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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봄철 황사와 건강 지키기

봄의 불청객 황사와 미세먼지가 내습하면서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활동하기 좋은 계절인 데도 건강을 우려해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 환기도 주저하는 등 정서적으로도 위축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국내 연구진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이 대뇌피질의 두께를 얇게 만들어 치매와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인다. 이처럼 대기 오염 물질과 건강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다양하게 진행돼 왔다. 특히 생활환경 대기질에서 초미세먼지 (PM 2.5)가 보건에 미치는 연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초미세먼지는 주로 블랙카본, 다양한 유기질물질, 황산화물 (SO42­), 암모니아화합물 (NH4+) 등과 같은 다양한 물질들로 구성돼 있는데 입자의 크기는 몇 nm에서 2.5㎛ 정도로 미세하고 성분도 다양하다. 일부 해외연구진은 이런 초미세먼지 성분 중 블랙카본의 알츠하이머와 치매 연관성에 대해 분석했다. 블랙카본은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미 연소 검댕이로 초기에는 입자 크기가 작게는 0.1 ㎛ 정도의 초미립자 (Ultra Fine Particles) 형태를 유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뭉쳐져 초미세먼지가 된다. 여러분석과 모델에 따르면 블랙카본은 도심에 집중돼 있는 데 이는 도심 교통 시스템에서 발생되는 부분과 미흡한 대기 순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오염 물질은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 염증을 만들고 염증은 몸 전체에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 뇌에 도달하면 신경염증을 일으킨다. 국내 연구진의 연구는 구체적으로 초미세먼지(PM2.5), 미세먼지(PM10), 이산화질소(NO3) 등 주요 대기오염 물질 세 가지를 지표로 대기오염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대뇌피질은 대뇌 표면에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곳으로 기억과 학습 능력 등 여러 뇌 인지기능을 담당한다. 따라서 대뇌피질의 변화는 알츠하이머와 치매 등 뇌 질환과 연관이 깊다. 연구진은 따르면 이런 인과관계에 대한 연구를 2014년 8월부터 32개월간 서울, 인천, 원주, 평창에서 뇌 질환이 없는 건강한 50세 이상 성인 64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분석 결과 대기오염 물질의 농도가 올라갈수록 대뇌피질 두께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10㎍/m³씩, 이산화질소가 10ppb씩 높아질 때마다 대뇌피질 두께가 각각 0.04mm, 0.03mm, 0.05mm씩 줄었다. 이번 연구 분석에 더해 지역적인 특징이 있는 만큼 가능하면 지역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이 나왔으면 한다. 독일 LMU대학 교수가 환경보건과 관련한 기고한 연구에 따르면 대기질에 연평균 1㎍/m³정도의 블랙카본이 증가하면 치매의 위험도는 12~25% 정도, 알츠하이머는 23~39%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황산화물은 SO42기준으로 1㎍/m³이 증가할 때 치매 위험도는 5.9~6.2%, 알츠하이머는 7.4~8.4% 정도가 늘어난다. 이 보고서는 주로 초미립자 (UFP)가 보건에 미치는 역할을 규명하는데 집중했다. 이런 초미립자는 세포에 직접 들어가 뇌까지 도달을 해서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치매와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으로 PM 2.5 중에서 비교적 입도가 큰 입자는 호흡기와 소화기를 거쳐 일부 성분이 피를 통해 뇌에까지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과학은 이처럼 연구를 통해 이미 알려진 통계적인 사실을 보다 더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시민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편감이나 불안감에 대한 현실적인 대처를 가능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마스크는 초미립자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는 어렵다. 다만 2차적으로 건강을 위협하는 PM 2.5는 일정부분 마스크로 대응이 가능하다. 일상 속에서 황사와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생활 공간을 청결하게 유지해 유입된 오염 물질들의 재비산을 억제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수분을 많이 섭취해 기도의 오염물질이 폐로 전달되는 것을 가급적 막아야 한다. 같은 초미세먼지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블랙카본의 농도가 적은 지역에서 건강 관리 활동을 하는 게 좋다. 더 근본적으로 블랙카본의 농도가 높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시민들은 내연기관 자동차 운행을 자제하고 정책적으로는 친 환경자동차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EE칼럼]기후변화 대응,뒷걸음질이 아니라 전력질주할 때

