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북극항로 시대에 대응하는 법제의 필요성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08 11:02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극지연구센터장


김봉철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한국태국학회장

북극은 지구와 인류의 생존에 많은 영향을 주는 지역으로, 국제사회는 이를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다양한 국제법과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왔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북극해의 스발바르 제도에 대한 영유권과 국제법적 지위를 정립하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스발바르 조약이 체결되었다. UN해양법협약(UNCLOS)과 국제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은 북극해에도 적용될 수 있는데, 특히 UNCLOS 제234조는 북극해와 같은 얼음이 많은 해역에 관한 규정을 두었다. 북극이사회와 같은 협의체는 환경 보호, 자원 관리, 과학 연구, 원주민 권리 보호 등을 주요 목표로 하며, 이러한 문제에 관련된 여러 조약이 회원국들 사이에 체결되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북극과 남극의 해역을 항해하는 선박의 안전을 담보하고 환경을 보호하려고 국제기준(Polar Code)을 제정하였다. 이러한 국제적 협력은 북극에 대한 공동 관리의 틀을 제공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북극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심각한 지역으로, 이에 대한 국제적 대응과 모니터링은 정책 수립에 필수적이다. 자원의 개발과 관광산업의 확대 등 북극의 경제적 활용은 북극 생태계에 위협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관심과 조사 그리고 정교한 관리와 통제를 위한 국제법과 환경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한편, 이러한 국제법 질서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자국의 국내법을 해당 국제법 기준에 맞게 제정하거나 개정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국제법이 각국의 국내법에 영향을 준다고 이해할 수 있다. 러시아는 UNCLOS 제234조에 따라 북극해 관련 국내법을 정비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자국의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연결되는 북극항로를 통제하고자 한다. 한국도 북극에 관련된 조약을 체결하면서 국내법을 조정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한국은 남극조약체계에 참여하면서 이 기준에 조화되는 국내법을 마련하고자 2004년 남극활동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남극활동의 규율과 환경보호를 위한 국제법 기준을 국내법으로 수용하며, 남극활동의 허가, 환경영향평가, 동식물 보호, 폐기물 처리, 해양오염 방지, 모니터링 및 보고 등을 규정하였다. 그러나 북극에서 수행되는 활동에 관한 국내법은 존재하지 않았는데, 2013년 북극이사회 옵서버 지위 획득과 북극정책기본계획 수립을 계기로 북극과 남극에서 이루어지는 한국의 활동 전반을 아우르는 국가정책과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었고, 결국 북극 활동까지 포함하는 「극지활동진흥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극지활동진흥법은 남극활동법과의 기본계획 중복, 법적 근거 이중성, 주무부처 사이의 관할 혼선 등 구조적 문제들이 지적되었다. 특히 '진흥법'이라는 명칭과 달리 법의 내용은 '기본법' 성격을 띠고 있어, 명칭과 기능의 불일치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다른 국내법과의 관계도 불명확하여, 이 법이 환경 등 다른 분야의 국내법과 충돌하면 법적 해석 기준이 모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북극항로에 대한 사회적·정부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2025년 3월 국회에 '북극항로 구축 지원 특별법안'이 제출되었다. 이 법안은 해상 항로의 불안정성과 물류비용 증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항로 개척 가능성 증대 등을 반영하여, 정부의 북극항로 정책 추진과 북극이사회 옵서버로서 역할을 강화하도록 지원하는 목적을 가진다. 그러나 이미 극지활동진흥법이 있음에도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법체계 중복과 혼선을 준다는 비판도 있으며, 북극항로 개척 및 지원은 극지활동진흥법을 기반으로 하위규범 정비나 법 개정을 통해서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후 우리 국회에는 북극항로에 관한 다른 법안들이 제출되었는데, 이 법안에는 거점이 되는 항구를 지정하여 지원하자는 내용이 추가되기도 하였다. 이제 정부의 북극항로 관심은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데, 이를 지원하고 활동을 관리할 수 있는 세밀한 국내법의 마련, 그리고 국내법과 국제법의 조화는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북극항로 관련 국내법이 기존 국내법과 차별성을 가지면서도 조화되어야 한다는 과제는 꾸준히 고려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다른 국가의 국내법 제정 상황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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