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데스크 칼럼] 오세훈 시장 압구정에서도 무릎꿇을까

오세훈표 재개발·재건축 사업인 신속통합기획이 ‘님비현상’ 으로 진통을 앓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상류층 지역인 서울 압구정동이 원하는 특별대우는 신속통합기획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렇다면 오 시장이 애초 신속통합기획 가이드라인 중 하나로 제시한 공공주택의 ‘소셜믹스’는 서울 강남에선 이상향일뿐인가. 오세훈 시장은 타워팰리스같은 공공주택, 완전한 소셜믹스 구현을 시민들에게 제안했지만 이번 압구정 공공주택의 경우, 임대주택을 일컫는데 이들과 절대 섞일 수 없다는 것이 압구정3구역 주민들의 대세적 흐름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압구정3구역은 재건축 설계공모 과정에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희림건축)를 선택했다. 희림건축 선정에 대한 논란은 일파만파다. 뻥튀기 용적률도 문제지만 오 시장이 약속했던 소셜믹스 공약은 우리나라 최고 부촌에서는 그저 헛구호에 그치게 됐다. 오세훈 시장은 임대주택을 타워팰리스처럼 짓겠다고도 했다. 타워팰리스같은 임대주택은 신속통합기획을 추진 중인 압구정3구역이 롤모델이 될 수도 있다. 오 시장은 소셜믹스 실현을 타워팰리스 같은 임대주택 건설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압구정3구역 소유주들의 소셜믹스 거부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압구정 일대는 오세훈 시장 한강변 르네상스 정책의 핵심에 있다. 하지만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한강변 르네상스는 결국 일부 상위 계층만을 위한 정책인가. 오세훈 시장이 추진 중인 신속통합기획도 우리나라 최고 부촌에서는 그들만의 입맛대로 바뀌는 건지 우려가 높다. 특히 압구정 아파트 소유주들의 배타성은 이번 설계사 선정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들은 신속통합기획안의 소셜믹스를 지키지않은 희림건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희림은 일반분양과 임대주택은 준주거지역 등지로 몰아 3종 일반주거지 조합원 동과 별도 분리했다. 이뿐아니다. 희림의 설계는 공공기여로 만들어질 공공보행로를 단지 바깥쪽으로 우회하도록 해 단지 내 일반인 통행을 제한하도록 했다. 전형적인 님비현상이다. 소셜믹스란 주거지 개발의 방향을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이 한 장소에서 함께 거주하도록 도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강남 최고 부자들의 이기심은 이번 압구정3구역 사태에서 엿보인다. 오세훈 시장이 추진중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와 신속통합기획의 혜택만 누리고 이에 따른 책임과 의무는 공유하지 않겠다는 행태다. 이처럼 특정 장소에 저소득 거주자들이 집중되는 현상은 이는 주거 문화 중 지역 및 단지에 대한 사회적 위상 구분짓기와 연계돼 그 거주자는 ‘사회적낙인’(stigmatizatin)의 대상이 되는 문제로 이어진다. 임대가구와 분양가구, 조합원 가구 등이 명확히 구분되는 경우는 차별과 차별을 이끌어내는 요인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낙인찍기 과정은 고정관념, 차별, 배제, 분리 등을 포함하는데 압구정3구역의 이번 임대주택 결정은 주류사회로부터 차별을 강화시킬 것이 자명하다. 주택가격 등을 이유로 차별이 악순환되는 소셜믹스는 오 시장이 약속한 사회적통합은 아닐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동별 구분이 없는 단지 내 혼합방식을 통해 기존 입주민과 구분이 뚜렷하지않도록 해 차별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진정한 소셜믹스란 압구정3구역 재건축 후 신축 단지에서 임대아파트 주민들을 구분할 수 없어야 가능하다. 무엇보다 소셜믹스는 폭넓은 사회경제적 계층의 사회적 통합, 나아가 사회적 낙인과 배제를 저감하기 위해 다양한 특성을 가진 거주자들의 물리적 혼합을 전제로 해야 한다. 용적률 360% 거짓 논란으로 빚어진 압구정 3구역 설계업체 선정에 대해 서울시는 희림건축 등을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고발하고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조합은 총회를 강행했고 소유주들은 희림과 손을 잡았다. 하지만 신속통합기획의 원래 공공성 취지와 소셜믹스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투표는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 희림과 조합의 부당행위와 오세훈 시장의 최대 치적이 될 신속통합기획 등 정비사업 원칙을 위해서라도 압구정3구역 설계사 선정 재투표는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

[EE칼럼]자발적 탄소시장으로 시민동참 유도해야

기후변화센터와 아시아나항공사는 지난달 12일 국내 최초로 승객들의 항공여행 탄소발자국을 자발적으로 상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승객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여행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에 대해 일부 또는 전체를 상쇄하는 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 항공예약 때 승객이 비행 날짜 정보를 입력하면 운항노선, 항공기 형태 등을 고려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방법론에 따라 배출량이 계산된다. 이렇게 발생한 탄소량은 기후변화센터가 운영하는 자발적 탄소시장 플랫폼 ‘아오라(AORA)’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탄소감축 활동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법으로 탄소를 상쇄할 수 있다. 