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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관전 포인트는 신규원전

정부는 지난 7월 전력정책심의회를 열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추진방향’을 논의하며 제11차 전기본 수립에 착수했다. 전기본이 2년 주기로 수립되는 점을 고려하면 6개월 정도 앞당긴 셈이다. 조기착수 배경으로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 신규투자 확대, 데이터센터 증설, 산업과 생활의 전기화 확산, 4월 발표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의 발전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 강화 등 급격한 전력 수급여건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기본에 신규원전 반영 등 윤석열정부의 에너지정책 의지를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필자는 지난해 초 에너지경제신문에 기고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관전 체크 리스트’ 칼럼에서 전기본의 관심 포인트로 실무소위 위원들의 성향, 수요예측 결과,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송전망 건설계획, 탈원전 폐기 후 원자력의 반영 정도,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안정성 확보 방안과 비용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10차 전기본 수립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위원들은 친재생에너지 인사들로 채워졌고, 전력수요는 거의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당초 반영키로 했던 산업·수송·건물 등 각 분야의 전기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등은 추정치의 일부만 반영돼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NDC) 목표 이행에 대한 의지를 의심하게 했다. 변화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원자력 비중이 확대됐고 재생에너지 목표 비중 달성 시기는 미뤄졌다. 원자력은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와 11기 원전의 계속운전이 반영됐다. 이를 통해 2036년 원전 발전비중이 34.6%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재생에너지는 NDC 상향 안에 비해 축소돼 2036년에야 비중을 30%까지 늘리는 것으로 조정됐다. 정부로서는 정책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고심의 결과라고 후한 평가를 기대했겠지만 친 원전계의 ‘신규원전 언급 없음’ 과 친 재생에너지계의 ‘재생에너지 축소’라는 양측 모두의 비판에 직면했다. 그렇다면 11차 전기본은 10차와 어떻게 달라질까. 우선 소위 위원이 대폭 바뀐 것 부터가 가장 큰 변화다. 젊고 참신한 전문가들로 대거 교체됐다. 새 위원들의 성향 파악은 어렵지만 대폭 교체 그 자체로 이전과는 사뭇 다른 전기본이 수립될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정부가 내세운 11차 전기본 수립의 조기착수 이유로 전력수요 급증을 꼽은 만큼 전력수요 예측치가 얼마나 늘어날 지도 관심사다. 전력수요 예측은 10차 전기본 때와 마찬가지로 기존 예측모형을 적용하고 ‘전력화’ 수요는 다른 기관에서 다른 방법으로 추정한 후 합산하는 방식이다. 주목할 점은 전력화 수요를 어느 정도로 보는 가다. 무엇보다 11차 전기본의 최대 관심사는 신규원전의 규모다. 신한울 4호기가 2033년에 준공되기 때문에 반영 대상기간은 5년(2034∼2038년)에 불과하다. 물론 신규원전 수를 비롯한 전체 원전용량과 재생에너지 용량, 그리고 각 전원의 발전구성비 등은 당연히 수요예측 결과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10차의 전력수요 증가율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신규원전이 건설되지 않아도 2038년의 원전 발전비중은 34% 수준이 된다. 하지만 전력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신규원전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원전 발전비중은 20% 대로 추락하게 된다.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이 반영되더라고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신규원전 유치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반대여론이 여전하고, 공사기간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원전건설 기간은 예전의 2배로 늘어 실제 공사 기간만 10여년이 소요된다. 부지 등 사전준비 기간을 포함하면 적어도 15년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신규 원전의 기간 내 준공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 원전 준공 후에도 송전망과 양수, BESS 등 에너지저장장치의 대량 확보가 없다면 원활한 가동은 불가능하다. 최근 양수발전 유치 희망지역이 늘어나고 있지만 전력 유통의 전제인 송전망 확충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11차 전기본의 관전 포인트는 10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10차 전기본이 전 정부의 영향이 상당히 남아 있다는 평가이고 현 정부 에너지정책이 반영되는 전기본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시각도 있다. 어떤 그림이 그려질 지 자못 궁금하다.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이슈&인사이트] 글로벌 인재의 조건

오래전 글로벌 기업에 있는 지인에게 인재 선발기준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내가 예상한 답은 학벌, 경력, 자격증 등의 스펙이었지만 뜻밖에도 인테그리티(integrity)를 제일로 삼는다고 했다. 인테그리티를 우리말로 설명해달라고 했더니 우리말로는 딱히 설명하기 어렵다며 장황하게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성실성, 진실성 또는 청렴결백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청렴은 옛 선비들의 타협하지 않고 대쪽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 현대와 맞지 않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인테그리티가 ‘흠이 없는 온전한 도덕성을 지향한다’는 의미인 만큼 그나마 가장 가까운 뜻은 청렴성이 아닐까 싶다. 청렴성은 정직하고 윤리적이며 도덕적 원칙이 확고한 품성을 의미한다. 