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경제, 금융 및 예금보험제도 관련 분야의 세계적 석사인 필립 딥비그 교수와 만나 예금보험제도의 역할과 발전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19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유재훈 사장은 전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을 방문한 필립 딥비그 교수와 면담했다. 딥비그 교수는 202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서 경제, 금융 및 예금보험제도 관련 분야의 세계적 석사다.유재훈 사장은 딥비그 교수와 금융안정을 위한 예금보험제도의 의미와 역할, 최근 SVB 사태 대응방식에 대한 평가, 향후 예금보험제도의 발전방향 등을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유 사장은 "미국이 1933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설립했지만, 예금보험에 대한 이론적 기반은 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나, 딥비그 교수의 연구 등을 통해 제시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금보험제도에 대한 이론적 연구는 아직 일천한 상황"이라며 "특히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을 계기로 학계의 다양한 연구가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딥비그 교수는 금융위기에 대한 대표적인 두 가지 대응수단인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과 예금보험제도의 역할의 장단점을 비교했다.그는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은 재량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예금자들의 신뢰 확보에 한계가 있을 수 있는 반면, 예금보험제도가 신뢰 확보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충실한 기금 적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딥비그 교수는 이번 미국의 SVB사태를 부분보호 제도의 취약점이 드러난 사례로 평가했다.나아가 보호한도 확대가 예금자의 시장규율에 대한 유인을 제거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위기 상황에서 예금자의 시장규율은 오히려 뱅크런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보호한도 확대 및 이와 관련한 공평한 보험료 책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딥비그 교수는 우리나라의 예금보험제도 운영에 대한 조언으로 "부보금융회사의 리스크를 정교하게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충분한 기금 적립 등을 통해 예금자의 신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유재훈 사장은 "새로운 유형의 뱅크런이 발생하는 등 예금보험제도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 시점에서, 딥비그 교수의 고견을 직접 들을 수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지난해 11월 취임하며 제시한 청사진을 바탕으로 한국형 예금보험제도(예금보험 3.0) 추진에 힘을 쏟아, 제도를 더욱 선진화, 고도화시켜 나가겠다"고 했다.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좌측)이 필립 딥비그 교수(우측)와 예금보험제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