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직에 도전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임 전 위원장은 현재 우리금융이 내부 파벌 등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한 만큼 외부 출신 CEO가 선임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으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금융에서는 여전히 내부 인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는 만큼 차기 회장은 사실상 내부 출신으로 대표되는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외부 출신 인사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간에 2파전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임 전 위원장 "금융지주 회장 역임한 금융 전문가로 봐달라"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2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헤드헌터회사를 통해 우리금융 차기 회장직에 도전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임 전 위원장은 우리금융 회장직에 출사표를 던진 배경에 대해 "우리금융에 애정을 갖고 있다"며 "(재정경제부) 과장 시절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간에 합병 작업을 했고, (과점주주라는) 새로운 모델을 통해 우리금융 민영화도 이뤘다"고 강조했다.그는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연임을 못할 정도로 우리금융 내부적으로 상황이 매우 어렵고, 이는 우리금융 스스로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며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을 보유한 외부 인사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959년생인 임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과장,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국장,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 실장, 대통령실 경제비서관을 지냈다. 2013년 6월부터 2015년 2월까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으며 2015년 3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제5대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노조를 비롯한 금융권 일부에서는 임 전 위원장을 ‘관치 인사’로 규정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임 전 위원장은 이같은 관치 논란에 대해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금융위원장 경력이 아닌,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금융시장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비중 있게 봐달라는 의미다. 그는 "관치라는 것은 금융당국에서 원하는 인물을 선임하는 것을 뜻한다"며 "나 자신은 현 정부에서 미는 인물도 아니고, 과거 NH농협금융 회장을 지낸 경험이 있는 만큼 이러한 전문성을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임 전 위원장은 "금융위원장 출신이기 때문에 관치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그건 불합리한 생각이고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조 "내부출신 인사 내정돼야"...임추위는 ‘신중론’임 전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우리금융 회장직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우리금융 차기 회장직은 사실상 이 행장과 임 전 위원장 간에 2파전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앞서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달 18일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 이원덕 행장과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임 전 위원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 8명을 선정했다. 임추위는 27일께 차기 회장 후보군을 2~3명으로 추려 2차 후보(숏리스트)를 확정한다. 이어 다음달 초 인터뷰와 프레젠테이션(PT)을 거쳐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이 중 1962년생인 이원덕 행장은 1990년 우리은행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행해 우리은행 전략기획팀 수석부부장, 검사실 수석검사역, 자금부장, 우리금융지주 글로벌전략부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우리은행장으로 선임되기 전까지 금융지주 수석부사장(사내이사)을 맡아 우리금융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내부 직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것이 강점이다. 우리금융 임추위에서도 숏리스트 선정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우리금융 1대 주주인 우리사주조합(지분율 9.48%)이 외부 출신 선임에 반발하고 있어 이러한 의견이 정기주주총회에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금융노동조합 협의회는 이날(2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임추위를 향해 "차기 회장은 내부 조직 상황을 잘 알고, 영업현장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출신 인사가 내정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관치 논란을 불식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 승계를 이뤄내기 위한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임추위원들은 내부출신, 외부출신 가운데 차기 CEO로 적합한 인물이 어느 쪽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우리금융 한 사외이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임추위원들 생각이 각각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아직 (내부와 외부를 비롯한 후보군 가운데) 어느 쪽에 비중을 두고 있는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외부 인사 선임에 대한 노조의 반대 목소리에 대해서는 "노조 측은 외부 인사에 대해 늘 반대한다"면서도 "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임 전 위원장을 ‘관치 인사’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전 위원장은 외부인사일 뿐 관치라고 규정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현재 우리금융이 처해진 상황을 보면 내부 승진보다는 내부 상황 정리, 경험을 통한 당국과의 원활한 소통 등을 이룰 CEO가 필요하다"고 밝혔다.ys106@ekn.kr이원덕 우리은행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우리금융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