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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현실성 없는 건물 에너지 정책

우리나라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사용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모든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총량과 건물의 단위면적당 에너지사용량이 전년에 비해 각각 5.9%, 2.7% 증가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준시점인 2018년의 최대치에 비해 적지만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해 에너지절감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국토부는 지적했다. 국토부는 건물 에너지 사용량 증가의 원인으로 건물 신축에 따른 연면적 증가로 인한 냉방 및 난방 수요를 의미하는 냉난방도일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늘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국토부가 발표한 이유는 우리나라 건물 부문 에너지정책의 숨은 이슈들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물과 도로, 자동차 등 교통 부문의 에너지정책은 국토부가 주관하며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이를 바탕으로 통합해 정책을 발표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주거용, 상업용, 산업체 공장 등 모든 건물의 에너지 등급 기준과 건설방식, 자동차, 비행기, 선박 등의 연비 기준, 연료 기준 등은 국토부가 주관한다. 21세기 들어 지난 20여 년 동안 국토부의 건물 부문 정책은 대부분 스마트시티, 유비쿼터스 도시(U-city), 혁신도시 등 첨단 ICT 기술을 접목한 도시 개발에 중점을 두어왔다.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 과제로 부산과 세종시에 추진한 스마트시티가 대표적이다. 환경친화적 도시, 에너지 자급 도시 등은 주요 과제에 들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정책인 재생에너지 조차 스마트시티 선정 과정에서 주요 변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동안 나타난 건물 부문, 특히 주거용 에너지사용 패턴의 변화는 국토부의 정책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먼저 난방을 전기로 하는 건물이 많이 늘어나면서 건물 부문에서 천연가스 비중보다 전력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1인 가구의 증가다. 어느 새 20%를 훌쩍 넘어버린 1인 가구는 그야말로 냉방과 난방을 팡팡 틀어놓고 지낸다. 일반 가정과 상업용 건물 및 산업용 공장에서 온난화로 인해 냉방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은 예견된 상황이었다. 그러니 냉난방도일이 늘어난 것, 즉 지구온난화의 진행으로 인해 건물 부문의 에너지사용량이 증가했다고 에너지사용량의 증가 이유를 발표한 것은 그동안의 건물 에너지 관련 대책이 효과적이지 못했음을 실토한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최첨단 ICT 기술과 최첨단 건설기술로 지은 신축 건물들이 에너지효율 측면에서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한 것이다. 국토부의 분석은 건물 부문의 구조적인 문제도 비켜갔다. 지금 새로 짓는 건물들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시점까지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처음 건물을 지을 때부터 기후변화대응 신기술이 미래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여유를 두고 건설하지 않으면 결국 2050년 근처에 가면 현재의 건물들은 온실가스 저감 대책이 충분히 있어도 설치할 수 없는, 그래서 수명이 남아 있는데도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하는 좌초자산(stranded asset)이 되고 만다. 그리고 그 부담은 모두 건물주와 국민에게 돌아간다. 많이 양보해 세계 모두의 동의 아래 2050년 기준시점을 그 이후로 늦춘다고 해도 이 문제는 그대로다. 건물의 수명이 30년 이상으로 길기 때문이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가장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우리나라의 에너지사용량과 국민총생산과의 관계가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뒤집혔다는 점이다. 20세기 후반 고도 경제성장 기간에는 에너지사용량이 늘어나면 GDP가 성장하는 구조였다. 즉, 주로 산업부문이 에너지를 사용해 생산을 늘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형태였다. 이 시기에는 따라서 저렴하게 에너지를 공급해 경제성장을 이끄는 것이 적절한 정책이었으며 에너지절약 정책은 오히려 경제성장에 해가 되니 앞세울 만하지 않았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그 인과관계가 역전됐다. 이제는 에너지사용이 늘어도 경제성장을 유인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고 오히려 경제성장 덕분에 에너지사용량이 늘어나는 인과관계가 주가 되었다. 즉, 부자가 되었기에 에너지를 더 쓰는, 자동차 하나 더 사고, 냉장고도, 에어컨도 더 설치하고…. 이런 변화가 문제라는 것이 당연히 아니다. 선진국들은 모두 이러니까.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로 선진국들은 에너지 가격을 높이고 에너지절약을 유도하는 정책을 강력히 시행한다. 이제는 에너지절약을 해도 경제성장에 큰 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통계치를 발표하면서 국가 건물 에너지사용량 자료와 분석이 탄소중립 달성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통계자료이며 에너지 정책 수립 방향의 근간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당장 건물 부문의 에너지절약을 강화하는 정책을 발표해야 할 것이다. 건물에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국민과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생활방식이 변했는 데도 현실에 맞춰 정책 기조를 변경하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기 때문이다.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한국에너지법연구소 소장

