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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가스가격 10배 높은 유럽이 주는 시사점

'난방비 폭탄' 작년 이맘때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과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던 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동시에 유럽과 아시아 지역 전역에 걸쳐 발생한 동절기 혹한으로 인해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이에 따른 영향으로 국내 가스요금까지 폭등하면서 지난해 '난방비 폭탄'은 말 그대로 소비자 뇌리에 폭탄을 터트렸다. 전기, 가스, 물과 같은 필수 공공재를 더 이상 정부 보증 아래 싼 값에 사용할 수 없을 것이란 두려움도 함께 했다. '폭탄'으로 비유된 전기, 가스가격은 정부 및 정치권의 통제 아래 국제 원료비 인상분만큼 가격에 반영되지 못한 채 왜곡된 '후불(미수금)'로 쌓이게 됐다. 한국가스공사가 현재까지 쌓아 놓은 미수금은 15조원 규모에 이르렀으며, 한전의 적자폭은 더욱 심화됐고, 열요금 인상에 제동이 걸린 한국지역난방공사 또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러한 때에 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에서 흥미로운 자료를 발간했다. 정말 우리가 '난방비 폭탄'을 맞으며 연료를 사용하는 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자료다. 김낙균 가스공사 연구원은 '세계 주요국 천연가스 공급비 현황 분석' 결과를 내 놓으며 한국과 유럽 각국, 일본 등의 가스요금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난방비 폭탄' 공포에 떨고 있던 2022년 한국의 가정용 가스요금은 12~13원/메가줄(MJ) 정도였다. 그 당시 유럽은 어떠했나? 유럽, 일본 등은 가스산업이 자유화된 대표 지역이다.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과 달리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가스를 공급받는 유럽은 운송부담 또한 적다. 북해 해상 유가스전 등 공급원을 가까이 두고 있어 천연가스 수입구조 자체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우월한 경쟁력을 갖는다. 그런 유럽에서 지난 2022년 한국보다 저렴하게 가스가 공급된 국가는 조사 대상 30여 개국 가운데 그루지아(조지아) 단 한 곳뿐이었다. 우리와 유사하게 10원대/MJ 수준인 곳은 헝가리, 크로아티아 2개국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폴란드, 슬로바키아, 보스니아 3개국이 20원대/MJ 초반, 나머지 모든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40원/MJ를 초과해 우리나라의 무려 4배에 이른다. 포르투갈, 덴마크, 리히텐슈타인, 북마케도니아는 60원/MJ 전후를 넘나들었으며, 네덜란드는 80.3원/MJ, 스웨덴은 무려 133.77원/MJ을 기록해 가스 공급가격이 우리나라의 10배가 넘는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 통제를 벗어난 독립적인 에너지 요금 규제기관을 두고 있는 영국은 어떠했나? 영국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국제 원료가격이 오르면 오른 만큼 가격에 반영하고 하락하면 하락 분만큼 반영한 뒤, 여기에 에너지 기업 운영 시 발생하는 비용(인건비, 관리비 등)과 이익 등을 더해 전기 및 가스요금을 책정한다. 각 에너지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원료비 등락폭을 그대로 반영하고 일정부분 수익까지 보장되는 규제기관의 책정 가격을 그대로 따르게 된다. 주영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작년 하반기까지 1년 6개월간 에너지 요금 상한이 2.5배 상승했다. 작년 1월 가스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29.4%, 전기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66.7%씩 각각 상승했다. 그것도 에너지 가격상한제(Energy Price Cap)를 적용한 가격이다. 혹한을 피해간 올해 동절기 우리는 더 이상 '난방비 폭탄'의 굴레에 싸여 있지 않는 모습이다. 국제시장 환경은 변화하고, 석유 및 천연가스 원료비 가격은 또 다시 등락을 거듭하게 된다. 에너지 절약과 지구온난화, 에너지 공기업의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에너지 시장의 지나친 왜곡현상을 더 이상 방관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기자의눈] 내수부진 가구업계 ‘프리미엄 덫’ 벗어나야

