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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우리도 자원强國이 될 수 있다

호주 최대 철광석 광산인 로이힐을 소유하고 있는 광산주는 핸콕 그룹의 라인 하트 회장이다. 그는 세계 여성 부호 1위다. 라인 하트 회장은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던 2010년 광산 개발을 시작했다. 탐사에서 개발까지 10년 가량 걸리고 투자비가 당시 110억달러(약 12조 5000억원)나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로이힐은 2015년 본격 생산을 시작해 연간 5500만톤의 철광석을 수출하는 세계 5위 규모의 글로벌 광산개발 업체로 성장했다. 로이힐 광산의 철광석 매장량은 23억 톤에 달한다. 포스코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정부 정책에 따라 로이힐 광산 지분 12.5%를 확보했다. 포스코가 로이힐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안정적으로 철광석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포스코는 2016년 600만톤을 시작으로 해마다 평균 1000만톤 이상을 로이힐에서 조달한다. 포스코 철광석 전체 소모량의 평균 20~30%에 달하는 물량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 7450만톤(약 120억7500만 달러)의 철광석을 수입했다. 주 수입국은 호주(5530만톤)로 전체 수입물량의 74.2%를 차지한다. 브라질(846만톤)과 남아프리카공화국(450만톤)에서도 일부 들여왔다. 철광석 국제가격은 지난 2020년 5월 톤당 166달러에서 2021년 5월에는 209달러로 크게 올랐다가 지난해 5월에는 133달러로 하락한 뒤 연평균 110달러선을 유지했다. 자원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오락가락 정책에 한국의 자원개발 성적표는 처참하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와 기업의 구조조정 1순위가 자원개발이었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처분한 해외 광구가 26개에 달했다. 호주, 캐나다, 러시아 등 자원부국에 소유하던 알짜 광구와 광산들이 이때 매각됐다. 캐나다 시카레이크 우라늄 광산은 외환 위기때 저가에 급매된 대표적인 광산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이 광산을 캐나다 카메코사에 팔았다. 이 광산은 2011년부터 연평균 8000톤 이상의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다. 한국은 현재 외환 위기 때 처럼 공기업이 보유한 해외 광구를 내다 팔지 못해 안달이 난 모양새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공기업이 발을 빼면 민간은 투자를 꺼린다. 민간과 공기업이 같이 가야 신뢰성도 있고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민간의 부족한 탐사 및 채굴 등 기술을 공기업이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재무 건전성 확보 차원이라지만 자원 공기업의 해외 자산 매각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장기간에 걸친 꾸준한 투자와 관리가 필요하며 단기간내 승부를 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지금 들어가도 10~20년 후를 내다 봐야 한다. 전체 GDP에서 제조업 비율이 27.5%를 차지할 정도로 제조업 비중이 높고 제조업 경쟁력도 상위권인 한국에게 자원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제조업의 성장이 곧 한국의 성장이다. 광물자원 없이 제품을 만드는 것은 상상 할 수 없다. 그래서 자원개발은 중요하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또 하나의 현안은 공급망 확보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우리 경제 수입 공급망 취약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수입 품목 5381개 중 2144개(39.8%) 품목의 수입 공급망이 취약하다. 원유(100%), 석탄(99.1%), 천연가스(99.7%), 철광석(99.4%), 니켈 등 비철금속광물(99.3%) 등 에너지와 금속광물의 수입의존도가 높다. 공급망이 취약한 데다 해외 자원개발 마저 더 위축되고 있다. 공급망과 함께 을 자원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자원외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서 캐나다 쥐스탱 트뤄도 총리와의 양자 회담을 통해 전략물자인 배터리 등 경제협력에 합의했다. 캐나다는 제2위 천연자원 공급국이자 리튬,니켈,코발트 등 2차전지와 전기차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생산국이다. 이를 통해 국내 배터리 업계는 캐나다에서 보다 원활하게 니켈 등 필수 광물을 공급받는 길이 열렸다. 50년도 채 안 되는 짧은 한국의 해외 자원개발 역사에서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다. 그 만큼 자원개발은 리스크가 크다. 그러나 실패를 두려워하면 성과를 낼 수 없다. 12년 전을 뒤돌아 보면 당시 우리만 공격적으로 자원개발에 나선 것도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 일본은 우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원개발에 뛰어 들었다. 이들 국가는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 자원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금 뛰어 들어도 10년 정도 지나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는 게 자원개발 사업이다. 리스크 없는 자원개발은 절대 불가능하다. 실패만 가지고 책임을 묻는다면 자원개발을 포기해야 한다. 올해는 한국이 자원강국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 민관 협력을 이끌어 주길 당부한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E칼럼] 횡재세는 기름값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정유사에게 횡재세를 물려야 한다는 야당 대표의 뜬금 없는 주장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가스요금 폭등에 시달리는 취약계층을 위해 정유사가 내놓은 361억 원 성금도 횡재세 논란을 의식한 꼼수로 왜곡시키고 있다. 횡재세가 경제 정의에 부합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정치적 통합력을 높이는 ‘국민 복덩이 세금’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무지한 야당 의원도 있다. 횡재세에 대한 착각이 심각하다. ‘이 모(某)’를 ‘이모(姨母)’로 착각하고, ‘오스트리아’를 ‘호주’와 구별하지 못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부끄러운 일이다. 정치권이 ‘원유’와 ‘석유제품’을 분간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횡재세는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사에 부과하는 것이 아니다. 