청렴성을 갖춘 사람이 합류하면 그 조직은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갖추게 되며, 이는 글로벌 회사의 평판과 성공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청렴성이 중요한 이유와 청렴성이 글로벌 기업의 채용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먼저, 글로벌 기업은 다양하고 복잡한 환경에서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개인들과 협업하며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직원의 청렴성은 팀원, 고객, 파트너, 이해관계자 간의 신뢰를 증진하며, 이러한 신뢰는 특히 국경을 넘어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기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된다. 둘째, 청렴성은 윤리적 행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윤리적 의사결정을 우선시하는 인재를 채용하면 글로벌 기업이 여러 국가의 법률 및 규제 요건을 준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법적 문제, 평판 손상, 잠재적인 재정적 처벌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셋째, 청렴한 인재를 채용하면 글로벌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향상된다. 청렴성을 중시하는 직원은 회사, 이해관계자 및 회사가 사업을 영위하는 지역사회에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지속 가능한 관행에 대한 이러한 헌신은 회사의 성공과 장수에 기여한다. 글로벌 기업은 국제법, 문화적 규범, 비즈니스 관행과 관련된 고유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청렴한 직원은 사기 행위, 뇌물 수수 또는 부패에 연루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에 대한 회사의 노출을 줄일 수 있다. 청렴성은 조직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윤리적 가치관이 확고한 인재를 채용하면 정직, 개방성, 존중의 문화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다시 같은 생각을 가진 인재를 끌어들여 긍정적인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 기업의 청렴성에 대한 헌신을 강화한다. 글로벌 기업의 평판은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청렴한 직원을 채용하면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에 기여한다. 고객과 고객은 윤리적 관행으로 잘 알려진 회사를 신뢰하고 참여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고객 충성도와 시장 점유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청렴한 직원을 보유하는 것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정직하고 책임감 있는 직원의 행동은 회사가 투명성, 책임감, 진정성을 가지고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기업에서 임직원의 청렴성이 문제가 된 경우를 종종 접하게된다. 대표적으로 베어링스 은행 파산사건을 들 수 있다. 베어링스 은행은 233년의 역사를 지닌 영국은행이었다. 그러나 닉 리슨(Nick Leeson)이라는 28살의 젊은 트레이더가 싱가포르에서의 대형 선물 투자 실패로 파산하게 된다. 닉 리슨은 초반에는 투자거래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냈다. 하지만 이후 손실이 난 거래는 다른 비밀계좌에 집어넣어 항상 높은 수익률을 얻는 것처럼 조작했다. 결국 1993년 말 2300만달러, 1994년 말에는 2억8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하자 닉 리슨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일본 증시에 투자했고, 다음 날 새벽, 일본 고베 대지진으로 8억2700만 달러의 손실을 보며 베어링스 은행은 파산했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에서 청렴성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한 직원의 잘못으로 인해 유서 깊은 회사가 파산에 이를 수 있기에 그만큼 청렴성은 채용과정과 그 후의 과정에서도 우선시돼야 할 필수 덕목이다. 청렴성을 채용과정에서 중시한다면 정직하고 책임감 있고 존중하는 태도로 행동하는 조직을 구축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장기적인 성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렴성은 글로벌 기업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에도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이다. 청렴성은 기업, 사회, 나아가 국가의 국격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만큼 우리나라 사회 전 분야에서 청렴성이 우선시 되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E칼럼] 거꾸로 가는 재생에너지 정책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한국의 이동통신은 미래 먹거리 산업을 논할 때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등장한다. 이동통신이 시작된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시장을 주름잡은 건 핀란드의 노키아와 미국의 모토로라였다. 이들은 아날로그 방식인 주파수 다중접속을 사용했다.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는 1989년 통화시험에 성공한 미국 퀄컴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을 채택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이동통신을 통해 본격적인 상용화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마침내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 기술을 이용한 이동통신이 상용화하며 디지털 통화 시대를 열었다. 지금은 세계 이동통신 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제품 라인에 삼성 갤럭시폰이 애플의 아이폰과 경쟁을 하고 있다. 선진국은 관세와 지식재산권 등을 빌미로 후발 개도국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사다리 걷어차기’를 한다. 20세기 후반 온 세계가 합의해 자유무역체제(WTO)를 구축했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반도체 산업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국제적 약속을 뒷전으로 미뤘다. 이에 따라 후발국들은 끊임 없이 ‘건너 뛰기(leapfrogging)’를 시도한다. 아직 선진국도 진입 중인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선두권에 들고자 하는 노력이다. 일본의 전자산업을 뒤따라 가던 우리나라는 반도체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건너뛰기에 성공했다. 