한국 가구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본판 이케아'라 불리는 니토리와 중국 이커머스 공룡기업 알리익스프레스 등 외국기업들이 지난해부터 가격 경쟁력과 젊은세대 공략을 내세워 마케팅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14년 유럽의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가 한국에 상륙해 다양한 디자인의 중저가 가구를 쏟아내면서 '집안 가꾸기' 트렌드 유행과 함께 국내 홈퍼니싱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이케아의 진출 이후 국내 가구시장은 가격경쟁력에서 밀린 한샘·현대리바트·신세계까사 등 국내기업 주도의 프리미엄 가구시장과 이케아코리아의 중저가 가성비 가구시장으로 양분돼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케아는 조명과 다양한 생활소품 등 집안 꾸미기에 최적화된 '가성비 디자인 가구'로 신혼부부 등 비교적 저연령대의 고객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반면, 국내 가구기업들은 고가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오래 사용 가능한 가구를 찾는 구매력 있는 고객층을 대상으로 제품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프리미엄 전략이 천연원목 등 프리미엄 소재를 사용했다는 제품 요소를 제외하면 주고객층으로 삼은 30~50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특장점이 없어 확고한 타겟층을 구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학생용 가구 같은 제품은 일부 기능성만 부각시켜 고가에 판매하고 있으며, 고령화 인구가 급속하게 늘어감에도 '노인을 위한' 맞춤형 가구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부동산시장 불황과 신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여파가 국내 가구시장 침체로 이어지면서 국내 주요 가구기업은 지난해 줄줄이 적자를 냈다. 이케아코리아마저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88% 줄어드는 고전을 겪었다. 그나마 한샘이 예외적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국내 가구업계 경기가 여전히 안 좋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국내 가구기업들이 생존하려면 '한정된 차별화전략'보다는 '유연한 특화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가구도 하나의 전략적 제품이지만, 사실 고객층이 제한적이고 고부가가치 요소를 빼고는 수요 확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지금 유통시장은 20~30대 젊은세대와 1~2인가구 등 뉴 트렌드가 주도하고 있는 만큼 국내 가구업계도 과감한 변신과 도전이 필요하다. 해외가구 경쟁자들이 호시탐탐 내수시장을 노리고 있는 시점에 '프리미엄의 우물' 안에 갇혀 있다가는 생존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윤석헌 칼럼] 의료개혁,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

의료사태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태 발생 후 한 달째인데, 해결의 기미는 안보이고 행정조치 압박과 대규모 시위 등으로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면서, 환자와 가족들 애가 타들어 간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기 짝이 없다. 여론은 정부 편이다. 국민 대다수(갤럽, 76%)가 지지하는 의대증원을 의사들이 무슨 권리로 반대하는가 라고 묻는다. 그러나 상황이 단순하지 않다. 정부가 제시한 의대증원 2000명의 근거가 불투명하고, 선거를 앞둔 시점에 급작스레 제기할 문제도 아니다. 무엇보다 의료계가 제기하는 반대 이유가 나름 타당성을 지닌다. 적정 의사수 예측과 별개로, 의사증원이 의료서비스 개선의 필요조건이라는 정부 주장도 설득력이 낮다. 의사증원과 의료서비스 개선 간의 연관성이 궁금해 OECD 자료(Health at a Glance 2023)를 살펴보았다. 인구 1,000명당 의사수에서 한국(2.6명)은 일본, 미국 등과 함께 OECD(평균 3.7명) 하위권이다. 의사수 부족을 드러낸다. 다만 한국은 호주, 노르웨이, 영국 등과 더불어 의사수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로 분류된다. 한편 한국은 의료의 성과지표라 할 수 있는 기대수명, 회피가능사망률, 영아사망률 등에서 OECD 최우수 수준이다. 인구 1000명당 병상수에서 한국(12.8개)은 OECD 평균의 3배, 의료기관 이용률(17.2%)도 우수하고, 의사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의료서비스에 대한 자체 부정평가 비율은 매우 높다. 요약하면, 한국은 의사수는 작지만 의료성과는 우수하고, 의료기관 이용률이 높고 외래환자 수도 많지만 소비자 평가는 박한 실정이다. 위 분석을 토대로 의사수 증가가 의료서비스 수준을 높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결국 OECD 자료로부터 '의사수가 작아 의대증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하긴 어렵다. 게다가 인구감소, 고령화 시대의 간병인 증가, 로봇 활용, 가치중심 진료시스템 전환 등은 모두 의사수 증가세 약화 내지 감소를 가르킨다. 문제의 핵심은 의대증원 자체 보다 필수의료 서비스 확충에 있다. 의료계 입장도 의대증원에 앞서 제도적 보완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의대는 일반대학과 달리 실습이 요구되고 시설확대나 부속병원 신설 등도 필요한데, 2000명 의대증원은 시간적으로 촉박하고 민간 병원의 투자의지도 의문이다. 서남의대 사태 재발도 우려된다. 보건복지부는 의대 학장들이 2000명 증원이 가능하다고 했다지만, 요즘 폐교위기에 처한 대학들이 증원요구를 수용가능수준 이상으로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의대 블랙홀' 문제다. 