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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RE100도 벅찬데 아예

요즘 에너지 분야에서 RE100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더불어 CF100도 최근들어 언급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RE100은 대중들에게 제법 많이 알려져 있지만 CF100에 대해서는 아직 생소하게 느낄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우선 CF100은 공식 명칭이 아니다. 정확한 표현은 ‘24/7 Carbon Free Energy’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24/7 CFE라고 하겠다. 이미 2017년에 RE100을 달성한 구글에서 새롭게 제시한 개념이다. 2020년 9월, 구글은 2030년까지 자사의 전 세계 데이터센터와 사무실을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해당 지역의 전력망에서 생산되는 무탄소 에너지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RE100이 기업의 1년간 전기 사용량에 대해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24/7 CFE는 각각의 사업장마다 해당 지역의 전력망에서 실시간으로 무탄소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글은 모든 데이터센터에서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 만큼 재생에너지를 구입하더라도, 실제로는 바람이 불지 않거나 태양이 비치지 않는 장소나 시간대에는 데이터센터 운영에 소요되는 전기를 석탄이나 가스 발전소와 같은 탄소를 배출하는 발전원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모든 장소와 시간대에서 무탄소 에너지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겠다고 한 것이다.구글은 이를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표현한다. 구글은 2017년부터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기 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있지만, 24/7 CFE 기준으로는 2019년 61%, 2020년 67%, 2021년 66% 만을 무탄소 에너지로 공급했다고 밝혔다.24/7 CFE의 목표 달성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사업장의 시간대별 전기 사용량, 해당 전력망에서 자사가 계약한 청정 발전원의 시간대별 전기 생산량, 해당 전력망의 에너지 믹스를 파악해야 한다. 구글에서 제시하는 계산과정을 살펴보자. 11월 21일 오전 10시에 100MWh를 사용했는데, 그 중 계약한 청정 전기 생산량이 40MWh이고 전력망에서 60MWh를 조달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전력망의 무탄소 에너지 비중이 50%라고 하면, 해당 시간대의 무탄소 에너지 사용 비중은 70%(= (40MWh + 60MWh × 50%) / 100MWh × 100)가 된다. 만약 계약한 청정 에너지 전기 생산량이 120MWh라고 하더라도 최대 100%까지만 인정한다. 그리고 시간대별 비율을 가중평균하여 1년간의 비율을 산정한다.구글은 2021년 9월 UN-Energy, 지속가능에너지기구(Sustainable Energy for All) 등과 함께 ‘24/7 Carbon Free Energy Compact’를 출범했다. 현재 이 콤팩트는 자발적 약속이며, 보고 요건도 별도로 없다. 시간을 할애해서 24/7 CFE에 관한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주요 요청사항이다. 향후 운영을 위한 거버넌스, 성과 산정 기준, 목표 등에 관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하는 상황이다.여기에는 에너지 수요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투자사, 에너지 공급사, 협회, NGO 등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다. 현재 100개 기관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데, 에너지 수요기업으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IT기업 네 곳이다. 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데 전력을 소비하는 이들 IT기업들은 시간대별 전기 사용량이 일정하고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참여가 용이해 보인다. 전력사용 패턴이 일정하지 않거나 수요를 조정하기 어려운 제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의 경우, 모든 사업장의 전기를 실시간으로 무탄소 에너지로 조달하는 것은 도전적인 목표가 될 것 같다.전력망의 탈탄소화를 위해 구글은 최신형 원자력과 지열, 그린수소, 장주기 저장장치, CCS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전력 수요를 보다 지능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예를 들면, 데이터센터에서 시급을 요하지 않는 작업들을 풍력,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에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별, 지역별 전력 데이터를 바탕으로 AI와 IoT 기술을 이용하여 실시간 에너지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 39개나 되는 솔루션 제공 기업이 24/7 CFE에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REC와 같은 공급인증서도 현재는 해당 재생에너지가 어느 연도 또는 월에 생산된 것인지를 알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만, 24/7 CFE를 위해서는 어느 시간대에 생산된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미국 바이든 정부도 2021년 12월, 2030년까지 연방정부기관들이 무탄소 전기를 연간 기준으로는 100%, 실시간 기준으로는 50%를 조달하도록 하는 행정명령 제14057호를 내렸다. 이의 이행을 위해 미 연방조달청(GSA)은 제27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기간 중인 지난 11월 15일에 전력회사인 Entergy Arkansas와 MOU를 체결했다. 유럽에서도 유럽전력산업협회(Eurelectric)에서 24/7 CFE 촉진을 위해 European 24/7 Hub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전력망의 탈탄소화를 위해 실시간 청정에너지 조달 전략을 소개하면서 24/7 CFE를 위해서는 청정 에너지, 에너지 저장장치, 수요반응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또한 2030년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다른 대안에 비해 24/7 CFE 달성에 소요되는 비용이 가장 많지만 전력망의 탈탄소화를 위해 다양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하였다.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EE칼럼]‘고준위’ 처분장, 특별법보다 현행 법 개정으로 풀라