판매 가격이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으로 결정되는 원유·천연가스를 생산하는 석유·가스기업에 부과하는 것이다. 횡재세는 정유사의 사주가 내는 것이 절대 아니다. 법인세·유류세와 마찬가지로 기름값에 반영되어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기업용 전기요금이 제품의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석유제품의 경우는 상황이 훨씬 더 나쁘다.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수출용 석유제품의 몫까지 국내 소비자들이 떠안게 된다. 결국 야당 대표가 들고 나온 횡재세는 국민에게 ‘복덩이’가 아니라 ‘재앙’이 될 수 밖에 없다. 정유사가 작년에 12조 원에 가까운 ‘횡재’를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유사의 이익을 기술·자본 투자, 경영 혁신, 품질 경쟁력을 통한 특수이익의 실현으로 볼 수 없다는 철없는 야당 의원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 정유산업은 원유를 들여와서 포장만 바꿔 판매하는 유통산업이 아니다. 오히려 고도의 화학적 기술력이 요구되는 첨단기술 집약적 산업이고, 조(兆) 단위의 설비투자가 필요한 거대한 장치산업이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명백한 진실이다. 석유제품에는 품질 경쟁이 필요하지 않다는 오해도 정치권의 심각한 무지(無知)의 결과다. 우리의 석유제품은 동아시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초저유황 제품이다. 첨단 기술과 자본을 투자해서 만들어놓은 탈황·고도화 설비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본산 경유도 우리의 품질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다. 정유사의 경영 혁신 능력도 함부로 폄훼하지 말아야 한다. 중동에서 리터당 700원(배럴당 85달러)에 구입한 원유를 운송해와서 정제한 후 주유소에 리터당 810원에 공급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유사에 대한 정부의 요구도 만만치 않다. 비상시를 대비해서 엄청난 양의 원유와 석유제품을 비축해야 한다. 정부의 불합리하고 과도한 유류세 때문에 등장한 ‘가짜 기름’을 단속하는 비용도 고스란히 정유사가 부담한다. 정유사가 석유제품의 가격을 올려서 부당하게 이익을 챙긴다는 주장도 철지난 궤변이다. 정유사가 작년에 수출한 석유제품은 570억3700만 달러(73조7400억 원)에 이른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 주요 수출품목 2위를 차지했다. 작년의 원유 도입액 955억 달러의 60%를 석유제품의 수출로 회수했다는 뜻이다. 우리가 원유 수입에 쓴 외화는 고작 385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4억7000만 배럴에 이르렀던 석유제품의 수출 채산성도 배럴당 18.5달러나 됐다. 정유사의 ‘횡재’는 대부분 국제 경기가 살아나면서 늘어난 수출에서 얻은 것이다. 석유사업법 제18조의 ‘석유수입·판매부과금’에 대한 오해도 심각하다. 수입·판매부과금은 석유제품(휘발유·경유)의 국제·국내 가격 차이에 의한 부당한 폭리를 회수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부과금을 횡재세의 대안이라고 우기는 야당 대표와 일부 의원들의 자질은 몹시 실망스럽다. 기름값이 비싸다고 유류세를 인하해주면서 돌아서서는 기름 값에 반영될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어처구니없는 자가당착이다. 오히려 정부가 석유제품으로 매년 30조 원 이상의 횡재를 누리고 있다. 국민들이 반세기 동안 애써 이룩해 놓은 핵심 국가기간산업을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무너뜨려서는 절대 안 된다.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EE칼럼] K-원전 수출 강국을 위한 조건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유럽연합(EU)이 지난해 7월 원전을 친 환경 분류체계인 그린 택소노미로 분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영국을 비롯해 체코,폴란드,네덜란드,불가리아,헝가리, 튀르기예 등의 유럽국가는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국가들도 원전 건설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 등으로 에너지 수급불안과 에너지 안보의 위협을 받는 독일과 벨기에 등 이른바 탈 원전 기조를 유지해 온 국가들도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과 함께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이다. 원전업계와 전문가들은 ‘그린 택소노미 후광효과’로 유럽을 중심으로 약 1조 유로(약 148조원)가 원전 건설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린 택소노미 발 원전특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원전건설에서 최고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춘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정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세일즈 외교에 나섰다. 중국,프랑스,러시아, 일본,미국 등 경쟁국들도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원전건설 사업 수주전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최근 세계 원전 건설시장은 원전수출국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원전을 건설한 뒤 발전소 가동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판매하여 건설에 투입한 자금을 회수해 가는 방식이 세계적 추세다. 따라서 원전 수출에서 재원조달 능력이 최대의 관건이다. 더불어 원전 입찰은 경제협력과 방산 및 IT 과학기술 분야를 하나로 묶어 패키지로 발주되는 추세로 원전 발주국가별 정확하고 발빠른 발주정보 확보와 발주처의 눈높이에 걸맞는 맞춤형 수주전략이 요구된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해 UAE에 수출한 차세대 한국형 원전 ‘APR1400’은 계획 기간(On-time)과 예산(Within schedule) 이내에 완공함으로써 세계 최고 성능의 원전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에 비해 중국(HPR1000)과 프랑스(CAP1400 및 EPR1600)는 각각 자체 개발한 원전의 해외 성공적 완공 사례가 아직 없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고 있으며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발생 등 저마다 원전수출에 핸디캡을 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20대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고 윤석열정부에서 전 정부의 탈 원전 정책을 폐기하면서 대통령이 직접 