과다한 의대증원은 의대쏠림을 불러 이공계 등 연관분야 학생 모집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둘째, 필수의료 분야는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필수의료 분야는 업무강도가 높고 사법리스크가 크며 수가는 낮아, 의대증원이 전공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사직 전공의가 겪었던 문제를 신입 전공의도 조만간 인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 의대 졸업생의 비필수 분야 진출을 시사하는데, 이에 따라 비필수 분야가 활성화되어 필수와 비필수 간 격차가 확대되면 오히려 필수잔류 유인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예상된다. 의대증원에 앞서 필수의료 분야의 근무여건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지방의료체계 정비도 필요하다. 요즘 지방대 의사들이 서울로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데, 이는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추구하는 환자들이 서울로 향하니 그들을 따라 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입 의사들은 지방에 남겠는가. 결국 지방 의료시스템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제고를 위해, 지역의무 근무제, 시니어 의사제, 수가조정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전공의 사직이 장기화될 경우 국가의 귀중한 의료인력자원이 사라져 필수의료부문 포함 의료역량의 전반적 하락이 우려된다. 조기 수습이 절실한 이유다. 이번 사태는 2000명 증원이라는 충격요법을 들고 나온 정부의 책임이 커 보인다. 따라서 결자해지 차원에서 정부가 먼저 손을 내미는게 바람직할 것이다. 의대증원 이슈 포함 의료개혁 전반에 대한 원점 재논의를 조건으로, 전공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여 이들을 협상테이블로 이끌어야 한다. 의사들도 한시바삐 환자와 국민들이 기다리는 병원과 협상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협상을 위한 중재방안으로, 중립적 시각에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제3의 기구를 민간인으로 구성하여, 수요예측과 의료개혁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하는 방안이 적절해 보인다. 윤석헌

연세대 로스쿨팀, 모의 국제상사중재대회 4관왕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원장 윤태석, 지도교수 김준기) 학생팀이 제14회 모의 국제상사중재 경연대회에서 팀우승을 포함해 개인상 3개까지 4관왕 수상 영예를 안았다. 28일 연세대에 따르면, 연세대 로스쿨팀은 지난 2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모의 국제상상중재 경연에서 팀 우승, 결승전 최우수변론상(오정윤 학생), 준결승전 최우수변론상(조세연 학생), 우수 서면상 등 총 4개 부문 상을 차지했다. 로스쿨팀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국제중재학회 소속 변론인그룹인 조세연(15기), 김가현(15기), 오정윤(15기), 최은수(15기) 4명과 대학원 리서처그룹인 손예원(15기), 양채원(15기), 정다운(15기), 조현우(15기) 4명, 학부생 리서처그룹인 임도의, 이지민, 이준상, 이영서 학생으로 구성됐다. 올해 경연은 일본 와세다대, 중국 인민대, 베트남 하노이국가대 등 해외 유수대학 간 치열한 서면심사를 거쳐 본선 8개팀이 주어진 변론 과제 '계속적 물품공급계약상 매매대금청구'를 놓고 실력대결을 펼쳤다. 해마다 2월 실시되는 모의 국제상사중재 경연대회는 국내에서 국제중재 관련 기관 및 상사중재법을 전공으로 하는 실무가와 학자·예비법조인들이 자리를 함께하는 중재 커뮤니티의 연례행사다. 모든 절차를 영어로 진행하며, 국제상사중재 절차 및 과정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함으로써 미래의 국제상사중재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경연대회는 서울대 아시아태평양법연구소, (사)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 (사)국제중재실무회가 공동 개최하고, 법무법인 광장·세종·에이펙스·율촌·지평·충정·태평양·피터앤김·화우·KCL, 합작법무법인 베이커맥켄지 앤 케이엘파트너스(Baker McKenzie & KL Partners), 김·장 법률사무소 등 국내 주요 로펌의 후원을 받았다. 팀우승을 한 연세대 로스쿨 팀은 오는 3월 10~17일 홍콩에서 열리는 제21회 Willem C. Vis East Moot에 이어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비스 국제상사중재 모의재판대회(Willem C. Vis International Commercial Arbitration Moot)'에 참가할 예정이다. 연세대 로스쿨 팀은 지난 8월 진행된 FDI Moot에서도 한국 팀으로 유일하게 참가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 및 본선을 거쳐 세계대회에 진출한 바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EE칼럼] 다가오는 수소시대, 국제에너지시장 의존도 낮추려면