원천 기술이나 소재, 부품에서는 미국·일본등과 밸류 체인을 형성하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강고하다. 건너뛰기는 우리만 하는 게 아니다. ‘세계의 공장’으로서 저렴한 소비재의 공급처 역할을 하는 중국도 ‘국민경제사회발전 5개년 규획’을 통해 개도국에서 선진산업국으로 도약을 위해 집중 분야를 선정해 지원한다. 그 결과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다. 국내 전기시내버스의 상당수가 중국산이다. 이는 중국이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분야를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삼아 건너뛰기 분야로 선정하고 투자를 집중한 결과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방향은 명확하다. 94%의 1차 에너지원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나라로 자립에너지 확대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고, 미래 에너지 분야에 대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 1908억달러, 약 250조원이다. 같은해 총 수입액의 26%를 차지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를 겪은 유럽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의 경쟁상대국인 독일은 이미 총 에너지 소비에서 16%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지만 우리는 2%대에 머물고 있다. 북해의 산유국인 덴마크는 40%를 재생에너지로 쓰고 있다. 우리도 에너지 소비의 2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한다면 50조원을 산유국에 퍼주지 않고 국내 경제에서 순환시킬 수 있다. 국내 에너지 산업의 생태계를 살펴보자.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매장이 빈약하다. 석유와 가스는 동해 7광구 인근에서 극소량을 채굴하는 형편이고, 석탄도 고갈돼 얼마 전 화순탄광이 문을 닫았다. 화석연료 부문에서 국내 기업들은 조선소의 해상플랫폼과 같은 채굴 장비와 시설, LNG선 제조, 그리고 정유 쪽에 참여하고 있다. 원전부문에서는 25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3기를 건설 중인 우리나라는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에 이어 5위다. 현재 세계적으로 건설 중인 원전이 57기라고 하지만 중국 21기, 인도 8기를 제외하면 10여 개국에서 고작 1~2기를 짓고 있다.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나라는 미국과 프랑스, 일본, 러시아, 중국, 한국 등 6개국이다. 그러나 5개국이 독자적인 수출권을 가진 반면 한국은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도 웨스팅하우스 및 도시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었다. 원전은 핵무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국제정치와 안보를 고려해 도입 결정을 한다. 우리나라가 원전을 수출하는 것은 도입국이 미국을 선택했을 때 시공업체로 참여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에너지 소비에서 화석연료 비중이 여전히 80%를 웃돌고 있지만 기후위기의 거센 역풍으로 G7 정상들조차 금세기 안에 화석연료 사용을 종식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화석연료와 원전 부문은 에너지 분야에서 축소 또는 정체하고 있는 시장이다. 반면 재생에너지 부문은 이미 미래 에너지에서 주축으로 자리잡아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빠르게 성장하며 세계 발전량의 10%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국제에너지기구의 연례보고서는 향후 5년간 신규 전력 설비의 90%를 재생에너지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한국의 정부와 여당은 재생에너지 홀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여당은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재생에너지 지원 항목들을 삭감하겠다고 공언했다. 우리의 경쟁 상대인 선진 산업국은 물론 화석연료가 풍부한 산유국조차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홀대가 가져올 결과는 불을 보듯 명확하다.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이 남의 일이 아닐 듯하다.신동한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EE칼럼] 전기차 충전 표준 전쟁, 최종 승자는?

기술경영이나 기술전략의 측면에서 표준(standard)은 해당 사업을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까지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이슈다. 전자기기나 정보통신 분야가 경제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그리고 해당 기술의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곧 관련 시장을 독과점 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표준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분야에서의 대표적인 표준 경쟁은 19세기 말에 있었던 송전 방식에서의 AC(교류)와 DC(직류) 사례다. 몇 년 전 영화로도 묘사된 바와 같이 토머스 에디슨은 직류 방식을, 니콜라 테슬라와 손잡은 조지 웨스팅하우스는 교류 방식을 내세웠다. 하지만 비용이나 장거리 송전의 효율성 측면에서 많은 기업들이 웨스팅하우스와 손을 잡았고, 1893년 시카고 만국 박람회의 전기시설 독점권을 웨스팅하우스가 가져가면서 교류가 송전 방식의 표준으로 100년 넘게 이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역사적으로 볼 때 컬러 TV, 가정용 비디오, 개인용 컴퓨터, 웹 브라우저 등의 시장에서 주요 기술혁신을 이룬 기업들이 전략적 동맹 등을 통해 표준 경쟁에 뛰어들었고, 승자와 패자로 갈리면서 기업의 운명이 바뀐 사례들은 지금까지도 화자 되고 있다. 이러한 표준 경쟁이 최근 전기차의 증가 추세와 함께 관심을 받는 전기차 충전시장에서도 일어나는 분위기이다. 관련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와 미국 및 유럽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충전 표준으로 CCS(Combined Charging System·합동충전방식)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선도기업으로 미국의 공용 급속 충전기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존재감 있게 슈퍼차저 스테이션을 운영 중인 테슬라가 자신들의 고유 충전 방식인 NACS(North America Charging Standard·북미표준충전)를 확대하려는 상황이다. 