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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방류가 빠르면 오는 6월부터 시작된다. 2011년 3월 지진해일로 녹아내리면서 뜨겁게 달아오른 원전 3기의 노심을 식혀준 132만 톤의 지하수를 모아놓은 것이다.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란에 대해 적극적이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일본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수입 문제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먼 산 보듯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오염수 방류를 무작정 반대할 수도 없다. 액체 상태의 오염수를 무한정 저장탱크에 넣어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관리의 비용과 노력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만에 하나 저장탱크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계획적 방류’가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우리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확인해야만 한다. 일본 정부에 오염수 방류에 따른 피해 여부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우리가 별난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이 위치한 우리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다. 일본도 국제 사회에서 우리와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그런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관련 정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한 오염수 모니터링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도 IAEA가 직접 참여해서 채취한 처리수 시료와 어류·해조류·해저퇴적물을 분석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의 노력이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것도 아니다. 방류 작업이 계속되는 30년 동안 잠시도 게을리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정부가 국제 사회에 약속한 방사성 오염물질의 제거(除去)·희석(稀釋) 과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는지를 철저하게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필요하다면 우리 전문가가 방류 현장을 직접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우리 해역에 대한 투명하고 공개적인 확인 작업도 강화해야 한다.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앞장서서 엉터리 괴담을 퍼뜨리는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도 바로잡아야 한다. 지난달 한 대학 교수를 출연시킨 한 언론의 대담 프로그램의 내용은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해당 교수는 여기서 오염수를 희석시키는 일이 공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야말로 억지다. 하루 120톤의 오염수를 희석시켜 바다로 방류하는 일도 해내지 못하는 공학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철제 탱크에서 녹아 나오는 부식성 물질(녹물)도 걱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어처구니 없다.
오염수에 대한 그의 과거 발언도 설득력이 없다. 오염수를 희석시켜도 오염물질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물론이고 무거운 삼중수소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 때문에 바닥에 서식하는 넙치를 먹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태평양의 생선을 한 마리도 먹으면 안 되지만, 우리나라에서 잡은 생선은 괜찮다는 말도 했다. 오염수를 대형 저수지에 가둬둘 수 있다는 주장도 맞지 않는다.
언론에서 괴담을 앞세워 여론을 호도하고 혼란을 조장하는 엉터리 전문가를 확실하게 걸러내야 한다. 보도의 균형과 형평을 핑계로 과학적 사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라고 할 수가 없다. 물론 과학계에서도 엉터리 전문가에 의한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자율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도 중요하다. 후쿠시마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거부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수산물의 ‘원산지’가 오염의 직접적인 근거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농수산물 품질 기준을 구체화·현실화하는 노력이 훨씬 더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