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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에서 행동으로, 이재용의 선택에 걸린 삼성의 미래

리더의 부재는 기업의 위기를 더욱 깊게 만든다.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이재용 회장의 책임 있는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 회장의 결단이 단순한 기대가 아닌, 위기 극복을 위한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미래는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논의되는 이유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며 “사법 리스크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과 리더십 공백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이 위원장은 또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존경받는 일류 기업으로 변화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지면서 보다 적극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에게 책임경영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줄 수 있으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이슈다. 최근 반도체 업계는 리더십 스타일이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제품 개발과 전략 수립에 직접 관여하며 경영의 최전선에서 활동 중이다. 그 결과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와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 남다른 혁신과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이재용 회장은 경영 최전선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에 대한 대응에서도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7.6% 감소한 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이 '반성문'을 발표했다. 통상적으로 최고 경영자가 맡아야 할 역할을 다른 임원이 대신한 것으로, 이 회장의 직접적인 책임 경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심각한 상황이다. 반도체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가전 등에서 중국 기업들의 추격으로 인해 점유율이 하락 등을 겪고 있다. 여기에 노사 갈등도 심화되고 있어 내부 결속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 공백이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얘기다. 추가로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 수립, 그리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조직 문화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과 기술 혁신, 그리고 글로벌 인재 유치 및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고 경영자가 책임지고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이는 단순히 이재용 회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거버넌스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책임과 권한이 명확한 리더십 구조가 삼성전자에 필요하다"며 “그의 선택이 삼성전자는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중하면서도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수출입은행 대출액 10%가 한화그룹에 집중···“다른 그룹보다 확연히 높아”

한국수출입은행 여신 잔액의 10% 가량이 한화그룹 계열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대기업 그룹과 비교해 눈에 띄게 높은 비중이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수출입은행의 여신 잔액은 총 135조6327억원이다. 이 중 약 10%에 달하는 13조2천523억원이 한화 계열사에 대한 여신으로 집계됐다. 수출입은행 여신 지원 상위 10개 기업의 여신 잔액은 총 26조6392억원인데, 그중 한화 계열사인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여신 잔액이 9조5886억원으로 36%에 달했다. 한화 계열사에 대한 수출입은행 여신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12월 말 4조4747억원에서 올해 8월 말 13조2523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한화그룹에 대한 집중 현상이 두드러진 셈이다. 차 의원은 한화그룹이 지난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효과가 있지만, 인수 후 한화오션에 대한 신규 여신 집행 금액도 4조7223억원에 달해 단순 기업결합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실제 수출입은행은 지난 4월 한화그룹에 대한 동일 차주 신용 공여 한도 소진율이 법에서 제한하는 5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자 금융위원회에 예외 취급 승인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차 의원은 현 정부 들어 수출입은행이 한화그룹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동안 검찰 출신이 한화그룹에 무더기 재취업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22~2023년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한화손해보험,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등에 검사와 검찰 수사관 출신 8명이 이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입은행 상임감사로 여당 당직자 출신인 차순오 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이 선임되기도 했다. 