[EE칼럼]에너지 안보,근본 해법은 다변화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줬다. 에너지 안보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고전적 경구는 윈스터 처칠 총리의 영국 의회 연설이다. 36세에 해군 장관에 부임한 처칠은 대영제국 해군의 전투함 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다. 기동력과 전투력이 크게 향상됐지만 문제는 석유를 어디서 구하느냐였다. 영국에는 석탄이 풍부해서 공급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석유는 달랐다. 당시 영국은 석유를 주로 이란에서 조달했는데 이에 따른 문제점을 의원들이 지적하자 이에 대한 대답으로 처칠은 석유공급의 다변화를 강조했다. 1913년 7월 의회 연설에서 처칠은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원유 타입, 하나의 생산과정, 하나의 국가, 하나의 수입 루트, 하나의 유전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석유공급의 안정성과 확실성을 보장하는 것은 오직 공급의 다변화다"라고 강조했다. 이 말은 에너지 안보에서 위험 분산의 개념을 일깨운 고전적인 명문이다. 다니엘 예르긴(Daniel Yergin)은 그의 저서 ‘The Quest’에서 구소련에서 독립한 아제르바이잔의 석유 파이프라인 건설 비화를 소개했다. 아제르바이잔은 내해인 카스피해의 바쿠 유전에서 지중해로 연결되는 흑해까지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기로 한다. 문제는 노선이었다. 북쪽의 러시아를 경유해 ‘노보로시스크항으로 연결되는 노선과 서쪽의 조지아를 거쳐 숩사항으로 연결되는 노선 중 선택해야 했다. 바쿠∼노보로시스크 노선은 건설이 용이한 평야지역을 거치지만 길게 우회해야 했고 바쿠∼숩사 노선은 길이는 짧지만 코카서스 산맥을 넘어가야 하는 험난한 루트였다. 게다가 러시아의 눈치도 봐야하고 조지아의 협력도 필요했다. 몇 달을 토론하고 격론도 거쳤다. 결국 아제르바이잔은 두 노선을 모두 건설하기로 결론을 내린다. 중복처럼 보이지만 루트를 다변화해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에너지원을 다변화해 위험을 분산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의 기본이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경구처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위험을 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에너지협의회(WEC)가 발표한 전 세계 92개국의 에너지 안보 순위에서 한국은 82위로 거의 꼴찌 수준이다. 우리보다 에너지 안보 순위가 낮은 나라는 섬나라 몇 개 밖에 없다. 자체적으로 보유한 1차 에너지도 거의 없고 전력망이나 가스 파이프라인도 다른 나라와 연결돼 있지 않은 독립계통이다. 자랑할 것 이라고는 발전설비, 정유공장, 천연가스 인프라 정도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석유, 석탄, 원자력, 천연가스, 신재생 등으로 구성된 우리의 에너지 믹스를 균형 있게 유지해야 한다. 변화를 꾀하더라도 과속은 금물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탈 원전 정책이 그 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8∼2022년 동안 탈 원전정책은 총 25조8000억원의 전력구입비용을 증가시켰다고 발표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는 탈 원전정책이 2017∼2022년 동안 총 22조9000억원의 비용을 유발했고 2030년까지 이에 더해 24조5000억원의 비용을 증가시켜 총 47조4000억원의 비용이 추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의 탈 탄소 속도도 너무 빠르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에서 전력수급기본계획,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등 정부의 주요 계획을 모두 온실가스 중장기 감축목표인 40% 감축과 연동되도록 했다.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발전설비를 계획해야 한다는 말이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석탄발전소 비중을 대폭 줄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LNG 발전소 부지확보는 지지부진하다. LNG 발전의 비중은 더 큰 문제다. 2036년의 LNG 발전설비는 원전과 석탄발전 용량보다도 큰 64.6GW(27.0%)로 계획하고 발전량은 겨우 62.3TWh(9.3%)로 잡았다. 그 결과 LNG 발전소의 이용률은 11%에 불과하다. 이 정도로는 LNG 발전소의 경제성은 없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목표다. 에너지원 다변화의 균형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는 추구하기 어렵다. 복잡한 말이 아니다. 단순한 팩트다.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후쿠시마 괴담 점입가경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사실과 과학에 기반해야 할 논란이 자칫 상상과 공포를 조장하는 괴담으로 변질돼 과거 광우병 사태처럼 불신과 분열의 상처를 남기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일본 정부는 현재 보관 중인 오염수 133만 톤을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여과한 후 400배 정도로 희석한 뒤 해저터널을 통해 1㎞ 앞 태평양에 30년에 걸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방류 계획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안전성을 인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방류수 명칭부터 진영 논리로 대립 중이다. 한쪽에서는 ALPS로 여과했다는 점을 들어 ‘처리수’라고 하고, 다른 쪽에선 ALPS로 여과를 해도 삼중수소를 비롯한 몇 몇 방사성 물질은 여전히 남는다는 이유로 ‘오염수’라고 부른다. 어떤 명칭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이미 결론을 내려놓은 셈이다. 필자는 ALPS로 여과해 방출한다는 가치중립적 의미로 ‘여과방출수’라고 부르겠다. 양측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와 과학 지식을 동원해 완전히 상반된 주장을 편다. "ALPS로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 등 일부 방사능물질은 여과방출수와 함께 방류돼 해양생태계를 오염시켜 국민건강과 안전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는 주장과 "해양생태계에 축적되는 방사능물질이 너무 적어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으로 맞선다. 