원전세일즈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더구나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해외 원전 수출을 견제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같은 동맹국과 ‘팀 USA’를 구축해 해외 원전건설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이 같은 세계 원전건설 시장 여건은 우리나라에게 글로벌 원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더 없는 절호의 찬스인 만큼 이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가 가진 완성도 높은 기술력 및 원전 전 단계 공급체인(Vertical Supply Chain)과 미국의 외교력 및 자금력을 결합한 한미 공조의 해외 수출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대형원전의 사용 후 폐기물 처리 기술 및 안전성 향상 선진기술 개발과 세계 최초로 개발을 시작한 한국형 소형원전(SMR)의 2030년 이전 조기개발에 민관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원전은 1기 건설에 최소 7조원이 소요되고 건설 후 상업운전부터 운영, 유지 및 폐기까지 60∼80년간에 걸쳐 50조~100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고 부가가치산업이다.여기에 더해 그린 택소노미 분류로 성장성도 무한하다. 그런 만큼 정부의 흔들림 없는 원전 정책과 외교적 수출지원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민간도 끊임 없는 기술개발로 기술 초격차를 이룸으로써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 당장 러시아,중국,일본 등의 경쟁국 처럼 정부와 민간,나아가 여야 정치권이 정파를 초월하는 원전수출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 원전 산업은 세계 6대 경제 대국으로서 후세를 위한 국가 먹거리 확보 측면에서 이념과 정파를 초월하는 범 국가적 미래 성장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현재의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앞으로 2~3년이 골든타임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잃어버린 5년을 일관된 정부 정책과 선진기술 개발로 글로벌 원전건설 시장에서 K-원전이 새로운 한류바람을 일으킬지 여부는 이 3년에 달려있다.이희병 TQD Energia 부사장/ 전 한국전력기술 처장

[EE칼럼] 가스시장도 유연성이 필요하다

한국의 노동시장에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논의는 잘 알려져 있다. 기업이 한 사람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려면 4대 보험, 근로시간, 육아휴직 등 챙길 것과 제약은 많으나 해고는 쉽지 않다. 그래서 기업들은 정규직 고용을 기피한다. 이런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유연성을 높이면 오히려 정규직 고용이 늘고 노동자의 평균적인 생애 소득도 늘어난다는 것이 노동시장에 유연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노동시장의 규제를 없애 정규직 채용에 대한 기업의 두려움을 없애야 고용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같은 논리가 우리 가스시장에도 적용된다. 한국은 천연가스 생산이 거의 없어서 해외에서 LNG를 수입해서 쓴다. 해외의 LNG 수출업자가 산지에서 천연가스를 액화하는 엄청난 인프라 비용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미리 수요처와 맺는 20년 내외의 장기계약은 현물시장이나 단기계약에 비해 비교적 그 가격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장기계약은 물량이 크고 한 번 맺으면 돌이킬 수 없다. 때문에 신중하게 향후의 수요를 예측한 후 맺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장기계약에 모두 의존할 수는 없다. 현실은 계획과 다르고 변수는 항상 생기기 때문이다. 조금 부족하게 장기계약 물량을 정하고 모자라는 물량은 현물시장이나 단기계약으로 해결해야 한다. 현물가격과 단기계약 가격이 장기계약보다 높으므로 이 모든 것을 감안해 적절한 수준의 장기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우리 가스시장의 첫 번째 경직성은 가스공사의 장기계약 물량을 향후 15년간 장기수요를 예측하는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에 따라 결정하는 데서 기인한다. 문제는 수요의 반에 가까운 발전용 수요예측이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전망한 LNG 발전량과 맞아 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기저설비의 정상적인 완공을 전제로 LNG 발전량을 계산하지만, 기저설비의 준공이 지연되면 모자라는 전력 생산량을 LNG 발전이 메워야 하므로 결국 계획 대비 실제 LNG 발전량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탈원전 정책으로 LNG 발전량이 갑작스럽게 증가해 천연가스 현물시장 도입물량이 늘어났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급등한 LNG 현물가격이 반영되며 LNG 도입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이는 이번 겨울 난방비 급증의 한 원인이 됐다. 가스시장의 두 번째 경직성은 LNG 직도입 물량의 재판매 금지에서 비롯된다. LNG 도입의 과부족 물량을 사고파는 시장이 개설되면 비싼 해외의 현물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가스공사와 직도입 사업자끼리 수요예측의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된다. LNG 직도입 물량의 재판매를 금지한다고 해서 자가용 직도입 사업자의 물량이 크게 제한되는 것도 아니다. 2005년 2개였던 LNG 직도입 사업자는 2020년 8개로 늘었고 전체 LNG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에서 22.1%로 증가하였다. 어차피 자가용 물량의 증가 추세는 거스를 수 없다. 첫 번째 경직성을 풀기 위해서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얽매이지 말고 가스공사가 장기계약 물량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과소예측된 LNG 발전량 규모가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에 반영돼 가스공사의 손발을 묶지 않도록 해야 한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2036년 LNG 발전설비 비중은 44.7%지만 발전량 비중은 9.3%에 그쳐 가동률의 심각한 미스매치와 LNG 발전량의 과소예측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가스공사가 장기계약 물량에 제약을 받으면서 LNG 직도입 물량이 꾸준히 증가해 온 셈이다. 두 번째 경직성을 풀기 위해서는 가스공사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직도입 사업자의 무임승차 논란을 살펴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LNG 도입업자가 이를 인프라 사용비용으로 분담할 수 있도록 가스공사가 인프라 부문에서 부담하는 공익적 비용을 투명하게 산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가스공사와 직도입 사업자의 이해를 모두 고려하고 무엇보다 가스 소비자의 편익을 고려하는 가스시장의 유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장이 사후적(事後的, ex post)으로 자유로우면 사전적(事前的, ex ante) 효율성이 올라간다.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국제공조로 풀어야