차 의원은 “수출신용기관의 여신이 특정 기업에 너무 많이 쏠리면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며 “여신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계열별 여신 순위를 보면 1위가 한화, 2위가 삼성, 3위가 HD현대로, 모두 대형 조선사를 보유한 그룹"이라며 “선수금 환급보증(RG)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이후 1위에 올랐다"며 “한화에 대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도 “방산 수출 관련한 계약이행보증 및 선수금반환보증 등은 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의 보증이 없으면 대규모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인데 수출액 대비 지원 규모를 보면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들과 국내 여타 방산 기업들 간 여신 잔액 비율에 큰 차이가 없다"며 “방산 수출 중 규모가 상당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집트 수출 지원 건은 지난 정부에서 승인된 것으로, 현 정부의 특혜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시승기]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럭셔리 디자인에 우아한 주행감

제네시스의 럭셔리 전기 세단 'G80 전동화 모델'은 역동적 디자인과 부드러운 주행감, 넓은 실내 공간이 돋보이는 차량이었다. 워낙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성능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우아한 운전'을 하게 되는 모델이었다. 특히 운전자뿐만 아니라 2열의 탑승자들도 '대접받는 느낌'을 받게 하는 진정한 세단이었다. 지난 19일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을 서울 도봉구부터 경기 양주시까지 왕복 약 60㎞ 코스로 주행했다. 퇴근시간과 겹치는 바람에 꽉 막힌 도심과 뻥 뚤린 자동차전용도로를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 이번 시승한 차량은 지난달 출시한 '부분 변경' 모델로 기존 보다 실내 공간과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차량의 전면부는 이전의 우아한 스타일을 계승하면서 범퍼, 램프 등 주요 디자인 요소에 정교한 디테일을 더해 세련미를 끌어올렸다. 특히 차량의 인상을 결정하는 그릴에 지-매트릭스(G-Matrix) 패턴을 그라데이션 형태로 입혀 '전기차스러움'을 더했다. 측면부는 이전보다 늘어나 '고급 세단'의 이미지를 배가시켰다. 축간거리는 3140㎜로 기존 대비 130㎜ 길어졌다. 또 19인치 '디쉬 타입 휠'을 새롭게 적용해 고급 전기차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부여하고 공력 성능까지 개선했다. 후면부는 범퍼 디자인을 간결하고 깨끗하게 다듬고 크롬 장식을 측면 하단부에서부터 범퍼를 가로지르도록 이어 매끈하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완성했다. 실내 인테리어는 '역시 제네시스'였다. 1, 2열의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편의사양이 풍부했고 곳곳의 디자인 마감도 훌륭했다. 시승차량의 경우 사방이 시트와 바닥이 흰색으로 이뤄져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차량에 탑승하면 27인치 OLED 클러스터·내비게이션 통합형 디스플레이가 운전자를 반긴다. 2분할 또는 3분할 화면 선택이 가능해 사용자는 취향에 맞게 내비게이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는 터치 타입 공조 조작계와 크리스탈 디자인의 전자식 변속 다이얼, 통합 컨트롤러를 적용해 조작감을 향상시켰다. 대부분의 버튼이 터치로 이뤄진 반면 비상등은 버튼식으로 설계됐다. 비상등을 킬 일이 잦은 한국 도로상황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풍부한 음직은 차량의 이색 매력이다. 17개 스피커의 뱅앤올룹슨 고해상도 사운드 시스템과 돌비 애트모스를 새롭게 적용해 고급스러운 음질의 음악을 들으며 주행이 가능하다. 2열 사양도 풍부했다. 2개의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탑승자의 지루한 주행을 방지했고 가운데 설치된 컨트롤 박스로 여러 기능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또 버튼을 누르면 문이 열리는 방식을 탑재해 내리는이의 편안함을 극대화했다. 주행감은 정숙하면서도 민첩했다. 합산 출력 272kW, 합산 토크 700Nm의 강력한 듀얼 모터의 성능을 증명하듯 가벼운 출력을 보였다. 승차감은 잔잔한 호수 위를 지나가는 듯 부드러웠다. 내비게이션 정보를 통해 미리 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사전 제어를 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이 탑재돼 어느 상황에서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했다. 또 기존 대비 용량이 7.3kWh 증대된 94.5kWh 고전압 배터리 탑재돼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475㎞로 개선됐다. G80 전동화 모델의 판매 가격은 전기차 세제혜택 적용 전 기준으로 8919만원이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삼성전자 vs. 엔비디아 누가 맞을까? AI 도입 ‘엇갈린 판단’