양측 모두 ALPS로 제거할 수 없는 방사능물질은 바닷물에 방류돼 해양생태계에 축적된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그렇다면 논쟁의 핵심은 축적된 방사능물질로 수산물이 오염되느냐의 문제와 오염된다면 국민건강을 해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축약된다. 먼저 여과방출수의 위험성이 과장됐다고 주장하는 측의 대표적 학자인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여과방출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1500베크렐(Bq)인데, 이것을 그냥 마신다고 가정할 때 예상되는 피폭량은 같은 양의 이온 음료 안에 있는 칼륨에 의한 피폭량과 같다고 주장한다. 방사성 탄소의 농도도 생선이나 고기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농도보다 높지 않고, 뼈에 달라붙어 위험하다는 방사성 스트론튬의 양도 여과방출수 L당 30Bq인데 이 물 1L를 마실 때 피폭량은 바나나 8개를 먹을 때와 같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정교수는 여과방출수에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에 의한 피폭량과 평소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피폭량을 숫자로 비교함으로써, 여과방출수의 위험성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사실을 쉽게 설명한다. 따라서 일반인 입장에서는 정교수가 숫자로 제시한 여과방출수 안에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의 농도와 식품 섭취에 의한 피폭량의 진위 여부만 따지면 끝날 논쟁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과방류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대표적 학자인 서균열 서울대 명예교수는 "삼중수소가 몸에 들어오면 문제다. 5년, 10년 후 혈액암의 원인이 된다. ALPS는 2류 기술이다"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우리 몸속으로 들어올 삼중수소 농도와 혈액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 간의 상관관계 그리고 일본 ALPS가 2류 기술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다. 아쉽게도 서 교수는 객관적 증거 대신 "일본이 예상 피해를 축소하고 정보를 주지 않는다.일본은 못 믿을 나라다"라는 식의 일방적 주장을 펴고 있다. 이렇다 보니 괴담 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국민건강과 식탁안전을 고려해 최대한 검증하고 조심하자는 취지를 괴담으로 치부한다"며 유감을 표한다. 하지만 위험을 부풀려 조심의 단계를 넘어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문제다. 유 교수는 유감을 표하기에 앞서 정 교수가 제시한 수치부터 과학적 근거를 들어 반박해야 옳다. 괴담의 위력은 이성이 작동되지 않는 탈 진실의 공간에서 작동된다. 여기서는 거짓일수록 환영받고, 대담한 거짓말쟁이일수록 영웅 취급을 받는다. 마크 트웨인은 "진실이 신발을 신을 때, 거짓은 지구 반 바퀴를 돈다"고 했다. 거짓이 권위를 입으면 확산 속도는 더 빨라진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 과학자라는 권위를 타고 퍼지는 ‘후쿠시마 논쟁’이 걱정되는 이유다.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초고령 시대,간병·돌봄인력 확충 서둘러야

방준석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대한약국학회 회장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세계적으로 웰빙과 삶의 질,그리고 건강수명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이 가운데 건강수명은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나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평균 83.5세(남자 80.5세, 여자 86.5세)지만 건강수명은 66.3세에 그친다. 남자는 14년,여자는 20년을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말년을 보내는 현실이다. 인체는 34세, 60세, 78세 전후에 급속히 노화가 진행되는 데 50대부터 사망률이 갑자기 높아지다가 80대에 최고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한국인의 1인당 평균 외래진료 횟수는 14.7회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1위, 재원일수는 19.1일로 2위다. 여기에 고령인구의 증가세까지 고려하면 의료자원 확충과 의료비 절감은 물론 ‘노인돌봄’ 문제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준비할 과제다. 우리나라의 노인복지제도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가 건강보험공단 주관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인 생활빈곤자에게 제공되는데, 먼저 건보공단에서 등급을 인정받아야 한다. 두번째는 지자체가 제공하는 노인맞춤 돌봄 서비스로 65세 이상이면서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기초연금수급자 등 재산여건에 따라 차등을 둔다. 중복수혜가 불가하기 때문에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라면 비록 기초수급자라도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셋째는 국민연금공단이 제공하는 장애인활동 지원서비스다. 장애정도를 바탕으로 19세 이상이면 노인이 아니라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65세가 되면 혜택이 종료되며 무조건 노인장기요양보험서비스로 이관된다. 이 제도는 고령자를 위한 이중삼중의 보호막이 아닌 선별적 혜택으로 최소한의 공적부조 성격이다. 빠른 고령화 때문에 이 제도의 지속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특히 젊을 때 평균소득층으로 분류된 이들의 노후 돌봄은 상대적으로 국가지원상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현행 연금제도와 사회보장제도의 문제점은 젊을 때 시작된 수혜의 불평등성이 노년이 돼서는 더 심화되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노인 돌봄 패러다임이 이전 요양원과 요양병원 모델에서 다르게 변하고 있다. 2017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57.6%가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어하지만 별 수 없이 병원·시설에서 지내며, 재가 서비스 제공이 불충분해 가족이 부담을 떠안고 있었다. 