원자력분야 현안으로 떠오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에 대한 국회 예산 심사가 기술개발 실효성을 이유로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과 기후변화와 탄소대응을 위해 적극 투자해야 한다는 교섭단체간 의견 차이로 보류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산업자원위원회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도 원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로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먼저 전기출력 300 메가와트(MWe) 이하인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 개발 예산을 보면, 원자력 생태계 회복차원에서 두가지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원자로 노형 개발의 국내용·수출용 구분 여부와 함께 원자력연구소(KAERI)가 개발한 스마트(SMART) 원전의 수출경쟁력에 대한 질문에 원자력계가 ‘국회’와 ‘대통령실’에 분명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제기된 두가지 질문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예측 가능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그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고자 한다.첫째, SMR은 대형 원전의 핵심 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제 펌프와 가압기 등의 일체화를 통해 하나의 용기에 담아내는 크기로 줄일 수 있다는 잠재적 장점이 있다. 그러나 SMR에 대한 정의 자체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중소형과 미국의 모듈타입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의 확인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MR이 미래의 대세라는 의견에는 이견이 없다. 둘째, SMR의 선두주자인 뉴스케일(NuScale)은 지난 2020년 8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SMR 모델중 최초로 설계 인증을 취득했다. 특히 미국은 확실하게 SMR에만 정부차원의 관심을 가지고 밀어주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사업환경은 소형모듈원자로를 건설하고 운영할 최초의 업체가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루마니아 원자력공사(SNN)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SMR 부지에 대한 평가를 마친 정도이다. 셋째, 원자력연구소(KAERI)가 개발한 스마트(SMART) 원자로는 물론이고 모듈화되는 SMR도 아직까지 인허가 규제요건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 미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선진국에서 아직까지 다양한 설계개념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규제요건을 도출해서 법제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넷째, 원자력연구소는 자신들이 개발한 스마트(SMART) 원전을 SMR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스마트의 설계와 인허가 기준이 대형 원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 대목에서 대통령실은 원전 수출경쟁력 검증 차원에서 원자력연구소가 왜 20년 이상 초지일관 SMART 뿐인지, 그 이외의 혁신적인 모듈형은 왜 없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다섯째, 스마트(SMART)는 가압경수로(PWR)를 축소한 모델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원자로 개발의 핵심인 핵연료 연소 실험을 할 곳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핵연료 개발이 어렵고, 기술사용 측면에서 검증된 기술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여섯째, 연구개발(R&D)과 직접 연관된 기술혁신은 제품혁신과 공정혁신으로 구분된다. 특히 SMR과 같이 원자력분야 공정혁신에 해당하는 새로운 노형 개발을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재원투자가 동반된다. SMR의 경우 최소 10조원 이상의 재원 소요가 예상되는 사업으로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일곱째, 한국의 원전수출은 UAE처럼 바다가 있고 일정 규모 이상의 전력수요가 있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주력상품인 1400MW급 대형 원전에 올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근 프랑스 등 유럽지역의 가뭄에서 볼 수 있듯이 내륙 국가의 경우 냉각수 문제로 대형 원전 수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물론 사계절 수량이 풍부한 강과 호수가 있어 대형 냉각탑을 세운다면 대형 원전 수출 가능성은 높아진다.‘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한 상태에서 원자력계 일부에서 주장하는 ‘파이로 프로세스(pyroprocess)’ 재활용연구 근거를 법에 명시하려는 이해관계 활동이 관찰되고 있다. 반면에 원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임시저장시설’의 형태로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하려는 행위로 보고 특별법안 수용을 반대하고 있다. 필자가 과거 직접 경험한 ‘원자력안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초안 작성 과정을 복기해 살펴본 결과 위 특별법안들의 특징은 전반적인 구성체계와 내용에서 차별성을 찾기 어려운 유사한 법안이라는 사실이다. 이에 필자는 법률 제정의 양산을 지양하고, 현행 ‘방사성폐기물 관리법’과의 혼선을 방지하고, 관리위원회·관리정책·관리사업자 등의 중복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을 제정하는 대신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을 전부개정해 ‘중·저준위 및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함께 규정할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방사성폐기물 관리법’ 전부개정안의 세부내용은 이 방안을 확정한 뒤 작성 및 검토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복합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생태계 활성화 정책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원자력 연구개발과 원전 수출은 우리의 경쟁력이 검증된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국회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할 수 있는 올바른 입법과 시행을 위한 좋은 기회로 활용되기를 연구자의 입장에서 요구하고 기대한다.강기성 (사)전력경제연구회 회장

[EE칼럼] 에너지위기 시대 더 꼼꼼히 챙겨야할

