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국내 중소형 증권사가 지난해 경기 침체 영향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대형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 속에서도 투자의 기회를 찾으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지만, 중소형 증권사는 구조조정과 수신 이탈 등으로 휘청이고 있어 올해 실적은 암울할 것으로 전망된다.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의 작년 영업이익은 985억원으로 전년 대비 33.28%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766억원으로 56.49% 축소됐다. 한화투자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한 438억원을 기록했다. 당기 순손실은 47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중국 에너지기업인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관련 민사 항소심에서 일부 패소한 영향으로 원고에게 배상액을 선지급한 영향이 컸다.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는 자산관리(WM)와 트레이딩(Trading) 본부가 안정적인 손익구조를 구축해 시장 영향과 무관한 흑자구조를 확보할 것"이라며 "기업금융(IB) 본부는 부동산 PF를 넘어 다양한 수익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증권도 지난해 잠정 영업이익이 15억원으로 전년 대비 97.1%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은 1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6.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형 증권사의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금리 인상과 부동산 PF 위기가 겹치면서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고위험 부동산 금융 비중이 커 유동성 불안감이 더 높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대형 증권사 대비 부동산 우발부채가 많은 만큼 올해도 힘든 환경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들의 부동산 우발부채 중 브릿지론(19.6%)과 중·후순위 본 PF(15.9%)가 차지하는 비중은 35.5% 수준으로 나타났다. 자본 1조∼3조원 규모의 중형 증권사와 자본 1조원 미만의 소형 증권사의 브릿지론 및 중·후순위 본 PF 합산 비중은 각각 69.3%, 76.5%에 이른다. 중소형사의 고위험 비서울 사업장 비중이 대형사보다 크다는 점 역시 위험 요인이다. 다올투자증권 등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계열사까지 팔아치우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메리츠증권 등 일부 대형사의 경우 올해 부동산 금융 투자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실제 메리츠증권은 최근 롯데건설과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롯데건설이 보증하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하는 투자로,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가 9000억원 규모로 선순위 대출에 나서는 게 골자다. KB증권은 부실 부동산PF 사업장을 정상화하는 부실채권펀드(NPL) 조성을 대형 건설사와 준비 중이다. KB증권이 보험사·공제회 등 재무적 투자자(FI)와 함께 사업장을 선별하면 대형 건설사들은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우발 채무 등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이후 본 PF로 분양까지 완료하는 정상화 과정을 거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금융 시장에서 대형증권사와 중소형증권사 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최근 부동산 PF를 기반으로 수년간 순이익이 급증한 중소형 증권사들의 PF 사업성이 작년 하반기 들어 크게 하락했다"며 "다수 사업장에서 브리지론의 본PF 전환에 제동이 걸렸고 우발부채가 현실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잠재부실의 현실화 규모와 재무 안전성 추이를 면밀하게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yhn7704@ekn.kr국내 중소형 증권사가 지난해 경기 침체와 영향으로 실적충격(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와 주택.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