탄소감축 활동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치, 바이오매스 활용 조리기구 보급, 조림 등의 흡수원 확대 등으로 여기에서 발생한 탄소상쇄 크레딧의 양을 구매해 본인의 여행으로 발생한 탄소발자국을 없애는 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 활동은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11월부터 아시아나 홈 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이러한 활동은 국내에서는 최초지만 싱가포르항공, 브리티시에어라인, 터키항공 등 해외 다수의 항공사들이 몇 년 전부터 실시하고 있다. 잘 아는 것처럼 항공기의 특성상 사용되는 연료에 의해 다른 교통수단 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저히 높다. 유럽환경청의 2014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88명이 탄 비행기가 1km를 이동하는 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승객 1명당 285g으로, 같은 조건의 150인승 기차(14g)에 비해 20배에 달한다. 더 나아가 항공기는 고도를 높일수록, 싣고 가는 짐의 양이 많아질수록 훨씬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그래서 2016년 ICAO는 항공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른바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다. 이에 따라 2021년부터 이를 초과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항공사는 탄소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 상쇄해야 한다. 이 규제는 2027년부터는 의무화된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의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지난 5월 프랑스 정부는 기차로 2시간30분 거리인 단거리 비행 국내선에 대해 운항 금지 조치 법안을 발효했다. 프랑스 하원은 2021년 5월 ‘단거리 국내선 항공편 운항 금지’를 포함한 ‘기후와 복원 법안 (Climate and Resilience Law)’을 통과시켰지만, 단거리 비행 기준에 대한 추가 논의를 거쳐 이번에 발효했다. 당초 이 법안을 제안한 ‘프랑스 기후 시민 협약’은 기차로 4시간 이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대해 비행기 운항을 금지하자고 주장했으나, 항공사 에어프랑스, KLM항공과 일부 지역의 반대에 따라 항공편 운항 금지 기준이 기차로 2시간30분 거리로 줄었다. 프랑스 정부는 이 법안 시행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필수 단계라며, 강력한 노력의 상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는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마다 신규 공항건설을 단골 공약으로 내세우는 데 우리나라의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를 감안한다면 정치인들의 공약도, 시민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항공사들의 상쇄 활동을 지원하는 자발적 탄소시장은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와 같이 정부 주도 아래 진행되는 탄소시장과는 달리 기업, 지자체, 개인들의 자발적 탄소감축 활동을 지원하는 시장이다. 교토의정서 당시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파리협약 6조가 구체화되고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점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전 지구적 목표인 1.5도를 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세계 곳곳에서 가능한 많은 온실가스 감축·흡수제거 활동이 이루어져야 하고 기업들도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생긴 것이다. 시장이 커짐에 따라 고품질 상쇄 크레딧, 즉 환경건전성이 높은 상쇄 활동이 무엇인지에 대해 감시하고 기준을 제시하는 자발적 기구들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리고 생성된 탄소크레딧이 상쇄 활동에 여러 번 사용되지 않게 하기 위해, 즉 탄소 감축이 제대로 되는 지를 보장하기 위해 탄소상쇄등록부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등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1인당 연간 탄소배출량은 12.7톤으로 세계 평균(4~5톤)의 3배에 달한다. 탄소 다배출 산업구조의 수출 기반 국가인 점을 감안한다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민들의 동참이 필수적다. 의식주 활동으로 내가 발생한 탄소발자국이 얼마인지, 이를 줄이려는 다양한 활동들이 정량적으로 계산되고 더 많이 줄인 사람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보다 촘촘하게 만들어진다면 시민들의 동참이 활발해질 것이다. 자발적 탄소시장도 그런 목적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 지자체, 시민들이 협력해서 기후위기를 늦추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다양한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미국 신용등급 강등, 정치가 문제다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1일(현지시간)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렸다. 그 바람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렸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세계 최대 경제국이며, 기축통화 달러를 앞세워 글로벌 경제를 호령하는 나라다. 각국 중앙은행과 해외 투자가들은 미국 국채를 사려고 줄을 선다. 미 국채는 으뜸 안전자산으로 늘 인기가 높다. 그런 나라가 신용평가사로부터 최고등급을 받는 건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지난 2011년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등급 내렸다. 