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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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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에너지 안보,근본 해법은 다변화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01 11:41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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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줬다. 에너지 안보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고전적 경구는 윈스터 처칠 총리의 영국 의회 연설이다. 36세에 해군 장관에 부임한 처칠은 대영제국 해군의 전투함 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다. 기동력과 전투력이 크게 향상됐지만 문제는 석유를 어디서 구하느냐였다. 영국에는 석탄이 풍부해서 공급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석유는 달랐다. 당시 영국은 석유를 주로 이란에서 조달했는데 이에 따른 문제점을 의원들이 지적하자 이에 대한 대답으로 처칠은 석유공급의 다변화를 강조했다. 1913년 7월 의회 연설에서 처칠은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원유 타입, 하나의 생산과정, 하나의 국가, 하나의 수입 루트, 하나의 유전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석유공급의 안정성과 확실성을 보장하는 것은 오직 공급의 다변화다"라고 강조했다. 이 말은 에너지 안보에서 위험 분산의 개념을 일깨운 고전적인 명문이다.

다니엘 예르긴(Daniel Yergin)은 그의 저서 ‘The Quest’에서 구소련에서 독립한 아제르바이잔의 석유 파이프라인 건설 비화를 소개했다. 아제르바이잔은 내해인 카스피해의 바쿠 유전에서 지중해로 연결되는 흑해까지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기로 한다. 문제는 노선이었다. 북쪽의 러시아를 경유해 ‘노보로시스크항으로 연결되는 노선과 서쪽의 조지아를 거쳐 숩사항으로 연결되는 노선 중 선택해야 했다. 바쿠∼노보로시스크 노선은 건설이 용이한 평야지역을 거치지만 길게 우회해야 했고 바쿠∼숩사 노선은 길이는 짧지만 코카서스 산맥을 넘어가야 하는 험난한 루트였다. 게다가 러시아의 눈치도 봐야하고 조지아의 협력도 필요했다. 몇 달을 토론하고 격론도 거쳤다. 결국 아제르바이잔은 두 노선을 모두 건설하기로 결론을 내린다. 중복처럼 보이지만 루트를 다변화해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에너지원을 다변화해 위험을 분산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의 기본이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경구처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위험을 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에너지협의회(WEC)가 발표한 전 세계 92개국의 에너지 안보 순위에서 한국은 82위로 거의 꼴찌 수준이다. 우리보다 에너지 안보 순위가 낮은 나라는 섬나라 몇 개 밖에 없다. 자체적으로 보유한 1차 에너지도 거의 없고 전력망이나 가스 파이프라인도 다른 나라와 연결돼 있지 않은 독립계통이다. 자랑할 것 이라고는 발전설비, 정유공장, 천연가스 인프라 정도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석유, 석탄, 원자력, 천연가스, 신재생 등으로 구성된 우리의 에너지 믹스를 균형 있게 유지해야 한다. 변화를 꾀하더라도 과속은 금물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탈 원전 정책이 그 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8∼2022년 동안 탈 원전정책은 총 25조8000억원의 전력구입비용을 증가시켰다고 발표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는 탈 원전정책이 2017∼2022년 동안 총 22조9000억원의 비용을 유발했고 2030년까지 이에 더해 24조5000억원의 비용을 증가시켜 총 47조4000억원의 비용이 추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의 탈 탄소 속도도 너무 빠르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에서 전력수급기본계획,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등 정부의 주요 계획을 모두 온실가스 중장기 감축목표인 40% 감축과 연동되도록 했다.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발전설비를 계획해야 한다는 말이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석탄발전소 비중을 대폭 줄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LNG 발전소 부지확보는 지지부진하다. LNG 발전의 비중은 더 큰 문제다. 2036년의 LNG 발전설비는 원전과 석탄발전 용량보다도 큰 64.6GW(27.0%)로 계획하고 발전량은 겨우 62.3TWh(9.3%)로 잡았다. 그 결과 LNG 발전소의 이용률은 11%에 불과하다. 이 정도로는 LNG 발전소의 경제성은 없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목표다. 에너지원 다변화의 균형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는 추구하기 어렵다. 복잡한 말이 아니다. 단순한 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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