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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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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복수의결권제 도입을 환영한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01 08:00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국회에서 논의만 거듭되면서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하다가 지난달 27일 드디어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있다. 바로 ‘복수의결권제도’다. 상법에 따르면 주식은 1주당 1개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복수의결권제도는 벤처ㆍ스타트업에 한해 그 주주총회에서 창업자에게 1주당 최대 10개 의결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던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이 이 법안을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사실 민주당은 이 제도 도입을 2020년 총선 공약 중 하나로 발표했었다. 그때는 민주당 어느 의원도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복수의결권제도를 국정과제로 채택하자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과 일부 시민단체가 돌연 법안 통과에 반대하고 나섰다.

반대 논리가 너무 황당해 윤석열 정부가 잘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속셈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다. 이들의 주된 반대 이유는 복수의결권제도가 재벌의 비상장 계열사를 활용한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과 한 주당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은 상법상 1주당 1개 의결권을 부여하는 1주 1의결권 원칙 및 주주평등원칙에 위배돼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먼저,재벌의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은 기우에 불과하다. 재벌ㆍ대기업이 복수의결권을 경영권 승계에 악용하지 못하도록 복수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을 발행한 기업이 대기업(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되거나, 복수의결권 주식을 상속ㆍ양도하는 경우에는 해당 주식이 보통주로 전환되도록 하는 내용이 법률안에 이미 들어 있다. 또 벤처기업이 상장한 뒤에도 3년의 유예기간 뒤에는 복수의결권 주식이 보통주로 전환되도록 했다. 이처럼 소위 재벌의 관여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미국은 재벌이거나 아니거나, 대기업이거나 소기업이거나 차별 없이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주주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회사법을 제대로 모르는 소리다. 주주평등원칙은 모든 주주를 인간적으로 평등하게 대우하라는 것이 아니다. 모든 주주가 가진 주식을 평등하게 대우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은 모든 주식이 평등하게 발행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주식은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되고, 어떤 주식은 현금과 맞바꿀 수도 있고, 다른 종류의 주식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소액주주들이 발행주식 총수의 일정 비율 이상을 보유하면 주주제안권, 대표소송권, 회계장부열람권 등 특수한 권리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제도는 주주평등원칙 위반으로 그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해야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외면한다. 감사(위원) 선임에 있어 대주주의 의결권을 3% 이내로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도 침묵한다. ‘1주 1의결권 원칙’도 허구다. 이미 상법은 의결권이 전혀 없는 주식과 의결권이 일부 안건에서는 배제되는 주식의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 앞에서도 예를 든 감사(위원) 선임에 있어서는 대주주가 가진 주식은 일부 의결권이 박탈된다.

벤처기업들은 항상 자금에 쪼들린다.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창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도하거나 주식을 추가 발행하는 방법 뿐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벤처기업 창업자의 지분이 점점 희석돼 나중에는 경영권 상실에 이를 정도가 된다. 이들이 경영권 상실에 대한 걱정 없이 혁신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장치가 복수의결권제도다.

복수의결권주식 도입이 벤처기업의 안정적 경영을 담보하고 벤처기업의 활성화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당의 ‘재벌의 지배권 강화’ 주장 같은 턱도 없는 프레임은 반(反) 대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경제활성화의 발목을 잡을 뿐이었다. 선진국 제도에 비하면 많이 미흡하지만 지금이라도 법안이 통과돼 그나마 한숨을 돌렸다.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이런 것이 진정한 협치다. 앞으로도 무엇이 진정 국민을 위하고 한국 경제를 위한 것인지를 살펴 여야의 계속적인 협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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