최근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이 위기를 이겨내고 세계 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사측에 생성형 인공 지능(AI) 사용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업계를 호령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nVIDIA) 최고 경영자(CEO)는 AI에 의한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삼성 관계사들이 노조의 요구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초기업 노조는 지난 18일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에서 제안하는 삼성그룹 변화의 시작'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정현호 사업 지원 TF장을 수신인으로 지정해 발송했다. 노조는 “최근 삼성전자의 위기에 대해 정말 다양하고 많은 곳에서 이야기 하는데, 회사의 영향력이 큰 만큼 관심도 역시 높은 듯 하다"며 “삼성그룹의 위기는 우리 직원만의 위기가 아닌 대한민국 재계 전반에 영향이 갈 수 있을 정도로 중대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위기 극복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의 혁신적인 시도가 필요한데, 오픈AI의 챗GPT 사용 제한을 전면 해제해달라"며 “세계 일류가 되려는 회사는 최상의 툴을 사용하고 트렌드에 맞게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삼성전자가 사내 챗GPT 사용을 금지하는 이유는 보안 문제에 있다. 지난해 3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이 챗GPT 사용을 허가하자 기밀에 해당하는 설비 계측·수율 데이터가 미국 회사로 전송되는 등 회수가 불가능한 정보 유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바 있다. 노조는 “전쟁과도 같은 세계적인 경쟁을 하는데 최고의 도구를 두고도 쓰지 않는 건 어리석음 그 자체"라며 “보안과 관련된 이슈는 엔터프라이즈 버전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어 삼성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도 했다. 아울러 “줄어드는 근무 시간과 워라밸 등이 중요한 시대에 우리는 남들과 똑같은 8시간을 보내면 안 된다"며 “과거 개인용 컴퓨터(PC)화 시대에 PC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그런 회사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인데, AI 시대인 지금도 마찬가지로 이를 거부하면 도태된다"고 경고했다. 반면 엔비디아는 과감한 AI 도입을 통해 혁신을 이끌어 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AI를 위한 전체 컴퓨팅 스택을 재발명했고 그래픽 처리 장치(GPU)·가속 컴퓨팅·AI 인프라 등 전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모델 학습뿐 아니라 추론 단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유튜브 채널 'Bg2 포드'에 출연해 “미래에 5만명의 직원과 1억개의 AI 어시스턴트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AI 도입이 직원 해고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회사의 성장과 수익 증대로 이어져 더 많은 인재 채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가 AI를 도입하는 목적은 회사의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키는 데에 있다. 현재 엔비디아 직원은 3만2000명 수준인데 56.25% 가량 늘리는 셈으로, 15만명 규모의 회사 생산성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 어시스턴트들은 모든 부서에 배치돼 인간 직원들과 함께 슬랙 채널에 참여하여 소통하고 일반적인 업무와 특화된 업무를 수행하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AI 에이전트들끼리 서로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사이버 보안 시스템은 AI 에이전트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AI에 의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칩 설계·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검증 등의 분야에서 AI 기반 디지털 직원들을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AI를 단순 도구가 아닌 회사의 핵심 구성원으로 통합하려는 접근법을 확인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두산에너빌리티, 2035년 500조원 규모 SMR 시장 공략 가속화

두산에너빌리티가 소형모듈원전(SMR) 제조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2027년 양산체제 구축으로 SMR 파운드리를 만든다는 목표다. 국내·외 사업 확대로 수주 목표(5년간 모듈 62기)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레이저클래딩을 비롯한 기술 개발로 제작 기간도 17개월에서 3개월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다수의 SMR 설계 업체와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허민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들 대부분이 2030~2032년 전력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설계업체는 내년부터 기자재 수주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핵심기기를 일괄 생산할 수 있고, 창원 공장 안에 소재공장과 기자재공장이 통합된 덕분에 짧은 시간내 제작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영국왕립원자력연구원 등은 지난해 8조5000억원 규모였던 글로벌 SMR 시장이 2035년 400~6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 차량 전동화 등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무탄소 발전원으로 꼽히는 까닭이다. 그러나 현재 제작 가능한 기업은 두산에너빌리티, 프랑스 프라마톰, 일본 미쓰비츠 등 5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이 까다롭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용접하는 장비 및 특수 열 전달 튜브를 만드는 설비 등이 필요한 탓이다. 