화석연료시대를 종식할 게임체인저로 수소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황금의 샘'의 저자 다니엘 예긴은 수소가 수출 상품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리프킨은 수소가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으며 공급량 또한 무한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수소의 성격은 수소의 무기화와 카르텔 형성을 불가능하게 해 기존 에너지 무역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이라는 기대를 만들고 있다. 탈탄소 시대에 수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만큼 세계 각 국은 수소경제 청사진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는 전통적 에너지 다소비국가인 한국, 독일, 일본 같은 제조업 강국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산유국인 UAE, 사우디아라비아, 새롭게 떠오르는 플레이어인 호주, 아르헨티나, 칠레 등 다양한 대륙과 국가를 포함한다. 이들 국가가 내놓은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UAE는 2050년 수소자급률을 556%로 계획하고 있다. 이는 1991∼2020년의 에너지 자급률 386%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UAE는 원자력, CCS(탄소 포집 및 저장(,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수소를 이용해 자국 내 사업 활성화를 또한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멘스에너지, 루프트한자, 일본 이토추 상사 등과 그린철강, 청정제트연료 사업을 위한 컨소시엄, 조인트 벤처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천연가스 자원과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이용해 2050년 수소자급률 400%의 에너지대국으로의 부상을 꿈꾸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소경제위원회는 수소경제 정책방향에서 수소를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를 수소경제의 하나의 목표로 삼았다. 예긴, 리프킨과 같은 대가들과 각 국이 기대하듯 과연 수소가 기존 화석연료시대의 에너지 패권을 무너뜨리고, 더 다원화된 에너지시장을 만들 수 있을까? 아직 수소시대가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하버드대학 벨퍼연구센터 연구진들은 수소시대에도 기존 밸류체인의 전환으로 일부 주요 플레이어의 변화만 있겠지만 생산국과 수요국으로 분리되는 국제 분업체계는 물론 에너지의 종속성은 여전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 연구는 자원보유, 기존 산업생산, 경제 관련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미래 수소시장에서 각 국의 역할을 매핑하고 있다. 미국, 중국과 같은 국가는 수소시장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암모니아, 메탄올, 철강생산 같은 산업 응용 분야를 주도할 것이라고 보았다. 또 일부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은 일자리와 시장 점유율을 놓고 수입 의존 산업 강국과 경쟁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안타깝게도 수소시대의 국제 에너지 분업에서도 우리는 수입 의존국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대규모 집중형 발전, 대형차, 산업의 전환에 수소 활용을 계획하며 청정수소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50년에 예상되는 우리의 수소 자급률은 17.9%로 지난 30년간(1991∼2020)의 에너지자급률 17.6%와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우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일본과 독일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수치로만 보면 암울해 보이지만 전통 화석연료시대와 달리 약간의 희망은 있다. 산업화의 후발 주자로 우리의 에너지 확보는 글로벌 메이저 에너지기업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소시대는 새 판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가진 기술과 자본의 수준에 따라 비록 해외에서 생산될지언정 우리가 생산의 주역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기회를 우리가 확실히 잡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우리의 청정수소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75%에 그치고 있고, 사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순조롭지 않다. 해외 수소의 액화수소 운송이 언제 실현될지도 알 수 없다. 생산, 전환, 수송, 사용 등 밸류체인 전반에 이르는 균형된 발전전략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우리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독일, 일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면 당장 무엇이 시급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은 국가 수소계획에서 재정지원과 공급망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전환과정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정부 지원의 중요성을 이미 경험한 국가다. 