그동안 테슬라를 제외한 미국이나 유럽 대부분의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CCS 커넥터를 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테슬라가 독자 규격인 NACS 기술을 공개하면서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하나둘씩 자사 전기차에 NACS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점차 NACS 충전방식이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편으로 미국의 몇 몇 주에서는 전기차 충전 업체들이 사업에 참여하려면 의무적으로 NACS용 포트를 채택하도록 하는 등 전기차 충전시장에서의 표준 선점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표준화가 이뤄지면 사용자들은 호환성 측면에서 한층 더 편리해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USB-C 타입의 충전단자를 사용하는 전자기기와 라이트닝 충전단자를 사용하는 전자기기를 모두 소유하고 있는 경우, 서로 다른 충전 케이블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사용에 불편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EU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하면서 USB-C 타입으로 휴대기기 충전단자가 통일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렁주렁 달려있던 충전 케이블 꾸러미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전기차 표준전쟁에서 관련 기업들은 전략적 동맹 여부, 차이 있는 통신 방식과 출력범위를 고려한 충전 포트 확장과 제품 디자인 수정 등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고객의 편리성이 높아져 전기차 생태계가 확대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그 대가로 고객은 자신의 주행 및 충전 데이터 등을 공개해야 하는 대상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인 사례들을 보면 표준으로 채택되는 것이 곧 기술적으로 우수한 것임을 입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존 고객기반, 지속적인 혁신 능력, 선도적인 시장 진입 및 변화 대응 속도, 보완재 구축 여부, 사용고객 만족도나 피드백 등이 표준전쟁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들이었다. 아무쪼록 우리나라의 전기차 관련기업들이 전기차 표준 전쟁에서 전략적으로 잘 대응해 침체기에 빠진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EE칼럼] 미세먼지 이슈도

UN에서 환경 프로그램과 관련된 역할을 담당하는 UNEP에서는 미세먼지와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깨끗한 공기를 정하는 기준으로 2021년 국제보건기구(WHO)에서는 초미세먼지 (PM2.5) 기준을 5ug/㎥로 강화했다. 그런데 최근의 국가 데이터들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이 기준 안에 드는 국가가 없다. 전 세계의 지역별 연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아시아가 53.97ug/㎥,중동 45.69 ug/㎥,아프리카 43.29ug/㎥, 남미 17.39 ug/㎥,유럽 15.47ug/㎥, 북미 7.75ug/㎥로 빠르게 경제 개발이 진행이 되는 아시아 지역이 가장 높다. 국가별로는 한국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관광지인 괌 마저도 WHO 권고치보다 1.6% 높은 8.2ug/㎥ 정도이니 초미세먼지의 기준 자체가 얼마나 엄격한 지를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는 자연 환경이 좋고, 인구 밀도가 낮으며, 재생에너지원이 풍부한 스웨덴이 5.6ug/㎥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고, 아이슬란드와 그린랜드도 각각 5.7ug/㎥, 6.5ug/㎥ 정도이니 가히 WHO의 권고 수준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겠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평균 공기 중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27 ug/㎥로 아시아평균의 절반 수준이며 투르키예. 과테말라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기반 산업구조 탓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2021년 기준으로 세계 10위 수준으로 국내 발생 초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은 화석원료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를 오염원별로 따져보면 지역별 특징이 분명해진다. 황사나 사막먼지로 구분되는 먼지의 경우 전세계에서 중동 지역이 58%를 차지한다. 아프리카는 52%로 그 뒤를 잇는다. 유럽에서조차 사막먼지가 비중기준으로 발생원 중에 가장 높은 원인이기는 하다. 다만, 일반적으로 아시아 지역은 그 양이 3.63ug/㎥임에도 다른 오염원들이 많아서 그 비중이 6.7%를 차지한다. 에너지부문은 아시아와 중동지역이 6~7ug/㎥ 정도지만 지역에서 따라 사용 연료의 기여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경우에 초미세먼지 증 에너지 부문은 양은 적지만 비중은 13%로 높다. 이처럼 미세먼지 통계와 자료들은 국가별, 지역별 상황을 잘 설명해 주는 것은 물론 정책적 관리가 가능하고 통제가 가능한 실현 가능한 우선 순위를 정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 또 이미 사회 환경적으로 한 국가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감안할 때에 통제 가능하지 않은 원인들에 대한 분석도 가능하고 국제 공조와 협력을 기반으로 감축해야 하는 분야도 있다. 현재까지 구축된 측정망, 위성데이터, 기후망 등의 시스템을 통해 미세먼지와 관련해 시간적, 지역적으로 구분된 데이터와 통계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가공해 많은 정보와 지식을 구축할 수 있다. 특히 대기의 특성상 인접국으로부터의 영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단순히 자국의 입장을 주장하는 것을 넘어 국가 간에 논의할 수 있는 근거와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과학적 데이터와 자료들도 그 분석과 해석에서 시간적, 공간적 이유라거나 예상하지 못한 사건의 발생 가능성으로 다양한 의견과 부정확한 결론이 생길 수 있다. 기후환경문제와 관련해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문제를 제기한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지원을 받은 다양한 단체와 학계가 이를 엄청난 거짓말(Big Lie)이자 사기(scam)이라고 지적하며 적절한 행동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기후 변화와 관련하여 온라인상의 많은 잘못된 정보의 기초가 되는 기술과 비유들은 아직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정치가 정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동적이고 감정적인 언어로 과학을 끌어들이거나, 과학으로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기정사실화하거나, 가설을 사실로 분식하는 등의 문제는 모두 사회적으로 매우 위험한 일이다. 