역사적으로 인간은 태풍과 빙하기, 폭염과 가뭄을 극복하며 살아왔다. 이런 생존과정을 거쳐온 인류를 호모 클리마투스(Homo-Climatus)라고 칭한다. 호모 클리마투스는 프랑스 고인류학자인 파스칼 피크(Pascal Picq)가 처음 사용한 말로 인류가 자초한 이상기후에 대비해 의식주 등 생활 방식을 바꾸는 인간을 뜻한다. UN산하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지난 3월20일 6차 종합 평가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원인과 영향, 대응 방안 등이 일목요연하게 담겨있다. 이 보고서는 지난 18개월 동안 여러 부문으로 나누어 발행한 제6차 평가주기(2015~2023)의 마지막 단계 보고서다. 먼저 2021년 8월에 발표된 이 시리즈의 첫 번째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최신 증거들을 제시했고, 2022년 3월 발표된 두 번째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2022년 4월에 발행된 세 번째 보고서에서는 우리가 이에 대해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각각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지속되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온난화가 심화해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지구온도가 1.5도 상승에 도달할 것이며 즉각적이고 중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상당한 변화가 필요하지만 미래 기후는 여전히 인류가 통제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특히 에너지 전환 부족을 집중 조명했다. 이회성 IPCC 위원장은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후 행동의 속도와 규모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에 매우 불충분하다고 경고하며 "우리는 전력 질주해야 할 때 걷고 있다"고 말했다. 3월17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2년 12월까지의 글로벌 전력통계를 발표했다. OECD 회원국과 중국, 인도 등 주요국을 포함 47개국의 전력 생산 및 무역데이터를 담았다.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특히 전력 생산에서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우리나라는 8.6%(한국전력공사 전력통계월보 기준은 7.7%)로 통계에 수록된 국가 중 유일하게 10%를 밑돌며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체 평균(47.4%)과 OECD 회원국 평균(32.8%)는 물론 중국 31.0%, 인도 22.8%에 견줘서도 절반에 못미친다. 우리나라 바로 앞인 몰타(11.6%)에도 크게 뒤떨어지며 몇 년째 ‘압도적 꼴찌’를 기록 중이다. 재생에너지 점유 증가율도 2022년 기준 우리나라는 0.4%로 최하위권이다. 룩셈부르크가 12.7%로 가장 높고 노르웨이 10.1%, 뉴질랜드 9.5%, 핀란드 7.0%, 덴마크 6.2%, 콜롬비아 5.9%, 네덜란드 4.4%, 칠레 2.4%, 중국 2.2%, 프랑스 1.9%, 영국 1.5%, 일본 1.2%, 미국 1.1%, 인도 0.9% 등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로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받게 했다. 정부는 3월 21일 향후 20년간 우리나라 기후정책의 방향을 좌우할 최상위 계획인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공개했다. 2030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목표는 유지했지만,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역행하는 계획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온실가스 다 배출 1위 부문인 산업부문 감축 목표를 기존 14.5%에서 11.4%로 낮췄고 상용화되지 않은 CCUS와 국제감축 분야는 확대했다. 특히 국제감축은 2030년 최종 연도에 몰아서 적용했으며 이것은 파리협정의 세부규칙에서도 금지하는 방식이다. 결국, 산업계가 져야 할 책임을 불확실한 수단과 방식으로 대체했다. 현 정부 임기(2023∼2027년) 내 연평균 감축률은 2%에 불과하고 차기 정부(2028~2030)의 연평균 감축률은 9.3%에 달해 감축 부담을 차기 정부로, 미래 세대로 미루는 계획이다.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가장 취약하고 책임이 가장 적은 국가에 가장 강력한 타격을 가하고, 세대에 따른 기후변화 영향에 대해서도 1950년과 1980년, 2020년생 중 기후변화에 책임이 가장 적은 3세대(2020년생)가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다고 했다. 향후 10년간의 선택이 현재는 물론 수천년 뒤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단기적 정책 대응의 시급성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했다. 기후변화가 인류 문명과 역사에서 중요한 변수라는 경고에도 현 정부의 기후 대응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를 이전 정부가 수립했던 30.2%에서 21.6%로 오히려 낮췄다. 산업부문 감축 목표도 기존 14.5%에서 11.4%로 하향조정 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높아지는 데 정부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기후변화 대응보다 우선하고 있다. 긴 안목에서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위해, 미래 세대와 지구 환경을 위해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에 뒷걸음질을 할 것이 아니라 전력질주 해야한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EE칼럼]학생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에너지 가격과 요금

올해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새로운 학년과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COVID-19에서 완전히 벗어난 첫 학기여서 학교도 오랜만에 학생들로 넘쳐나고 있다. 교정에는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강의실마다 올해 입학한 새내기들로 활기가 넘친다. 이번에 입학한 2023학번은 대부분 2004년생이다. 그래서 2002년 월드컵을 모른다. IMF 외환위기도 모른다. 당연히 1· 2차 석유위기는 물론 IMF로 인해 촉발된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민영화 논쟁도 모르고 1997년 석유가격 자율화나 2000년대 초반의 휘발유·경유·LPG 상대가격 변경에 대한 기억도 없다. 이들은 또한 고교 3년을 COVID-19와 함께 보냈으니 고등학교의 경험이 이전 선배들과 크게 차이가 난다. 배워서 알고 있는 지식은 비슷한데 대학의 수업에서 하는 질문이 상당히 특이하고 신선하다. 그래서인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에너지 개론 수업에서 처음으로 들어본 질문이 나왔다. 