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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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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칼럼] 탄소감축,이제는 기업 생존의 문제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30 07:53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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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1992년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이후 국제사회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왔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원인인 탄소배출의 감축이 충분하지 못해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매년 최고 신기록을 세우며 지구촌의 극단적 이상 기후는 갈 수록 심화하고 있다. 탄소배출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세계적 공통이익 보다는 자국의 개별이익을 앞세우고,장기적 효용 보다는 단기적 혜택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통상정책과 탄소배출을 연계하는 조치들이 본격화되면서 산업육성 측면에서 자국의 개별이익에 부합하면서도 탄소감축 측면에서 세계적 공통이익에 기여하는 정책들이 최근 구체화 되기 시작해 과거와는 다른 결과가 기대된다.

이런 기후-통상 연계는 최근 미국과 EU의 티키타카(긴밀한 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지난 3월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가 미국산 철강 및 부품 사용할 경우 IRA 보조금 10%를 추가로 지급하는 하위규정을 발표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EU는 지난 2월 그린딜 산업계획을 발표한 후 보조금 확대 및 탄소중립 산업육성 등을 위한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 탄소중립산업법, 핵심원자재법 초안을 공개하고 입법절차에 들어갔다. 이는 탄소배출 감축과 관련된 투자프로젝트를 정부가 강력하게 지원함으로써 탄소갑축산업의 해외유출(Netzero Leakage)을 막고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공방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입법절차를 마친 EU의 탄소국경조정제(CBAM)도 오는 10월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CBAM은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 수입시 국경에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관련해 미·EU 무역기술위원회는 지난 3월 ‘지속가능한 철강과 알루미늄을 위한 국제 협정’을 발표하고 오는 10월 협상 결과물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는 EU CBAM과 유사한 조치를 미국을 포함한 소수 국가 그룹들이 함께 추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을 EU 및 미국 등 소수 국가그룹에서 수입할 경우 국경에서 탄소가격을 부과해 탄소배출산업의 해외유출(Carbon Leakage)을 막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기후-통상 연계 효과는 이미 부분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비영리단체(Climate Power)에 따르면 IRA 발효 후 6개월간 전세계 회사들이 31개 주에 걸쳐 약 900억 달러 규모의 청정에너지 투자 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했다. EU도 IRA에 대응하는 그린딜 산업계획과 더불어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퇴출 등의 강력한 탄소중립 이행정책에 힘 입어 대만 배터리 제조기업 프롤로지움(Prologium)은 지난 12일 프랑스에 52억유로 규모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또 다른 배터리 제조사인 스웨덴 노스볼트(Northvolt)는 IRA로 인해 새로운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독일 투자로 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글로벌 흐름속에서 우리 기업은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통상에 기후가 연계되면서 원산지증명이라는 기존 기준에 탄소배출량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프랑스가 이번 달 발표한 녹색산업법안에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으로 제조국 전력의 탄소배출량, 부품의 탄소배출량, 재활용비율을 포함하고 있어 화석연료 비중이 높은 전기를 사용해서 전기차를 제조하거나 탄소배출량이 많은 부품을 사용하는 전기차는 보조금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전기차에 사용될 철강도 탄소배출이 적어야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이미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그린수소 환원철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28개 진행 중이다. 이는 연간 6000만톤의 저탄소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 전기차도 팔아야 하고 냉연 강판(자동차용 철강)도 팔아야 한다. 이제는 원가절감이나 규제대응 측면에서의 탄소감축이라기 보다는 기업 제품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차원에서 탄소감축을 고민해야 한다. 한마디로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통상 연계 대상 제품이 전기차나 철강을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 및 소재로 확대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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