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한용구 신한은행장은 연초 ‘고객 중심’을 중요한 가치로 강조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리딩뱅크를 두고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이 행장과 리딩뱅크를 수성해야 하는 한 행장간의 전략 싸움이 주목된다. ◇ ‘고객중심 플랫폼’ 강조…"비은행·비금융 디지털결합 관건"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두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 전환을 강조한 만큼 디지털 부문에서 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금융플랫폼은 물론 비금융플랫폼, 이종산업과의 연결을 통해 종합금융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 두 행장의 구상이다. 먼저 이 행장은 고객접점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며 디지털 부문 강화를 통해 고객들과의 연결이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KB스타뱅킹뿐 아니라 리브 넥스트, KB Wallet, KB부동산 등 KB플랫폼들의 서비스 역량 강화도 강조했다. 티맵모빌리티와 같은 이종업종과의 제휴가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 행장 또한 디지털 전환을 언급하며 뉴 쏠(New SOL)을 비롯한 전 영역의 뱅킹 시스템을 고객 중심 금융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특히 BaaS(서비스형 뱅킹) 형태를 강조했다. BaaS는 금융사가 구축한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개방해 비금융사업자가 이를 활용,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설계·판매하는 것이다. BaaS를 통해 다양한 업종, 기관과 연결되고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한 행장의 목표다. 현재 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 신한은행은 뉴 쏠을 내세우며 디지털 플랫폼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을 그룹의 슈퍼 앱으로 키우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그룹의 슈퍼 앱과는 별도로 은행의 뉴 쏠 업그레이드에 몰두하고 있다. 당장 MAU(월간활성이용자수)를 보면 KB스타뱅킹은 1200만명대, 신한 쏠은 900만명대로 KB스타뱅킹이 앞선다. 그룹 계열사 서비스 기능이 합쳐지고 있는 만큼 KB스타뱅킹의 MAU 확보가 유리할 수 있다. 단 궁극적으로는 은행 플랫폼에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비금융 서비스가 얼마나 편리하게 연결될 수 있을 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 앱에 흩어져 있는 비은행의 핵심 서비스를 넣는 것으로만 끝난다면 고객들을 끌어들이지 못한다"며 "그룹에서 추진하는 자동차, 여행, 통신 등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들을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연계하면서 고객들이 종합플랫폼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어떻게 확장하는 지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 행장과 한 행장이 비은행, 비금융 부문을 강조하며 디지털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란 설명이다. ◇ "신한은행 리딩뱅크 수성, 핵심이익 중요" 영업력 강화도 주요 승부처다. 이 행장은 개인·기업금융의 시장 지위를 지키기 위해 현장 세일즈 파워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자본시장과 기업투자금융(CIB), 자본시장(WM) 부문을 핵심 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한 행장 또한 은행의 재무적 안정성을 강조하며 개인, 기업, IB, 글로벌 등 핵심 사업에서 질적 성장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은행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개인·기업금융 등 수익 중추를 강화한 후에 은행의 부수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리딩뱅크는 신한은행이 차지했다. 3분기 말 기준 순이익은 신한은행 2조5925억원, 국민은행 2조5506억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하지만 이자이익을 비교해보면 국민은행은 6조8432억원, 신한은행은 6조299억원으로 국민은행이 앞서며, 총영업이익 또한 국민은행 6조8415억원, 신한은행 6조3835억원으로 국민은행이 앞섰다. 국민은행은 전통적으로 주택대출을 기반으로 원화대출금이 다른 은행에 비해 많아 대출 자산 부분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대 은행의 대출 시장에서 국민은행의 점유율은 19.5%다. 신한은행이 16.7%로 뒤를 쫓고 있다. 단 판매관리비 부분에서 국민은행은 3조원대, 신한은행은 2조원대로 차이가 났는데, 신한은행이 비용효율화에 성공해 리딩뱅크 탈환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영업그룹장을 거친 한 행장이 은행의 대표 영업통으로 여겨지는 만큼 신한은행의 리딩뱅크 공고화를 위해서는 영업력 강화에 더욱 공을 들일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대내외 환경 위기를 극복하고 현장 중심의 강한 펀더멘털을 유지하는 동시에 은행의 미래 비전 제시를 위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한 행장의 선임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비이자이익 강화를 내걸고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이자이익을 포함한 핵심 이익"이라며 "은행의 영업력을 결정짓는 핵심 이익에서 성과가 나야 한다"고 말했다. dsk@ekn.kr이재근 KB국민은행장, 한용구 신한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