정확하지 않은 사실들이 과학이라는 가면을 쓰고 일반 개인들이 자기 의견과 결정을 내릴 자유를 위협하도록 해서도 안된다. 빛의 속도로 의견과 정보가 퍼지는 현재의 IT기반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독립적인 과학자들이 과학적 진실을 가지고 협력해야 잘못된 정보의 맹공격으로부터 개인과 사회를 보호할 수 있다. 제2의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논란이 미세먼지 이슈로 옮겨 붙지 않기 위해서는 과학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정보가 왜곡되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김성우 칼럼] 수소 심포지엄에 인파가 몰린 이유

지난 23일 정부 주최로 ‘수소경제와 한국의 수소기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과학기술을 담당하고 있고, 기업들에게 탄소중립기술 투자자문을 하고 있는 필자는 최신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정책과 시장간의 괴리도 판단해 보기 위해 참석했다. 놀라운 것은 참석자 규모다. 호텔의 초대형 연회장을 가득 메우고도 자리가 부족해 양측 바닥에 앉고 벽에 기대고 후면에 서서 듣는 공간까지 꽉 찼다. 신박한 AI시연회도 아니고 딱딱한 미래 기술 심포지엄에 예상 밖의 인파가 몰렸다.왜 일까? 수소는 인간이 현재까지 발견한 원소 중에서 가장 풍부하고 가벼운 물질이다. 특히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등의 배출이 없는 청정한 에너지원으로, 철강 및 석유화학 등의 탄소감축에 필수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에 더욱 필요한 탈탄소 수단이다. 또 에너지의 94%(대부분이 화석연료)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에 서 해외 현지 수소 생산을 늘려 에너지 자립도 확대를 도모할 수 있고, 전력망을 다른 나라와 연결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에서 재생에너지 증가로 전력계통 불안정 때 남는 전기를 담아두는 ‘에너지 캐리어’ 역할도 가능하다. 정부도 지난해 2020년 제정된 수소법을 고쳐 청정수소로의 전환 및 확산 기반을 마련하고, 수소경제 성장을 위한 수소 상용차 및 대규모 혼소 발전 확대, 인수기지 등 운송인프라 구축, 청정수소 인증제 시행 등의 정책방향을 제시해 산업 육성 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중장기적으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힐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청정수소의 생산기술은 4~7년, 장거리·대용량 운송에 필수인 액화액상기술은 10년 정도 뒤떨어진다. 글로벌 시장 빅뱅의 초기인 지금 그 격차를 좁히지 않으면 점점 더 좁히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청정수소 관련 정책 시그널의 명확화다. 청정수소의 범위나 청청수소 활용시 인센티브 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사업 타당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투자의사결정을 미룰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2026년부터 연간 25만톤 규모의 청정수소를 세계 최초로 생산하고, 2027년부터는 화석연료 발전소에 청정수소(혹은 암모니아)를 섞어서 발전할 예정이다. 수소가 청정한 정도에 따라 보조금이 달라지는 청정수소인증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정수소로 발전한 전기를 파는 입찰 시장의 지원 방향성 및 금액도 결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청정수소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운송·저장·배기·전환 인프라 투자는 얼마나 해야 할지, 발전설비 투자는 어떤 가정에서 해야 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주요 수소(및 암모니아) 사업들이 중동·호주에서 공급하고 한국·일본 수요처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수요처의 인증기준이 모호하면 상류 공급사업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까지 영향을 미친다. 지금 의사결정을 해도 건설까지 최소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정책 시그널이 절실하다. 청정수소를 활용한 발전시 인센티브가 어느 정도일지 불확실한 것도 문제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만드는 청정수소를 실증한 결과 Kg당 10달러가 넘게 들고, 탄소를 제거한 LNG로 수소를 만드는 청정수소의 경우도 연료비에 탄소제거비용까지 추가되다 보니 비싼 연료로 발전할 경우 실제 발전단가는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가 생각하는 인센티브와 기업이 기대하는 인센티브간 격차를 좁힐 필요도 있다. 2050년 글로벌 청정수소 시장이 연간 5억톤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청정수소 생산 및 저장시 투자비의 최대 절반까지 지원하는 등 선진국들의 정책 방향은 점차 선명해 지고 있다. SK·포스코·현대차 등 우리 기업들도 50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수소의 생산·운송·활용에 걸쳐 다양한 실증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빠르고 충분한 정책 시그널이 절실한 시점이다. 청정수소는 여러 국가와의 협력과 교역을 전제로 하고, 우리나라 산업 구조상 꼭 필요한 탄소감축 수단이기에 더욱 그렇다. 아마도 수소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을 서둘러야 하는 수소관련 기업과 종사자들의 절박함이 이번 심포지엄 행사장을 가득 메운 열기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E칼럼] 올바른 기후변화 정책의 시작은 NDC에 대한 바른 이해부터