바로 전기세와 가스요금에 대한 질문이다. 아마도 난방비 폭탄이니, 한전이 30조 적자이니 등등의 이야기가 언론에 자주 나와서 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제품들에 대한 다양한 가격과 요금제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전기세’가 아니고 ‘전기요금’이라는 것도 설명했다. 그런데 이를 들은 학생들이 더 많은 질문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의 두 가지 질문이다. 먼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의 경우 소비자 가격의 절반이 세금인데 왜 ‘휘발유세’라고 안하고 ‘휘발유가격’이라고 하느냐는 질문이다. 그 반면 전력요금은 세금보다 보조금이 많은 것 같은데 왜 언론에서 전기세라고 하느냐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제적으로 가스요금이 많이 올랐고 전기 생산원가도 올라서 다른 나라들은 모두 가격·요금을 올렸는데 왜 우리나라는 왜 바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올리지 않고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채로 만든 후에 미래 세대, 즉 자기들에게 이를 갚도록 하느냐에 대한 질문이다. 아이고…. 일단 대강 얼버무리고는 다음 주 수업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해 주겠다고 했다. 수업을 끝내고 다음 주에 설명해 줄 내용을 생각해 보니 막막하다. 신입생이 이해하기 쉽게 이론적으로, 체계적으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전기와 가스는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기 때문에 택시요금이나 버스요금과 같이 ‘요금’이라고 하며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은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기에 ‘가격’이라고 부른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하는 설명인데, 석유제품 가격에 세금이 절반이고 이들은 정부가 결정하는데 왜 휘발유세 라고 부르지 않느냐 라는 질문은, 글쎄 어떻게 대답 해야 할 지 막막하다. 너희들이 앞으로 많이 소비하게 될 술과 담배에 더하여 석유제품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세금을 부과하는 3대 상품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세금 당국의 답변이지 교수가 학생들에게 들려주기에는 상당히 부끄러운 답변이다. 거기에 더하여 이렇게 석유제품 사용자에게서 걷은 세금이 에너지 전환이나 새로운 에너지인프라 건설에 사용되는 것 보다 도로 건설이나 교육 재정에 사용되는 것이 더 많다는 것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다. 정부 부처 간 세금 나누어먹기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전기,가스 요금을 당장 올리지 못하는 이유로 물가를 이야기 하는 것도 난감하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에너지 제품 가격을 몇 배씩 올렸으니 말이다. 또한 물가 때문에 공공요금을 억제하는 정책은 일반적인 경제학 이론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특히 미래 세대가 그 빚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지적은 참으로 따갑다. 정부가 이번 봄에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기로 하였다고 하니 대답이 더더욱 궁해진다. 이론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걱정이다. 다음 주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설명을 해 줄 것이 마땅치 않다. 정말로 걱정이다.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 한국에너지법연구소 소장

[EE칼럼]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괴담과 진실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방류가 빠르면 오는 6월부터 시작된다. 2011년 3월 지진해일로 녹아내리면서 뜨겁게 달아오른 원전 3기의 노심을 식혀준 132만 톤의 지하수를 모아놓은 것이다.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란에 대해 적극적이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일본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수입 문제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먼 산 보듯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오염수 방류를 무작정 반대할 수도 없다. 액체 상태의 오염수를 무한정 저장탱크에 넣어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관리의 비용과 노력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만에 하나 저장탱크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계획적 방류’가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우리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확인해야만 한다. 일본 정부에 오염수 방류에 따른 피해 여부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우리가 별난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이 위치한 우리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다. 일본도 국제 사회에서 우리와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그런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관련 정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한 오염수 모니터링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도 IAEA가 직접 참여해서 채취한 처리수 시료와 어류·해조류·해저퇴적물을 분석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의 노력이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것도 아니다. 