이 경험이 수소계획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2028년까지 EU 역내에 4500km의 수소 파이프라인 구축을 계획하고, 비교적 근거리인 아프리카 수소 유망국에서의 도입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또 그린수소 생산 R&D에 7억유로, 수소환원제철 등 산업부문 수소 전환에 500억유로 지원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일본 또한 수소 공급비용을 2030년에 kg당 334엔, 2050년엔 222엔으로 낮추기 위해 기술개발에 대대적인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상사들을 중심으로 해외수소 개발 및 도입 실증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등 공급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새롭게 열리는 수소시대에 기회를 잡으려면 정부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기후대응기금,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의 재원 확보와 사용의 합리적 재조정을 통해 수소경제 대응을 위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또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위해 밸류체인 구축의 명확한 로드맵과 정량적 목표가 제시돼야 한다. 해외 협력 파트너 국가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특정 국가에 편중된 파트너십은 화석연료시대와 유사한 리스크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역내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에너지안보 보장 방안이라는 것이다. 중첩된 규제를 신속하게 풀어 대규모 해상풍력을 확보하고, 원자력을 활용하는 등 우리 내부의 여건을 성숙시킬 여지는 충분하다. 하윤희

[기자의눈] ‘복수의 화신’ 된 이재명…커지는 총선위기론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파동을 넘어 사상 초유의 '심리적 분당' 사태에 이르렀다. 민주당은 공천 관련, '사천' 논란이 일어나며 하루도 잡음이 끊기질 않고 있다. 특히 '하위 20%' 통보가 시작되면서 연쇄 탈당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 하위 20% 통보를 받은 의원들은 대다수가 비이재명(비명)계로 분류된다. 이들은 20~30%의 경선 득표율 감산 페널티를 가진 채로 원외 친이재명(친명)계 후보와 경선을 치르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명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동안 이 대표를 친위하지 않았던 친문재인(친문)계 후보자들도 대부분 공천 배제(컷오프) 당했다. 단수 공천을 받은 비명계 의원은 윤건영 의원이 유일하다. 특히 '비명 학살' 공천의 가늠자로 꼽히던 임종석 문 전 정부 비서실장까지 컷오프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을 넘어서 분당 위기에 봉착했다. 공천 첫 시작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이어지는 심사 발표에서 비명계에 대한 공천 학살이 계속되는 이유는 이재명 대표의 '복수혈전'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황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시점으로 되돌아간다. 당시 표결 이후 이 대표 지지층 커뮤니티에는 '가결' 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의 목록을 제작해 '살생부'라고 불리며 돌아다녔다. 민주당 안에서는 최소 29표 이상의 반란표가 나왔을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민주당이 하위 평가자로 분류한 31명과 비슷한 수치다. 당 일각에서는 이 '살생부' 명단이 공천 기준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친명계로 꼽히는 김성환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현역 평가 하위 20%에 비이재명계가 많은 이유에 대해 “의원 평가 항목 중에 다른 의원들과 당직자 및 지역권리당원, 주민들의 평가가 작년 11월, 12월 중 이뤄졌다"면서 “그 직전인 9월 말 이 대표 체포 동의안이 가결됐을 때 도대체 누가 가결 표를 던졌을까 논쟁이 한참 있던 시기에 평가가 이뤄져 그 요소들이 평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말하기도 했다. 하위 10% 통보를 받은 설훈 의원 역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졌다고 말한 이후 하위 10% 결정이 났다고 생각한다"며 “정치를 무슨 복수혈전하듯이 하느냐"고 지적했다. 체포 동의안 표결은 무기명이어서 누가 어디에 투표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누가 가결 표를 던졌을 것이라는 의심이 총선 공천의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면 공당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셈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공천 보복을 당한 당사자들이 이의를 제기할 때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0점을 맞은 분도 있다고 하더라"며 웃어 공천 배제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어지는 줄탈당에도 “경기하다 질 것 같으니 안한다는 것은 아름답지 않다"며 “규칙이 불리하다고 해서경쟁의 과정에서 국민, 당원이 선택하는 걸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현재 민주당의 공천 파동은 최고조다. '하위 20%' 통보를 받은 의원들의 줄탈당도 계속되고 있다. 역대 총선에서 극심한 공천 파동에 시달린 쪽은 대부분 필패(必敗)였다. 이런 식이라면 오는 4·10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이 아닌, 민주당이 심판받게 될 것이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이슈&인사이트] 소비자 주권과 표준화

