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5월 31일(수)



[EE칼럼]배터리 핵심 원료 확보에 외교력 모아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28 11:15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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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소재 확보 전쟁에 뛰어 들고 있다. 특히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의 핵심 광물인 리튬 수요가 덩달아 치솟고 있다. 에너지 전문 조사기관 블로버거 NEF에 따르면 지난해 60만t 수준이던 배터리용 리튬 수요는 2030년에 218만t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리튬은 수소, 헬륨 다음으로 가벼운 원소 기호를 갖고 있다. 밀도가 낮은 원소 중 리튬은 전기를 전달하는 전도성 좋은 금속이면서도 가벼운 게 특징이다. 리튬의 이런 성질 때문에 오늘날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탄생했고 전기차 시대를 여는 동력이 됐다. 리튬은 산업용으로는 유리와 도자기에 먼저 활용됐다. 유리에 리튬을 첨가하면 녹는점과 점도가 낮아져 가공이 수월해 진다.리튬은 도자기 강도를 높이고 유액 색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지금도 세계 리튬 수요의 약 15%가 유리와 도자기 산업에 쓰인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20여개 국에 부존 하는 리튬 매장량은 9800만t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31만t이 중남미에 매장돼 있다. 볼리비아가 2100만t으로 가장 많고, 아르헨티나(2000만t)와 칠레(1100만t)가 2,3위다. 멕시코(170만t)와 페루(88만t), 브라질(73만t)도 매장량이 적지 않다. 남미 이외 지역에서는 미국(2100만t), 호주(790만t), 중국(680만t), 유럽(592만t) 등이다. 최근 남미의 ‘리튬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와 멕시코, 브라질 등이 합세해 중남미 리튬 협의 기구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은 리튬 매장량이 많음에도 기술과 자금 부족 등으로 생산과 가공이 모두 부진해 보유한 매장량에 걸맞은 영향력을 누리지 못해 왔다. 특히 리튬 가공 분야에서는 중국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리튬 처리 시설의 75%가 있는 중국이 사실상 글로벌 리튬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중남미 리튬 트라이앵글 지역이 세계 전체 리튬 매장량의 약 60%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염호 때문이다. 염호란 안데스 산맥의 융기로 육지에 갇힌 바닷물이 3만~4만년간 증발해 만들어진 소금 사막을 말한다. 소금 사막 아래엔 막대한 해수가 갇혀 있고, 1kg당 1.5g의 리튬을 갖고 있다. 휴대전화엔 리튬이 5g 들어가지만 전기차 배터리에는 60kg까지 들어간다.

따라서 세계 여러 국가들이 배터리 원료 쟁탈전에 뛰어 들고 있다. 미국 GM은 최근 캐나다 광산업체에 6억5000만달러(약 85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발표했다. 미국 네바다주의 태거패스 리튬 광산개발에 참여해 안정적인 배터리 원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GM은 이번 투자를 통해 중국 최대 리튬 기업인 간펑리튬을 제치고 리튬아메리카 최대 주주가 됐다. GM은 또 브라질 대형 광산업체 발레의 비철금속 부문 지분 10%를 인수할 계획이다. 발레는 브라질, 캐나다, 호주에 있는 광산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니켈, 코발트 등을 채굴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도 원료 확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달 LG화학은 미국 광산업체 피드몬트리튬으로부터 연간 5만t의 리튬 정광을 공급받기로 했다. 리튬 정광은 캐나다 퀘벡에 있는 NAL광산에서 채굴되고 있다. 리튬 정광은 리튬 광석을 가공해 농축한 고순도 광물로, 수산화 리튬을 추출할 수 있다. 포스코는 최근 호주 진달리리소스와 협약을 체결하고 미국에서 리튬사업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SK온은 지난해 10월 호주 광산업체 레이크리소스의 지분 10%를 확보하고, 고순도 리튬 23만t을 장기 공급받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배터리용 핵심광물을 포함 첨단산업에 소요되는 광물의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중국에 편중된 공급망부터 다변화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수요 광물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 배터리 양극재 소재인 수산화 리튬 84%, 황산코발트 97%, 탄산망간 100%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음극재 소재인 천연흑연과 인조흑연은 각각 72%, 87%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전기차 모터의 핵심인 영구자석 네오디뮴도 86%를 중국에서 조달한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지속해서 해외 기업과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지만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현재처럼 해외 자원 교류의 생태계가 많이 기울어진 만큼 정부가 나서 자원외교를 펼쳐 줘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자원부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교류가 성사되면 우리는 필요 광물을 얻고 상대국은 경제발전 기회를 얻게 돼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외교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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