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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인 NDC가 확정된 이후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수립과 유상할당 계획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배출권 유상할당 계획은 2030년까지의 연도별 온실가스 감축량 결정과 산업계 경쟁력 확보,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여타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따라서 유상할당 계획이 확정되기 전 수립 논의과정에서 전해들은 몇 가지 주장에 대해 팩트체크 차원에서 글을 쓰고자 한다.
주장1. 시장예비분이 증가하는 만큼 유상할당을 확대해야 한다. 주장1은 시장안정화와 유동성 관리를 위한 배출권 예비분 물량이 배출상한총량(cap) 외부에 있기 때문에 이를 총량 내부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예비분 물량까지 더하여 배출하면 NDC 감축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유럽 배출권거래제인 EU ETS에서도 예비분은 총량 내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일견 그럴듯한 주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EU ETS에서는 애초에 배출권이 과다할당 됐고, 또 우리나라와 같은 과도한 이월제한이 없다 보니 시장에서 나온 과잉공급 물량을 흡수한다는 차원에서 시장예비분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제도적 배경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주장2. 수정 NDC에서 국제감축분이 늘어난 만큼 전환이나 산업부문에서 무상할당을 줄이고 유상할당을 늘려야 한다. 주장2는 애초에 국제감축을 확대한 이번 수정계획 자체의 근본적인 의도를 파악하지 않은 주장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발표한 국제감축분은 우리나라 NDC 이행계획에서 일종의 조커라고 보면 된다. 국내 감축량은 이에 근거해 유상할당 계획이 엄격하게 집행되는 반면 국제감축은 우리의 감축노력에 비례하는 것이며 그 달성 여부는 타 부문별 감축계획에 비해 불확실하다. 이는 미국이나 EU 등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파리협정이 표방하는 NDC의 기본 취지 자체가 각국의 감축노력을 존중하는 데 있지 패널티를 주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국제감축 물량만큼 무상할당에서 깎겠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엄격성을 유지하려는 주장은 기후변화 경제학 분야에서 평생 연구해온 필자 입장에서도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국제감축한 만큼 산업이나 전환부문에서 배출권을 유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2는 마치 이런 주장과 같다. ‘회사에서 연봉을 못 올려주는 대신에 인센티브로 1000만원 지급하겠습니다. 따라서 1000만원 받은 만큼 연봉을 줄이겠습니다.’ 이게 말이 되는 논리인지는 독자들께서 판단해주시길 바란다.
주장3.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는 국가배출의 70%를 차지하는데도 배출권을 통한 감축이 국가 전체 감축량의 약 50%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더 높은 수준으로 배출권 유상할당이 이뤄져 한다. 국가 배출량이 100이라고 하자.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는 이의 70%인 70을 관리한다. 70을 배출하는 부문에서 NDC의 40%만큼 감축하면 28이 줄게 된다. 그런데 주장3의 내용은 이렇다. 배출권의 기여로 28만큼 준 게 아니고, 28에서 배출권의 관리비중 70%를 곱해 약 20만큼 줄이는, 즉 NDC인 40의 절반만 줄이는 효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유상할당을 더 강력한 방식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다시 연결된다. 주장3 역시 어떤 논리에서 나온 셈법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배출권 관리대상 부문에서 감축한 28은 절대적 수치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 관리대상 이외 부문까지 더한 총 비중을 곱해서 만든 20은 허구적 수치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는 전체 배출량의 약 40%에 해당하는 EU 보다 대상 업종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배출권 유상할당이나 무상할당 계획은 합리적인 정책 논리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논의 과정에서 폐쇄성은 우리가 정작 벤치마킹하는 EU나 캘리포니아 배출권거래제 등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관련한 대부분의 논쟁적 이슈나 토의 과정 등 관련 정보는 공개되기 때문이다. 이번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부터 이제 우리의 국격에 맞춰 진행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