사상 처음이었다. 그로부터 12년 뒤 피치가 강등에 가세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최고등급을 유지하는 곳은 무디스가 유일하다. 미국으로선 수모가 아닐 수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우리한테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자.◇ 반복되는 디폴트 리스크가 발목먼저 시계추를 12년 전으로 돌려보자. 그때도 미국은 국가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로 치달았다. 권력 구조는 지금과 비슷하다. 백악관은 민주당 출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인이었다. 그러나 하원 다수당은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으로 넘어갔다. 공화당은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올리는 대신 대폭적인 지출 삭감을 요구했고, 민주당은 일부 삭감을 받아들이는 대신 증세가 필요하다고 맞섰다.협상은 디폴트 데드라인을 이틀 앞두고 간신히 타결됐다. 그러나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S&P는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떨어뜨렸다. 그 여파로 미 국채 금리가 오르고, 주가가 불안하게 움직였다. 당시 무디스와 피치는 AAA를 유지했다.디폴트 위기는 2013년에 되풀이됐다. 공화당은 건강보험제도 혁신안인 오바마케어를 대폭 축소하라고 요구했다. 대통령과 민주당은 간판 정책인 오바마케어를 사수하는 데 총력을 쏟았다. 부채한도 증액 협상은 타결됐지만, 피치는 이때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다.◇ "정치 양극화가 문제다"2023년 들어서도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졌다. 민주당 출신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이 지배하는 하원은 부채한도 증액을 놓고 막판까지 기싸움을 벌였다. 증액이 안 되면 미국이 국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초유의 디폴트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세계 경제는 백악관과 의회의 벼랑끝 싸움을 숨죽여 지켜봤다. 지난 5월 피치는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낮췄다. 피치는 "디폴트 시한(6월 1일)이 빠르게 다가오는데도 부채한도를 올리는 등 사태 해결을 하지 않는 정치적 상황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피치로선 사전 경고음을 강하게 울린 셈이다. 기한을 이틀 앞두고 디폴트 협상은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피치는 이를 또 하나의 임시변통으로 여긴 듯하다. 언제 또 재발할지 모른다고 봤다는 얘기다. 피치는 1일 등급을 강등한 배경으로 "향후 3년 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지배구조)의 악화"를 꼽았다.피치의 리차드 프랜시스 이사는 2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미국 정치권의 부채 상한선 논쟁에선 벼랑끝 전술과 양극화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2011년 이후 2년마다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버넌스 약화와 정치 양극화 심화는 지난해 1월 6일 의회 난입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났다"며 "민주당은 너무 왼쪽으로 갔고 공화당은 지나치게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탓 공방백악관과 미국 재무부는 격하게 반발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리는 피치의 결정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미국 경제가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는 시점에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피치의 결정이 전적으로 부당하다고 성토했다. 옐런은 "피치의 오류가 있는 평가는 오래된 데이터에 기반했으며 지난 2년 반 동안의 거버넌스 등 관련 지표의 개선 상황을 반영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케빈 무노스 바이든 대선 캠프 대변인은 강등 책임을 아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떠넘겼다. 그는 "트럼프는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했으며,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재앙적 감세로 적자를 확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트럼프가 부채한도 협상 때 디폴트가 오더라도 공화당이 예산 대폭 삭감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한 점을 상기시켰다.마침 이날 연방 검찰은 지난해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를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사기 모의, 국가 기망, 선거사기 유포 등 혐의로 기소했다. 피치는 등급 강등 이유로 정치적 양극화를 들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에도 미국 정치는 양극화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 11월 대선에서 재격돌할 공산이 크다. ◇ 한국 신용등급은 안정적피치를 기준으로 최고등급인 트리플A는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호주 등 9개국이 받는다. S&P를 기준으로 하면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호주, 싱가포르 등 11개국이 최고등급을 받고 있다. 