일종의 진입장벽이 형성된 셈이다. SMR은 300MWe 이하의 출력을 지닌 소형 원자로로, 증기발생기와 가압기 등이 하나의 모듈 안에 들어간다. 블록을 연결하는 모듈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특징에 힘입어 필요에 따른 구축이 가능하다. 기존 대형 원전 보다 건설비용은 높지만, 중대사고 위험성이 낮고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반경도 300m 수준으로 대형 원전(16㎞)의 5분의 1 수준이다. 부지 매입·송전망 건설 부담이 적어 대형 원전이 들어서기 힘든 곳에 조성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SMR 활용을 위한 행보를 취하는 등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SMR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엑스에너지를 비롯한 3개 기업에 5억달러(약 6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엑스에너지는 물 대신 기체 상태의 헬륨을 냉각제로 쓰는 4세대 노형을 개발하는 곳으로, 두산에너빌리티가 앞서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뉴스케일파워는 물을 냉각제로 사용하는 경수로형 발전소를 만드는 회사로, SMR 모델 최초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을 받았다. 루마니아 로파워가 도이세슈티 지역 내 폐쇄된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건설하는 462MW급 SMR에 77MW급 SMR 6기를 공급한다. EPC 계약은 이르면 내년말 이뤄질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프로젝트에 원자로 모듈을 제작·공급한다. 이와 관련해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은 외교부·에너지부 장관,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등과 함께 창원공장에서 SMR 제작 역량을 확인했다. 지난해 시작된 한국형 혁신 SMR(i-SMR) 국책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는 원자로 냉각수에 붕산을 사용하지 않아 기기 내구성을 끌어올리고 방사성폐기물 발생량도 줄이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인 노형이다. 사고 발생시 전력 공급·운전원 조작 없이 자연력을 이용해 원자로와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를 냉각, 안전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도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SMR의 경제성이 대형 원전을 하회하지만,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기술력이 축적되면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며 “시장 개화 단계인만큼 상업가동 선두주자에게 수주가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업무 자동화 솔루션 시장 선점 경쟁…불붙는 1위 고지전

국내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업무 자동화 솔루션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국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 선점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자체 기술 개발 및 검증을 마친 후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수익화에 나선 모양새다. 20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IT서비스·클라우드 기업을 중심으로 메일·메신저 등 기능에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한 업무 자동화 솔루션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토대로 최적의 답변을 제공토록 해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게 골자다. 지난해엔 사업 전략과 수익모델(BM)을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는 AI 기반 서비스 개발을 마친 후 국내 기업간거래(B2B) 시장 영향력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해 투자 집행이 다소 지연된 사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가 생성형 AI 시장을 독점하는 양상으로 흘러가면서다. 특히 국내 수요가 높아 신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는 공공·금융 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수익화 방향 또한 기존의 자체 구축형(온프레미스)에서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SaaS)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구축형은 고객사에 서버를 직접 설치·운영하는 형태로 장기 고객 확보에 유리하지만, 고비용으로 중견·중소기업 고객사를 확보하기엔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구독형은 일원화된 제품으로 고객사 저변 확대와 매출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인력 투입에 따른 용역비도 줄일 수 있어 수익 효율이 높다. 앞서 삼성SDS는 지난 5월 업무 AI 솔루션 '브리티 코파일럿'과 '패브릭스'를 정식 출시했으며, 더존비즈온은 새 비즈니스 플랫폼 '옴니이솔'·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GEN AI DEWS'을 선보인 바 있다. 한글과컴퓨터 역시 구독형 시스템인 한컴독스에 AI 자동 문서 작성 도구 한컴어시스턴트를 적용한 '한컴독스 AI'를 출시했다. NHN도 기존 업무툴 시스템인 두레이에 AI를 탑재한 올인원 업무 솔루션 '두레이 AI'를 다음달 선보일 계획이다. 