올해 2월 러시아는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밀려 국토의 상당부분을 점령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지원으로 전세는 역전되고 있다. 러시아는 상황타개를 위해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무기화했다. 이로 인해 유럽의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했다.이 전쟁으로 에너지위기는 현실화되었다. 유가는 급격히 상승하게 되었고 세계 각국의 기업, 가계 등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이중에서도 경제력이 약한 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자일 것이다. 또 하나 취약계층에게 무서운 것은 지구온난화에 의한 극심한 기상이변이다. 우리나라는 사계가 뚜렸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로 양분화 되고 있는 듯하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유례없는 폭염과 혹한 등 기상이변이 확대됨에 따라 기후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더욱 더 커지고 있다. 효율이 떨어지는 오래된 주택, 노후화된 난방기기, 에어컨 등 냉방기기 부족 등으로 인해 취약계층의 고통은 더욱 커 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러한 고유가와 기온변화에 대응하여 취약계층에 대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먼저 에너지바우처 사업은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수급자 등 취약계층 중 노인· 장애인 등 기후에 민감한 대상자들에게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 등을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하는 비용지원사업이다. 여름에는 전기요금을, 겨울에는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등유·LPG·연탄을 구입할 수 있도록 에너지비용을 지원해 줌으로써 더위와 추위를 잘 극복하여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높여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지원액은 세대원수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18.5만원이며 지원대상 대상 가구는 올해 약120만 세대에 달하며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수행하고 있다. 두 번째로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은 경제력이 빈약한 취약계층에 대해 에너지측면에서 주거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고효율보일러로 교체해 주고, 창호를 두꺼운 단열재로 바꿔주며, 바닥난방을 새로이 시공해 주고, 에너지절감형 냉방기기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세대당 약 200만원 내외의 지원을 하고 있으며 연간 약 2만 5000만 가구가 한국에너지재단을 통해 지원을 받고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 되듯이, 아무리 정부에서 좋은 제도를 만들어 지원한다고 한들 대상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이 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무엇보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등 지자체의 노력이 중요하다. 에너지복지제도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생활상의 보조수단으로 보아야 하며, 에너지바우처 대상자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에너지바우처 담당자 뿐 만 아니라, 복지업무 담당자 또한 에너지복지 제도를 숙지하여 동시에 지원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바우처의 경우 대상자의 70% 이상이 노인과 장애인으로 상대적으로 에너지복지제도에 대해 말 모르는 경우가 많고 신청과 사용에도 상대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안내를 통한 대상자 발굴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복지담당자와 협업을 통한 사각지대 발굴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그 지역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사회복지를 펼치고 있는 노인복지관 등 복지기관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복지기관들은 각 기관의 특성에 맞게 노인·장애인 등에 대한 특화된 복지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지역 대상자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아주 잘 알고 있다. 지자체에서 이들 기관과 함께 취약계층에게 에너지복지사업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하게 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흔히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고 한다. 에너지복지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에너지취약계층을 발굴하고 도와주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담당 공무원들도 최선을 다하고, 지역복지기관 들도 노력을 하지만 거기에 더 필요한 것은 주변 이웃들의 관심과 도움이다. 혹시 주변 이웃들 중에 추위와 더위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없는지, 혹시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에너지복지제도를 몰라서 그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없는지 살펴보는 관심이 필요하다.사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취약계층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그들이 사는 생활과 주거·어려움 등에 대해 디테일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부분을 도와주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그들에 대한 작은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동절기 본격 추위의 시작을 앞둔 요즘, 송파 세모녀 사건과 같은 에너지복지 사각지대로 인해 슬픈 일들이 발생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최진규 한국에너지공단 에너지복지실장

[EE칼럼]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과 거꾸로 가는 에너지정책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산업혁명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GCP(Global Carbon Project)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는 화석연료 연소에 의한 CO2 배출량 또한 역대 최대인 375억 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로 인한 2020년 감소 이후 2년 연속 증가 추세이며 2021년 대비로는 약 1% 증가하게 된다. 인류문명을 종말로 이어지게 할 현존하는 최대 위험요인 중 하나인 기후위기는 ‘공유지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 빚은 대표적 사례다. 공유지의 비극은 미국의 생물학자 개릿 하딘(Garrett Hardin)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모두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으나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공유지, 기후위기가 그렇다. 각 나라는 탐욕스럽게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인류 공멸의 길에 접어들었다는 경고도 무시한 채 화석연료 연소를 멈추지 않고 온실가스를 쉼 없이 배출해 왔다. 