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르포] 둔촌주공에 무슨일?…입주권 일주일새 11% 폭락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둔촌주공아파트는 공사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액에 의한 추가분담금 증가, 새 대주단에 의한 사업자금조달 비용 급증, 준공예정일 지연 등 악재가 겹겹이 쌓여있습니다. 또한 최근 잠실지역 아파트 가격이 폭락 중인데 이 역시 입주권 급락에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잠실 인근 B 공인중개업소 대표)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재건축 최대어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 포레온)’ 입주권 가격이 최근 급락 중이다. 이달 1일 준공후 전용면적 84㎡(34평) 기준 16억7000만원이었던 입주권이 일주일 만에 연속 하락하더니 지난 7일 15억원으로 약 11% 정도 뚝 떨어진 가격에 팔렸다.입주권은 재개발 및 재건축 등 정비사업장에서 관리처분인가를 받게 되면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권리로 바뀌는데 이때 입주권을 사고 팔 수 있게 된다. 한때 둔촌주공은 약 22억원 호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최근 가격이 지속 무너지고 있는 추세다.◇ 15일 조합 총회, 공사재개 분수령 될 듯이날 기자가 찾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공사현장은 서울지하철 5호선 둔촌동역 1·2번 출구에서 내리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5930가구를 철거한 뒤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프로젝트로 잘 알려져 있다.그러나 이날 건설현장 펜스에는 여전히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의 유치권 행사 경고문이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집행부와 시공단 갈등이 불거지면서 공정률 52%였던 공사가 지난 4월15일부터 전면 중단된 이래 6개월간 이 상황을 유지하고 있던 것이다.펜스 틈새 보이는 공사현장은 대낮임에도 한적함을 넘어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미 어느 정도 올라선 건축물들이 현장 내 그늘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타워크레인이 건축 중인 아파트 건물 위에 지탱하고 있지만 유치권 행사 현수막과 함께 생기를 잃어가는 모습이 역력했다.상황 반전의 기회는 있다. 둔춘주공재건축조합은 오는 15일 총회를 열고 제1호 안인 ‘조합·시공단 공사 재개 합의안’을 승인받을 예정이다. 일정대로 진행된다면 17일부터 공사가 재개되는데 조합은 이때부터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5호·6호안인 상가 대표 단체 자격 복구 및 취소 관련 건은 앞으로도 추진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 만난 조합원 관계자는 "대의원 없는 이번 총회를 정상적 총회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며 "다만 공사를 시급히 재개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이니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건설사 요구에 맞춘 손실보상금액(1조1400억원/VAT 별도)을 협의하고 공사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조합, 낮은 추가분담금 및 분양가 상승 시사일각에선 둔춘주공 입주권 하락이 최근 송파 잠실지역 아파트 19억원선 붕괴와도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이달 첫째 주(10월3일 기준) 아파트가격동향을 보더라도 강남 11개구 중 송파구가 -0.27%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잠실 대형단지를 이루는 ‘엘리트레’(엘스·리센츠·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가 -20% 이상 동시 하락 중에 있다. 레이크팰리스 84㎡(35평)는 1년 전 최고가 24억8000만원(18층)에 거래됐던 것이 현재 약 26% 하락한 18억5000만원(28층) 매물까지 나왔다. 트리지움 84㎡(34평) 역시 1년 전 24억5000만원(18층)이 약 21% 하락한 19억7000만원(32층)에 나오기도 했다.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3년 뒤에나 완공될 둔촌주공 입주권이 15억원인데 여기에 추가분담금까지 얹히면 잠실 ‘엘리트레’나 헬리오시티와도 가격 경쟁력이 크게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부동산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둔촌주공 입주권 가격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다만 인근 공인중개업소 A 대표는 "둔촌주공 입주권 가격이 부동산 전체 하락장 분위기는 따라가겠으나 급격하게 떨어진 최근 입주권은 조합원들의 개별 사정이 들어간 부분이 많다"며 "공사가 재개되면 입주권 가격은 현재 선에서 지탱하거나 소폭 반등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또 조합원 관계자는 "최근 추가분담금이 2억원을 넘어 3억원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는 억측이자 근거없는 산정이다"며 "우리는 최대 1억2500만원까지 보고 있고, 분양가는 평당 3700만원에서 최대 4100만원을 맥시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반분양 청약자들의 분양가 계산이 복잡해진다. 일각에선 둔촌주공 고분양가로 인해 청약경쟁률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 강동지역 분양물량이 많지 않았고 둔촌주공 입지적 장점이 커서 선호도 높은 면적유형은 순위 내 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kjh123@ekn.kr둔촌주공 공사현장 맞은편에서 바라본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공사현장 펜스 틈새 내부 한적한 현장 모습. 사진=김준현 기자공사현장 펜스에 붙은 시공단의 유치권 행사 경고문. 사진=김준현 기자

