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생존 고민](http://www.ekn.kr/mnt/thum/202305/2023051901001054400051031.jpg)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일상 생활 플랫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이 단어는 현재 금융사들이 추구하는 플랫폼의 방향을 압축하고 있다. 지금 은행권에서 은행 앱은 은행 서비스를 처리하는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단순한 금융 앱이 아니라 고객 생활 어디에서든 함께 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것이 은행들이 플랫폼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은행들에게 플랫폼은 새로운 성장 돌파구로 여겨진다. 인터넷은행, 빅테크·핀테크 기업 등 플랫폼 기업들이 가진 영향력을 몸소 느낀 만큼 플랫폼을 강화하는 것은 은행들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특히 그동안 질타를 받아 온 이자이익 성장 구조를 벗어나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플랫폼의 역할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KB스타뱅킹의 3월 말 기준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1119만명을 기록했다. 1600만명을 웃도는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와 1500만명을 넘는 토스(토스뱅크 포함) 앱에 이어 은행권 플랫폼 중 가장 많은 규모다. 국민은행에 이어 신한은행의 신한 쏠(SOL) MAU가 940만명을 기록하며 시중은행 중 두 번째로 많은 MAU를 보유하고 있다. NH농협은행 NH스마트뱅킹과 우리은행의 우리원(WON)뱅킹은 700만명대, 하나은행의 하나원큐는 500~600만명 수준이다. MAU는 실제 플랫폼을 찾는 고객 수를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은행들은 MAU를 확대해 인터넷은행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은행들이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화를 선포하고 플랫폼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고 있는 만큼 성과가 MAU로 나타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은행권이 플랫폼 전환에 본격적으로 주목하게 된 것은 2017년 인터넷은행 출범이 기점이 됐다. 영업점이 없어 불편할 것만 같았던 온라인 은행이 젊은 층을 흡수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층이 주요 고객층으로 부상하며 정통적인 대면 영업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한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비대면 서비스의 진화는 더욱 가속화됐다. 여기에 빅테크·핀테크 기업의 금융산업 진출,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가 개막하며 은행은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예전과 달리 고객들은 플랫폼에 강한 적응력을 가지고 있었고, 은행이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생겼다.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며 금융에 국한되지 않은 방대한 데이터의 필요성도 커졌다. 이자이익에 치중된 성장에서 벗어나 비이자이익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플랫폼의 역할도 더욱 부각됐다. 이제 은행들은 플랫폼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있다. 일상 플랫폼, 생활 플랫폼을 표방하며 금융·비금융을 아우르는 다양한 서비스를 플랫폼에서 제공하고 있다. 플랫폼을 통해 이종 산업 진출도 시도 중이다. 신한은행의 배달 앱 ‘땡겨요’는 은행권 최초의 배달 플랫폼으로, 기존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 은행 정식서비스로 인정 받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 엠(Liiv M)’은 지난달 처음 앱을 출시하며 고객과의 연결성을 강화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처음 플랫폼을 만들 때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은행들은 이를 감수하고서 새로운 시도하는 것"이라며 "금융에 국한되지 않은 더 많은 비금융 데이터까지 수집해 서비스에 활용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은행산업의 주도권은 플랫폼 역량에 좌우될 것이란 예상이다. 출범 예정인 대환대출 플랫폼,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 플랫폼 등의 등장도 은행들이 플랫폼 역량을 강화해야만 하는 이유가 됐다. 당장은 빅테크·핀테크 기업 중심으로 플랫폼이 운영될 것으로 보이는데, 은행들이 자체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면 빅테크·핀테크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플랫폼 개발은 은행의 플랫폼 역량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신한은행은 은행 중 가장 먼저 신규대출과 대환대출 비교가 가능한 대출 비교 플랫폼 출시를 공식화했다.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고민하고 있는 사업 다각화를 위한 방법으로도 플랫폼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들은 자체 역량 또는 협업을 통해 플랫폼을 계속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