반면 경제학자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은 자신의 저서 ‘공유지 관리’에서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방대한 대안들을 분석하여 설명하고 국가적 해결 방식, 시장적 해결 방식, 그리고 공동체적 해결 방식을 각각 소개했다. ‘공동 자원에 대한 규제된 접근 및 협력’, ‘완벽한 질서(Perfect Order)’를 만드는 예 등 공동체적 해결 가능한 조건들을 제시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3 실무그룹 보고서를 보면 내년 1월 1일 기준 지구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이내로 억제할 수 있는 잔여 탄소 예산(Carbon Budget)은 2600억 톤(억제 확률 50%)으로 현재와 같은 배출 추세라면 6.5년 안에 고갈되게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WEO 2022‘에서는 모든 국가가 기후 목표를 제때에 완전하게 달성해도 1.7°C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고, 최근 폐막된 제27차 UN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COP26의 결정사항인 NDC(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약속을 거부하는 국가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의 대응만으로는 1.5°C 목표에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유럽연합(EU), 미국, 호주, 네덜란드 등 주요국과 국제기구 등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및 강화된 기후변화 대응 방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REPowerEU, IRA를 비롯해 RE100, CBAM, SBTi, IPEF 및 SEC·ISSB·IFRS 공시 등이 그것이며 공통의 목적이자 첫 번째 목적은 기후변화 대응이다. 예전에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하여 무임승차(Free Rider)를 관대하게 대했다면 이젠 정확한 청구서(Scope 3와 같은)들이 날아드는 시대다. 이러한 조치의 결과는 놀랍다. EU의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점유율 목표는 32%에서 40%로 다시 45%까지 상향되었고, 호주의 경우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 43%,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82%로 각각 상향했다.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특히 태양광을 중심으로 확산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2030년까지 1200GW 이상 재생에너지 추가 목표는 2025년에 조기 달성이 예상되며, 특히 태양광만 2030년까지 1000GW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은 현재 60GW인 태양광 발전설비를 2030년까지 215GW로 확대하고, 미국은 IRA 시행으로 2020년 신규설치 10GW에서 2024년 49GW, 2030년 100GW 증가가 예상된다. 글로벌 신규 태양광은 2022년 260GW에서 2030년 650GW에 이르게 될 것이며 미국, 독일 등은 2035년에는 전력부문의 완전한 재생에너지 전환이 예상된다.영국의 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의 일명 ‘스턴 보고서’(Stern Review)를 보면, 인류가 지금 당장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행동에 나선다면 해마다 세계 각국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 비용으로 기후변화 영향을 완화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GDP의 20%까지 비용을 치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은 공공재이자 부정적인 외부성(외부불경제)을 발생시킨다. 반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데 투입되는 돈은 줄여야 할 비용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이며 현재의 감축 비용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미래의 편익을 가져오게 된다.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조치들은 쓰나미처럼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목표 하향, SMP(전력도매가격) 상한제 도입,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 의무비율 하향, 협동조합 예산삭감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지원하는 주요국과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사마귀 몇 마리로 거대한 수레바퀴를 막을 순 없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EE칼럼] 전력생태계 위기 초래할 SMP상한제 재고해야

올해 한국전력공사의 적자가 30조 원을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차츰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력당국이 내달부터 긴급정산상한가격제(SMP 상한제)를 도입, 시행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력당국과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전기요금 급등으로부터 전기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SMP 상한제를 시행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SMP 상한제가 간과하고 있는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SMP 상한제는 우리나라 전력시장이 ‘변동비 반영시장(CBP; cost-based pool)’이라는 규제시장임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양방향 가격입찰시장에서는, 발전사업자들과 판매사업자들이 각자 임의로 제시한 호가를 바탕으로 전력거래가격이 정해진다. 그에 따라 사업자들이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서 야기된 대규모 수급불안 기회를 이용하여 막대한 횡재이익을 얻기 위한 가격책략을 사용할 유인이 있으며, 이는 전력거래가격의 과도한 급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반면 CBP 시장에서는,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가 한 달 전에 각 발전기의 변동비를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력거래 입찰을 진행하기 때문에, 횡재이익을 얻기 위해 전력거래가격을 급등시키는 가격책략이 애당초 실행될 수 없다. 게다가, 원전·석탄발전 등 기저발전기는 정산조정계수에 의한 총괄원가 규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횡재이익을 얻을 여지는 전혀 없으며, 따라서 이에 대해 SMP 상한제를 적용할 여지 역시 없다. 결국, SMP 상한제가 그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저원가 LNG 발전기가 누리는 초과이윤을 억제하는 것에 더하여, 그 밖의 대다수 LNG 발전사들에 대한 보상을 억제할 수밖에 없다. 전력당국이 최근 용량요금을 인하시키는 조치를 취하는 한편, 긴급정산상한가격을 초과하는 발전기의 변동비 전부가 아니라 (무부하비용 등이 반영되지 않아 과소평가된) 연료비만 보상하려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물론 이는 (차액계약 등 전력거래가격 헤지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못한 상황에서) 대다수 LNG 발전사들의 부당한 대규모 손실로 귀결될 것이며, 재무적 한계상황에 놓인 발전사들은 신용도 하락으로 연료 조달을 위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거나 더 많은 금융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게 되고, 자칫 도산 위기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SMP 상한제가 초래할 ‘발전기를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 상황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할 뿐만 아니라 재산권 제한에 따른 ‘정당한 보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낮지 않다. 