방류 작업이 계속되는 30년 동안 잠시도 게을리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정부가 국제 사회에 약속한 방사성 오염물질의 제거(除去)·희석(稀釋) 과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는지를 철저하게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필요하다면 우리 전문가가 방류 현장을 직접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우리 해역에 대한 투명하고 공개적인 확인 작업도 강화해야 한다.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앞장서서 엉터리 괴담을 퍼뜨리는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도 바로잡아야 한다. 지난달 한 대학 교수를 출연시킨 한 언론의 대담 프로그램의 내용은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해당 교수는 여기서 오염수를 희석시키는 일이 공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야말로 억지다. 하루 120톤의 오염수를 희석시켜 바다로 방류하는 일도 해내지 못하는 공학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철제 탱크에서 녹아 나오는 부식성 물질(녹물)도 걱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어처구니 없다. 오염수에 대한 그의 과거 발언도 설득력이 없다. 오염수를 희석시켜도 오염물질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물론이고 무거운 삼중수소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 때문에 바닥에 서식하는 넙치를 먹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태평양의 생선을 한 마리도 먹으면 안 되지만, 우리나라에서 잡은 생선은 괜찮다는 말도 했다. 오염수를 대형 저수지에 가둬둘 수 있다는 주장도 맞지 않는다. 언론에서 괴담을 앞세워 여론을 호도하고 혼란을 조장하는 엉터리 전문가를 확실하게 걸러내야 한다. 보도의 균형과 형평을 핑계로 과학적 사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라고 할 수가 없다. 물론 과학계에서도 엉터리 전문가에 의한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자율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도 중요하다. 후쿠시마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거부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수산물의 ‘원산지’가 오염의 직접적인 근거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농수산물 품질 기준을 구체화·현실화하는 노력이 훨씬 더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EE칼럼]에너지정책에서 정치거품 빼기

입춘(立春)과 경칩(驚蟄)이 지나 이제 봄이다. 곧 여름이 올 것이다. 당연한 시절흐름을 강조하는 것은 에너지걱정에 편치 않았던 겨울이 지났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스가격 급등-전기요금 추가상승- 가정 난방비용 등 에너지비용 동반 급등- 물가상승과 인플레 가중- 건전성장과 균형복지체계 붕괴라는 악순환이 에너지시장 불안정을 중심축으로 지속되었다. 그런데 세상사 걱정은 항상 끝이 있다. 유럽의 예상외 따뜻한 겨울날씨에다 각국 정부의 긴축정책 효과로 극심한 에너지 곤궁은 모면하였다. 특히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행태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 같다. 이에 선진 각국은 보다 미래지향적인 에너지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전략을 통해 세계질서 단극(單極)주도국 위치 강화를 꾀하고 있다. 에너지자립과 LNG수출시장 주도능력을 기반으로 반도체지원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확실한 세계 정치·경제 주도권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유럽(EU)도 러시아 악몽에서 벗어나 에너지·환경문제의 합리적 연계를 주도하고 있다. 이 달 채택된 유엔 ‘기후변화에관한정부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유럽의 적극적 기여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실용화능력과 막대한 희귀광물자원의 전략적 활용으로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다 러시아와 적극적 연계를 통해 미국과 양극(兩極)체재 구축을 노골화하고 있다. 일본은 시장경제원칙과 기술혁신 중시 체재 아래에서 느리지만 큰 혼란 없는 에너지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심지어 유럽 에너지위기의 원인 제공자인 러시아도 중국·중동과의 에너지연대로 경제파탄을 극복하고 광범위한 사회주의 연대체계 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걱정이다. 아직도 이념과잉 에너지정책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실패-정책실패의 폐해를 모두 국민 부담으로 전가하고 있다. 이에 관련정책의 보완은 다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백가쟁명(百家爭鳴)식 보완은 안 된다. 대부분 낡은 ‘경로 의존적(path dependant)’ 전략으로 큰 쓸모가 없다. 문제 진단과 분석, 그리고 대안 제시라는 과학적 전략 도출 원칙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에너지라는 재화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에너지는 그 자체가 가치를 가진 경우가 적다. 다른 재화·서비스의 가치를 키우는 중간투입재일 뿐이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에너지가격 하향 조정 이 외에 뚜렷한 위기해결책이 없다. 더 큰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목적에 활용된다는 점이다. 결과검증이 쉽지 않은 에너지문제를 정치이념의 합리화도구로 활용한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비(非)과학적’ 목표를 일단 제시하고, 장기 여건변동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한다. 