미국은 이들보다 신용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 국가신용등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피치는 한국의 등급을 AA-로 평가한다. 2012년 9월 이 등급을 부여한 이래 변화가 없다. 미국이 한 단계 떨어졌지만 우리와 비교하면 여전히 두 계단 높다.S&P는 한국의 등급을 AA로 매긴다. 2016년 8월 이후 변화가 없다. 미국과 비교하면 한 계단 아래다. 무디스는 한국의 등급을 Aa2로 평가한다. 2015년 12월 이후 8년째 같은 수준이다. Aa2는 피치와 S&P의 AA에 해당한다. 미국과 비교하면 두 계단 밑이다. 신용평가 3사는 고령화, 저출생에 주목한다. 무디스는 지난 5월 한국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 성장의 장기적인 리스크는 인구 통계학적 압력이 심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길게 보면 고령화와 저출생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들의 지적이 아니라도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고령화와 세계최저 수준의 출생률이 한국 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 美 강등이 주는 교훈피치가 미국 등급 강등의 배경으로 정치적 양극화를 꼽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양극화 강도로 보면 한국도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 원래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여야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키운다. 갈등 증폭기 노릇을 하는 요즘 한국 정치가 딱 그렇다. 양평 고속도 논란에서 보듯 민생은 없고 오로지 정략과 정쟁만 난무한다. 피치의 결정은 정치적 양극화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귀담아들을 한국 정치인이 과연 몇이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경제칼럼니스트>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가 1일(현지시간)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렸다.피치는 반복되는 디폴트(국가채무 불이행) 리스크를 배경으로 꼽았다. 사진은 피치의 뉴욕 본사 건물. 사진=EPA/연합뉴스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이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수모를 겪고 있다. 사진은 1달러 지폐의 조지 워싱턴 초상. 사진=AP/연합뉴스

[기자의 눈] 11차 전기본, 원전 확대 넘어 현실적 계획되길

정부가 2038년까지의 국내 발전설비를 결정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새정부의 핵심 정책인 원자력발전 확대 기조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과정에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탄소중립이라는 상위계획, 국가장기재정, 지속적인 경제성장 등을 동시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지엔 의문부호가 많은 게 사실이다.특히 2030 NDC와 2050탄소중립을 법제화 한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 이를 주도한 국가들도 행정부의 다짐 정도인데 우리만 앞서서 법제화를 해버렸다. 이 때문에 전력수급기본계획이나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등 국가 차원의 에너지계획이 영향을 받아 비현실적 계획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2021년에 만든 2030NDC를 2038년 계획에 반영해야 하는 것은 넌센스다. 송전망도 표준공기가 7∼8년, 발전소도 10년 가까이 걸린다. 현실성이 너무나도 중요한 계획인데 이를 주도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너무나 가볍게 보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석탄을 더 조기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0년 된 발전소의 폐쇄도 세계적으로 볼 때는 ‘초초 조기폐쇄’다. 전력수급과 산업적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미다.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엔 에너지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수다. 이미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제주도 전력공급 과잉과 출력제어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에너지 믹스 상 다변화와 함께 석탄, 석유 자원과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활용, 장기비축 가능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영국 정부도 탄소중립을 위한 섹터별 감축목표를 제시하지 않아 시민단체로부터 소송에 걸렸다. 결국 영국 정부가 올해까지 그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기로 했다. 다른 서방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백악관의 정책 문건에 포함됐을 뿐이다. 미국은 예산이 계산되지 않으면 함부로 법제화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장 먼저 수치화, 법제화를 해버렸다. 세계적으로 이런 나라가 없다. 목표부터 던지고 재원을 마련하려 하니 점점 더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지금과 같은 2050 탄소중립은 영원히 저성장, 저자본의 덫에 갇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11차 전기본이 특정 에너지원의 확대 유무를 넘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환경적 목표의 동시 달성, 기후위기 대비, 에너지안보 역량까지 확보하는 계획이 되길 기대한다.jjs@ekn.kr전지성 정치경제부 기자.

