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현대자동차가 전세계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각종 ‘정치리스크’에 휘말려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판매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돼 해법을 마련하고 있다. 2017년 시작된 중국 ‘사드 보복’의 후폭풍도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인력 감원을 최근 시작했다. 이 곳에서는 약 2600명이 차량을 만들고 있다. 연간 생산 규모가 20만대 수준이지만 올해는 전쟁 발발 이후 사실상 멈췄다. 직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주고 때를 기다렸지만 결국 인력 감축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미국에서는 IRA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현재 외국산 전기차 차별문제 관련 보조금 하위 규정 시행 시간표를 제시하면서도 ‘북미 최종 조립’ 규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국산 전기차 차별 논란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IRA의 핵심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대상을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로 제한한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국내에서 만든 전기차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현대차 조지아 전기차 전용 공장이 완공되는 시점은 2024년 하반기나 2025년 초 무렵이다.중국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 사태 이후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0년대 현지에서 초고속으로 성장하며 ‘현대속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지만 2017년 이후에는 중국 업체들에게 밀리고 있다.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 중국 판매는 24만9233대다. 작년 상반기(27만9403대)와 비교해10.8% 감소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에는 41만6684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사드 보복 이전인 2016년 상반기 판매량은 80만8359대였다.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고 약진하던 시기 ‘정치리스크’를 만났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내부 문제가 아니라 외부 악재로 타격을 입은 만큼 향후 이를 회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현대차는 전쟁 이전 러시아에서 점유율 선두권을 달렸다. 미국에서는 연이어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했다. 특히 전기차 분야에서는 테슬라에 이어 2위를 달성하며 경쟁 업체들을 압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현대차가 (전기차 시장에서) 매우 잘 하고 있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시 판매가 정상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본다. 러시아에서 대부분 서구권 업체들이 철수한 만큼 향후 시장이 정상화되면 현대차가 독주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에서는 IRA 관련 ‘급한 불’을 끄고 나면 기술력을 앞세워 미래 친환경차 시장을 충분히 선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중국은 체질 개선 작업을 끝낸 이후 제네시스 등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면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yes@ekn.kr현대차 본사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