이에 에너지시장은 시장왜곡의 상징이다. 정부-민간 간의 이기적 담합이 우려된다는 걱정이 많다. 이에 정부의 도덕적 권위를 강화하는 정책체계도입이 시급하다. 이런 맥락에서 공공 필수재인 에너지정책 체계구성에 공공선(共同善·Public Good) 개념도입이 요구되는 것이다. 공공선이란 인간 개개인의 존엄성 존중을 통해 다수의 삶의 질을 높이는 ‘윤리적인 시장경제’ 개념이다. 따라서 재화와 서비스의 단기 투입수준을 따지기보다 집단지성을 통한 중·장기적 공동체 구성 방법론과 사회적 후생 ‘거버넌스’ 조성에 치중한다. 인간은 공존적(共存的) 존재이기 때문에 공익보다 사익만을 지나치게 앞세우면 공동체 연대의식 붕괴와 함께 결국은 현존 문명체계 훼손으로 이어진다. 현실에서는 이미 바로 활용 가능한 공공선의 평가논리와 실행수단이 많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논리가 대표적이다. 기후변화 적응과 에너지 절약도 그러하다. 현행 인류문명은 지구온난화, 질병통제, 정보격차, 금융위주 구주확대에 따른 형평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모든 문제 해결에는 자본주의 한계를 극복할 투자와 규제의 복잡다기한 조화가 필요하다. 정부와 민간을 망라한 기술·조직·사회 혁신도 필요하다. 특히 느리고, 비효율적인 기존 정부정책 보완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정부의 시장개입에 따른 부정적 효과 감축 대책이 긴요하다. 투입-산출 효율검증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우리 정부가 공공선을 가치판단 기준으로 새로운 도덕적 권위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에너지정책 추진 체계도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를 통해 세계적 에너지 공급제약에 대비하여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차원의 기여와 희생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 당장 ‘대가 없는’ 공익 차원 에너지 절약을 떳떳이 당부할 수 있다. 결국 도덕적 권위를 가진 정부만이 규제와 시장개입으로도 안 되는 ‘단기’ 에너지 문제,특히 요금 논란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손 쉬운 정치의 힘을 버리고 도덕적 권위를 찾는 정부를 보고 싶다. 정치화된 ‘자칭 전문가’들을 앞세운 정치개입의 합리화는 더욱 안 된다.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EE칼럼]배터리 핵심 원료 확보에 외교력 모아야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소재 확보 전쟁에 뛰어 들고 있다. 특히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의 핵심 광물인 리튬 수요가 덩달아 치솟고 있다. 에너지 전문 조사기관 블로버거 NEF에 따르면 지난해 60만t 수준이던 배터리용 리튬 수요는 2030년에 218만t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리튬은 수소, 헬륨 다음으로 가벼운 원소 기호를 갖고 있다. 밀도가 낮은 원소 중 리튬은 전기를 전달하는 전도성 좋은 금속이면서도 가벼운 게 특징이다. 리튬의 이런 성질 때문에 오늘날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탄생했고 전기차 시대를 여는 동력이 됐다. 리튬은 산업용으로는 유리와 도자기에 먼저 활용됐다. 유리에 리튬을 첨가하면 녹는점과 점도가 낮아져 가공이 수월해 진다.리튬은 도자기 강도를 높이고 유액 색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지금도 세계 리튬 수요의 약 15%가 유리와 도자기 산업에 쓰인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20여개 국에 부존 하는 리튬 매장량은 9800만t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31만t이 중남미에 매장돼 있다. 볼리비아가 2100만t으로 가장 많고, 아르헨티나(2000만t)와 칠레(1100만t)가 2,3위다. 멕시코(170만t)와 페루(88만t), 브라질(73만t)도 매장량이 적지 않다. 남미 이외 지역에서는 미국(2100만t), 호주(790만t), 중국(680만t), 유럽(592만t) 등이다. 최근 남미의 ‘리튬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와 멕시코, 브라질 등이 합세해 중남미 리튬 협의 기구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은 리튬 매장량이 많음에도 기술과 자금 부족 등으로 생산과 가공이 모두 부진해 보유한 매장량에 걸맞은 영향력을 누리지 못해 왔다. 특히 리튬 가공 분야에서는 중국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리튬 처리 시설의 75%가 있는 중국이 사실상 글로벌 리튬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중남미 리튬 트라이앵글 지역이 세계 전체 리튬 매장량의 약 60%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염호 때문이다. 염호란 안데스 산맥의 융기로 육지에 갇힌 바닷물이 3만~4만년간 증발해 만들어진 소금 사막을 말한다. 소금 사막 아래엔 막대한 해수가 갇혀 있고, 1kg당 1.5g의 리튬을 갖고 있다. 휴대전화엔 리튬이 5g 들어가지만 전기차 배터리에는 60kg까지 들어간다. 따라서 세계 여러 국가들이 배터리 원료 쟁탈전에 뛰어 들고 있다. 미국 GM은 최근 캐나다 광산업체에 6억5000만달러(약 85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발표했다. 미국 네바다주의 태거패스 리튬 광산개발에 참여해 안정적인 배터리 원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GM은 이번 투자를 통해 중국 최대 리튬 기업인 간펑리튬을 제치고 리튬아메리카 최대 주주가 됐다. GM은 또 브라질 대형 광산업체 발레의 비철금속 부문 지분 10%를 인수할 계획이다. 발레는 브라질, 캐나다, 호주에 있는 광산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니켈, 코발트 등을 채굴하고 있다.국내 배터리 업체도 원료 확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달 LG화학은 미국 광산업체 피드몬트리튬으로부터 연간 5만t의 리튬 정광을 공급받기로 했다. 리튬 정광은 캐나다 퀘벡에 있는 NAL광산에서 채굴되고 있다. 리튬 정광은 리튬 광석을 가공해 농축한 고순도 광물로, 수산화 리튬을 추출할 수 있다. 포스코는 최근 호주 진달리리소스와 협약을 체결하고 미국에서 리튬사업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SK온은 지난해 10월 호주 광산업체 레이크리소스의 지분 10%를 확보하고, 고순도 리튬 23만t을 장기 공급받기로 했다.