이에 돌봄 불안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도록 주거·의료·요양·돌봄 서비스 개선 정책으로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 이른바 ’노인커뮤니티케어’ 정책이 2018년 11월에 발표됐다. 추진 로드맵과 함께 주거, 건강·의료, 요양·돌봄, 서비스 통합 제공 등 중점 과제가 제시됐고 이듬해 6월부터 2년간 16개 시·군·구에서 모형도출을 위한 선도사업을 시행했다. 2025년 돌봄 제공 기반 구축을 완성하며 중점 과제로 △주거지원 인프라 확충 △방문건강 및 방문의료 △재가 돌봄 및 장기요양 △서비스연계를 위한 지역 자율형 전달체계 구축 등이 제시됐다. 하지만 선행사업 성과와 정책방향을 뜯어보면 지역사회 여건에 적합한 모형의 도출보다는 대부분 시설 확충과 시스템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매년 수십 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정책인데도 현실성과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다. 초고령사회를 위한 연금제도의 개혁도 미진하다. 국가와 가계 부채는 늘고 있고 세수는 부족하다. 노인의료를 위한 원격의료나 돌봄 인력 확충에 필요한 의료법 및 간호사법의 제·개정은 본질보다는 직역간 다툼과 정쟁으로 변질되며 돌봄 정책이 자칫 고비용구조로 왜곡될 수 있다. 커뮤니티 케어 도입 전이라도 최소생계비 보장, 장애인 및 빈곤자를 위한 공적지원 확대, 대소변 처리와 목욕 같은 위생관리, 만성질환 지속관리를 진행하자. 노인을 위한 간병과 돌봄 인력 확보를 서두르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세대에 전가될 것이다.방준석 숙대 약대 교수 방준석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대한약국학회 회장

[EE칼럼]글로벌 중추국가에 걸맞은 기후외교 펼쳐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가치연대의 중요성과 함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세 가지 분야를 강조했다. 보건과 IT 그리고 그린ODA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강조했듯이 기후변화 문제는 환경의 문제를 넘어 정치의 문제이자 경제의 문제다.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시장과 일자리가 생기고 있다. 다양한 국제표준들을 자국 중심으로 만들고자 하는 국가들의 경쟁은 총성 없는 전쟁과 같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구조로 인해 글로벌 중추국가에 걸맞은 야심찬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국내에서만 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파리협정을 활용해 해외에서 국가 간 협력의 틀을 활용해 온실가스 감축결과(ITMOs)를 확보해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활용해야 한다. 문제는 갈수록 협력 대상국을 선정하고 대규모 ITMOs를 국내로 이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다. 전략적인 기후변화 외교의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사실, 개도국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국가 중 하나인 우리나라와 기후변화 협력을 통해 얻기를 원하는 것은 ITMOs를 상품과 같이 일정 가격으로 우리에게 판매하고 수익금을 얻는 것 이상이다. 개인적으로 깊이 관여였던 한·가봉 간의 기후변화 협력이 좋은 예다. 지난해 말 방한해 기후변화 협력협정에 가서명을 한 가봉 외교장관은 가봉이 우리와 기후변화 협력을 통해 얻기를 원하는 것은 우리가 가진 고도의 인프라 건설 역량과 다양한 기술력을 전수받아서 가봉도 우리와 같이 단기간에 선진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자국의 최고 수준의 산림관리를 통해 발생한 ITMOs를 우리에게 이전해 줄 수 있다고도 했다. 산림녹화·중화학 공업 활성화를 통해 최단기간 내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의 노하우에 바탕을 둔 기후변화 기술과 산업에 대한 협력 역량은 대한민국만이 갖고 있는 최고의 자산이다. ODA와 함께 다른 형태의 재원도 같이 활용해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우면서 우리 민간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ITMOs를 확보하는 것이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전략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파리협정에 따른 절차와 기준을 지키는 범위에서 개도국과의 협력의 틀과 내용에 대한 다양한 포뮬라를 만들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고안해야 한다. 너무나도 일반적인 현재의 포괄적 기후변화 협력협정의 고도화 작업도 이뤄야 한다. 이러한 고도와 작업은 윤석열 정부가 중요하게 추진하는 인·태전략, 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 등 소다자 회의에서의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 외교는 선진국과의 신 산업 협력 차원에서도 진행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모두 이들의 중요한 기후변화 정책이다. 국내 기후산업을 부흥하고 자국 표준을 세계화하기 위해 미국은 보조금 정책을, EU는 탄소가격정책을 활용하는 것일 뿐이다.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외교 전략은 가치와 안보동맹에 기초하면서 기후변화 통상국가로서 기후변화 기술과 자본시장에 대한 선진국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어야 한다. 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우리 기업의 투자를 ITMOs 활용과 연계하는 최고급 정상 차원의 외교 전략 개발도 구상해 볼 수 있다.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우리의 기후변화 외교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녹색기후기금(GCF)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우리의 기후변화 협력 메커니즘의 세계 표준화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우리가 주도해 설립한 GGGI를 잘 활용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부터 잃어버린 우리의 유일한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 다른 선진국들의 입맛에 맞게 설정된 프로그램 위주의 국제기구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적 조력이 아닌, 우리의 가치와 표준이 국제사회를 위해서 활용될 수 있도록 협력과 감시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우리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전략적인 기후변화 외교정책 추진이 절실한 때다.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김성우 칼럼] 탄소감축,이제는 기업 생존의 문제다

