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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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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20억 무너진 은마아파트 현장 가보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10 11:36

강남 재건축 단지 전체 하락장 예고하다



대출규제 완화 및 정비구역 지정 없인 지속 하락



입주민, GTX-C 우회 탄원서 모으며 조용히 투쟁도



추진위 “하락 상관없이 다음 스텝 차분히 밟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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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입구사거리에서 바라본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은마아파트는 단일 면적으로 상당히 큰 가구 수를 자랑하고 있어 주변 시장변화를 움직이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20억원이 깨진 것은 서울 재건축 아파트 전체 하락장을 예고하는 의미이기도 합니다."(서울 대치동 공인중개업소 A 대표)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대표 재건축단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2년간 20억원 이상을 유지하다가 지난달 2021년 11월 최고가 26억3500만원(76㎡)에서 6억원이 뚝 떨어진 19억9000원만원에 거래됐다. 게다가 지난 6일에는 추가로 3건의 매물이 19억원대에 나와 일시적 급매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마처럼 상징성 높은 재건축 단지들의 하락은 투자자들의 위기감을 촉발시키게 되고 이는 곧 다른 지역에 투자한 갭투자(전세끼고 매매)자들까지 위협할 우려가 존재한다.

본지는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실제 단지를 찾아 향후 조합설립인가 가능성 및 아파트 가격 20억원 선 붕괴 의미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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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 단지 내 은마종합상가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


◇ 인프라 누리는 절대다수 세입자

지난 7일 기자가 찾은 44년차 은마아파트(1979년 준공) 단지는 서울지하철 3호선 대치역 4번 출구에서 몇 발짝만 걸으면 만날 수 있는 초역세권이다. 아파트 건축물 자체는 노후화가 심하지만 정문 좌측 은마종합상가는 마치 지하상가, 전통시장, 로데오거리, 학원가를 모두 연상케 할 정도로 다양하게 집합된 거대 상업단지를 이루고 있다.

최근 국내 고급 아파트가 도시와 단지를 분리시켜 일종의 ‘성(castle)’ 개념인 ‘단지 요새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은마아파트는 여전히 시민과 공유하는 개방형 단지로서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은마아파트 건축물은 강남 한복판에 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노후화돼 있다. 특히 아파트 옆문 닫힌 철문 틈새로 계단을 바라보면 고정조차 안 된 녹슨 난간이 덜렁거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집주인들은 이런 환경에서 녹물을 마셔가며 재건축을 기다려왔다고 한다.

사실 은마 거주자 대부분(약 70%)은 세입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B 대표는 "집주인들은 강남 고급 아파트에 살거나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강남 대치동은 학군이 결정하는데, 그 중에서도 은마가 가장 저렴한 전월세를 보유하고 있어 세입자들의 관심이 여전히 높다"고 전했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 아실에 따르면 대치동 내 1000가구 이상 단지 중엔 전세가 10억원 이하를 찾기 어려운데 은마는 31평(76㎡) 기준 4억9500만원에 거래되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전세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다.

B 대표는 "4억원대 전세도 있지만 컨디션(호텔 수준 인테리어 올 수리) 좋은 물건은 같은 평형이라도 여전히 훨씬 더 좋은 전세가격을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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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C 은마관통 반대 탄원서를 모으는 재건축 추진위. 사진=김준현 기자


◇ 투쟁하는 집주인들

세입자들이 단지 인프라를 누리는 동안 최근 은마아파트는 20억원선이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의 관망세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C 대표는 "서울시 도계위 소위원회 조건부 통과 호재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투자자가 크게 없다"며 "15억원 대출규제가 풀리거나 정비구역이 지정되지 않는 이상 가격은 경기 따라 지속 하락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아파트 가격 하락과 상관없이 집주인들은 이날도 아파트 내에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은마관통 결사반대 탄원서’를 모으며 조용히 투쟁 중에 있었다. GTX-C노선 삼성~양재역 구간을 하천으로 우회해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내용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사활을 걸고 우회노선 주장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추진위는 지난 8월 정비구역 지정 전 단계인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 통과 이후 이달 서울시 심의 최종 통과를 긍정적으로 기다리는 분위기다. 최근 국토부가 재건축 부담금 계산 기준 시점을 ‘추진위원회 승인일’에서 ‘조합설립인가일’로 늦춰 부담금을 줄인다는 호재는 덤이다.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20억원이 붕괴된 것은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일 뿐 은마 개별 특수 문제는 아니다"며 "우리는 이달 서울시 심의 최종 통과 목표에 최선을 다해 다음 스텝을 밟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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