파리기후변화협정 체제하에서 각국의 기후변화 정책은 국가적 기여, 즉 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통해 입안·시행함으로써 파리협정의 목적 달성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문재인 정부를 거쳐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부는 NDC 개념에 대한 오해로 효과적이면서 적절한 기후변화 정책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NDC는 각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정책으로서 야심찬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설정과 신성장 동력의 확보, 생물다양성 등을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포괄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NDC를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목표 정도로만 인식해 제대로 된 기후변화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올바른 NDC 개념의 이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 기후변화 협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NDC는 현 파리협정 체제 하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다. NDC에 대한 논의의 시작은 2012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를 만들기 위한 협상을 개시한 2007년 발리 유엔기후변화 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지하다시피 파리협정 이전 교토의정서 하에서는 ‘부속서 I’ 국가로 불리는 선진국 그룹과 ‘비 부속서 I’ 국가로 불리는 개도국 그룹으로 이원화됐다. 이른바 역사적 책임과 공통의, 그러나 차별적인 책임 원칙에 바탕을 두고 선진국들만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 (commitment)를 졌다. 그런데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예상되는 개도국 그룹의 온실가스 감축 문제가 중요하게 부상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의 신 기후체제에 대한 논의에서 개도국들은 온실가스 감축의무 부담을 절대 원치 않았고, NAMA (Nationally Appropriate Mitigation Action)라고 불린 자발적인 행동 차원에서의 기여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다. 그 결과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에서는 조약 채택에 실패하고 ‘코펜하겐 합의’라는 정치적 문서를 채택하는데 그쳤다.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면서 2011년 더반 기후변화 회의에서 2015년까지 선진국과 개도국에게 함께 적용될 수 있는 (applicable to all) 신 기후변화 체제에 대한 협상을 마루리하기로 하고 새롭게 협상을 개시했다. 그리고 2013년 폴란드 바르샤바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의무와 자발적 행동을 모두 포함하는 ‘기여(contribution)’라는 용어에 합의하는데 성공하였다. 즉, 국가들은 자국 상황을 감안해 스스로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할 수 있는 행동계획을 스스로 마련해 실행함으로써 유엔 기후변화 협약 회원국 모두가 같이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INDC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로 명했다. 이후 INDC는 2015년 파리협정 제4조를 통해 현재의 NDC로 확정됐다. 이런 협상의 과정을 보더라도 NDC는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이에 대한 국가의 행동 계획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국가적 기여’라고 번역을 하는 것이 맞다. 우리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라고 번역하는 것은 NDC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 부족에 기인한다. 이러한 NDC 개념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중대한 오해는 지나치게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에 대해서만 소모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는 문제와 함께, 구체적인 정책 계획 마련 및 시행에서도 문제점을 노출한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과 관련한 문건들을 보면 녹색성장은 우리나라 NDC를 이행하기 위한 정책에 대한 별칭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개념인데 온실가스 감축, 적응, 정의로운 전환과 함께 분야별 시책의 하나로만 다루고 있다. 안타가운 것은 이러한 문제점이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 속히 파리협정 상의 NDC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의 바탕 위에서 우리나라 관련 기후변화 정책의 틀을 재정비해야 한다.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E칼럼] 올 여름 폭염 등 극한 기후가 던진 과제

올해 여름은 더워도 너무 덥다. 긴 장마에 폭염 등 극한 기후마저 겹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각종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올해 7월은 세계적으로 역사상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캐나다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며 현재까지 한반도 1.5배 크기의 산림이 잿더미가 된 데 이어 지금도 계속해서 불타고 있다. 하와이 마우이섬도 산불로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고 있다. 온도가 섭씨 40도, 심지어 50도가 넘는 지역도 세계 곳곳에서 점점 확산되고 있다. 진짜로 불타는 지구가 현실이 되고 있다. 당연히 가장 중요한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결과이며 그 핵심은 탄소에 있다. 폭염이 이어지다 보니 전력 수요가 지난 7∼8일에는 한 시간 평균 100GW를 넘어서며 전력시장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에 태양광 출력은 14.205GW로 14.1%를 차지했다. 주목할 것은 추정치이기는 하지만 전력시장 내 수요 이외에 한전 PPA(전력구매계약)와 자가용 태양광 발전 등 전력시장 외 수요를 합한 것이기에 총 수요 추계보다 약 7∼10GW 더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전력시장 이외의 수요를 제외하고도 역사상 가장 많은 전력 수요임에는 틀림없다. 이에 따라 송·배전망을을 ‘최대전력 100GW 시대’에 맞춰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 전력설비에 대비하지만 태양광 발전이 여름에는 주요 에너지원으로 부상함에 따라 한전은 향후 5년간 7511억 원을 들여 1MW 이하 태양광 발전 송·배전망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투자해서 준비하겠다니 좋다. 그러나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당연히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첫 번째는 바로 절약이다. 