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최근 대기업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통부문 계열사나 사업부문의 여성 CEO(최고경영자)와 임원이 잇달아 배출돼 유통업계의 ‘유리천장 깨기’가 가속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여성임원을 종종 중용하는 사례는 있었으나, CEO급의 승진자는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다.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그룹 내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생활유통 계열사 LG생활건강은 이정애 대표를 내정했다. 1986년 입사한 이 대표는 2015년 그룹 공채 출신으로 첫 여성 부사장이 된 데 이어 이번에 ‘1호 여성 사장’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특히, LG그룹에서 창업자 가문이 아닌 비(非) 오너가 출신으로 첫 사장급 여성 최고경영자(CEO)이며,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5대 그룹에서도 오너가 출신이 아닌 여성 전문경영인이 사장급 대표로 오른 것은 LG생활건강이 처음이다.CJ그룹도 지난달 인사에서 올리브영 대표에 이선정 경영리더를 낙점했다. 이 대표는 1977년생으로 CJ그룹 내 최연소 CEO이자 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CEO이다.한화그룹의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인사에서 갤러리아(유통) 부문에 김혜연 프로를 신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갤러리아백화점 신사업전략실의 재원인 김 프로는 1981년생이며, 한화솔루션에서 1980년대생 여성 임원 1호 기록을 달성하게 됐다.신세계그룹도 올해 인사에서 여성 임원 4명을 새로 발탁했다. 백화점에서는 김하리 브랜드 마케팅담당과 장수진 BTS잡화담당, 이마트에서는 이경희 ESG 담당, 브랜드 본부에서는 김정민 BX 담당이 상무로 승진했다.이같은 대기업의 유통 계열사나 사업 부문에서 여성 CEO와 임원들이 속속 ‘유리천장 깨기’에 성공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국내 기업의 ‘고위직 여성 경영자’의 진입 벽은 높다는 조사가 나왔다.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10월 말 기준으로 국내 500대 기업 CEO 659명을 분석한 결과 여성 CEO는 1.7%(11명)에 불과했다 10년 전(1.0%)보다는 0.7%포인트 늘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으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은 8명에 그쳤다.여성 임원 수도 턱없이 적어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상장사 매출액 100대 기업의 반기보고서를 기준으로 여성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403명으로 집계돼 전체(7175명)의 5.6%에 머무는데 그쳤다.pr9028@ekn.kr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왼쪽)와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