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문재인 정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재생 에너지 발전 목표의 낮은 가능성을 알고도 목표를 무리하게 상향 추진해 정책 혼선을 초래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 임직원 250여명이 겸직 금지나 가족 신고 의무를 어기고 태양광 발전사업에 종사해 내부 정보를 빼내 금전적 이득을 취한 것이 드러났다.감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신재생 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NDC 맞춰 신재생 목표 급상향…정작 인프라 구축은 미흡감사원에 따르면 2017년 7월 ‘2030년까지 신재생 발전 비중 20%’가 국정과제로 채택되자, 산업부는 그 해 12월에 신재생 에너지 목표를 기존 11.7%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산업부는 당시 2030년까지 신재생 발전 비중을 20%로 올리는 데 대해 필수 인프라 확보 없이 사업 목표를 대폭 확대하면 전력 공급 차질로 국가 안위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2021년 국가적 목표인 NDC 상향에 따라 산업부가 신재생 발전 목표를 30%까지 올린 과정을 감사원은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감사원 조사 결과 당시 산업부 내부적으로는 산지 규제 강화, 대규모 풍력 사업 지연 등 상황을 고려하면 2030년 실현할 수 있는 신재생 목표는 최대 24.2%이고, 이상적·낙관적 가정을 해도 최대 26.4%라고 인식했다.그런데도 환경부 등에서 NDC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연내에 NDC를 상향해야 하는 시간에 쫓기며, 원전 확대는 당시 정부 정책 기조상 채택이 곤란하다는 등의 사유로 산업부는 "이행 방안은 나중에 찾자"는 식으로 신재생을 30%로 늘리겠다고 택했다.그 해 9월 2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2030년 NDC는 40%(신재생 30%)로 확정됐고, 이 과정에서 산업부는 목표 달성이 사실은 어렵다고 보고하는 대신에 적극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산업부는 이후 정권이 바뀌고 지난해 11월 "2030년 신재생 30% 목표는 탑다운으로 설정된 과다한 수치였다"면서 목표 하향을 재발표했다.산업부는 신재생 에너지 목표를 올려놓고 정작 인프라 구축에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2월‘ 2030년 신재생 20% 목표’를 설정하면서 선제적 전력 계통 보강과 백업 설비 확충 등 특단의 인프라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반영한 계획을 수립하고도, 백업 설비를 부족하게 산정하며, 입지 확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도 미온적이었다. 이런 결과로 일부 발전소 출력제한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감사원은 전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요인 필요성을 계속해서 묵살했고 이 과정에서 국회에 제출하는 보고서 내용을 의도적으로 삭제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런 감사 결과에 대해 산업부와 한전에 주의 및 개선 통보를 했다.◇ 태양광으로 불법 돈벌이한 공공기관 임직원·공무원 등 수백명 적발아울러 한전 등 태양광 발전사업과 업무 연관성이 있는 공공기관 8곳에서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부당하게 태양광 사업을 영위한 임직원 251명을 포함해 업무 연관성이 없는 일부 지자체 공무원 64명도 겸직 허가를 받지 않고 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한전의 한 대리급 직원은 배우자·모친·장모 등 명의로 태양광 발전소 6곳을 운영하면서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업 추진에 유리한 부지를 선점하기도 했다. 이 직원이 올린 매출액은 8억8000여만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에너지공단 전 부이사장도 배우자와 자녀 명의로 태양광 발전소 3곳을 운영하며 약 3억원 규모 매출을 올렸다.소형 태양광 우대 사업에 참여하며 추가 혜택을 노린 가짜 농업인들도 줄줄이 적발됐다.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의 ‘한국형 FIT(Feed in Tariff)’ 사업에 참여한 농업인 2만3994명 중 44%는 제도가 도입된 후 농업인 자격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농업에 종사하던 사람이 아니라 급하게 농업인 자격을 얻은 사람들이 우대 혜택을 받았다는 의미다.또 전북 군산시는 재생에너지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임준 군산시장의 고등학교 동문 A씨를 1270억원 규모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추진업체의 대표이사로 선발하기도 했다.군산시는 발전설비 설계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시장의 지시를 받고 특정 업체의 편의를 봐주기도 했다. 시는 연대보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컨소시엄 2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당초보다 높은 대출금리를 부담하게 됐으며, 이에 따른 손해는 약 115억원 규모로 추정됐다.아울러 국내 최대 규모 민간 태양광 발전 사업인 ‘아마데우스 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정 업체의 편의를 봐준 사실도 드러났다. 이 업체는 충남 태안군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태안군이 사업용지(초지) 용도 변경에 관한 인허가를 내주지 않자 평소 친분이 있던 산업부 공무원 B씨를 통해 임의로 검토보고서를 작성했다.또 국립대 교수 C씨는 허위 자료로 새만금 풍력발전 사업 허가를 받은 뒤 착공조차 하지 않고 사업권을 5000만달러(약 663억원)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는 허위 인허가 방지 규정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ysh@ekn.kr산업통상자원부 전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