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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4주년, 尹정부 금융정책을 논하다] "금산분리 완화, 금융업 간 장벽 없애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26 09:13

은행 이자수익 비중 높지만

'약탈적 영업행위' 당국 접근방법 의문



은행 과점해소 노력

금융소비자 후생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



증권, 은행 등 업종간 간 경계 허물고

'금융 확장' 애플 참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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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이 윤석열 정부 취임 2년차를 맞이해 국내 금융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질의한 결과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당국의 의도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다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일부 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윤석열 정부가 취임 1년간 은행 과점 체제 해소와 같은 다양한 정책들을 모색 중인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금융업의 경쟁력과 금융소비자의 편의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대체로 평가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역시 가계부채 증가 등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한 수준이라고 봤다.

다만 국내 금융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은행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한편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는 애플의 사례를 적극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는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제2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저축은행과 같은 비은행권의 그림자 금융에 대해서는 다소 소홀한 측면이 있는 만큼 새마을금고의 주무부처를 기존 행정안전부에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으로 통일하는 등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 은행권, 이자이익 비중 높지만...‘팔 비틀어 금리인하’ 과도


25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윤석열 정부 취임 2년차를 맞이해 국내 금융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질의한 결과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당국의 의도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다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일부 있다고 평가했다.

이민환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해외 금융사에 비해 담보대출 위주로 영업을 하고, 리스크 테이킹(위험감수)을 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융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금융사를 마치 고리대금업자처럼 이득을 취하는 악덕기업으로 보는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당국은 금융사들이 리스크를 일정부분 감수할 수 있도록 저신용자 대출 쿼터제(할당)를 도입하는 등의 다른 방안들을 구상해야 한다"며 "은행들을 향해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금융정책 측면에서 신뢰성을 얻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목표치를 제시했던 사례를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연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을 향해 "약탈적이라고 볼 수 있는 방식의 영업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을 놓고 전문가들은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진정 은행권이 약탈적 영업 행위를 했다면 법적으로 처벌받아야 한다"며 "은행권을 향해 채무재조정에 나서라고 주문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약탈적 영업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당국 및 은행권의 역할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적절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2021년부터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다가 2월과 4월, 5월 통화정책 결정회의에서 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현재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사상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상적으로 외환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과 보조를 맞춰 기준금리를 계속 올려야 하는데, 지금은 국내 가계부채가 1900조원으로 불었고, 상장사 30%가 이자도 못 낼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저신용자 가운데 다중채무자의 비중도 높은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동결은 국내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최선책이자 어쩔 수 없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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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2년차 금융정책에 대한 전문가 의견.


◇ "은행 늘리는 것보다 금산분리 완화 바람직"


이처럼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한다는 정부의 구상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했다. 은행 과점 해소를 위한 노력은 곧 금융소비자의 후생을 제고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의 올해 상반기 정책 기조가 은행의 과점해소를 위한 노력에 집중된 점은 금융소비자의 후생을 제고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며 "이자이익에 집중된 은행업의 문제점 해소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올해 하반기에는 은행업 과점체제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은 은행의 위험관리를 위한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안 상향 조정, 자영업 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의 규제비율 활용, 경기대응완충자본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경쟁 촉진을 위해서는 챌린저 뱅크, 스몰라이선스 등을 도입하는 것보다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대종 교수는 "금융사(은행)가 이자수익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 정부도 금융사들이 수익원을 다각화할 수 있도록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종 간에 장벽을 없애고, 금산분리라는 규제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 "금융업 간 장벽 없애야"...골드만삭스-애플 제휴사례 주목 의견도


이 과정에서 최근 애플의 행보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애플은 최근 골드만삭스와 제휴를 맺고 연 4.15%의 이자를 제공하는 저축 계좌 상품을 출시했다. 4.15%의 금리는 당시 저축성 예금의 전국 평균 금리보다 10배 이상 높다. 해당 계좌는 아이폰의 월렛(지갑) 앱에서 만들 수 있고, 계좌 개설에 따른 수수료나 최소 예금 등의 요건은 없다. 김대종 교수는 "미국은 금산분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애플, 제너럴일렉트릭(GE)가 금융업을 영위할 수 있다"며 "만일 삼성 같은 대기업이 금융업을 영위한다면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훨씬 더 안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오프라인 사업을 추가로 허용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고려될 수 있다.

정재만 숭실대학교 금융학부 교수는 "1990년대 말에 출범한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을 보면 키움증권은 온라인에 집중한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온라인, 오프라인을 동시에 진행해 지금은 주류 증권사로 발전했다"며 "기존 사업자와 동일한 사업 영역을 허용하고, 신규 사업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게 금융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인터넷은행은 넓은 호수에 조약돌을 던지는 격이고, 현재 은행과 비슷한 규모의 은행이 생겨야 하는데, 이러한 방법 중 하나로 불문율이 돼 있는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재벌기업의 사금고화"라며 "이를 막는 방법을 강구하거나 재벌기업이 지배주주인 경우 경영권을 제한하는 것도 고려해봄직 하다"고 밝혔다.


◇ "국내 은행 과점체제 해소 차질 빚어선 안돼...금융사 감독기관 통일해야"


특히나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등 미국 지역은행의 파산으로 인해 국내 은행의 과점 체제를 해소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노력들이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있었다. 국내 금융산업 혁신은 SVB 등 금융시장 불안과 관계없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만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보다는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신중하게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지용 교수는 "은행업 혁신은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서비스의 질 제고, 이자율 등 금융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며 "챌린저 은행의 인허가를 허용할 때는 요구자본 강화, 유동성 규제비율 상향 등 효과적인 영업규제를 통해 건전성 하락을 예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향후에도 은행업 혁신은 꾸준히 지속돼야 한다"며 "챌린저뱅크 도입에 따른 금융시장 위험을 제한하도록 영업규제를 강화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정교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전성인 교수는 "SVB 사태는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각종 규제를 완화한 것이 어떠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키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업계 입맛에 맞게 섣부르게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부도 위험만 위험이 아닌 시장 위험도 위험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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