임은정 국립공주대학교 국제학부 부교수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쌓여 있는 오염수를 올 봄부터 태평양으로 방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 여러 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주변국들의 우려를 의식해 방사능 수치를 철저하게 측정해 공개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도쿄전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문가 리뷰를 받아 시책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 측이 측정 대상 물질 64종에서 스트론튬, 텔루륨, 루비듐 등 37종을 빼고 4종을 새로 추가해 총 31종만 측정하겠다는 계획을 전해 온 데다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서 잡힌 어종에서 기준치가 넘는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며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방사능 물질이라는 것이 무엇보다 눈에 보이지 않고 그 영향이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오염수 역시 아무리 희석하고 처리를 하더라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방사능 물질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이런 물질들이 해양 생태계는 물론 주변 국가의 어업이나 국민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지금 시점에서는 단언하기 힘들다. 더구나 앞으로도 언제까지 이어질 지 모를, 후쿠시마 원전 폐로 과정에서 나오게 될 또 다른 오염물질들을 생각할 때 아찔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일본과 인접한 데다 책임과 공정을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일본 측에게 투명한 정보 공개와 철저한 모니터링, 나아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의 대응 조치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의 정당한 권리를 넘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로서의 의무이기도 하다. 다만 독자적으로 요구하고 대응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은 점들에 유념하며 국제적인 협력을 도모할 것을 주문한다. 첫째, 이 문제가 한일 양자 간 문제로만 비춰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정권 교체 이후 일본 정치권과 당국이 한국 정부를 바라보는 시각이 현저하게 바뀐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일본 측도 아베 신조와 그 뜻을 계승하는 지도자들이 집권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을 전략적인 파트너로 보지 않는 시각이 강했다. 미·중 전략 경쟁의 국면 속에서, 북한의 수위 넘는 도발 속에서, 문 정부가 취하는 입장이 일본의 전략적 판단과는 궤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일본의 판단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역사 문제까지 겹치며 한일관계는 꼬일 대로 꼬였다. 이런 경색 국면에서는 일본이 오염수 문제를 한일 관계의 프레임에 가둘 수 있는 여지가 컸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여러 노력에 의해 한일관계는 개선될 가능성들이 관찰되고 있다. 이런 변화의 국면에서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활용에 적극적인 현 정부로선 오염수 문제를 계속 언급하는 것이 부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한일관계의 문제라기 보다 방사능에 의한 인간의 안전과 해양생태계 보호, 어업의 직·간접적 피해 등 한일관계보다 상위의 이슈를 아우르는 인류와 환경의 보편적인 가치의 문제인 만큼 회피할 것이 아니라 공론화해야 한다. 둘째, 공론화 과정에서도 이 문제가 한일 양국 관계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보편적인 우려에 동조하는 주변국, 특히 태평양 도서국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와 같은 중견국, 더 나아가 미국의 알래스카주나 캘리포니아주 같이 태평양을 접하고 있어 비슷한 걱정을 함께 하는 곳과 공조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이 문제에 대응하기보다 일본에게 레버리지가 강한 혹은 일본이 협력관계를 중요시 할 수 밖에 없는 행위자들과 연대하여 공론화할 때 더욱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다. 한국 역시 원자력 강국 중 하나로서 방사능 물질에 관한 문제는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일본에 대한 공격의 소재로 삼기보다 인류보편적 가치에 입각하고, 아울러 원자력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협력과 공조의 소재로 삼아 대응해야 한다.임은정 공주대 교수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부교수

[EE칼럼] 기술혁신 꽃피울 에너지 산업정책 기대한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오랜만에 대면 형식으로 개최된 ‘Energy Tech 컨퍼런스’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이 컨퍼런스는 우리나라 에너지 기술의 연구개발 현황과 주요 계획들을 공유하고 다양한 기관과 연구자들 간에 상호 교류 및 협력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에서 매년 개최하는 행사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국가 핵심 전략이었던 시절에 설립된 에기평은 우리나라 에너지 R&D 사업의 기획·평가, 그리고 관리를 전담하는 기관으로서 연간 1조가 넘는 예산을 에너지 분야의 기술개발, 인력양성 및 기반조성 등을 위해 운용하고 있다. 해당 컨퍼런스에는 한국전기연구원(KERI),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등 에너지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뿐만 아니라 한국전력공사(KEPCO), 한국석유공사(KNOC), 한국가스기술공사 등의 공기업과 민간 부문 대기업에서부터 중소기업까지 다양한 기술혁신 주체들이 참석하여, 현재 에기평으로부터 수주해 진행하는 연구과제의 내용을 학회의 포스터 전시 형식을 통해 보여줬다. 