무엇보다도 우려스러운 점은 LNG 직수입 발전사들이 LNG를 보다 낮은 가격으로 도입하려는 유인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발전사 경영진의 배임 문제를 고려할 때, 발전기를 돌려 손해를 입느니 차라리 비싼 연료를 도입해 급전지시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전력시장을 보이콧하려 할 가능성은 그저 기우가 아닐 것이다. 값싼 LNG 물량을 확보하더라도, 국내에서 발전용 연료로 쓰기보다는 고가를 제시하는 유럽 수요자에게 되파는 것이 이익일 것이다. 이는 결국 가스도매사업자인 가스공사의 LNG 도입 부담을 증가시키는 한편, 전력시장의 전력구매비용 총액을 더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 전력당국이 100kW 미만 소규모 태양광발전기에 대해 SMP 상한제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고려할 때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전력당국은 SMP 상한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하지만, 글로벌 에너지 위기의 장기화 가능성을 고려할 때 그리 신뢰하기는 어렵다. 이렇듯, SMP 상한제의 의도는, ‘물가안정’이라는 다분히 정치적인 고려에서 비롯된 전기요금 인상 제약이 초래한 한전의 대규모 손실을 일부나마 발전사들에게 강제적으로 떠안기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SMP 상한제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전력시장의 정상적 작동을 왜곡시킬 뿐인 하책에 불과하다. 전력시장 자체에 대한 발전사업자들의 일말의 신뢰마저 무너뜨림으로써 전력생태계 전체를 총체적 위기로 내모는 SMP 상한제 도입은 재고해야 한다.※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E칼럼] 분산에너지 공급 늘려 전력수급 비대칭 해소해야

우리나라는 수도권 및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력수요가 집중되어 있는 반면, 전력의 공급은 해안가에 세워진 대형발전소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전력 수요지역과 공급지역 비대칭으로 인하여 2021년 기준 9343억 원에 달하는 송전손실이 발생하였다. 향후 점점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금과 같이 해안가에 대형발전소를 건설하는 경우 전력수요지까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송전망을 추가로 건설하여야 한다. 우리는 2008년 이후 밀양의 송전선로 건설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을 경험하였다.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강원도, 경북 울진, 충북 중추 등 전국 곳곳에서 송전탑 갈등 발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와 같은 배경 하에 전력 수요지 인근에서 생산하는 분산에너지 공급 확대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분산편익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열병합발전을 기준으로 송전설비 회피비용 편익인 MW당 7억 원 수준, 배전설비 회피 편익은 MW당 8억 원 정도에 이른다. 이와 같은 분산편익을 창출함에도 불구하고 현 전력시장에서는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열병합발전소와 같이 땅값이 비싼 수요지 인근에 위치하는 경우 건설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안가와 같이 멀리서 전기를 생산하여 끌어오는 송전 과정이 생략되고 곧바로 전기 공급이 가능하다 보니 편익비용이 비용의 장벽을 뛰어 넘게 되므로 시장에서 편익비용이 제대로 반영된다면 도심지 분산에너지도 시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환경 편익을 창출하는 신·재생에너지는 REC(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제도를 통하여 지원받는 것과 달리 분산편익에 대한 시장·제도적 보상이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향후 전력 수요지 인근에 열병합발전소, 연료전지 발전 등 분산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분산에너지사업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편익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가격과 이윤에 의해 작동되는 시장경제질서원리에 의하면 분산에너지의 확대는 한계가 있으므로 촉진 제도를 통하여 분산에너지 시장을 육성하자는 것이다.이와 같이 그동안 분산에너지 편익지원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오랫동안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분산편익을 지원하자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분산전원 편익지원이 그동안 에너지기본계획이나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수차례 거론되었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열병합발전의 분산편익에 대한 합리적 보상방안을 마련하기로 하였고,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편익보상 등 제도개선으로 분산형전원 활성화 촉진을 포함하고 있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광역별 전력자급률 제고를 위해 열병합발전소, 발전용 연료전지 등을 수요지 인근에 배치하기 위한 인센티브 모색 필요성을 포함하였다. 분산에너지 편익지원을 현실화하기 위하여 이를 법제화 할 필요가 있다.수년간 분산편익 지원 제도 마련을 위한 논의가 있었고, 최근에는 분산편익 지원의 법적근거가 될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으로 구체화 되고 있다. 법안은 분산편익에 대한 지원 외에도 분산에너지 사업자에 대한 보조·융자, 기금의 투자 및 조세특례제한법,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조세감면, 분산에너지 개발 및 보급촉진을 위한 국유재산, 공유재산의 대부·사용 등 분산에너지 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예정하고 있다.현재까지 논의된 법안의 내용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지정해 전기사용자에게 직접 전력 판매를 허용하는 등 전력거래 특례, 통합발전소의 도입 등 기존의 전력시장에서 없었던 전기사업자의 추가, 한전 주도로 계통 안정화 및 배전계통 운영제도를 도입해 배전망운영자와 감독기관인 배전감독원 설립을 포함하고 있다.그동안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제정을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어 왔다. 최근에는 여야 의원 가리지 않고 분산편익 지원을 담은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제정안을 다듬은 수정안의 발의가 예고되었다. 금명간 법안이 통과 및 이를 구체화활 하위법령의 제정으로 분산에너지 사업의 분산편익에 대한 지원이 현실화 된다면 분산에너지 활성화는 본격적으로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한다.이동일 법무법인에너지 대표변호사

[EE칼럼] 경제위기 대응, 에너지효율 높이기부터

