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지난해 말 난방비 폭탄은 물론 한국전력공사의 대규모 적자의 직접 원인으로 꼽힌 전력도매가(SMP·계통한계가격)가 전력비수기인 2분기 들어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9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SMP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줄곧 250원 안팎을 유지했다. 다만 4월에는 평균 164원대를 기록하더니 5월에는 140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한전의 도매 비용 지불에 다소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다만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은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불안이 최소 2026년까지 이어질 전망인 만큼 요금 인상은 물론 에너지 믹스 조정 등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각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급증으로 2026년까지 LNG 수급 불안이 예상되는 만큼 안정적 물량 확보 전략이 시급하다"며 "지금 국민들은 에너지위기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거의 없다. 여야가 불필요하게 네탓 공방을 하기보다 국민들에게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 갑자기 요금을 올리면 위기인지도 몰랐는데 왜 요금이 많이 나왔냐고 난방비 폭탄 논란만 재현될 것이다. 결국 국민들의 고통만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LNG수요 급증의 원인이 된 탄소감축 전략에 있어서도 RE100이 아닌 CF100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RE100(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은 민간에서 제안한 것이고 CF100(사용전력 100%를 원전을 포함 무탄소 전원으로 조달)은 국제기구인 유엔에서 제안했다"며 "에너지가 부족하고 전력공급안정성이 중요한 제조업이 GDP(국내총생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나라는 CF100으로 국제 사회의 기조가 바뀌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아울러 "노후원전도 안정성이 담보될 경우 전력수급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제때 연장이 안되면 전력수급불안이 심각해질 수 있다.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고 원전을 탄소중립 이행에 활용하는 미국·프랑스·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서 온실가스 저감과 에너지안보 확대에 나서야 한다"며 "올 연말 11차 전기본(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대형원전 건설에 대한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에너지 수입 비용 급등은 한전의 적자와 에너지요금 인상 논란 초래를 넘어 국가 전체 무역수지도 악화시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 규모는 사상 최대인 472억달러로 집계됐다. 14년 만에 첫 적자다. 기존 기록인 1996년 206억2400만달러의 2배 이상이다. 큰 폭의 무역수지 적자는 주로 에너지 수입 급증에서 비롯됐다고 산업부는 풀이했다. 지난해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은 1908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증가 폭이 784억 달러(41%)로 지난해 연간 전체 무역적자 규모도 훨씬 큰 규모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지금의 에너지 위기는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을 망각했기 때문"이라며 "러시아산 값싼 석유와 가스를 향유하던 유럽 국가들의 전력망 연결이 역설적으로 유럽 전역의 위기로 번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격만 중요하게 생각한 경제논리로 천연가스 공급을 다변화하지 않고 특정 국가에 의존한 결과"라며 "또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등 이산화탄소 저감을 에너지 안보와 경제성 보다 중요시 해 재생에너지를 급격히 늘린 사회적 부담이 증가한 영향까지 겹쳤다"고 덧붙였다.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도 "천연가스를 가능한 적게 쓰는 방향으로 수요와 공급을 관리해야 한다"며 "무리한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천연가스 장기계약에 소극적으로 일관한 나머지 가격이 급등한 현물시장 도입에 과다하게 의존한 결과"라며 "재생에너지 확대는 연료가 필요 없지만 간헐성과 높은 가격으로 에너지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준국산 전원인 원자력과 석탄발전 비중을 일정수준 이상 유지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jjs@ekn.kr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 현장.자료: 전력거래소.*5월은 8일까지 평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