관련 시장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기관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SaaS 시장 규모는 2022년 1조7456억원에서 2027년 3조1505억원까지, 글로벌 SaaS 시장은 지난해 452조원에서 내년 523조8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공공 SaaS 시장도 급성장할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4차 클라우드 컴퓨팅 기본계획'을 통해 공공의 민간 클라우드 우선 이용 원칙을 제시키로 했다. 기관별 정보 시스템 신규·재구축에 기획 단계부터 민간 클라우드 및 SaaS 이용을 우선 검토할 방침이다. 관건은 서비스 차별화와 보안 기능 강화가 될 전망이다. IT서비스 업체들은 그룹사와 민간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고객사를 확보해 가고 있지만 고객 맞춤형으로 커스터마이징을 하기 어렵다는 SaaS의 한계를 넘는 게 숙제다. 공공·금융 시장의 경우 높은 보안이 필수적인 만큼 이에 적합한 요건을 갖춰야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록규 NHN AI기술랩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용자들이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도록 현재 개발 중인 소형언어모델(sLLM) 모델을 활용한 특화 서비스를 론칭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얼굴 인식 및 광학문자인식(OCR), AI 포토·음악 생성 등 자체 기술을 그룹사의 여러 상품과 결합한 형태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SK하이닉스 ‘최대 실적’ 전망…HBM 덕 ‘나 홀로 봄’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성과에 힘입어 분기 최대 성적표를 받아들 거란 관측이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매출액 18조370억원, 영업이익 6조762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매출액 9조662억원·영업손실 1조7920억원) 대비 매출액은 2배가량 성장하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선다. 매출액 전망치는 지난 2분기(16조4233억원)를 넘어선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도 반도체 슈퍼 호황기 시기였던 2018년 3분기(6조4724억원)를 웃돌며 분기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어닝쇼크(실적충격)를 낸 것과는 정반대되는 행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다소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8일 공개된 잠정 실적은 매출액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돈 수준이다. 사업부별 구체적인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영업이익은 5조원대로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와 달리 SK하이닉스가 호실적을 낼 수 있는 건 HBM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글로벌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고부가가치 메모리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방대한 데이터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HBM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가격은 일반 D램보다 3~5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수요가 늘면 자연스럽게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5세대 HBM인 HBM3E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한 것이 호실적을 내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HBM의 경우 세대가 높은 제품일수록 비싸게 판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에 HBM3E 8단 제품을 납품하는 유일한 업체다. 공급량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오는 3분기에는 HBM3E가 HBM3(4세대 HBM)의 출하량을 크게 넘어서고, 전체 HBM 출하량 중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HBM3E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며 SK하이닉스 전체 매출 내 HBM 비중은 올해 1분기 10%대에서 3분기에는 30%를 상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전망 속에 일부 증권가를 중심으로 SK하이닉스가 3분기에 예상치를 소폭 상회하는 실적을 낼 거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요 고객사향 8단 HBM3E 등의 공급 비중 확대로 평균판매가격(ASP) 증가가 이어지며 실적 상승이 예상된다"며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8조3000억원, 7조원으로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고려아연 시세조종 의혹 ‘조사 장기화’ 우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시세조작' 의혹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시세조작과 관련한 세부 정황이 명확하지 않아 조사가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 고려아연 주가는 오전부터 꾸준히 상승해 오후 1시 12분 당일 최고가인 82만원까지 올랐다. 당일 한때 장중 주가가 83만원에 근접하면서 시장에서는 MBK·영풍 측의 공개매수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후 고려아연 주가는 2시간 만에 77만9000원까지 내려갔고 결국 직전 거래일 종가 대비 0.1%(1000원) 내린 79만3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당시 MBK·영풍은 주당 83만원으로 공개매수를 했고, 고려아연 경영진은 이에 맞서 이보다 훨씬 높은 89만원에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었다. 