에너지 절약을 습관화하는 장기적이고 대대적인 그린 에너지절약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들의 에너지 절약 행동을 촉진하기 위한 교육 제도의 실현,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강제적인 수단도 동원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개문 냉방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은 개문냉방을 하면 문을 닫고 냉방 하는 경우보다 최대 3~4배 전력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기상청은 에어컨 실외기 열풍이 열섬 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이같은 개문 냉방으로 인한 전력 낭비는 물론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근거해 시정명령과 명령 불응시 최대 3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안되고 있다. 상인들은 매출 걱정, 정부는 에너지 낭비 걱정. 상반된 입장이지만 국민들이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안될 리 없다. 두번째로 에너지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데 힘써야 한다. 한국의 에너지효율은 선진국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제조업에서는 에너지효율 향상이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효율성 제고에 많은 투자를 하여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가정이나 일반 건물 등에서의 에너지효율은 크게 뒤떨어진다.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재활용에 있어서도 제도 개선이나 투자가 여전히 미흡하다. 덴마크의 칼룬보그시는 공단에서 나오는 폐열과 폐수를 기업들 간에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오래전부터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부터 도입하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그린 빌딩 제도를 점점 강화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건물을 보수하는 경우 대출이자를 저리로 제공하고 있으며 물과 에너지의 효율이 기준을 통과 하지 않으면 아예 건물의 인가를 내주지 않는다. 오래전에 에너지 절약 공익 광고 중에 이런 노래 가사가 있다. " (승강기를) 잡지 말고, (계단 손잡이를) 잡으세요." 에너지절약을 위해 기억하기 쉽고 좋은 문구다. 절약은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홍보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운동을 하자. 그래서 에너지 절약과 효율성 제고를 통해 "과거를 잡지 말고, 미래를 잡으세요"라는 것이 이루어 지도록 행동할 때다.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E칼럼]기후변화정책,산업육성에 초점 맞춰야

매일 새벽에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등 뉴스 매체와 트위터 등을 통해 다양한 글로벌 뉴스를 확인한다. 이렇게 전 세계 주요 일간지나 인터넷을 훑다 보면 지금까지도 2030년 NDC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타령을 연일 하는 국가로는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한 것 같다. 미국과 EU, 일본 그리고 중국도 마찬가지인데 이들에게 기후변화 정책은 곧 산업정책이요, 국가의 장기성장 잠재력을 확보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후변화 정책이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으로만 취급되는 모양새다. 이를 강력히 주장하는 이들에게는 온실가스 감축이 수입산으로 달성되더라도 상관없다. 그들에게는 NDC 목표 달성이 중요할 뿐 탄소중립을 향한 수십 년간의 긴 여정에서 한국의 관련 산업 생태계 구축은 관심 밖이다. 국가 잠재 성장력, 연금고갈, 국가장기재정과 국가부채 역시 다루지 않는다. RE100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재생에너지에 당장 올인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언론기사나 유튜브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 중 상당수는 우리가 선진국인 만큼 2030 NDC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는 데 지난해 새 정부가 출범하자 이제는 산업경쟁력을 화두삼아 RE100 때문에라도 재생에너지 확대만이 답이라고 한다. 그들은 송전망과 ESS 관련해 천문학적으로 소요되는 비용,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생태계 구축 및 전력시장 제도개선 전략을 심도 있게 고민해 보았는지는 의문이다. 한편으로 영국의 더클라이밋그룹이라는 민간단체에서 주도하는 RE100이 한국에서는 국가과제로까지 당당히 자리잡게 된 것도 세계에서 드문 경우다. 더클라이밋그룹이 RE100을 주장하는 이 시간에도 영국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북해에서 여전히 생산, 수출하고 있다. 자동차 메이저 제조사가 없는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전기자동차(EV)만 판매한다는 계획이지만 여전히 북해에서 화석연료인 석유·가스를 뽑아낼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반세기에 걸쳐 개발한 국내 기술 상당수를 우리 손으로 안락사시키려는 정책들이 버젓이 제안되기도 한다. 탈원전은 물론이고 초초임계압 석탄화력 발전기술에 이어 이제는 LNG 발전까지도 기후위기 주범이라며 개발중단을 요구한다. 그런데 가스 터빈은 이제 막 국산화의 고도화 단계에 진입했다. 그 터빈엔진으로 발전기에 이어 항공기 엔진까지 개발함으로써, 에너지 산업 뿐 아니라 국방산업과 우주산업에까지 부가가치를 창출할 미래 기술인데도 말이다.기후변화, 기후위기, 넷제로 등 미사여구(rhetoric)로만 나열된 주장이 국가를 경제위기에서 구할 수는 없다. 이에 비해 미국과 일본, 중국은 실용주의적인 저탄소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아래 미국 주도로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마스터 플랜을 추진하며 탄소무역장벽을 쌓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미국은 석유와 천연가스 역시 꾸준히 생산할 것이다.필자는 올해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의 메인 아젠다가 2030 NDC 감축목표는 아닐 것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주요국과는 달리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과 시행령에 NDC 감축목표를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국가계획에서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법제화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NDC 타령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딜레마다. 2030년이라는 목전의 연도에 감축 시한을 법에서 못 박다 보니 국내 산업생태계 구축과 기술개발을 할 여유도 없게 자책골을 날린 셈이다. 앞으로 수십 년, 아니 100년을 가야 할 저탄소 기술개발과 탄소무역 경쟁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후변화 정책을 감축정책 위주에서 산업육성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원전 확충보다 더 급한 사용후 핵연료 처리