이를 통해 태양광 및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전력, 원자력 뿐만 아니라 청정화력, 수소,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분야의 다양한 기술에 대한 현 주소와 미래의 확장 가능성 등을 엿볼 수가 있었다. 기조 강연에서는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이 ‘탄소중립 녹색성장 시대와 Breakthrough Energy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에너지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이어진 토론 시간에서도 학계, 연구계 및 산업계를 대표하는 패널들이 모여 에너지 기술혁신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토론을 듣는 중에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에너지 분야의 기술혁신이 산업정책과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산업정책은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의 보호나 육성, 조정 등에 개입하는 정부의 일체 행위를 의미한다. 역사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제발전 과정에 영향을 많이 끼쳤는데, 이러한 개입의 논리적 근거로는 산업의 초기 발전단계에 존재하는 불확실성, 연관 산업의 개발 및 경제적 파급효과의 기대 등이 있다. 현대 사회에서의 산업정책은 근본적인 경쟁력 향상 방안인 기술 역량의 강화 및 확산 등에 중점을 둔 기술정책, 즉 산업기술정책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이는 주로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기술트리 또는 기술로드맵(TRM) 등을 작성하여 핵심기술들을 선정 및 지원하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현재 에기평의 기술개발 프로세스도 이러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기술혁신은 산업정책의 틀을 크게 벗어나기 어렵고, 독립적이기 힘든 구조다. 특히 에너지 분야의 기술혁신은 연구개발 단계에서 공기업 및 공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정부에서 기틀을 잡고 추진해 나아가는 산업정책과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산업정책은 해당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혁신 주체들에게 의사결정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따라서 해당 산업을 어떠한 판으로 짜고 있는지 알려줌으로써 기술혁신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산업정책이 너무 자주, 또는 큰 폭으로 바뀌게 되면 산업 내의 참여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작년 10월에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하면서 추진전략 중 하나로 시장원리에 기반한 제도 선진화를 내세운 바 있다. 또한, 기술혁신 전략의 3대 방향 중 하나로 민간 주도를 내세웠다. 이는 곧 에너지 시장 메커니즘에 작용하는 가격 신호를 시장원리에 따라 조정하고, 규제 등을 완화해 나감으로써 민간이 더 참여하여 혁신이 발생할 수 있는 판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무 쪼록 민관의 활발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에너지 산업의 기술혁신이 꽃피우기를 기대해 본다.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특별기고] 세계 에너지경제 석학들이 지적하는 국제에너지 이슈

제44회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Energy Economics) 국제학술대회의 첫 행사는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의 연설로 시작됐다.그는 사우디가 석유·가스를 넘어 수소, 재생에너지, 배터리 및 전략광물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에너지·자원전략을 수립했고 여기에 수조 원에 이르는 재정을 투자할 것임을 밝혔다. 실로 대단한 계획이다. 그런데 한국 참가자들을 더 놀라게 한 것은 그 선언이 아니고 이후 학술대회의 주요 세션에서의 사우디 전문가들의 발표였다. 발표 자료의 세밀함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풍부한 정보는 이미 사우디가 수년간 해당 이슈들에 대하여 정부의 지원으로 전략적이고 착실히 연구를 진행하여왔음을 알려준다. 그 범위도 실로 광범위했다. 석유·가스 부문의 발표는 소수였고 수소, 재생에너지, 배터리, 전략광물 등 다양한 부문에서 높은 수준의 논문발표와 기조연설이 진행됐으며, 세계 주요 국가들의 투자를 유인하는 정책의 발표까지도 세밀한 준비를 했음을 확인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장관의 발표가 그냥 적당히 준비한 선언이 아니고 진지하게 오랫동안 준비한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그저 부러워할 수 밖에 없었다. IAEE는 에너지경제학 분야의 세계 최대 학술단체이다. 미국에 본부가 있으며 84개국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국제학술대회는 대학과 연구기관의 학술적인 발표 뿐만 아니라 에너지기업과 정책분석기관, 그리고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종합적인 형태로 개최해왔다. 국제 유명 인사의 발표는 물론 DOE, BP, OPEC 등이 발표하는 최첨단 정보도 함께 얻을 수 있다. 한국의 참여도 활발한 편이다. 현재 IPCC의 의장인 이회성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학회장을 맡았었으며, 박희천, 장영호, 허은녕 교수 등이 이사회 구성원과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한국은 2013년 6월에 제34회 국제학술대회를 유치한 바 있다.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제44회 IAEE 국제학술대회는 3년 만에 100% 대면으로 열린 데다 중동지방에서 최초로 열렸기에 800여 명의 많은 전문가가 참여했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를 비롯하여 전력회사, 석유화학회사 등 주요 국영기업들이 지원한 이번 학술대회는 일반참가자 전원의 등록비와 모든 편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돈 자랑’ 역시 확실하게 했다. 이번 학술대회의 기조연설자로는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The Prize’의 저자이며 최근 ‘The New Map’을 저술한 대니얼 예긴 (Daniel Yergin)이 초청됐다. 그는 에너지전환으로 인하여 새로운 국제이해관계의 충돌과 경쟁이 나타나고 심화될 것임을, 그리고 상당기간 석유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문기관의 예측과 그동안 석유가스부문의 투자가 부족했음을 지적하며 석유가스의 공급부족이 심화될 것이 우려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전했다. 