1992년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이후 국제사회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왔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원인인 탄소배출의 감축이 충분하지 못해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매년 최고 신기록을 세우며 지구촌의 극단적 이상 기후는 갈 수록 심화하고 있다. 탄소배출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세계적 공통이익 보다는 자국의 개별이익을 앞세우고,장기적 효용 보다는 단기적 혜택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통상정책과 탄소배출을 연계하는 조치들이 본격화되면서 산업육성 측면에서 자국의 개별이익에 부합하면서도 탄소감축 측면에서 세계적 공통이익에 기여하는 정책들이 최근 구체화 되기 시작해 과거와는 다른 결과가 기대된다. 이런 기후-통상 연계는 최근 미국과 EU의 티키타카(긴밀한 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지난 3월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가 미국산 철강 및 부품 사용할 경우 IRA 보조금 10%를 추가로 지급하는 하위규정을 발표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EU는 지난 2월 그린딜 산업계획을 발표한 후 보조금 확대 및 탄소중립 산업육성 등을 위한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 탄소중립산업법, 핵심원자재법 초안을 공개하고 입법절차에 들어갔다. 이는 탄소배출 감축과 관련된 투자프로젝트를 정부가 강력하게 지원함으로써 탄소갑축산업의 해외유출(Netzero Leakage)을 막고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공방이다.이런 가운데 올해 입법절차를 마친 EU의 탄소국경조정제(CBAM)도 오는 10월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CBAM은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 수입시 국경에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관련해 미·EU 무역기술위원회는 지난 3월 ‘지속가능한 철강과 알루미늄을 위한 국제 협정’을 발표하고 오는 10월 협상 결과물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는 EU CBAM과 유사한 조치를 미국을 포함한 소수 국가 그룹들이 함께 추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을 EU 및 미국 등 소수 국가그룹에서 수입할 경우 국경에서 탄소가격을 부과해 탄소배출산업의 해외유출(Carbon Leakage)을 막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기후-통상 연계 효과는 이미 부분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비영리단체(Climate Power)에 따르면 IRA 발효 후 6개월간 전세계 회사들이 31개 주에 걸쳐 약 900억 달러 규모의 청정에너지 투자 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했다. EU도 IRA에 대응하는 그린딜 산업계획과 더불어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퇴출 등의 강력한 탄소중립 이행정책에 힘 입어 대만 배터리 제조기업 프롤로지움(Prologium)은 지난 12일 프랑스에 52억유로 규모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또 다른 배터리 제조사인 스웨덴 노스볼트(Northvolt)는 IRA로 인해 새로운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독일 투자로 선회한다고 발표했다.이 같은 글로벌 흐름속에서 우리 기업은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통상에 기후가 연계되면서 원산지증명이라는 기존 기준에 탄소배출량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프랑스가 이번 달 발표한 녹색산업법안에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으로 제조국 전력의 탄소배출량, 부품의 탄소배출량, 재활용비율을 포함하고 있어 화석연료 비중이 높은 전기를 사용해서 전기차를 제조하거나 탄소배출량이 많은 부품을 사용하는 전기차는 보조금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전기차에 사용될 철강도 탄소배출이 적어야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이미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그린수소 환원철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28개 진행 중이다. 이는 연간 6000만톤의 저탄소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 전기차도 팔아야 하고 냉연 강판(자동차용 철강)도 팔아야 한다. 이제는 원가절감이나 규제대응 측면에서의 탄소감축이라기 보다는 기업 제품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차원에서 탄소감축을 고민해야 한다. 한마디로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통상 연계 대상 제품이 전기차나 철강을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 및 소재로 확대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이상호 칼럼] 유엔군사령부 중요성 제대로 알자

