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대중 서울시 재난안전실 기획관이 8일 오전 시청에서 서부간선도로 기능 향상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예온 기자
서울시가 섣부른 공사로 극심한 교통 정체를 초래해 시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서부간선도로 평면화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시는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지난 6월 시작한 서부간선도로 지하구간을 없애고 평면화하는 공사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는 당초 2013년 서부간선도로 평면화, 즉 자동차 전용도로 구간은 일반도로로 전환하는 한편 지하구간인 오목교 지하차도를 철거하고 메워 상부는 공원화하기로 했었다. 도로로 단절된 생활권을 연결하고 시민들이 쉽게 오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로 인한 교통량 부담은 2024년 개통될 예정이었던 서울~광명고속도로를 통해 분산 처리한다는 복안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지난 6월 오목교 지하차도를 폐쇄하고 공사에 들어가자 인근 일대 출퇴근길이 '교통 지옥'으로 변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들끓었다. 성산대교에서 일직 방향으로 이어지는 오목교 지하차도 통행을 중단하자, 하루 10만 대 넘는 차량이 몰려 극심한 정체가 발생했다.
신월IC에서 오목교를 건너는 대중교통편을 이용해 온 한 수도권 주민은 “지하차도를 막고 공사를 시작했다는 즈음부터 오목교 일대 교통 체증이 심각해져서 1시간30분 정도 걸리던 출근시간이 2시간으로 늘어났다"면서 “버스기사들도 짜증을 내고 있고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서 대체 교통 수단을 찾게 돼 승객들도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급기야는 최근에는 오세훈 시장을 겨냥한 협박글이 게시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시는 이날 2027년으로 연기된 서울~광명고속도로 개통때까지는 서부간선도로 평면화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대신 본선 중앙에 설치된 중앙분리대를 줄여 확보한 공간에 차로 1개를 추가해 현재 왕복 4차로를 5차로로 확장한다. 추가된 차로는 교통량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에 따라 가변차로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당초 계획됐던 신호교차로 설치는 “교통 흐름을 끊어 정체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전면 보류됐다. 특히 오목교 평면화 공사는 중단하고 지하차도는 추석 전까지 복구한다.
오대중 시 재난안전실 기획관은 브리핑에서 “서부권 교통량의 약 40%가 서부간선도로에 집중돼 있어 지금 평면화를 강행하면 정체가 심각해질 수 있다"며 “서울~광명고속도로 개통이 2027년으로 늦춰진 만큼 교통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평면화 여부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병용 시 재난안전실장도 “교통 체증 해소와 시민 불편 최소화를 최우선으로 두되, 지역 단절 해소라는 과제도 함께 고려하겠다"며 “도로 이용자와 주민 모두의 편익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서울~광명고속도로 개통이 미뤄진 터라 극심한 교통 체증이 불보듯 뻔한 데도 공사를 개시했다가 두 달여 만에 예산만 낭비한 채 접은 것에 대해 '무책임·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서부간선 지하도로는 개통 직후부터 높이 3m 제한으로 대형차 진입이 차단돼 시민 불편을 키운 바 있어 이번 평면화 보류는 “기획 단계부터 졸속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하차도 높이 제한 문제는 개통 초기부터 논란이 됐다. 국토부 설계 지침상 소형차 전용 구간은 3m까지 허용되지만, 대부분 도로 시설 한계가 4.5m 이상이라는 점에서 “민자 사업자 수익성만 고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와 운영사는 “안전성과 소형차 전용 기준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대형차 진입이 막히면서 인근 지상도로 혼잡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오 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 주민 찬반투표 무산 후 사퇴, 2025년 초 강남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확대 재지정, 2025년 3월 2036년 올림픽 유치 후보 도시 탈락 등 중대한 시정 현안에서 졸속 또는 무리한 결정으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