[이슈&인사이트]챗GPT시대,대-중소기업 디지털격차 해소 시급

최근 챗GPT 4.0버전이 발표되면서 각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각종 응용 기술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로봇 산업의 경우 AI와 융합하지 못하면 생존이 힘들 정도로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불가결한 요건으로 등장했다. 더 나아가 그동안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 또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로 대표되던 전 산업계의 변혁이 다시 한번 이 대화형 초거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시시각각 느낄 수 있는 정도다. 윤리적 문제나 오·남용의 문제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제 기업의 흥망성쇠가 경쟁의 키라고 할 수 있는 핵심기술에 어떻게 데이터와 융합된 인공기술과 접목하느냐에 달려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챗GTP는 어느 듯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데이터의 수집에서부터 인공지능 응용 솔루션 개발, 그리고 모델의 학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전제돼야 하는 만큼 중소기업이 이를 이용하기에는 매우 버겁다는 사실이다. 특히 데이터 서버 등 인프라의 구축 및 유지 관리에 엄청난 비용을 수반하는 거대모델인 챗 GPT의 경우 중소기업에게는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난제다. 결국 AI 데이터 시대에 대기업 특히 빅테크 IT기업을 중심으로 부의 집중이 이루어지는 것을 현재의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막을 수 없다. 단순히 시장논리로 접근하면 대한민국 제조산업의 미래는 더욱 암울하게 될 것이다. 수십만 중소기업의 생존 또한 예측불가능의 상태에 빠져들 것이다. 디지털 전환시대에서 기업간의 빈익빈 부익부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이미 경쟁력의 차이가 극심한 상황에서 대-중소기업간의 불균형과 불공정 사례는 더욱 심화될 것이며, 종래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제품으로는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한계에 다다른 지가 오래다. 중소기업의 쇠퇴는 한 기업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제조업 수출로 먹고 사는 자원빈국 대한민국의 경우 전 제조산업 생태계 붕괴는 곧 경제위기와 함께 국가적 재난상황으로 이어질수 있다. 필자는 AI로 인한 대-중소기업 디지털 격차를 AI를 기반으로 하여 해소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장기적으로는 공급 사슬망의 모순을 AI기반으로 시장 생태계 사슬망을 재구성하는 정책 연구가 필요하다. 공정거래의 틀 또한 AI를 기반으로 재편해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중소기업들이 좀 더 쉽게 AI에 접근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고, AI 전문 교육을 통해 중소기업인들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정책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AI기반 도입 활용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는 제도적 지원 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소상공인,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 다양한 기업군과 제조업, 서비스업 등 ‘업종별 맞춤형 AI 지원 공공 플랫폼’을 구축해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보급하는 정책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물론 정부에서도 부처별 정책연구원을 통해 이미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각종 정책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마치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형국의 중소기업에게 당장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펼치는 범부처 콘트롤타워 구축이 무엇보다 더 절실한 실정이다. 진짜 위기는 위기 자체 보다 그 위기를 못 느끼는 것에 있다. 위기는 닥칠 때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준비할 때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경철 국민통합위원회 전문위원 /전 KAIST 인공지능 연구교수

[EE칼럼]지구는 펄펄 끓는 데 위기 대응 뒷짐진 정부

2023년 7월 극한의 날씨가 아프리카에서 남극 대륙에 이르기까지 세계 7개 대륙을 강타했다. 중국은 52.2도의 잠정 국가 기온 신기록을 세웠고, 유럽을 덮친 폭염은 최근 일주일 새 1만1000여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며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폭염 사망자(6만 명)를 넘어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남극과 북극 해빙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속도로 사라지고 있고 4000만km²에 달하는 북대서양의 수온은 이전 최고 보다 약 0.7도 높아졌다. 지중해의 평균 해수면 온도도 역대 최대치인 28.4도에 도달했고, 플로리다 남부 해수면 온도는 욕조 온수 수준인 38.4도까지 올랐다. 아프리카 역시 역대 가장 뜨거운 밤을 경험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극한호우로 파키스탄에서는 1000여 명, 인도에서는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번 폭우는 비가 내리는 시간은 짧아지고 단위 시간당 강우량은 더 많은 게 특징이다. 기후 과학자이자 IPCC 저자인 Roxy Matthew Koll 박사는 데일리 텔레그래프를 통해 "것은 분명한 기후변화의 신호"라고 했다. 미국도 폭우로 7명이, 우리나라에서는 기록적인 장마로 50여 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덴마크 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한 논문에서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 즉 북대서양 해류가 이르면 2025년 멈출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2004년 개봉한 기후재난 영화 ‘투모로우’ 줄거리의 일부다. 