우리나라는 배터리용 핵심광물을 포함 첨단산업에 소요되는 광물의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중국에 편중된 공급망부터 다변화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수요 광물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 배터리 양극재 소재인 수산화 리튬 84%, 황산코발트 97%, 탄산망간 100%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음극재 소재인 천연흑연과 인조흑연은 각각 72%, 87%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전기차 모터의 핵심인 영구자석 네오디뮴도 86%를 중국에서 조달한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지속해서 해외 기업과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지만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현재처럼 해외 자원 교류의 생태계가 많이 기울어진 만큼 정부가 나서 자원외교를 펼쳐 줘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자원부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교류가 성사되면 우리는 필요 광물을 얻고 상대국은 경제발전 기회를 얻게 돼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외교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E칼럼]후쿠시마에 대한 당연한 질문

지난 11일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지 12년이 된 날이다. 반핵단체는 부산 송상현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원전사고의 위험성을 부각하고자 했다. 또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대해서도 걱정과 우려를 짜내는 선동을 하였다.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SNS 등에 올리는 데도 열을 올렸다. 동일본대지진과 이에 따른 쓰나미 피해와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를 중첩시키는 방식의 선동이다."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2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실은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가 2만 명이라는 말이 맞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없다. 이 둘을 합쳐놓아서 마치 원전사고 사망자가 있는 것처럼 오해하게 했던 것이다. 어떤 책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셀 수도 없다"’고 기술하기도 했다. 사망자가 없으니 그 수를 셀 수 없을 뿐이다. 그런데 원문은 사망자가 너무 많아서 셀 수 없는 뉘앙스를 준다. 그런 식의 선동적 말장난을 한다.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후쿠시마 오염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사고당시에는 그게 맞았지만 지금은 방사성 오염수를 알프스(ALPS)라는 다핵종 제거설비로 거른 처리수를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처리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는 미미하다. ALPS 필터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의 농도도 대부분 음용수 기준에 부합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자 지금은 처리수 저장탱크의 바닥에 깔린 슬러지를 문제 삼는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한번 생각해봐야 할 당연한 질문이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당시에 전혀 걸러지지 않은 방사성 오염수가 매일 약 300만톤씩 해양으로 방류되면 그 영향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우리나라 100여 곳에 환경방사능 측정소를 설치해 놓고 실시간으로 환경방사능을 측정해 그 결과를 제공한다. 이는 만일의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상자료 등을 활용해 대피할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사고대응체제의 하나다. 그런데 이를 실시간으로 스마트폰 앱으로도 제공하고 있다. ‘실시간 환경방사능’으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는 무료 앱이다. 이를 통해 관심 있는 지역의 실시간 환경방사능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환경방사능 측정장치는 제주도와 독도, 심지어 이어도에도 설치돼 주변국에서 방사성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측정된다. 또한 KINS 홈페이지에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해양표층수의 방사선량, 포획된 어류 등의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있으며 그 보고서를 인터넷에 제공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대량으로 방류된 방사성 오염수의 영향은 우리나라 해역에서 관측되었을까? 물론 측정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배출하겠다는 후쿠시마 처리수의 영향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혹자는 일본이 후쿠시마 저장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 말을 믿기보다는 의문을 가지는 것이 좋다. 일본 경제산업성과 동경전력의 홈페이지에는 상세한 정보가 이미 공개되고 있다. 그것도 한국어로 말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불행한 일이다. 재산상의 손실이 많았다. 