고려아연 측은 당시 주가가 최고가를 기록한 후 특정 시간대에 수차례 매도량이 급증한 점을 미뤄봤을 때 의도적으로 특정 세력이 주가를 끌어내리려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내고 관련 조사를 요청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프로그램 매매라고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패턴이 차트에서 계속 보였다"며 “특정 가격이 유지되면 갑자기 매도가 쏠려 가격이 더 내려가는 형태도 반복해 나타나 금융당국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재계 안팎에서는 관련 조사가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당일 고려아연을 최다 순매도한 시장 참여자는 개인으로 658억여원을 팔았다. 연기금 등이 150억원, 보험과 투신 회사가 각각 약 100억원을 매도했다. 금융투자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727억과 245억을 매수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BK·영풍과 고려아연 양측의 공개매수는 투자자마다 세금 등 이익 계산이 복잡하다"며 “각자 다른 셈법에 따라 매도·매수가 대거 몰린 셈인데, 여기서 비정상 거래를 찾아내는 것이 조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MBK·영풍은 14일 종료돈 공개매수로 5.34% 지분을 추가 확보해 회사 지분율을 38.47%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최 회장 및 우군 진영의 지분 33.99%를 상회한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소노인터 지분 11%”…비상장사 에어프레미아, 주주 현황 이례적 공개

18일 에어프레미아는 주주 지분율 현황을 공개했다. 지난 12일 기준 △AP홀딩스 우호 지분 46.0% △JC파트너스 우호 지분 22.0% △기타 주주 32.0%로 구성돼있다는 것이 회사 측 공식 설명이다. 지난 15일에는 소노인터내셔널이 JC파트너스가 보유한 제이씨에비에이션제1호유한회사 지분 50%를 471억원에 인수했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소노인터내셔널이 보유분은 JC파트너스 우호 지분 중 절반인 11%"라며 “AP홀딩스 우호 지분과 기타 주주의 경우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에어프레미아는 비상장사인 만큼 1년에 단 한 번 제출해야 하는 감사 보고서로만 지분 구조 파악이 가능하다. 때문에 최근의 지분 구조 변동 상황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왔고, 이에 따라 최근 현황을 바탕으로 한 자료를 공개했다는 입장이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지분율이 제각각으로 보도된 사항을 바로잡고 주가 조작이나 투자 피해로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는 것이 공개 목적이기에 해당 언론사들에 정정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英 로이터 “삼성전자 美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 ASML 장비 인도 연기”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공장용으로 주문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수령을 미뤘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8일 영국 로이터 통신은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에서 ASML 장비를 인도받는 것을 연기했다고 복수의 익명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통신은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을 전혀 확보하지 못한 데에 기인한다"며 “ASML은 당초 첨단 장비인 EUV 노광기를 올해 초 삼성전자에 인도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출하 조차 하지 않았다"고 업계의 한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EUV 장비는 대당 2억달러 수준으로, 스마트폰·인공 지능(AI) 서버 등에 탑재되는 첨단 반도체 제작에 쓰인다. 통신은 또한 “삼성전자가 일부 타 공급사들의 주문도 보류했고, 이 때문에 따라 해당 회사들은 다른 고객을 찾거나 현장 배치 직원을 철수시키고 있다"는 소식을 알리며 대만반도체제조(TSMC)·SK하이닉스 등의 경쟁 업체들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강조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170억달러(23조원)를 들여 건립하는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은 한 때 반도체 사업 중 '꿈의 이정표'라고 통했다. ASML은 지난 15일 2025년 매출을 300억~350억 유로로 예상했는데 이는 금융 투자 시장의 예상치인 358억 유로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은 ASML이 이 같은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점에 대해 반도체 공장 건설 지연을 이유로 들었다고 소개하며 “삼성전자가 그 첫 사례"라고 거론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당초 올해 안으로 개시하려던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의 가동 시점을 2026년으로 미뤄뒀다. 지난달 맥쿼리는 “신규 고객 부재 시 2026년 일정도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테일러 프로젝트가 “상황 변화 탓에 조금 힘들어졌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로이터 통신은 “삼성전자 측은 테일러 공장 일정에는 변함이 없고, 직원들이 귀국한 것은 정기 순환의 일환이라고 했다"고 타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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