지구 기후 시스템 붕괴, 즉 기후 재앙이 바로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2023년은 역대 가장 더운 한해로 기록될 것이며 폭염, 폭우 등 이상 기후 현상은 더 자주 발생하고 더 강력해질 것이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CCC)는 2023년 연례보고서에서 영국 정부의 지난 1년간의 기후변화 대응을 평가하면서 ‘범죄를 묵인하는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영국은 석탄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썼는데도 보고서는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입증된 정책 부재와 넷제로 목표달성을 위한 불충분한 투자, 느린 진전, 화석연료 프로젝트 승인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전체적으로 현재의 정책으로는 기후변화 대응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결론지었다. OECD 국가 중 재생 발전량 점유율 최하위이며 태양광+풍력발전량 점유율이 아프리카와 비슷한 수준이면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 발전설비 설치가 역성장한, 그러면서 GW급 석탄발전소를 계속 건설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CCC가 평가한다면 어떤 점수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1.5도 이내 상승 목표를 달성하는데 2030년까지가 매우 중요하며 같은 기간 재생발전 용량을 3배로 늘리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RMI(Rocky Mountain Institute)는 ‘재생에너지 혁명’ 보고서에서 에너지 전환은 재생에너지의 기하급수적 성장에 의해 주도되며 주요 변화는 2030년까지 발생할 것이며,재생에너지 혁명은 중국이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 세계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재생에너지 확대는 독보적이다. 2022년 글로벌 태양광 설비용량 증설의 절반가량, 풍력 증설의 40%가 중국에 의해 이뤄졌다. 나아가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 신규 태양광 설치 용량이 78.1GW로 지난해 상반기(30.2GW)에 비해 무려 158% 늘어나 세계를 놀라게 했다. 독일도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설치량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3.7GW 대비 67% 증가한 6.3GW 수준임을 감안하면 중국의 성장세를 짐작할 수 있다. 올해 세계 신규 재생 발전설비 용량은 440~500GW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BNEF의 태양광 담당 제니 체이스는 올해 중국 신규 태양광을 200GW 이상으로, 글로벌 태양광을 389GW로 전망했다. 재생에너지 혁명이라고 할 만큼 엄청난 규모다. 기후 재앙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외면하고 역행한다면 그 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최근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6%로 낮췄고 RPS 제도 폐지 및 경매제도 도입 추진, 전력도매가격(SMP) 상한 고정,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한국형 FIT)제도를 폐지했다. 국내 신규 태양광 보급량은 2021년 4.4GW에서 2022년 3GW로 31% 줄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올해 상반기 태양광 산업동향 보고서에서 올해는 지난해 보다 약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극단적 기후변화 시대에 주요국은 재생에너지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데, 그나마 있던 지원 정책마저 줄이는 우리 정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고, REPowerEU, IRA 등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임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에너지전환포럼 이사

[기자의 눈] 미적지근한 온라인 예금 중개 서비스

"아직 출시일도 잡지 못했어요. 지금은 시장 관심도 크지 않고 제휴를 맺으려는 은행도 없어 시장 분위기만 보고 있어요."온라인 예금 중개 서비스를 준비하는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가 한 말이다.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온라인 예금 중개 서비스는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신한은행을 제외한 핀테크 업체들은 아직 서비스를 내놓지 못한 상태다. 핀테크 업체들은 당초 이르면 7월부터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출시 예정일이 점점 미뤄지고 있다. 온라인 예금 중개 서비스는 1개의 플랫폼에서 제휴를 맺은 여러 금융회사의 예적금 상품을 비교하고 추천하는 서비스다. 금융당국은 고객들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지난 5월 대환대출 인프라를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예금, 보험 등 금융상품의 비교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참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온라인 예금 중개 서비스에 참여할 만한 유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예적금 가입자들을 확보하고 있고, 이미 인터넷에서 예적금 금리 비교가 가능해 플랫폼에 굳이 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는다. 금융소비자들이 예금 중개 서비스를 많이 이용할 지도 불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지금과 비슷한 분위기였던 대환대출 인프라의 경우 은행들이 막판에 참여를 결정했고 결과적으로는 흥행을 했으나 대출과 예금은 성격이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대출의 경우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금리를 0.1%라도 낮추려는 수요가 많지만 예적금은 상대적으로 금리에 민감하지 않다. 금융당국이 온라인 예금 중개 서비스에 수시입출금을 포함하고 모집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가로 발표했지만 은행권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단순한 예적금 비교·추천 이상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금 중개 서비스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그 이상의 자산관리 서비스와 접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은행 스스로가 관심을 끌 만한 유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핀테크 업체들은 은행권의 참여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금융당국의 강요 아닌 강요에 은행들이 마지못해 참여를 할 수는 있겠지만 은행권 내부의 반발은 더 커질 수 있다. dsk@ekn.kr