2022년도 어느덧 한달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무엇보다 올 한해는 2월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전쟁이 발발함으로써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심화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된 데에 더해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는 악재마저 더해졌기 때문이다. 저개발 국가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선진국조차 인플레이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지경이다. 이에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이션을 잡고자 금리를 대폭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스텝’을 반복적으로 단행하였고, 이 파장은 세계 곳곳에 미치고 있다. 우리 경제 역시 고환율, 고금리에 수출 저조, 경기 침체의 우려 등 어두운 그림자가 갈수록 짙게 드리워지는 양상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쉽사리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계 경제가 어두운 터널에 갇혀 있는 시점에, 우리는 우리 사회의 에너지 효율을 다시금 비판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에너지효율경제협의회(ACEEE)는 2018년도에 한국의 에너지 효율을 세계 주요 에너지 소비국 25개 중 13위로 평가한 바 있다. ACEEE는 올 4월에 2022년도 판 보고서를 발간하였는데, 이번에 한국은 25개 국가 중 11위를 차지했다. 지난 평가에 비해 다소 향상된 등수를 받았지만, 이는 아직도 자랑스러워 할 수준이 아니다. 상위 1위부터 6위까지는 유럽 국가들이며, 7위는 일본, 8위는 대만인데, 9위가 중국, 10위가 미국이다. 8위까지는 그럴 수 있다 싶지만, 9위와 10위가 엄청난 에너지 소비대국인 중국과 미국인데 한국이 그 보다 하위에 있다는 것은 대단히 부자연스럽다. 한국의 에너지 효율이 이렇게 중간 수준에 계속 정체되어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ACEEE는 무엇보다 국가적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국가 노력 부문에서 14위를 차지하여 전체적 평가에 비해서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건물 부문이나 산업 부문, 운송 부문은 25개국 평균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국가적 노력 부문은 평균보다도 낮았고 중국, 대만, 일본 같은 주변 동아시아국가들의 그것에도 훨씬 못 미친다. ACEEE는 2050 탄소중립이란 야심찬 계획을 세운 한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노력해야 할 부문이 많다고 꼬집고 있다. 그런데 ‘국가적 노력’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이나 공기업의 경영을 점검해 봐야 할 것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인식과 생활습관도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점 역시 우리는 깨닫고 되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2021년 한국인이 평균적으로 사용한 에너지는 6만8000 킬로와트시(kWh) 정도인데, 이는 비슷한 경제 구조를 가진 일본의 3만9000kWh나 대만의 5만8000kWh, 독일의 4만2000kWh에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이다 보니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형성하게 된 것이긴 하지만, 효율성이 낮다 보니 비슷한 상황의 다른 나라들보다도 높은 소비량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사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부분이 너무도 많다. 개인 시설이나 건물의 조명이 광고 또는 안전과 상관관계가 낮은 곳조차 훤하게 밝혀 있는 것이나 상업시설에서 문을 활짝 열어놓고 냉난방을 가동한다든지, 농업용 전기가 저렴하다보니 이를 남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문제나 여기저기 항상 꽂혀 있는 플러그 등, 일상생활 속에서 에너지 효율을 저하시키는 일들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 공급은 기본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느니 만큼 안 써도 되는 부분에까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면 그 자체가 이미 경상 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 사회는 이른바 발전국가(developmental state)가 주도하여 경제 개발을 달성한 경험 때문인지, 에너지와 관련해서도 국가나 공기업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해 줄 수 있는가에만 지나치게 몰두해 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공급망 재편이 진행 중이면서 에너지 가격도 당분간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데다가 탄소배출도 극적으로 줄여야 하는 지금으로서는 공급 못지않게 수요 부분에서의 각성이 선행되어야만 하겠다. 국가적 노력은 물론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의식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일 때 이 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E칼럼] 글로벌 희토류 전쟁,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만전을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다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에서 2010년 9월 총성 없는 전쟁을 치뤘다. 그런데 그런 전쟁이 2019년부터 미.중 무역전쟁으로 다시 재현되기 시작 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최후의 카드로 자국 내 희토류를 무기화할 것으로 압박하고 있다. 1992년 등소핑이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고 말한 의미가 이제서야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희토류 자원이 전 세계 산업과 외교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중국은 지난 2010년 9월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일본과 마찰이 발생하자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중단시켰고, 일본이 3일 만에 백기를 들 만큼 강력한 효과를 낸 바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면 미국이 첨단 무기 생산에 많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희토류는 2차전지, 반도체, 풍력발전용 터빈, 전자전기 소재뿐 아니라 최근엔 군사무기 제조에 반드시 들어가는 필수 원료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4400만t으로 전 세계 매장량의 42.33%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브라질 2200만t, 베트남 2200만t, 3위 러시아 1200만t, 4위 인도 690만t, 5위 호주 340만t 등이다. 중국은 매장량 규모 1위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17종 희토류 원소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군사 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중희토(특수 희토광물질)의 중국 매장량 비중은 더욱 높다.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 희토류 단일광산으로는 최대인 네이멍구 지역의 바이윈어보광산은 중국 희토류 매장량의 90%가 이곳에 집중돼 있다. 