학술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저자를 비롯한 한국 참가자들은 이번 학술대회에서의 큰 특징을 다음의 세 가지로 볼 수 있을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첫 번째가 전략광물의 등장이다. 석유, 가스, 석탄 등 화석에너지원의 경우 그 생산과 소비에 광물이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에너지 안보나 기후변화협약 등의 논의에 전략광물을 중요하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는 사뭇 다르게 진행되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하여 증가하는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 등 전력생산 및 배터리 등 저장장치의 증가는 구리와 리튬을 비롯한 여러 광물과 원재료를 엄청나게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됨을 확인한 것이다. 기조연설을 한 대니얼 예긴 역시 구리가 약 15배 이상 더 필요로 하게 된다면서 이 문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전략광물 문제는 나아가 기존에 화석연료가 사용됐던 물, 식량 등의 생산과 소비과정에도 영향을 주며, 광물의 대량생산은 광산에서의 환경과 불법채굴 등은 ESG로 인한 규제의 대상이 된다. 학술대회에서는 전략광물을 포함하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됐으며, 이들 전략광물의 공급망 구축 및 중국의 영향력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특히 자국 내 주요 광산의 개발 증대는 물론 세계적 공급망 연계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해 주목받았다. 두 번째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이른바 ‘봉’임을 확인한 것이다. 한·중·일 3국은 중동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수입하지만 학술대회 참여자는 소수였다. 반면 미국, 영국, 인도 등 영연방국가들은 수십 명의 전문가들이 학술대회 훨씬 전부터 현지에 와서 사우디 정부 및 관계자들과 논의를 진행했으며 이들 간에 수십 년간의 관계가 쌓여 왔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은 늦게 풀린 코로나 방역 탓에 시진핑의 방문이 있었음에도 홍콩 참가자만 있었고 일본도 IEEJ 대표 등 소수 정예의 참가에 그쳤다. 개최 장소인 KAPSARC(King Abdullah Petroleum Studies and Research Center)에는 270여명의 다국적 학자들이 모여서 연구하고 있지만 한·중·일 3국출신 연구자는 한 명도 없다.반면 인도 연구자는 수십 명에 달했다. 사우디가 영국의 식민지였음을 고려하더라도 동북아 국가들의 중동 무시와 무지가 심각한 수준임을 느꼈다. 세 번째는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연구가 가지고 오는 매서움이다. 사우디 왕립 석유연구소인 KAPSARC 소속 발표자들이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석유는 물론 전기, 재생에너지, 배터리, 광물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고도의 높은 분석 방법과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물이었다. 우리는 과연 이런 수준의 연구를 한 적이 언제였던지 크게 반성하게 됐다. 풍부한 자금과 에너지자원, 그리고 장기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사우디가 이루고 있는 연구업적에 제대로 한 방 맞았음을 자인할 수 밖에 없었다. 전력원 믹스라는 내부 주제에 함몰되어있는 한국의 사정과 사뭇 다른 국제학술대회의 모습에 한국 참가자들은 다시 한 번 에너지가 국제적인 이슈이며 우리나라는 여전히 90% 이상의 에너지와 전략광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임을 그저 외면하고 살아왔음을 뼈저리게 반성하게 한 학술대회였다.제44차 IAEE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허은녕 서울대 교수·박종배 건국대 교수·장영호 싱가포르과학대 교수·박희천 인하대 교수(왼쪽부터)

[EE칼럼] 에너지 슈퍼스테이션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올 겨울 급등한 난방비에 대한 불만의 불똥이 애 먼 국내 정유산업으로 옮겨 붙는 형국이다. 난방비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데도 작년 대외적 요인에 의한 호실적에 서민 가계 난방비 경감을 위한 재원을 부담하라는 정치권의 압력이 거세다. 물론 사회적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유권자에게 소구력이 있다. 하지만 국내 정유산업이 처한 중장기적 현실을 고려할 때, 오히려 산업의 체질 개선이나 구조조정이 더 시급한 용처가 아닐까 싶다. 특히 소매를 담당하는 주유소 상황을 보면 더욱 그렇다. 모두가 공감하듯 가까운 장래에 내연기관차가 전기·수소차로 전환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는 휘발유, 경유 등이 전기·수소로의 대체도 병행, 기존 주유소의 상당한 영업 손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40년까지 수송에너지 전환으로 주유소 1개소당 평균적으로 30% 이상 영업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현재도 사업을 지탱할 수 있는 임계수준임을 고려하면 주유소 사업의 급격한 위축으로 2019년 1만1509개인 주유소의 74% 정도인 8529개가 향후 20년 이내에 퇴출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2050년까지 주유소의 존속은 담보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그럼 주유소의 몰락을 그저 지켜만 봐야 할까? 그러기에는 알토란 같은 주유소 터, 특히 도심지 내 차량의 접근성이 우수한 목 좋은 부지가 너무도 아깝다. 어차피 차량을 대상으로 수송용 에너지 공급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해당 부지는 전기·수소차 충전소 용지로 전용될 수 있다. 더욱이 전기·수소차 충전소는 필요한 전기·수소를 외부가 아니라 부지 내에서도 일부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 가령 주유소를 수소충전소로 전용하고, 도시가스 배관망에 연결된 수소추출기와 천연가스를 공유 가능한 연료전지를 부지 내에 설치, 생산된 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면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다른 연료전지, 태양광발전, 수요반응 자원 등과 함께 분산형 전원으로 지역 내 통합 가상발전소(VPP)를 통해 전력시장이나 지역 직거래 소비자에게도 공급할 수 있다. 