[이슈&인사이트] 첨단산업 리쇼어링 특단대책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202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리쇼어링)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소득세ㆍ법인세 감면 기간을 늘리는 게 골자다. 지금까지는 2년 이상 경영한 국외 사업장이 국내로 이전ㆍ복귀하면 5년간 100%, 추가 2년은 50%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 앞으로는 7년간 100%, 추가 3년간 50%의 감면 혜택을 받는다. 또 사업구조를 바꿔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 기업’도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미ㆍ중 갈등 등으로 공급망 위기를 겪으면서 높은 해외의존도에 따른 문제점이 부각되고, 주요국 간에 리쇼어링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 국면에서 정부가 리쇼어링 정책에 전향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매우 적절한 것으로 환영한다. 다만, 다른 경쟁국의 지원규모에 대비하면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평가도 있다. 지금까지의 한국기업의 유턴 실적을 보면 이런 평가도 무리가 아니다. 한국은 지속적인 유턴 제도 확대에도 불구하고 2020년 이후 2022년 3분기까지 유턴 기업 수는 고작 70개사(누적 기준·전국경제인연합회 정책자료)에 정도에 그쳤다. 일본은 2020년 5월∼2022년5월 사이에 유턴기업이 439개사에 달한다. 일본 국회는 반도체나 희귀금속 등 중요 물자 공급망 강화를 위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법인세율을 37%에서 23%로 점차 낮추고, 리쇼어링 기업에 대해 20억달러를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리쇼어링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2010년 ‘리메이킹 아메리카’를 외쳤던 오바마 정부부터 트럼프, 바이든 대통령까지 정권이 바뀌어도 리쇼어링은 변함없이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지원법(Chips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여 생산 시설을 미국 내로 적극 유치하고 있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고용 증가 등 효과도 확연하다. 미국 리쇼어링 이니셔티브(Reshoring Initiative)에 따르면 2022년 리쇼어링과 외국인직접투자에 따른 제조업 고용은 2021년 23만8739명에서 2022년 36만4904명으로 늘었다. 2010년 기점으로는 60배나 증가했다. 유럽연합(EU)은 미국 칩스법이나 IRA와 같은 직접적인 리쇼어링 지원 정책은 아니지만, 2023~2024년 EU가 추진할 정책방향의 투트랙인 그린딜ㆍ디지털 전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월 그린딜 산업계획, 3월 핵심원자재법(연내 3자 협상타결 목표)을 발표하는 등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조치들을 빠르게 채택하고 있다. 한국도 2013년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해외진출기업 국내복귀 동향’에 따르면 2022년 24개 유턴 기업이 1조1089억 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연간 투자액이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리쇼어링에 대한 기업의 관심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좀처럼 실적이 오르지 않는 것은 기업에게 와닿는 파격적 유턴 지원책이 없기 때문이다. 높은 상속세ㆍ법인세 세율, 경직적인 노동시장 등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주요인이다. 각종 규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몇 가지 인센티브 확대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고작 10년 간의 세금 감면헤택 만으로 국내로 돌아올 기업이 얼마나 될까. 특히 경제안보 측면에서 ‘첨단산업’에 대한 지원은 더 확대해야 한다. 2022년 국내복귀기업 중 중견ㆍ대기업의 비중은 37.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반도체, 소재, 스마트폰 등 첨단산업 등 공급망에 민감한 기업은 6곳에 불과했다는 점을 보더라도 ‘첨단산업’ 리쇼어링 지원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E칼럼] 불투명한 ESG 투자의 미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로 ESG 투자에 대한 평가가 바뀌고 있다. 그 가장 극적인 징후는 글로벌석유회사 엑손모빌(ExxonMobil)의 주가에서 드러난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수송수요가 얼어붙자 엑손모빌 주가는 바닥을 쳤고 S&P글로벌은 다우지수에서 엑손모빌을 뺐다. 2020년 엑손모빌은 27조10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엑손모빌은 68조8000억원의 창사 이래 최대규모의 순이익 을 기록했고 주가는 80% 급등했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엑손모빌 같은 화석연료 관련 기업의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시대가 막을 내린다고 평가했다. 반면 비대면시대의 도래로 IT 및 반도체 관련 주가는 고공 행진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 불경기를 염려해 5조달러라는 엄청난 유동성을 시장에 풀었다. 실물경기는 얼어붙었지만 풀린 유동성은 대부분 자산시장으로 쏠렸다. 부동산, 주식, 코인, 금 등의 자산 가격이 치솟았다. ESG 투자는 Tech주식과 화석연료와 큰 관련이 없는 급성장주에 몰렸고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그러나 2021년 공급망 대란 이후 에너지 및 각종 자원의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Tech기업의 성과가 급락했다. 여러 국가의 탈(脫)코로나 선언으로 IT 기업의 주가도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ESG 관련 주가도 추락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은 급등했다. 2020년 3월에서 2022년 3월 사이에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MMBtu당 3.3달러에서 50.4달러로 무려 15.5배나 오른 것을 비롯해 국제 석탄가격은 뉴캐슬탄을 기준으로 톤당 67달러에서 369달러로 5.5배,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38달러에서 116달러로 3.4배 각각 뛰었다. 