1942년 2월 미국 볼티모어의 한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하에서 시작된 불은 1시간도 안돼 삽시간에 주변건물로 옮겨붙었고 당시 볼니모어시가 보유한 24대의 소방차와 8개의 사다리로는 속수무책이었다. 워싱턴 D.C., 뉴욕시, 필라델피아 등 주변에서 소방차와 장비가 동원됐지만 장비가 소화전과 연결호스 규격에 맞지 않아 화재진압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불길은 번저 도시 전체를 삼키며 잿더미로 만들었다. 당시에 주마다 각기 다른 소방장비의 표준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같이 큰 대가를 치른 후 미국에서 소방안전 장비 표준화가 이뤄졌다. 요즘 공중화장실에서 한 줄 서기는 생활표준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한 줄 서기 이전에는 사람들이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화장실 칸 앞에 줄을 서 있다가 운이 나쁘면 늦게 줄을 선 사람이 빠르게 문이 열린 칸에 먼저 들어 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우리는 주변에서 많은 공공안내 표시나 그림 표지를 보게 된다. 공공안내 그림 표지는 그야말로 천 마디 말보다 1개의 그림이나 표시로 더 빨리 더 쉽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까지 남성 모습으로 표시해온 비상출구 표지에 치마를 입은 여성의 모습도 추가한다고 한다. 시대 변화에 맞춰 비상구 유도등에 '치마 입은 여성' 도안을 추가해 혼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표준화된 그림 표시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의미를 알아볼 수 있게 한다. 국제교류가 확대 될수록 국제 공통의 표시나 표준을 중시한다. 표준은 물품이나 용역에 관한 품질, 성능, 시험방법 등을 단순화·통일화하는 문서다. 표준화는 품질의 개선, 생산능력의 증대 기타 생산의 합리화, 거래의 단순화 및 사용·소비의 합리화와 함께 공공복지 증진에도 기여한다. 표준은 공기와 같아서 평상시에는 못 느끼지만 없으면 매우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 생활 주변의 침대 등 가구, 차량 부품 등 수 없이 많은 제품에 표준이 적용되고 있다. 제품 뿐만 아니라 제품, 서비스, 시험, 검사, 국가 간의 무역 등 거의 모든 분야에 표준이 활용되고 있다. 표준은 소비자의 편리성 확보외에도 기업 및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한다. 시장에서 먼저 표준이 정해지는 소비제품의 표준은 기업 경영의 방향을 결정하게 되고 기업의 경쟁력 강화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 강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게다가, 표준의 중요한 목적인 호환성은 기업 생산공정의 혁신, 신기술개발 촉진 등을 촉발한다. 표준화는 생산비용을 감소시키고 생산자 및 소비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글로벌 경제하에서 국가 간 무역이 확대되고 상품 및 서비스의 이동이 많아지고 자유로와짐에 따라 국제표준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무역의 80% 정도가 표준의 영향을 받고 있다. WTO/TBT 부속서에는 국가 간 상품 및 서비스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려고 국제표준이 존재하는 경우 각국은 국제표준을 국가표준으로 받아들여 불필요한 무역장벽을 만들지 않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각국은 국제표준을 소비자 안전과 편익, 환경 보호 등을 위한 각종 규제와 기술기준으로 받아들일 것을 권고 받고 있다. 과거 표준은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유형적인 분야에 적용됐지만 산업이 발전하고 다양화되면서 무형의 서비스, 안전, 소비자 분야로 확대되며 일상생활에서 표준이 적용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최근 AI 및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등장과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관련 제품 및 서비스에소 표준이 제정되는 추세다. 한편으로 소비자는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제품과 서비스 다양성 속에서 안전, 환경, 편익 등의 문제를 겪기도 한다. 표준이 이처럼 생활속에 깊숙히 자리잡았는 데도 일반 소비자들은 표준을 국가나 기업 등 남의 일처럼 생각할 정도로 인식 수준이 낮다. 소비자 주권 확보 차원에서도 국가나 세계 표준 제정에 참여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훈식 기자 poongnue@ekn.kr

[김상호 칼럼] 손홍민 선수에게 배우는 정치 리더십!