6·25 한국전쟁은 신생 대한민국이 세계 지도에서 지워질 뻔 했던 비극적인 사변이다. 국가가 사라질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대비가 부족했던 한국군은 속수무책 무너졌다. 북한군은 불과 4일 만에 서울을 점령했고, 대한민국 정부와 군은 기약 없는 후퇴를 계속했다. 이대로라면 한국군은 결국 와해됐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기적적으로 뒤바꾼 것은 유엔(UN)군의 참전이다. 유엔군은 1950년 7월 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84호에 의거, 북한에게 불법 기습 침략 당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결성된 최초의 국제연합 군대다. 이를 지휘할 유엔군사령부(UNC)는 북한의 무력 공격 격퇴와 국제평화 회복을 목표로 그 해 7월24일에 창설됐다. 총 16개국의 군대가 참전하고 세계 53개국이 각종 지원을 제공했으며 연 인원 194만849명이 종군했다. 유엔군의 피해는 막심했다. 1129일간의 전쟁 기간에 사망 4만 1000여명, 부상 10만5000명,실종 5500명 등 모두 15만여 명이 희생됐다. 이때 유엔군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유 대한민국은 우리 국민이 피땀 흘려 절치부심해 이룬 기적이다. 그러나 오늘의 선진 대한민국은 바로 낙후된 변방의 작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장렬히 산화한 수많은 외국 젊은이의 희생이 바탕이 됐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지금 누리는 자유와 번영이 우리의 노력으로 얻는 성과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유엔군의 참전이 없었다면 이런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그래서 주한 유엔군사령부도 아직 작전 중이다. 평화 시에는 북한과 정전협정을 관리하지만, 다시 전쟁이 발발하면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참전국이 채택한 ‘워싱턴 선언’에 따라 자동으로 참전하게 된다. 유엔군사령부는 한미동맹과 주한미군·한미연합사령부와 함께 한국을 최전선에서 지키고 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북한과 중국을 포함한 공산권, 그리고 국내 일부 정치세력이 유엔사를 폄훼해 왔다. 이들은 유엔사가 한국 영토에서 정부의 허가 없이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북한의 도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을 거듭하며 한국 내 여론 분열을 조장한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부의 유엔사 해체 시도는 구체적이고 집요했다. 실체가 없는 북한 비핵화를 내세워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추진하며 유엔사의 존재 가치를 부정했다. 2019년 11월에는 탈북 어민을 강제북송하는 과정에서 판문점 출입을 관할하는 유엔사에 관련 상황을 일부러 통보하지 않아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런 허위 사실 유포와 무력화 시도 이유는 유엔사에 대한 한국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켜 사령부 폐쇄와 잔존 유엔군 병력의 철수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유엔사 철수 이후 제2차 한국전쟁이 발발하면 더 이상 유엔군의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위해 한국 국민을 선동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과거 좌파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축소된 유엔사 역할을 강화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국방부는 올 하반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와 서울안보대화 시점에 맞춰 처음으로 유엔사 회원국 국방 장관과의 다자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민간 차원에서는 국민에게 유엔사의 중요성을 알리는 노력도 한다. 한국 국방부 장관과 주한미군 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 유엔군 파병 국가 대사들이 참여한 한국-유엔사친선협회(KUFA)가 지난 16일에 정식 출범했다. KUFA는 유엔사의 역할을 홍보하고 상호 교류·협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무관심과 폄훼의 대상이었던 유엔사의 전정한 위상과 기여를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기 위한 민간 차원의 노력은 꼭 필요한 값진 시도이다. 한국전 유엔군 참전국은 여전히 자유 한국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 공갈,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대만 침공 논쟁 등 급변하는 국제상황에서 이런 든든한 친구가 대한민국과 함께하고 있어서 다행이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EE칼럼]지금이 전기요금 정상화

사람이 어려운 일이 있거나 간절하게 원할 때면 무엇인가에 기도하거나 주문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풀 버전은 아브라카다브라 알라카잠(Abracadabra Alakazam)이라고 한다. 그 의미는 ‘말한 대로 이루어지리다’라는 뜻으로 우리식으로는 ‘수리수리 마수리’ 쯤 된다. 어원은 명확하지는 않으나 아랍어로 된 문장 ‘Abhra Ke-dhabhra’(말한 대로 이루리라), 또는 ‘Abhdda Ke-dhabhra’(말한 대로 되었다)에서 유래했으리라는 추측이 가장 일반적이다. 지금의 에너지 문제를 둘러싸고 국가적으로 가장 간절한 주문은 아마도 전력요금이나 가스요금 인상을 원하는 한국 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일 것이다. 물론 그 반대는 산업계와 가정 등의 에너지소비자다. 경제학에서 시장의 원리에 기반해 모든 것이 잘 이루어 질 때를 시장이 균형을 이룬다고 한다. 즉 수요자와 공급자가 서로 만족하는 가격에서 합의를 이룰 때 이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때 시장실패나 정부실패가 발생하는데 정보가 비대칭이거나, 공공재의 비극처럼 소유권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경우, 그리고 외부비경제가 있거나 공공서비스 공급의 독점성으로 경쟁이 결여되는 경우에 나타난다고 한다. 한국의 전력가격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정부가 개입하면서 오랫동안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원가인 연료비가 오르면 이것을 전력 가격에 반영해야 하는 데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약간의 시도가 있었던 것이 몇 년전에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다. 그러나 이마저도 상한과 하한을 둠으로써 모양만 갖추는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 전력가격의 상승과 관련해 한전부채, 물가 상승 등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매우 불편한, 아니 심각한 진실이 있다는 것은 잘 모른다. 