이제 모든 것이 반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화석연료와 관련된 비ESG 주가의 급등을 가져온 반면 ESG 채권 및 주식 발행은 2022년에 급락했다. 전 세계적으로 ESG 펀드에 대한 투자가 2022년에 76% 줄어들면서 비(非)ESG 펀드의 규모가 ESG 펀드의 규모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ESG 투자에 대한 반대는 미 정치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펜스 전 부통령과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차기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들은 ESG 투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2022년 5월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자산운용사가 아닌 개별 주주가 보유주식에 대해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INDEX(Investor Democracy is Expected)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공화당 주도로 하원 구성이 바뀐 이번 회기에도 다시 발의될 예정이다. 이 법안의 입법 의도는 개별 주주들의 생각과 무관하게 ESG에 투자하는 자산운용사의 투자 행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이밖에도 공화당 집권 주의 주지사 및 주의원들은 공공펀드 매니저들이 ESG 투자기준을 채택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했고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은행의 계약을 금지했다. 2024년 미 대선에서 에너지 기업들의 지지를 받는 공화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ESG 투자는 향후 큰 불확실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에너지 안보와 수급이 위협을 받으면 에너지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엑손모빌 회장인 Darren Woods는 침체기에도 화석연료에 꾸준히 투자한 것이 기록적 수익의 배경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 최대의 법률회사인 퀸 엠마뉴엘( Quinn Emanuel)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John Quinn은 "고결한 마음은 돈 안 들면 쉽게 가질 수 있다(High-mindedness is easy when it is cost-free)"고 ESG 투자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아직 지구촌 주민들은 ESG 투자가 본격화될 만큼 높은 에너지 가격을 지불할 준비는 안 되어 있는 것 같다.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과제 남긴 저축은행 M&A 규제완화

금리인상으로 조달비용이 늘면서 영업적자에 신음하던 저축은행 업계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금융당국이 수년간 저축은행의 숙원이었던 인수합병(M&A)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발표였다. 타 업권과 달리 저축은행은 동일 대주주가 총 6개 영업구역 가운데 기존 영업구역을 넘어 3개 이상의 저축은행을 지배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독특한 규제가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한해 동일 대주주가 영업구역이 확대되는 저축은행을 최대 4개까지 지배하도록 허용했다. 수도권도 적기시정조치 대상 저축은행이 포함되는 경우에 한해 영업구역을 최대 4개까지 허용했다. 그러면서 당국은 비수도권, 수도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M&A 규제를 완화하는데는 난색을 표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부실 저축은행이 무더기로 파산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반쪽짜리 규제 완화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비수도권 저축은행은 수도권 저축은행보다 자본력, 수익성 측면에서 열위에 있고, 여수신 잔액도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쏠려있기 때문에 비수도권 M&A 규제를 푸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합병으로 규모를 키워 자금중개기능을 끌어올리고, 경영건전성을 제고하겠다는 구상인데, 과연 이번 규제 완화가 이러한 목적에 부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부호가 붙었다.저축은행 규제 완화에 조심스러운 금융당국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부실 저축은행이 대거 파산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당장 저축은행 M&A 규제를 대거 푸는 것은 당국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저축은행 M&A 규제를 언제까지고 내버려두는 것도 정답은 아니었다. 결국 금융당국은 규제를 풀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향후 추가적인 규제를 풀기 위한 방법으로 비수도권 중심의 M&A 허용이라는 카드를 꺼낸 셈이다. 비수도권 저축은행이 M&A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리스크 전이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당국도 규제를 추가적으로 푸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겠냐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이번 규제 완화는, 저축은행에 또 다른 숙제를 남긴 셈이다.이번 당국의 발표가 사이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도와 내용 자체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섣부른 규제 완화가 때로 우리나라 금융업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규제 완화는 향후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위한 시작점이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 저축은행 역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잊고 진일보할 수 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