이처럼 연료전지·태양광발전·전기차충전·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통합 설치된 주유소가 바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분산형 전원으로 활용하면 국가 전력망 계통의 전력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고, 수도권 및 대도시의 경우 주유소 부지 활용으로 자연경관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도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분산에너지의 중요한 축으로 인식, 적극적인 구축 지원을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작년 2월과 9월에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금천구와 양천구에 300kW급 연료전지 발전설비를 갖춘 에너지슈퍼스테이션이 개소하였다. 하지만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위해서는 해결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규제 해소가 급선무다. 현행법상 주유소 부지 내 전기차 충전기 이격거리 규제 완화나 허용 가능한 시설물에 연료전지 등을 포함하는 등 위험물안전관리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의 수익성을 담보해주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슈퍼스테이션이 유류판매를 넘어 자체 발전한 전기판매가 수익원이지만, 현행법률상으로는 실현 자체가 불가능하다. 개소된 2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도 법령 미비로 생산한 전기를 그저 한전에 공급, 상계처리 용도로만 활용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말 발의, 국회에 계류 중인 분산에너지 활성화특별법을 통해 이 같은 제도적 한계를 일부나마 극복할 수 있다. 특히 2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에는 ‘분산에너지 특구’라는 단서 조항이 있지만, 분산에너지사업자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 전기차를 포함, 직접 전기사용자에게 전기 판매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분산에너지의 사회적ㆍ경제적 편익을 인정, 에너지 슈퍼스테이션도 일정 정도 정부로부터 보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열어두었다.하지만 기획재정부 등 일부 부처에서 이들 법안에 난색을 표명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장기적 안목에서 전향적으로 수용할 것을 주문한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E칼럼] 에너지문제, 더 이상 임시방편으론 안된다

얼마 전까지 한전 적자문제로 시끄럽더니 이번에는 난방비 문제로 옮겨 붙었다. 원인은 둘 다 비슷하다.국제 에너지가격의 급등과 경직된 우리의 요금규제방식에서 비롯됐다. 2021년까지만 해도 kWh당 100원 근처이던 도매전력가격이 2022년 들어 200원으로 오르더니 작년 12월에는 270원까지 폭등했다. 도매가격의 90% 이상을 결정하는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 가장 큰 원인이다. 대부분 가스에 의존하는 난방비 문제도 마찬가지다. 에너지가격이 오르다 보니 여기저기 시비가 일어난다. 그러나 이미 봐왔던 것처럼 국민들의 정서를 달래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 얽혀있는 고리를 풀고 바로잡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다. 에너지문제를 바라보는 정책결정자 소위, 정치권과 정부의 시각과 해법은 오랫동안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정부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급급하다. 사실 모두가 원인과 해법을 알고 있지만 실행하는 사람은 없다. 진단과 처방이 다른 이중적인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임시방편식 대응과 효과가 불확실한 구먹구구식 지원책이 반복되고 있다. 세금으로 막든, 빚을 내서 막든,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러는 사이 공기업의 적자는 눈덩이로 불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에너지분야는 다양한 이슈가 표출되고 있으며, 당장 국가적 의사결정과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온실가스 감축, 환경오염 저감, 안정적 공급력 확보, 전력품질 유지, 공급비용 최소화, 에너지산업 육성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파나 이해관계에 따라 한쪽으로 기울어진 부정확한 정보와 왜곡된 주장의 영향을 받고 있다. 사실 일반 국민은 에너지 수급의 메커니즘이나 에너지원별 공급비용을 세세히 알기는 어렵다. 그저 언론이나 SNS를 통해 보고 들으며 동조하기 십상이다. 탈원전도 재생에너지도 전기요금도 난방비도 많은 부문이 그런 범주에 속하는 것들이다. 전원의 경제성 문제만 보더라도 미래의 비용을 판단하는 문제인데 과거의 잣대로 평가한다. 요금 문제도 재화의 수급과 가격신호를 제쳐둔 채 에너지비용이나 보편적 공급이라는 부수적인 관점에서만 보고있다. 우리나라에는 주관부처, 에너지 공기업, 국책연구기관, 대학, 단체, 산업체 등에 에너지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수십 년 동안 실력을 쌓아온 전문가도 적지 않다. 근래 들어 에너지에 대한 논쟁은 많으나 심도 있는 보고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 진영이나 이해관계에서 벋어난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작은 목소리 마저 행정력과 이런저런 규제권력에 막혀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한다. 이제라도 중립성과 투명성이 확보된 기구를 통해 정파나 이익집단에 휘둘리지 않는 전문가 중심의 독립적 거버넌스 체계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세상은 혼자만의 힘으로 살 수 없다. 에너지문제도 마찬가지다. 환경과 기술, 시민의식의 변화로 인해 에너지 이용과 공급방식에 대한 선호와 선택이 변하고 있다. 또 국가마다 처한 환경과 과거의 유산도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거 화석연료에만 의존하던 시대에는 부존자원에 따라 국가의 기술선택이 달라졌다. 과거 자원이 풍부한 캐나다·노르웨이는 수력, 영국은 가스, 미국과 중국은 석탄을 각각 최대 에너지원으로 활용했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일본과 한국은 에너지원간 균형 즉, 적정 전원믹스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산이 밀어닥치면서 국가들의 선택도 변해가고 있다. 에너지산업에도 ‘시대정신’이 투영되면서 친환경과 에너지절약이라는 새로운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에너지문제 대응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미 1980년대부터 전력수급계획을 만들어 왔고, 2000년대 이후에는 국가에너지계획을 통해 미래를 전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그러나 계획의 그늘에서 시스템은 망가지고 작동을 멈추었다. 수급계획은 전시용으로 전락했고 가격신호는 고장난 지 오래다. 