2023년부터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팬이 되었습니다. 빠른 속도, 빛나는 기술, 실력으로 존중받는 운동문화 속에서, 그 안에서도 중심에 서 있는 손홍민 선수 리더십이 빛납니다. 심장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중심에 캡틴 손홍민이 있습니다. 무엇이 소니(Sonny, 손홍민 애칭) 리더십이고, 우리 공동체 특히 정치계에 시사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요? 다섯 가지 리더십 열쇠말을 배우게 됩니다. 첫째, 손홍민 선수 '집념' 입니다. 토트넘과 대한민국 국가대표 주장으로서, 심판이 경기 종료 호루라기를 불 때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아시안컵 호주전 페널티킥 유도는 집념의 결과입니다. 국익과 시민을 위해 정치인 양심과 철학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둘째, 손홍민 선수 '팀워크' 입니다. 소니는 벤치에서 뛰지 않는 선수,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과 응원단 모두를 아우르는 팀워크를 촉진합니다. 이는 당의 공천 시스템을 존중하며,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원 팀으로 지지자를 통합하는 '팀워크' 필요성에 대해 시사합니다. 셋째, 손홍민 선수 '포용' 입니다. 소니는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흘리는 패배한 팀을 위로하고, 야유를 보낸 상대 관중에도 인사를 합니다. 이강인 선수 문제도 '포용'으로 배려합니다. 말과 논리로, 정책과 공약으로 경쟁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시대정신과 민심을 대변해 지지를 얻고, 정직하게 승리해야 공동체는 단합할 수 있습니다. 늘 역지사지를 통해 상대 마음도 여는 '포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웁니다. 넷째, 손홍민 선수 '소통' 입니다. EPL을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은 감독과 선수들 인터뷰를 듣는 것입니다. 생각이 깊은 인터뷰를 하는 소니의 '소통'이 빛납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당당하고 소신 있게 입장을 밝히고, 그 입장에 따라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진정성과 겸손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중요합니다. 다섯째, 손홍민 선수 '노력' 입니다. 평상시 몸과 정신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뼈를 깎는 자기관리가 소니 실력으로 열매를 맺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부친 손웅정은 '월드클래스, 세계적 수준이 아니다'며 아들의 더 많은 '노력'을 곁에서 늘 채찍질합니다. 총선, 대선,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사회 비전에 대한 연구와 공부는 끝이 없습니다. 정치인 긴장, 깨어있음은 국민 안전과 행복의 첫 단추입니다. 현직과 후보자들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손흥민 5가지 리더십! 정치영역에서도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고 제언합니다. “나라를 위해 뛰는 몸인데 힘들다는 건 가장 큰 핑계인 것 같다.“ 소니 리더십을 보며, 하남과 대한민국 정치인이 국민과 세계인에게 격려 받는 그날을 희망해 봅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kkjoo0912@ekn.kr

아산재단, 올해 518명에 장학금 38억 전달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27일 서울시 송파구 아산생명과학연구원 강당에서 2024년 장학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날 대학원생 87명, 대학생 431명 등 총 518명에게 장학금 38억원을 전달했다. 의생명과학분야 대학원 장학생 77명(국내 46명, 해외 31명)은 졸업 시까지 매년 2000만원∼4000만원을, 보건의료정책분야 대학원 장학생 10명은 졸업 시까지 매년 1000만원을 지원받는다. 대학교 장학생에는 군인, 경찰, 소방, 해양경찰 등 국가의 안전을 위해 복무하는 대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된 'MIU(Men In Uniform) 자녀 장학생' 230명과 산업체 장기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지역산학협력 장학생' 100명, '북한이탈청소년 장학생' 55명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올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업성적이 우수하며 의생명과학자를 꿈꾸는 대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의생명과학분야 대학교 장학생' 제도를 신설해 37명을 선발했다. MIU 자녀 장학생에게는 연 300만 원, 북한이탈청소년과 의생명과학분야 대학교 장학생에게는 연 600만 원의 학업보조비를 지원하여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산학협력 장학생에게는 한 학기 등록금을 지원한다. 아산재단은 1977년 재단 설립 시부터 지속적으로 장학 사업을 펼쳐오고 있으며, 지금까지 3만 70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총 870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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