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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
RE100이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제 20대 대통령 선거 때다.당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RE100을 아는지 물었던 것이 계기가 됐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자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영국의 더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이라는 환경단체가 이끌고 있다. 많은 선량한 기업이 환경을 사랑하고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아름다운 마음에서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캠페인에 참여하더라도 당장 RE100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굳이 참여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그러나 곧 이 캠페인은 사실상 무모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주 7일 동안 하루 24시간 (24X7) 내내 기업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만 공급받을 수 없다. 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재생에너지는 생산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재생에너지 전기가 부족할 때마다 공장을 멈출 수는 없다. 그러자 이 캠페인은 변질됐다. 기업이 값비싼 재생에너지 전력요금을 치르면 재생에너지를 쓴 것으로 쳐주는 인정제도로 바뀌었다. 여러 가지 발전원에서 생산한 전기는 동일한 전력망에 태워진다. 이 가운데 어떤 것이 재생에너지 전력이고 어떤 것이 석탄전력인지 구분할 수는 없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의 변동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는 전력망의 20%를 초과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누군가 필요한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받았다면 누군가는 그만큼 다른 전기를 사용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전력망 전체로 보면 달라질 것도 없다.
구글은 지난 2018년 이미 재생에너지로 구글이 가진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모두 공급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구글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간파했다. 재생에너지는 수단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결국 구글은 원자력을 포함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발전원으로부터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공급하기로 하고 CF100(탄소제로)을 선언했다. 이 보고서는 구글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결국은 지구환경을 지키겠다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씨를 이용해서 재생에너지 확대만을 꾀한 셈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이 재생에너지 자원이 충분하지 못한 나라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라는 점이다.
RE100에 참여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으로부터 납품을 받지 않는다 거나 제품을 사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위협도 가한다. 나라마다 재생에너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RE100이 국제무역의 중요한 잣대가 된다면 우리나라와 같은 나라는 제조업을 포기하거나 공장을 재생에너지 환경이 좋은 나라로 옮길 수 밖에 없다. 이건 말이 안되는 얘기다. 그럼에도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이 캠페인이 힘을 발휘한다. 탈 원전 정부에서 나서서 RE100을 적극 홍보했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유엔(UN)에서는 이미 CFC(Carbon Free Compact)라는 활동이 시작됐다. RE100이 국제무역의 질서를 깨뜨릴 위험을 간파한 것이다. 또 재생에너지 확대만이 기후변화의 해법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한 것이다. 그 결과 원자력발전을 포함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력을 사용하자는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RE100과 CF100은 원자력발전에 의한 이산화탄소 감축을 인정하지 않느냐, 인정 하느냐에 있다. 기후온난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면서 원자력발전소를 이용해서 줄인 것은 인정해주지 못하겠다는 것은 속이 뻔히 보이는 주장인데도 그게 통했다. RE100은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재생에너지는 늘리고 원전은 줄이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그것이 가져온 폐해는 한전의 적자, 전기요금의 인상, 원전수출 부진, 잇따른 난방비 폭탄이다. 매각해 버린 신규원전 부지와 원전산업의 생태계 붕괴는 또 다른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다. 앞으로도 고리 2호기를 위시해 계속운전 준비를 제때 하지 못한 6기의 원전이 수년간 정지하면서 수 조 원, 수십 조 원의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다.
이런데도 여전히 RE100을 외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RE100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RE100 때문에 걱정하는 기업에 대해 CF100 인정제도를 도입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 정부는 비 정부기구(NGO)의 특이한 주장을 따르기보다 UN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