포퓰리즘인지, 정략적 의도인지 엉뚱하게도 전기요금을 틀어쥐고 흔드는 통에 가격신호는 먹통이 되었다. 말할 것도 없이 에너지가 줄줄 새고 있다. 말로는 에너지절감을 외치지만 스위치만 누르면 되는 값싼 전기가 있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동안 ‘제대로 된 에너지규제기구가 필요하다’, ‘요금조정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전력시장을 개선해야 한다’,‘전력산업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목이 아프게 소리쳤지만 메아리조차 없다. 이제라도 정상화를 향해 나가야 한다. 에너지문제는 편법과 미봉책, 묘책과 임기응변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라는 말이 있다. 에너지 전력산업은 이미 오랫동안 가랑비뿐만 아니라 소나기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바로잡아야 할 때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프라와 인력, 그리고 노하우를 활용하여 에너지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나가야 한다. 더 이상 임시방편으로 일관하며 헛되게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EE칼럼]사용후핵연료 해결 출발점은 특별법 제정

사용후핵연료 특별법 제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월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공청회를 개최하여,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특별법안들에 대한 진술인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그러나 이날 시민단체는 특별법안 폐기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심화하는 기후 위기와 에너지 수급 위기로 원자력의 가치가 재조명 받고 있다. 작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에너지 수입액이 2021년 1124억 달러에서 지난해 1908억 달러로 증가했다. 에너지원별 2021년과 2022년 수입액을 살펴보면, 원유는 670억 달러에서 1058억 달러로, 천연가스는 308억 달러에서 568억 달러로, 석탄은 145억 달러에서 281억 달러로 급증했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에서 준국산 에너지 원자력의 에너지 안보 강화 역할이 더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이용 확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있다. 사용후핵연료가 그것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을 가동하는 데 사용하고 배출된 핵연료를 말한다. 원전에서 배출된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에 보관한다. 원전 가동 초창기에는 저장시설에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보관하며 방사능과 열을 식힌 후,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로 옮겨 장기 저장하거나 영구처분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국내 대부분 원전의 저장시설은 해당 원전의 운영허가 기간 중 발생하는 모든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계획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사용후핵연료 발생이 누적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국내 일부 원전의 저장시설 포화 시점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2022년 9월 말 현재 국내 원전에서는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2만1000다발(8900톤), 중수로 사용후핵연료 49만4000다발(9300톤) 등 총 51만5000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였다. 국내 원전 저장시설 중 고리와 한빛 원전 저장시설은 2031년, 한울 원전 저장시설은 2032년이면 포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장시설 확충은 당면한 저장시설의 포화 문제 해결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의 부지확보를 위한 논의조차 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저장시설을 제때 확충하지 못하면 원전에서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져 원전 가동을 멈춰야만 한다. 원전 가동 중단은 해당 원전 용량만큼 전력공급 부족을 의미한다. 저장시설 확충 없이 대체 발전원까지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 만성적 전력 부족 사태로 온 국민과 기업이 큰 불편과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런데도 원전 주변 지역주민은 저장시설 확충에 반대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확충된 저장시설이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로 둔갑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치인까지 가세하여, 저장시설 운영기한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사업이 지역 사회와 국민의 수용성을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저장시설 운영기한을 특별법에서 정하면, 그 기한 이후 저장시설을 운영하지 못해 원전 가동이 멈출 수 있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허가된 원전 운영기한을 특별법이 제한하는 법률간 충돌상황이 초래될 수 있어, 특별법에서 저장시설 운영기한을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대신 특별법에 영구처분시설 확보 시한을 정하고, 그 이후 저장시설의 사용후핵연료를 영구처분시설로 순차적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담은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특별법은 원전 주변 지역주민의 우려를 해소하여 저장시설 확충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 줄 것이다. 영구처분시설 확보 시한은 가능한 이른 시점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 지원, EU 녹색분류체계와 보조 맞추기 등을 감안할 때, 영구처분시설 확보 시한을 2050년으로 하는 것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매우 도전적이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원자력 혜택을 향유한 현 세대가 미래세대에 너무 늦지 않게 빚을 갚아야 한다.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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