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된 지 정확히 300일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미국은 이에 맞춰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을 포함해 18억 5000만달러(약 2조 3000억원) 규모의 군사적 지원을 추가 지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백악관 앞으로 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맞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짙은 녹갈색의 셔츠와 바지, 부츠 등 ‘전투 복장’을 연상케 하는 차림을 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친근감을 드러냈다.공식 환영식을 마친 뒤 오후 2시30분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회담에서도 양 지도자는 단합된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의 자체 방어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위대한 우크라이나 국민, 그리고 위대한 지도자인 당신과 함께한다"고 말해 연대와 지지를 강조했다.바이든 대통령은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정한 것을 언급하고서 "당신은 미국에서 올해의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포대를 지휘하는 우크라이나군 대위의 부탁이라며 대위가 받은 무공훈장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건넸다. ‘HIMARS가 여러 전우의 생명을 구했다’는 대위의 발언도 전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받을 자격이 없지만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답례로 동전 모양의 기념품인 코인을 전했다. 정상회담이 다소 길어지면서 당초 오후 4시30분으로 계획됐던 공동 기자회견은 15분가량 늦게 시작했다.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추구하는 데에 열려 있지만 러시아는 그렇지 않다"며 "(블라디미르) 푸틴은 이 잔인한 전쟁을 끝낼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이 이어지는 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18억 5000만달러(약 2조 30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 방침을 밝혔다. 이는 미국이 지금껏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 가운데 단일 지원으로는 가장 큰 규모이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규모는 모두 219억달러(약 28조 2000억원)로 늘어나게 됐다.바이든 대통령은 "이 지원 패키지에는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가 포함될 것"이라며 "패트리엇 포대를 훈련하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방어하는 또다른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미국 정부가, 사거리가 70∼80㎞에 달해 적 항공기나 미사일을 장거리에서 요격이 가능한 패트리엇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도움과 지지에 매우 감사하다"며 패트리엇 미사일을 포함한 미국의 군사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젤렌스키 대통령은 "패트리엇 미사일 지원은 방공 능력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 조치가 될 것"이라면서 "이는 우크라이나 상공을 지키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수단이며, 우리 영토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그는 전쟁 종식 방안에 대한 질문에는 "단지 평화를 위해 내 나라의 영토와 주권, 자유에 대해 타협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그는 또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평화 정착을 위한 특정한 방안에 대해 대화했다고 밝히며 "우리가 평화 방식을 가지고 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미국에 특정한 조치를 요청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날 회견에서 양 정상은 전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농담을 주고받는 여유를 보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시점에 미국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예를 들어 (이번에 지원받는) 패트리엇을 배치한 이후에 우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더 많은 패트리엇 미사일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다시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통역을 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 말에 웃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어로 "정말 미안하다"고 얼른 수습에 나섰다. 이어 한 기자가 미국은 장거리 미사일 등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모든 무기를 바로 지원해야 하는 게 아느냐고 묻자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가리키면서 "그의 답은 예스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때를 놓치지 않고 바로 "동의한다"고 화답했다.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어깨에 손 얹은 바이든(사진=AP/연합)바이든에게 우크라 용사 훈장 전달하는 젤렌스키(사진=AFP/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