사고당시 유출된 방사성물질을 처리하는데도 많은 비용이 들었고 지금도 원전해체에 많은 비용을 수반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그토록 전세계 언론을 도배하고 국민적 우려의 대상이었던 것에 비하면 사망자는 없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도리어 원전이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해 준 셈이다. 원전사고를 경험한 미국, 일본, 러시아는 원전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주종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후쿠시마는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완전히 파괴됐고 2만 명이 사망했다. 인근 오나가와시도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러나 오나가와 원전은 오나가와 시민의 대피소가 됐다. 우리는 2만여 명이 사망한 쓰나미는 두려워하지 않고 사망자가 없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더 두려워한다. 우리는 과연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몇 명이 사망했는 지, 2011년 사고당시 방류한 오염수의 영향이 우리나라에 나타났는지, 후쿠시마에서 방류하겠다는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양이 매년 빗물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양보다 많은지,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김성우 칼럼]기후변화 대응,답은 빅데이터에 있다

최근 들어 기후기술 분야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기후기술 관련 스타트업이 조달한 자금은 약 200억 달러로 2년 전인 2020년의 70억 달러에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글로벌 기후기술 투자도 2021년 370억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701억 달러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기후기술은 클린에너지, 탄소배출 감축, 자원순환 등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총망라하는 개념이다. 예상치 못한 우크라이나전쟁이 일어났고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후 기술 투자가 이렇게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강한 시그널이다. 벤처캐피털 업계가 ‘기후기술은 경기침체에도 회복력이 크고 전망도 밝은 소수의 산업 분야 중 하나’라고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투자 기업 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작년 5월 국제 로펌인 White & Case가 세계 29개국 투자회사 및 에너지 기업 최고경영자 584명을 대상으로 향후 18개월 내에 어느 분야에 투자할 것인지 물었더니 42%가 ‘탈탄소·저탄소 기술에 투자하겠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기후기술에 대한 단기 투자 전망도 밝다. 기후기술 분야의 높은 성장성과 밝은 투자전망은 이 분야글로벌 싱크탱크인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이 뒷받침한다. 2050년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술 중 50%는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거나 시장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기술이라는 분석이다. 즉, 재생에너지, 전기화, 에너지효율, 수소, 탄소제거 등의 기후 기술 중에서 절반은 아직 상용화 되지 않았으므로, 시장 선점 기회가 여전히 활짝 열려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선점하기 위한 국가간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미국은 작년 9월 산업 탈탄소를 기술개발과 연계하는 로드맵을 발표했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기술 가격을 낮추기 위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생산단가가 kg당 5달러인 녹색수소의 경우 3달러를 IRA를 통해 지원받음으로서 실제로 2달러에 생산하는 셈이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의 약 80% 생산, 태양광 패널 소재의 97%를 공급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술 통제력을 갖춰 가고 있다. 일본은 자동차,에너지,화학 등 일본 기업들이 보유한 기후 기술 특허의 가치 상승으로 일본 기업 주식의 시가총액이 40%이상 오를 것을 탄소중립 선언 시점부터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법적 근거 및 체계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2021년 4월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촉진법’을 제정했고 올해 1월에는 향후 10년간 관련 부처의 R&D 정책 및 사업 추진방향을 제시하는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기본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부존 에너지가 없으면서 에너지 다소비 산업국가로 빠르게 성장한 아이러니 속에서, 그 성공의 결과물인 에너지 다소비 산업시설을 빠르게 탄소중립화 해야 하는 목표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기업에게 대놓고 탄소중립을 강요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기업은 (탄소 감축을 강제하는 정책시그널 보다는) 투자자나 고객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탄소중립 이행 요구를 먼저 마주한다. 감축노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주주총회에서 이사선임을 부결시키는 주주가 등장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이 충분하지 않으면 납품계약을 하지 않는 고객사가 늘고 있다. 탄소중립을 이행해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1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녹색산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기후기술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단기 규제 시그널이 선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해관계자의 통일되지 않은 요구에 무작정 투자여부를 결정하기는 어렵다. 