희토류 분야에 대한 중국의 독점력은 전 세계 석유무역의 69%를 차지하는 석유수출기구(OPEC)를 넘어선다고 평가 받는다. 지난해만 해도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 12만톤 가운데 중국의 생산량이 10만 5000톤으로 전체의 87.5%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전체 매장량에 비하면 매우 적은 규모다. 이는 전 세계 첨단산업에 대한 중국 희토류의 영향력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희토류가 중국 경제발전과 외교력 신장에 큰 도움을 주고 있지만 중국 희토류 업계가 직면한 문제는 만만치 않다. 심각한 환경오염과 낮은 산업 효율이다. 특히 환경오염이 문제이다. 중국 희토류 채굴이 가장 먼저 이뤄졌던 바이윈어보광산으로 인해 인근지역이 심각한 방사능 오염에 노출됐다. 이 지역에 매장된 희토류에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희토류가 고수익 업종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지방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이 앞다퉈 희토류 개발에 뛰어들면서 무분별한 광산개발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희토류 개발에 모든 노력을 쏟고 있는 이유는 미래 산업에서 절대 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정책적 전략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2년 "중국 희토류 상황과 정책"백서를 만들고 희토류 산업을 국가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이 계획에 따라 희토류 생산 및 가격 조절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중국은 2017~2020년 희토류 채굴 총량을 연간 10.5만t으로 제한 했다. 작년에는 채굴량을 상향 조정했지만 12만t의 소폭 증량에 그쳤다. 수출도 제한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에너지 수출국이고 청정에너지 무역에 큰 야심을 갖고 있다. 중국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두배로 늘릴 계획이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희토류가 당연히 중국으로서는 중요할 수 밖에 없고 계속 이를 독점하려고 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희토류의 70% 이상을 중국이 생산하고 있고 2025년까지 자국내 희토류 생산을 15% 더 올리려고 한다. 반면 미국은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2016~2020년 사이 수입한 희토류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78%를 차지한다. 한국의 대부분 기업들은 세계적 수준의 수출 경쟁력을 갖췄지만 산업활동에 쓰이는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한다. 희토류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말 한마디에 국내 기업들은 희토류 공급 절벽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고자 호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호주의 위상은 높아졌다. 인플레 감축법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부터 원재료를 조달을 내걸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국내 희토류 자원개발률은 2014년 24.9%를 정점으로 2015년 3.9%, 2019년 0.3%, 지난해 0.2% 수준으로 해 마다 줄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희토류 자원확보에 나서야 한다. 첨단산업 곳곳에 희토류가 쓰이는 만큼 중국 외 지역을 토대로 공급망 구축에 힘쓰면서 가격 갱쟁력을 챙겨 나가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세계 지도에 어느 나라에 무슨 광물이 얼마 큼 있는지를 표시해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해야 한다"고 내각에 지시했다. 지금 세계가 희토류에 큰 관심을 가지며 확보에 나서는 만큼 우리도 민.관이 협력해 희토류를 포함 핵심 전략 광물 확보에 나서야 한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E칼럼] 에너지위기 맞서

경제가 침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기술 패권 다툼만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내 사정도 심각하다. K-방산이나 원전의 폴란드 수출로 무너지는 국가 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착각이다. 한가하게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생중계하고, ‘국방부의 산업부화’와 같은 절망적인 농담을 나눌 여유가 없다. 철 지난 유행가나 틀어놓고 ‘더 늦기 전에’를 외치던 지난 정부의 속 빈 탄소중립 비전 선포식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기업의 유동성 보장에 꼭 필요한 채권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 정부에서 탈원전의 첨병 역할을 했던 한국전력의 부실에서 시작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멀쩡하게 흑자를 내던 한전이 올 3분기까지의 누적 적자가 21조 원을 넘어섰다. 연말까지 적자액이 30조 원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좀비’ 기업으로 전락한 한전이 올 들어서만 23조 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채권 시장의 마비는 그렇게 시작됐다. 엎친 데 덮친다고 강원도 도지사가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트려버렸다. 무능한 정치인들이 국가 경제와 국민생활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뜻이다.무역 수지도 최악이다. 지난 10월 기준 누적 적자가 356억 달러에 도달했다. 지난 4월부터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결과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고,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직전인 1996년의 적자액이었던 206억 달러의 2배에 가까운 역대 최악이다. 10월까지 1587억 달러에 이르렀던 에너지 수입액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작년보다 무려 82%나 늘어난 엄청난 규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원유·가스·석탄의 국제 가격이 오른 탓이다. 원유가는 90달러를 오르내리고, LNG 가격은 작년보다 180%나 올랐다. 석탄도 60%나 폭등했다. 결국 에너지 수입액 증가분이 무역 적자의 두 배에 달하는 지경이 된 것이다.한전을 고질적인 적자의 늪에서 건져 올려야 한다. 국가 전력망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비현실적인 탈원전을 묵인했던 대가는 치를 수밖에 없다. 물론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물가가 뛰고, 국민생활은 어려워지고, 기업도 경쟁력에 상처를 입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난 5년 동안 묶어두었던 전기요금을 현실화시켜야 한다. 불합리한 전력도매가격(SMP) 제도도 대폭 손질해야 한다. SMP가 kWh당 256원을 넘어선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 국제 연료비 인상만 문제가 아니다. 주로 LNG를 사용하는 민간 발전사들과 태양광·풍력 사업자들에게 더 이상 부당한 특혜를 몰아줄 수 없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전기의 소비 절약은 불가능하다. 