그것은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32조6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액에 12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당초 올 상반기 적자 예상액 10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한전은 한 달에 네 차례에 걸쳐 정산을 하는데 발전사로부터 구매한 전기에 대해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런 사정이다 보니 돈이 없다. 돈을 마련하는 방안은 채권을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 대출금리가 회사채 발행금리보다 높으니 이 것은 손해다. 한전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낫다. 그래서 2023년 3월 말 기준 채권 발행 잔액이 68조300억원으로 1년 전 39조6200억원에 비해 무려 72%나 증가했다. 정부는 적자를 돕겠다는 듯 한전법을 개정해 한전채 발행 한도(자본금과 적립금) 규모를 2배에서 5배, 산자부장관이 인정하면 6배까지 가능도록 했다. ‘병주고 약주는 셈’인데 병이 더 깊어질 수 있는 것은 모르고 하는 것이다. 이미 금융 시장에서는 한전으로 투자가 몰리면서 신용등급 A급 이하 회사채와 같은 경우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지고 있지만 자금도 잘 안 모이고 정부 보증의 한전으로 모이고 있으니 기업의 자금 순환이 어려워지고 있다. 경제는 흐름인데 돈의 흐름이 막히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은행 수신금리를 올리게 되고 여신금리도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전력요금 억제가 금리인상과 연계된 막대한 비용부담은 고려되었는지 모르겠다. 세상이치가 항상 물 흐르듯이 흘러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 법이다. 몇 십 년 동안 억제해 온 전력 요금 시스템을 이제는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 바로 원가에 맞춰 요금도 연동하도록 시장원리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래야 최고의 공기업도 살고, 경제도 산다. 더 이상 늦으면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널 수 있다. 전기요금의 아브라카다브라. 이렇게 되도록 ‘수리수리 마수리’를 수 만 번 외치고 싶다.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슈&인사이트]분쟁 부르는 공사비 검증제도

최근 철근 등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기존에 약정한 공사비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게 된 상황에 처한 시공사들이 시행자인 조합측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발해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 정비사업지 곳곳에서는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비사업 조합들은 조합원들의 분담금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무턱대고 공사비의 증액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시공사들은 종종 실제 물가상승분을 넘는 공사비를 증액하려는 시도를 하고, 최근에는 시멘트·철근 등 자재가격 상승을 핑계로 과도하게 공사비를 부풀리는 행태도 보이고 있다.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것인지는 몰라도 한 건설사에서는 설계와 다르게 철근을 빼먹은 사례까지 드러났다. 그러나 정비사업조합은 시공사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공사중단 또는 입주방해 등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미루다가 입주가 닥쳐서야 급히 총회를 열어 공사비 증액과 추가분담금 문제를 논의하다 조합 내부 분쟁으로 이어지고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정비법 제29조의 2에서는 시공사와 조합사이의 공사비 증액에 관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공사비 검증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공사비 검증은 국토교통부 고시로 마련한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기준에 따라 한국부동산원에서 진행한다. 문제는 시공사가 공사비 검증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검증결과에 따라 공사비가 조정된 사례도 확인할 수 없어 실효성 없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는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실 발표에 따르면 이 법에 따라 공사비 검증을 신청한 정비사업장은 2022년 기준 32곳이다. 이는 최초 공사비 검증제도를 도입한 2019년 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실제 공사비 검증 결과에 따라 공사비 조정이 이뤄졌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홍 의원은 지난 9일 공사비 검증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내용을 담은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사비 검증결과를 조합원 총회에 공개하고, 공사비 변경계약 때는 검증 결과를 반영했는지 여부와 반영 범위를 의결하도록 하는 한편 공사비 검증의 반영결과를 한국부동산원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했다. 