2년 전 가격으로 ‘뚝’…6억 이하 ‘노도강’ 아파트 증가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거래절벽이 장기화되면서 지난해에 집값이 급등했던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동산 시장 호황에 7~8억원을 웃도는 등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1년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6억원 이하에 거래되는 단지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며 이대로라면 2년 전인 2020년 가격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2단지 전용면적 66㎡는 지난달 22일 5억9800만원에 매매됐다. 2020년 6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처음으로 6억원 이하로 거래됐다. 해당 단지 내 동일 면적 최고가는 지난해 5월에 기록한 8억4000만원으로 1년 사이에 2억4200만원이 떨어진 것이다.상계동 상계우방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22일 5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동일 면적 내 6억원 이하에 거래된 경우는 지난 2020년 6월(5억6600만원)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8월에는 8억5000만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상계동 내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자금 확보 등 꼭 매도해야 하는 집주인들이 내놓은 급매물"이라며 "요즘은 집주인이 매물을 시세 대비 20% 정도 낮춰서 내놓더라도 매수자들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움직이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노원구는 준공한지 30년이 넘는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자치구 중 하나로 재건축 기대감에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져왔다. 서울 내에서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지난해 2030세대가 적극 매수에 나섰던 대표적인 지역이다.지난 2020년 노원구에서는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매매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수요 집중 현상으로 시세가 높아지면서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집값이 하락세를 띠면서 다시 6억원 이하로 시세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원구 하계동 장미아파트 전용 44㎡는 올해 전부 6억원 아래로 거래됐다. 가장 최근 거래인 지난달 22일에는 5억1000만원에 거래됐으며, 지난 6월에는 5억5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7월 6억1800만원에 거래되며 처음으로 6억원을 돌파하더니 이후 6억4500만원까지 상승했지만 1년여만에 5억원대로 떨어졌다.도봉구 쌍문동 현대1차 전용 70㎡는 지난달 22일 5억4000만원에 거래됐는데 1년 전인 지난해 9월(6억2000만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억원 가까이 가격이 하락했다.한국부동산원의 이달 첫째 주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노원구와 도봉구 아파트가격은 각각 0.36%, 0.37% 하락하며 서울 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하락폭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역시 노원·도봉·강북 등이 포함된 동북권의 매매수급지수가 73.2로 서울 5개 권역 중 가장 낮았다.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추가 금리인상 우려에 따른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매물 적체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매물 가격이 하향 조정되면서 하락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아직 6억원 이하로 떨어지진 않았지만 하락세가 빨라지고 있는 단지들도 나타나는 양상이다. 강북 최대 재건축 단지로 주목받고 있는 노원구 월계동 미미삼(미륭·미성·삼호3차) 전용 50㎡는 지난달 22일 6억45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 2020년 9월 실거래가 6억3000만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해당 단지 동일 면적은 지난해 9월에만 해도 8억7500만원에 거래되는 등 가격 상승세가 빨랐지만 1년 만에 2억3000만원이나 떨어졌다.시장에서는 노도강 지역의 아파트가격 하락이 이제 시작이라며 내년까지 가격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금처럼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가격 하락은 더 커진다는 것이다.노원구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며 "2020년 실거래가보다도 더 떨어져야 사겠다며 매수자들이 관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을 무조건 처분해야 하는 매도인이 매수자가 원하는 저렴한 가격에 거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김기령 기자

