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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칼럼] 유엔군사령부 중요성 제대로 알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29 11:39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이상호교수

▲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6·25 한국전쟁은 신생 대한민국이 세계 지도에서 지워질 뻔 했던 비극적인 사변이다. 국가가 사라질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대비가 부족했던 한국군은 속수무책 무너졌다. 북한군은 불과 4일 만에 서울을 점령했고, 대한민국 정부와 군은 기약 없는 후퇴를 계속했다. 이대로라면 한국군은 결국 와해됐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기적적으로 뒤바꾼 것은 유엔(UN)군의 참전이다.

유엔군은 1950년 7월 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84호에 의거, 북한에게 불법 기습 침략 당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결성된 최초의 국제연합 군대다. 이를 지휘할 유엔군사령부(UNC)는 북한의 무력 공격 격퇴와 국제평화 회복을 목표로 그 해 7월24일에 창설됐다. 총 16개국의 군대가 참전하고 세계 53개국이 각종 지원을 제공했으며 연 인원 194만849명이 종군했다. 유엔군의 피해는 막심했다. 1129일간의 전쟁 기간에 사망 4만 1000여명, 부상 10만5000명,실종 5500명 등 모두 15만여 명이 희생됐다. 이때 유엔군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유 대한민국은 우리 국민이 피땀 흘려 절치부심해 이룬 기적이다. 그러나 오늘의 선진 대한민국은 바로 낙후된 변방의 작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장렬히 산화한 수많은 외국 젊은이의 희생이 바탕이 됐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지금 누리는 자유와 번영이 우리의 노력으로 얻는 성과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유엔군의 참전이 없었다면 이런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그래서 주한 유엔군사령부도 아직 작전 중이다. 평화 시에는 북한과 정전협정을 관리하지만, 다시 전쟁이 발발하면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참전국이 채택한 ‘워싱턴 선언’에 따라 자동으로 참전하게 된다. 유엔군사령부는 한미동맹과 주한미군·한미연합사령부와 함께 한국을 최전선에서 지키고 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북한과 중국을 포함한 공산권, 그리고 국내 일부 정치세력이 유엔사를 폄훼해 왔다. 이들은 유엔사가 한국 영토에서 정부의 허가 없이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북한의 도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을 거듭하며 한국 내 여론 분열을 조장한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부의 유엔사 해체 시도는 구체적이고 집요했다. 실체가 없는 북한 비핵화를 내세워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추진하며 유엔사의 존재 가치를 부정했다. 2019년 11월에는 탈북 어민을 강제북송하는 과정에서 판문점 출입을 관할하는 유엔사에 관련 상황을 일부러 통보하지 않아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런 허위 사실 유포와 무력화 시도 이유는 유엔사에 대한 한국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켜 사령부 폐쇄와 잔존 유엔군 병력의 철수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유엔사 철수 이후 제2차 한국전쟁이 발발하면 더 이상 유엔군의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위해 한국 국민을 선동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과거 좌파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축소된 유엔사 역할을 강화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국방부는 올 하반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와 서울안보대화 시점에 맞춰 처음으로 유엔사 회원국 국방 장관과의 다자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민간 차원에서는 국민에게 유엔사의 중요성을 알리는 노력도 한다. 한국 국방부 장관과 주한미군 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 유엔군 파병 국가 대사들이 참여한 한국-유엔사친선협회(KUFA)가 지난 16일에 정식 출범했다. KUFA는 유엔사의 역할을 홍보하고 상호 교류·협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무관심과 폄훼의 대상이었던 유엔사의 전정한 위상과 기여를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기 위한 민간 차원의 노력은 꼭 필요한 값진 시도이다. 한국전 유엔군 참전국은 여전히 자유 한국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 공갈,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대만 침공 논쟁 등 급변하는 국제상황에서 이런 든든한 친구가 대한민국과 함께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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