1954년 세계 최초로 구소련에서 오브닌스크(Obninsk)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된 이래 원자력 에너지는 세계 주요국에서 에너지믹스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 왔다. 특히 1970년대 석유위기를 계기로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자력 에너지는 국가의 에너지 안전보장 강화에 기여하는 대체에너지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섬 원전사고와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등을 거치면서 확산세가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까지 ‘원전 르네상스’로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원전 건설 붐이 일었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일부 국가에서는 여론 악화 등으로 인해 원전 축소 또는 폐기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화석연료 수급 및 가격 불안정성과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대처 수단으로 원전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발표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특별 보고서는 원전 이용을 확대하는 길을 선택한 국가에서는 수입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줄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점유율이 확대된 저탄소 전력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원전 없이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위험성이 큰 데다 비용도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IEA에 따르면 현재 세계 32개국에서 440기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으며, 전세계 발전량 중 원전의 비중은 약 10%로 저탄소 발전량에서 수력(17%)에 이어 제2위를 차지한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원전을 환경과 기후친화적인 녹색분류체계(그린택소노미)에 포함시키기로 했고,우리나라도 택소노미에서 원전을 녹색에너지로 규정했다. 주요국 정부의 최근 원전 정책을 보면 미국은 경제적인 이유로 폐쇄위기에 몰린 원자로에 대한 지원프로그램을 개시하는 한편 소형모듈원자로(SMR)나 제4세대 원자로 개발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발효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의해 도입된 생산세 공제 대상에도 원자력을 포함시켰다. 영국은 지난해 4월 발표한 에너지안전보장전략에서 2050년까지 최대 24GW의 원전 설비용량을 갖춰 원전 발전량 비중을 현재 15%에서 25%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신설 계획중인 사이즈웰(Sizewell)-C 원전 프로젝트에는 정부의 직접출자 외에 규제자산 베이스(RAB) 모델에 의한 지원도 적용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2월 원전 의존도를 낮추려던 기존 계획을 철회하고 2035년까지 최소 6기의 대형 경수로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7월에는 세계 최대 발전회사인 EDF를 100% 국유화하고,원전 건설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률도 입안했다. 일본은 올해 5월 성립된 ‘GX(Green Transformation)탈탄소전원법’에서 원전을 이용한 전력의 안정적 공급과 탈탄소 사회 실현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했다. 아울러 ‘원칙 40년, 최장 60년’이라는 원전 운전 기간의 틀은 유지하면서 심사 등으로 원전이 정지됐던 기간을 소정의 운전기간에서 제외해 사실상 그 기간 만큼 연장 운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스웨덴은 43년만에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향후 20년 내 원자로 10기를 건설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5기의 원자로를 갖고 있던 핀란드는 올해 4월에 1600MW 규모의 올킬루오토(Olkiluoto) 3호기 가동을 개시했다. 40년만의 새 원자로 가동이다. 네덜란드는 1~1.6GW 규모의 신규원전 2기를 2028년에 착공, 2035년 완공해 원자력 발전 비중을 3%에서 13%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는 인류에게 청정에너지는 필수불가결하다. 하지만 많은 기술적 난제와 불안정성을 갖고 있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온실가스 감축과 안정적인 공급이라는 두 토끼를 잡을 수 없다. 주요국이 원전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다. 올 여름 폭염 속에서도 우리나라 전력 운영예비력에 여유가 있었던 것은 원전 덕이 크다. 올해 초 수립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원자력 발전량 비중 목표를 2022년 29.6%(실적치)에서 2030년 32.4%, 2036년 34.6%로 끌어 올렸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전의 차질없는 계속운전과 추가적인 원전 건설이 요구된다. 이를 위한 철저한 사전 준비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당장 급한 것은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방향을 정하는 일이다. 폐기물이 포화상태인데도 부지내 임시저장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정책당국의 태도는 일종의 ‘직무유기’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사용 후 핵 연료 공론화를 시작했지만 여지껏 결론을 못내고 있다. 우리 내부의 여건부터 정비한 바탕 위에서 세계 원전 시장 진출을 도모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온기운 예교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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