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며 은행권 대출 금리가 치솟고 있다. 자금시장 경색 우려에 정부가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발표했으나 단기채권 금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8%대에, 신용대출 금리는 연 9%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5.09∼7.64%,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5.35∼7.37%로 나타났다. 4%대 금리는 이미 사라졌고 5%대 금리가 최저 수준이다. 지금의 추세라면 연말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연 8%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상단이 7%대를 돌파했다.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연 4.99∼7.39%에 분포한다. 조만간 4%대의 대출 상품을 사라지고, 금리가 최고 연 8%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변동금리가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은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9월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4%로 전월 대비 0.44%포인트나 상승했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3.4%를 기록한 것은 2012년 7월(3.4%)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를 의미하는데,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되면 이를 반영해 움직인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수신상품 금리를 경쟁적으로 높이고 있고, 인상분이 코픽스에 반영돼 대출금리가 또다시 인상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신용대출 금리는 하단이 6%대까지 치솟았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6.02∼7.20%로 집계됐다. 이대로라면 연내 상단이 연 8%를 넘어 연 9%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출 금리는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2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사상 초유의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연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여기에 제롬 파월 의장은 "최종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발언하며 미국 기준금리를 더 높은 수준까지 높일 것이라고 시사했다. 지난 9월 연준 위원들은 점도표에서 최종금리 수준을 4.5∼4.75%(중간값)으로 예상했는데 앞으로 연 5%를 넘어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큰 폭의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장기간 이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연 0.5%로 사상 최저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부터 1년여 만에 연 3%로 끌어올렸으나, 미국의 강력한 긴축 기조에 한미간 기준금리는 1%포인트나 벌어져 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국의 최종 기준금리가 연 3.5% 수준일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최종적으로는 이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더구나 채권시장 자금조달 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레고랜드발 유동성 사태가 터진 이후 지난달 23일 정부가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계획을 발표했으나, 단기채권 금리는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은행채 6개월물 금리는 4.569%까지 올랐다. 10월 초 3.725%에서 한 달 만에 약 0.84%포인트 상승했다. 신용대출은 은행채 6개월물, 12개월물 등 단기채권 금리를 따르고 있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당장 대출 금리가 낮다고 변동금리를 선택하기보다는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기존의 변동금리 차주들은 더 낮은 금리로 대환(갈아타기)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dsk@ekn.kr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연합뉴스출처=각 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