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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4주년] "은행 플랫폼, 규제완화에 달렸다…정보 공유 막혀 제약"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26 09:17

계열사 고객정보 공유 금지로 슈퍼 앱 구현 한계



금융당국 논의 중이지만 구체화된 내용 없어



은행 부수업무 확대, 금산분리 완화 등 요구

규제완화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은행들이 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플랫폼 강화에 매진하고 있지만 실제 ‘슈퍼 앱’, ‘유니버셜 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금융그룹 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 제한은 은행들이 플랫폼을 확장시키는 데 가장 큰 제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은행의 부수업무 확대, 금산분리 규제 완화, 규제의 네거티브 방식 전환 등 규제 개선을 통해 은행이 플랫폼 강화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5일 금융권 관계자들은 은행의 플랫폼 발전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 중에서도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금융그룹 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제약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은행의 플랫폼이 일상 생활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한 앱에서 금융·비금융을 아우르는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슈퍼 앱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한데 계열사 간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는 법적 규제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기술적인 부분에서 슈퍼 앱을 구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자체적으로나 외부와 협업을 통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제도 틀이 마련되면 그 안에서 은행들이 플랫폼 구현을 위해 움직이게 되는데 지난해 금융당국에서 금융혁신 논의가 진행된 후 진척이 없어 아직 은행들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초부터 은행들이 디지털 유니버셜 뱅크를 구현할 수 있도록 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 완화 등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고 했다. 지난해 7월에는 대대적인 금융규제 개혁 추진을 위해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출범하고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이자 장사가 부각되며 갑작스레 은행 때리기로 분위기가 바뀐 후 규제 완화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상태다. 지난 3월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회장이 만난 자리에서 금융당국은 고객정보 공유 완화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 금융당국만 바라보는 은행 입장에서는 세부 내용이 마련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다. 실제 이같은 분위기에 신한금융지주가 올해 여름에 출시할 것으로 예고했던 유니버셜 간편 앱은 올해 연말께로 출시 일정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예컨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은 의료 데이터를 보험사나 헬스케어 쪽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하면 국민 편익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국민 편익 측면에서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재 법령 하에서는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계열사 통합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는 보험사 이용자를 은행으로 끌어들이는 등 여러 계열사 고객들을 한 플랫폼으로 흡수시킨다는 목적이 있다"며 "정보 공유가 안돼 플랫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회사 이익이나 고객 이익이 없으면 플랫폼의 이유에 대해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은행의 부수업무 확대, 금산분리 규제 완화, 규제의 네거티브 방식 전환 등 규제 완화를 통해 은행이 플랫폼을 개발하는데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 은행은 여·수신 등 고유업무 외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로 지정을 받아야 한다. 기간도 최대 4년으로 한시적이다. 앞서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 엠(Liiv M)’과 신한은행의 배달 앱 ‘땡겨요’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 운영이 가능해졌다. 리브 엠은 지난 4월에야 부수업무로 승인을 받고 정식 서비스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은행의 부스업무를 확대해 은행이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는 사업 범위를 넓혀줘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현재 은행의 부수업무가 금융위 재량에 달린 만큼 법령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합을 제한하는 금산분리 완화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은행은 금융당국만 바라보고 있다.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개별 투자 건마다 유권해석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을 없애야 한다는 요구도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가 새로운 혁신이나 신사업을 추진할 때 법률을 검토하는 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들이면서 실제 서비스로 이어지지 않기도 한다. 이런 부분이 해소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플랫폼 강화를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규제에 막혀 발전이 더딘 부분이 있다"며 "은행 때리기가 아니라 비이자이익 강화, 사업 다각화에 초점을 두고 규제에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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