그러나 공사비 검증결과를 반영했는 지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 만으로 과연 공사비 검증 제도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사비 검증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시공사는 극단적으로 그들이 주장하는 추가공사비의 지급을 받을 때까지 조합원 또는 일반분양자들의 입주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법원의 판결에도 추가공사비를 내지 않은 세대의 입주를 방해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검증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먼저 공사비 검증 결과를 반영하거나 검증 결과를 조정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또 시공사가 공사비 미지급에 불만을 품고 입주를 방해하는 경우 이를 강력히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입주를 위해 종전 거주지를 정리하고 이사하는 조합원과 일반분양자들의 경우 분쟁의 해결때까지 말 그대로 길바닥에 나 앉는 상황에 처해 시공사의 주장이 부당하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추가공사비를 지급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시공사는 자체적으로도 충분히 정당한 공사비를 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정비사업조합은 공사비가 정당한지 판단할 수 있는 자체적인 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공사비 검증의 결과를 반영하는 제도에 더해 시공사가 정당한 범위를 넘는 추가공사비 요구를 하면서 입주를 방해하는 경우 대표자의 형사처벌, 건설업 면허의 박탈, 입찰참여제한조치 등의 추가적인 제재수단의 도입이 필요하다. 물가상승으로 인해 고통받는 건설업계가 정당한 공사비 검증을 통해 적정하게 산정된 공사비를 지급받을 수 있고, 정비사업조합도 적정하게 산정된 공사비만을 지급해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

[EE칼럼]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원칙적인 접근 필요하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인 NDC가 확정된 이후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수립과 유상할당 계획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배출권 유상할당 계획은 2030년까지의 연도별 온실가스 감축량 결정과 산업계 경쟁력 확보,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여타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따라서 유상할당 계획이 확정되기 전 수립 논의과정에서 전해들은 몇 가지 주장에 대해 팩트체크 차원에서 글을 쓰고자 한다.주장1. 시장예비분이 증가하는 만큼 유상할당을 확대해야 한다. 주장1은 시장안정화와 유동성 관리를 위한 배출권 예비분 물량이 배출상한총량(cap) 외부에 있기 때문에 이를 총량 내부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예비분 물량까지 더하여 배출하면 NDC 감축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유럽 배출권거래제인 EU ETS에서도 예비분은 총량 내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일견 그럴듯한 주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EU ETS에서는 애초에 배출권이 과다할당 됐고, 또 우리나라와 같은 과도한 이월제한이 없다 보니 시장에서 나온 과잉공급 물량을 흡수한다는 차원에서 시장예비분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제도적 배경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주장2. 수정 NDC에서 국제감축분이 늘어난 만큼 전환이나 산업부문에서 무상할당을 줄이고 유상할당을 늘려야 한다. 주장2는 애초에 국제감축을 확대한 이번 수정계획 자체의 근본적인 의도를 파악하지 않은 주장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발표한 국제감축분은 우리나라 NDC 이행계획에서 일종의 조커라고 보면 된다. 국내 감축량은 이에 근거해 유상할당 계획이 엄격하게 집행되는 반면 국제감축은 우리의 감축노력에 비례하는 것이며 그 달성 여부는 타 부문별 감축계획에 비해 불확실하다. 이는 미국이나 EU 등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파리협정이 표방하는 NDC의 기본 취지 자체가 각국의 감축노력을 존중하는 데 있지 패널티를 주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국제감축 물량만큼 무상할당에서 깎겠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엄격성을 유지하려는 주장은 기후변화 경제학 분야에서 평생 연구해온 필자 입장에서도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국제감축한 만큼 산업이나 전환부문에서 배출권을 유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2는 마치 이런 주장과 같다. ‘회사에서 연봉을 못 올려주는 대신에 인센티브로 1000만원 지급하겠습니다. 따라서 1000만원 받은 만큼 연봉을 줄이겠습니다.’ 이게 말이 되는 논리인지는 독자들께서 판단해주시길 바란다.주장3.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는 국가배출의 70%를 차지하는데도 배출권을 통한 감축이 국가 전체 감축량의 약 50%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더 높은 수준으로 배출권 유상할당이 이뤄져 한다. 국가 배출량이 100이라고 하자.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는 이의 70%인 70을 관리한다. 70을 배출하는 부문에서 NDC의 40%만큼 감축하면 28이 줄게 된다. 그런데 주장3의 내용은 이렇다. 배출권의 기여로 28만큼 준 게 아니고, 28에서 배출권의 관리비중 70%를 곱해 약 20만큼 줄이는, 즉 NDC인 40의 절반만 줄이는 효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유상할당을 더 강력한 방식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다시 연결된다. 주장3 역시 어떤 논리에서 나온 셈법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배출권 관리대상 부문에서 감축한 28은 절대적 수치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 관리대상 이외 부문까지 더한 총 비중을 곱해서 만든 20은 허구적 수치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는 전체 배출량의 약 40%에 해당하는 EU 보다 대상 업종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배출권 유상할당이나 무상할당 계획은 합리적인 정책 논리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논의 과정에서 폐쇄성은 우리가 정작 벤치마킹하는 EU나 캘리포니아 배출권거래제 등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관련한 대부분의 논쟁적 이슈나 토의 과정 등 관련 정보는 공개되기 때문이다. 이번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부터 이제 우리의 국격에 맞춰 진행하길 바란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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