[르포] 20억 무너진 은마아파트 현장 가보니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은마아파트는 단일 면적으로 상당히 큰 가구 수를 자랑하고 있어 주변 시장변화를 움직이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20억원이 깨진 것은 서울 재건축 아파트 전체 하락장을 예고하는 의미이기도 합니다."(서울 대치동 공인중개업소 A 대표)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대표 재건축단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2년간 20억원 이상을 유지하다가 지난달 2021년 11월 최고가 26억3500만원(76㎡)에서 6억원이 뚝 떨어진 19억9000원만원에 거래됐다. 게다가 지난 6일에는 추가로 3건의 매물이 19억원대에 나와 일시적 급매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마처럼 상징성 높은 재건축 단지들의 하락은 투자자들의 위기감을 촉발시키게 되고 이는 곧 다른 지역에 투자한 갭투자(전세끼고 매매)자들까지 위협할 우려가 존재한다.본지는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실제 단지를 찾아 향후 조합설립인가 가능성 및 아파트 가격 20억원 선 붕괴 의미를 짚어봤다.◇ 인프라 누리는 절대다수 세입자지난 7일 기자가 찾은 44년차 은마아파트(1979년 준공) 단지는 서울지하철 3호선 대치역 4번 출구에서 몇 발짝만 걸으면 만날 수 있는 초역세권이다. 아파트 건축물 자체는 노후화가 심하지만 정문 좌측 은마종합상가는 마치 지하상가, 전통시장, 로데오거리, 학원가를 모두 연상케 할 정도로 다양하게 집합된 거대 상업단지를 이루고 있다. 최근 국내 고급 아파트가 도시와 단지를 분리시켜 일종의 ‘성(castle)’ 개념인 ‘단지 요새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은마아파트는 여전히 시민과 공유하는 개방형 단지로서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다만 은마아파트 건축물은 강남 한복판에 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노후화돼 있다. 특히 아파트 옆문 닫힌 철문 틈새로 계단을 바라보면 고정조차 안 된 녹슨 난간이 덜렁거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집주인들은 이런 환경에서 녹물을 마셔가며 재건축을 기다려왔다고 한다. 사실 은마 거주자 대부분(약 70%)은 세입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B 대표는 "집주인들은 강남 고급 아파트에 살거나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강남 대치동은 학군이 결정하는데, 그 중에서도 은마가 가장 저렴한 전월세를 보유하고 있어 세입자들의 관심이 여전히 높다"고 전했다.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 아실에 따르면 대치동 내 1000가구 이상 단지 중엔 전세가 10억원 이하를 찾기 어려운데 은마는 31평(76㎡) 기준 4억9500만원에 거래되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전세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다.B 대표는 "4억원대 전세도 있지만 컨디션(호텔 수준 인테리어 올 수리) 좋은 물건은 같은 평형이라도 여전히 훨씬 더 좋은 전세가격을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쟁하는 집주인들세입자들이 단지 인프라를 누리는 동안 최근 은마아파트는 20억원선이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의 관망세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C 대표는 "서울시 도계위 소위원회 조건부 통과 호재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투자자가 크게 없다"며 "15억원 대출규제가 풀리거나 정비구역이 지정되지 않는 이상 가격은 경기 따라 지속 하락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아파트 가격 하락과 상관없이 집주인들은 이날도 아파트 내에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은마관통 결사반대 탄원서’를 모으며 조용히 투쟁 중에 있었다. GTX-C노선 삼성~양재역 구간을 하천으로 우회해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내용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사활을 걸고 우회노선 주장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또한 추진위는 지난 8월 정비구역 지정 전 단계인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 통과 이후 이달 서울시 심의 최종 통과를 긍정적으로 기다리는 분위기다. 최근 국토부가 재건축 부담금 계산 기준 시점을 ‘추진위원회 승인일’에서 ‘조합설립인가일’로 늦춰 부담금을 줄인다는 호재는 덤이다.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20억원이 붕괴된 것은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일 뿐 은마 개별 특수 문제는 아니다"며 "우리는 이달 서울시 심의 최종 통과 목표에 최선을 다해 다음 스텝을 밟을 것이다"고 말했다. kjh123@ekn.kr은마아파트입구사거리에서 바라본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은마아파트 단지 내 은마종합상가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GTX-C 은마관통 반대 탄원서를 모으는 재건축 추진위. 사진=김준현 기자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