는 화석연료 발전량의 증가로 나타날 것이다. 산업부와 전력수요예측 전문가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전력수요를 과소예측해야 하는 말할 수 없는 속사정이 있었던 것 아닐까. 혹시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겠다고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이 직접 국제사회와 약속한 NDC안은 잊은 걸까. 이런 의문이 드는 이유는 10차 계획이 장기적인 에너지믹스 정책을 반영하기 보다는 새정부 대선공약 반영에 급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치가 확정되고 불과 10여일 만에 수급계획 전체가 공개된 것에서는 원전 계속운전과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조기에 가능하게 하고, 원전산업 활성화 압력에 빨리 응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엿 보인다. 전력수요를 낮게 예측한 다른 이유로서 2030년 원전비중을 30% 초반으로 하여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필자의 주관적 추론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지 않았더라도 에너지공급망 위기로 인한 에너지안보가 강조되고, 탄소중립 에너지정책이 유지되는 지금의 상황이라면 전력수급계획에 원전 계속운전, 신한울 3·4 호기 건설재개 정도는 반영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산업부는 수요예측결과의 세부 내역을 밝혀 주시기 바란다. 아울러 전력수급계획 보고서에는 미래 에너지믹스 전략이 담긴 에너지원별 비중을 반드시 제시할 것을 주문한다.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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