전기 소비를 줄여야 기후위기 대응도 가능해지고, 한전의 경영도 정상화시킬 수 있다. 한전이 매출이 늘어날수록 적자도 덩달아 늘어난다. 연료비가 많이 필요한 LNG와 석탄 화력으로 늘어나는 매출을 채워야 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약속했던 탈원전 폐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더 이상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다. 오로지 탈원전만 외치던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어설픈 이념이 아니라 고도의 전문성을 강화시키도록 개현해야 한다.당장 원전을 건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전은 건설에만 10년이 걸리는 힘드는 일이다. 원전의 가동률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5년 동안 멈춰 세워놓았던 한빛 5호기도 재가동하고, 신한울 1·2호기의 가동도 서둘러야 한다.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도 머뭇거릴 수 없다. 신한울 3·4호의 건설도 다시 시작하고, 천지·대진의 건설도 재검토 해야 한다.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필요한 태양광·풍력·수소에 대한 관심은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다. 특히 서해안과 제주도 근해에서 추진 중인 해상 풍력에 대한 어설픈 투자는 접을 수밖에 없다. 지역 환경도 걱정스럽고, 송전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그린(청정) 수소에 대한 환상도 설익은 것이다. 수소를 깨끗하고 안전하게 생산·운반·저장·활용하는 기술에 대한 투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성급한 투자로 미완성의 미래 기술인 수소 에너지를 망쳐서는 안 된다.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E칼럼] 웨스팅하우스 소송과 한국 원전산업의 현주소

지난달 21일 미국의 대표적 원전기업인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컬럼비아특별구 연방법원에 한국수력원자력이 폴란드 등에서 한국형 신형 가압경수로 APR1400을 판매하는 거래를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소장에서 "한수원의 APR1400 설계에는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이 포함돼 있다"며 "APR1400을 배치하기에 앞서 웨스팅하우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수원이 APR1400의 기술 정보를 제공하려면 원자력 기술의 공유를 제한하는 미국 법률에 따라 에너지부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한수원의 기술 정보 공유를 금지해달라고도 법원에 요청했다.과연 한국형 원자로라는 APR1400은 독자적인 수출권조차 없는 것인가. 웨스팅하우스의 역사를 통해 한국의 원전산업의 위상을 살펴보자.웨스팅하우스는 1886년 미국에서 라디오를 만들며 시작한 가전제품 회사로 제너럴 일렉트릭(GE)과 경쟁하는 굴지의 회사가 되었다. 웨스팅하우스가 원자력 연구에 참여한 것은 1947년 미 해군이 원자력잠수함 개발에 민간기업을 참여시키면서부터다. 가전은 물론 중전기 분야에서도 부동의 1위였던 GE는 증식로 개발로 방향을 잡았고 웨스팅하우스는 경수로를 선택했다. 증식로는 냉각재로 소듐을, 경수로는 보통의 물을 사용한다. 웨스팅하우스는 1955년 1월 가압경수로를 장착한 핵잠수함 노틸러스호의 시험 항해에 성공했지만, 중속증식로를 장착하고 1956년에야 취항한 GE의 시울프호는 냉각재의 폭발성을 해결하지 못하고 엔진이 가압경수로로 교체되는 수모를 겪었다.원전 개발에서도 웨스팅하우스는 가압경수로형을 추진했지만 GE는 고속로를 포기하고 비등수형 경수로로 방향을 바꿨다. 1차 계통의 건설과 운영이 더해지는 가압경수로가 비용은 더 들지만 방사성 물질의 유출 방지 측면에서 안전성은 더 높은 편이다. 2011년 수소 폭발을 일으킨 후쿠시마 원전이 비등수형 원자로이다.1960년대 미국에서 원전이 상용 가동되면서 GE와 웨스팅하우스는 원전산업의 명실상부한 대부로 등극하였다. 미국 외에 핵무기 보유국으로 독자적인 원전 개발에 성공한 소련과 영국, 그리고 핵무기는 없지만 캐나다도 중수로를 개발해 대부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미 해군의 잠수함 건조 사업에 오래 참여해온 컴버스천엔지니어링과 밥콕앤드윌콕스도 가압경수로 사업자에 오르는데 컴버스천엔지니어링은 뒤에 한국 원전산업의 모체가 된다.1970년대 오일쇼크가 이어지며 원전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웨스팅하우스는 세계 시장에서 GE의 비등수형 보다 3배 이상 팔면서 원전산업의 선두로 나섰다.원전산업이 사양길에 들어선 것은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이다. 이미 100여기 이상을 건설한 미국에서는 더 이상의 원전 수주가 없었고 세계 시장은 그리 넓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경영난에 몰린 컴버스천엔지니어링으로부터 1987년 영광원전 3·4호기를 발주하면서 원천 기술을 이전받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만 사용한다는 조건이었다. 당시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의 프로마톰은 아예 원천기술을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그러나 세계 원전 시장은 계속 좁아졌고 원전기업 간에는 합종연횡이 시작되었다. 컴버스천엔지니어링은 1989년 스웨덴의 다국적 에너지업체인 ABB로 넘어갔다. 영국핵연료공사(BNFL)는 1999년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고 2000년에는 ABB의 원자력 부문도 사들여 한국원전의 원천기술 소유권을 웨스팅하우스가 갖게 되었다.2006년에는 서방의 원전산업계가 3개 연합으로 정립된다. 일본의 도시바가 영국의 BNFL이 시장에 내놓은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고, 미국의 GE와 일본의 히타치가 원자력사업 부문을 통합했다. 일본의 미쓰비시는 프랑스의 아레바와 사업 제휴를 함으로써 합종연횡이 마무리 되었다.그러나 미국에서 2기의 원전을 건설하던 웨스팅하우스는 발주사들의 중도포기로 63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2017년 3월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결국 2018년 도시바는 웨스팅하우스를 캐나다의 자산운용사 브룩필드 비즈니스 파트너스에 매각하였다. 지난 10월 초 웨스팅하우스는 자산운용사의 자회사인 브룩필드 리뉴어블 파트너스(51%)와 캐나다 우라늄 생산업체인 카메코(49%)가 공동 인수하였다. 그리고 이번 제소는 새 단장한 웨스팅하우스가 독자 행동을 한 한국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아랍에미리트의 원전 수출은 당신 웨스팅하우스-도시바가 한국전력 컨소시엄에 기기납품업체로 참여하면서 미국 정부의 허가도 받아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한국전력은 이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UAE원전수출관련협약’, ‘라이센싱서포트합의’에서 "APR1400 등은 컴버스천엔지니어링이 한국수력원자력에 준 기술 등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재차 확인해주었다고 한다.안타깝지만 이것이 한국 원전산업의 현 주소이다. 이번 폴란드 수주전에서 한국의 원전산업이 저가의 시공사로서 웨스팅하우스의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으로 막을 내릴지, 독자적인 수출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필자는 그동안 한국 원전산업의 활로는 안전 운영 기술 확보와 폐로에 있음을 권고해 왔다.※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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