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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사실과 과학에 기반해야 할 논란이 자칫 상상과 공포를 조장하는 괴담으로 변질돼 과거 광우병 사태처럼 불신과 분열의 상처를 남기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일본 정부는 현재 보관 중인 오염수 133만 톤을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여과한 후 400배 정도로 희석한 뒤 해저터널을 통해 1㎞ 앞 태평양에 30년에 걸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방류 계획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안전성을 인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방류수 명칭부터 진영 논리로 대립 중이다. 한쪽에서는 ALPS로 여과했다는 점을 들어 ‘처리수’라고 하고, 다른 쪽에선 ALPS로 여과를 해도 삼중수소를 비롯한 몇 몇 방사성 물질은 여전히 남는다는 이유로 ‘오염수’라고 부른다. 어떤 명칭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이미 결론을 내려놓은 셈이다. 필자는 ALPS로 여과해 방출한다는 가치중립적 의미로 ‘여과방출수’라고 부르겠다. 양측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와 과학 지식을 동원해 완전히 상반된 주장을 편다. "ALPS로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 등 일부 방사능물질은 여과방출수와 함께 방류돼 해양생태계를 오염시켜 국민건강과 안전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는 주장과 "해양생태계에 축적되는 방사능물질이 너무 적어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으로 맞선다. 양측 모두 ALPS로 제거할 수 없는 방사능물질은 바닷물에 방류돼 해양생태계에 축적된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그렇다면 논쟁의 핵심은 축적된 방사능물질로 수산물이 오염되느냐의 문제와 오염된다면 국민건강을 해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축약된다. 먼저 여과방출수의 위험성이 과장됐다고 주장하는 측의 대표적 학자인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여과방출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1500베크렐(Bq)인데, 이것을 그냥 마신다고 가정할 때 예상되는 피폭량은 같은 양의 이온 음료 안에 있는 칼륨에 의한 피폭량과 같다고 주장한다. 방사성 탄소의 농도도 생선이나 고기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농도보다 높지 않고, 뼈에 달라붙어 위험하다는 방사성 스트론튬의 양도 여과방출수 L당 30Bq인데 이 물 1L를 마실 때 피폭량은 바나나 8개를 먹을 때와 같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정교수는 여과방출수에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에 의한 피폭량과 평소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피폭량을 숫자로 비교함으로써, 여과방출수의 위험성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사실을 쉽게 설명한다. 따라서 일반인 입장에서는 정교수가 숫자로 제시한 여과방출수 안에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의 농도와 식품 섭취에 의한 피폭량의 진위 여부만 따지면 끝날 논쟁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과방류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대표적 학자인 서균열 서울대 명예교수는 "삼중수소가 몸에 들어오면 문제다. 5년, 10년 후 혈액암의 원인이 된다. ALPS는 2류 기술이다"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우리 몸속으로 들어올 삼중수소 농도와 혈액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 간의 상관관계 그리고 일본 ALPS가 2류 기술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다. 아쉽게도 서 교수는 객관적 증거 대신 "일본이 예상 피해를 축소하고 정보를 주지 않는다.일본은 못 믿을 나라다"라는 식의 일방적 주장을 펴고 있다. 이렇다 보니 괴담 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국민건강과 식탁안전을 고려해 최대한 검증하고 조심하자는 취지를 괴담으로 치부한다"며 유감을 표한다. 하지만 위험을 부풀려 조심의 단계를 넘어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문제다. 유 교수는 유감을 표하기에 앞서 정 교수가 제시한 수치부터 과학적 근거를 들어 반박해야 옳다.
괴담의 위력은 이성이 작동되지 않는 탈 진실의 공간에서 작동된다. 여기서는 거짓일수록 환영받고, 대담한 거짓말쟁이일수록 영웅 취급을 받는다. 마크 트웨인은 "진실이 신발을 신을 때, 거짓은 지구 반 바퀴를 돈다"고 했다. 거짓이 권위를 입으면 확산 속도는 더 빨라진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 과학자라는 권위를 타고 퍼지는 ‘후쿠시마 논쟁’이 걱정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