이럴 때 특허 빅데이터 분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체 기술 정보의 80%의 설명력을 갖고 있는 특허 데이터(현재 기후기술 특허 210만건)를 기반으로 논문이나 전문가 인터뷰 등으로 보완하는 특허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것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유망분야 선정, 핵심기술 파악, 접목기술 색인, 기술 벤치마킹, M&A Targeting, 기술 valuation 등에 활용하면 기후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 수립과 및 투자의사 결정시 불확실성을 덜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특별기고] 포천 6군단 부지 첨단산단 유치 견인차

첨단 산단은 소위 ‘대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의 전방위적인 지원은 물론이며, 유치(誘致)만 하면 해당 지역은 수조~수십조 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5일 국토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국가의 미래 먹거리가 될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이하 첨단 산단) 후보지를 발표했다.현 정부 들어 첫 산단 유치이자 최대 규모로서 전국의 지자체들은 앞다퉈 ‘우리 지역’으로 모시기 위한 유치전을 뜨겁게 펼쳤다. 그 결실로 경기도에서는 용인시와 비수도권 14개 지역이 후보지로 선정됐다. 특히, 용인시와 같은 경우 2042년까지 국가로부터 약 300조 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비수도권 14개 지역 역시 각 지역의 미래 성장을 책임질 첨단 산단이 들어서게 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뜨거운 감자’에 포천시가 보이지 않는다. 유치전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물론, 첨단 산단 유치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도, 무조건 성공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성패 여부를 떠나 우리 시도 적극적으로 유치전에 뛰어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포천시에 과연 유치가 가능할까"라는 의견도 있다. 일견 틀린 말은 아니다. 첨단 산업이라는 것은 집적(集積)이라는 개념이 중요하고, 지금까지 경기북부는 이러한 첨단 산업에 있어 사실상 불모지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과연 정확한 데이터 분석에 따른 상황 인식인지 아니면 "경기북부는 어렵다", "포천은 안된다"는 식의 과거부터 내려온 막연한 패배주의적 인식에 기반한 것인지는 한 번 되짚어 봐야 한다.국가가 주도하는 대규모 첨단 산단 유치. 결코 어느 지역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그 어느 곳도 100% 확신을 갖고 도전하지 않는다. 그저 첨단 산단을 유치해야 하는 당위(當爲)와 치밀한 계획을 수립하여 유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뿐이다. 성패(成敗)는 그 이후에 일이다. 유치에 성공한 용인시를 비롯하여 고양, 남양주, 화성, 이천, 평택, 안성시가 모두 그런 마음가짐이었을 것이다.물론, 결과적으로 용인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실패했으나 필자는 이 지역들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지난(至難)한 유치 도전을 통해 경험을 쌓았고, 실패에 따른 값진 교훈을 얻었을 것이기 때문이다.향후 이 지역들은 이번 도전을 발판 삼아 또다시 첨단 산단 유치에 도전할 것이고, 경험이 없는 타 지역보다 분명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즉, 우리 시의 첨단 산단 유치가 더욱 요원(遙遠)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그렇기에 우리 시는 지금이라도 첨단 산단 유치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아니. 명운을 걸어야 한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포천은 반세기 동안 우리 시민들의 희생의 상징인 6군단 부지가 있기 때문이다.1950년대부터 6군단은 우리 시 중심부를 차지하며 도시를 두 동강 냈고, 우리 시민에게 군부대 주둔에 따른 각종 규제를 강요했다. 반세기 동안 이러한 희생을 감내한 우리 시민에게 이제는 ‘특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희생의 상징’ 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 6군단 부지를 이제는 ‘희망의 상징’으로 변모(變貌)시켜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아리스토텔레스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은 불확실한 가능성보다 항상 더 낫다"고 했다. 이제 우리 시도 실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한 걸음 한 걸음 첨단 산단 유치를 위해 묵묵히 나가야 한다. 그 중심에 6군단 부지가 있다.서과석 포천시의회 의장서과석 포천시의회 의장. 사진제공=포천시의회

[포천시장 특별기고] 포천, 인문도시로 가는 길

1970년대 이후 대한민국은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온 국민이 팔 걷어붙이고 산업화 일꾼으로 나섰다. 그 결과 세계가 놀란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고,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물질적 풍요를 이루게 됐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는 우리 것보다 서구의 선진 문물이 좋다는 인식을 만들어냈고,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지는 원인으로도 작용하게 됐다. 특히, 서구 문화를 모방하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우리 전통문화와 가치관은 마치 부정적인 것처럼 인식되는 분위기까지 생겨났다. 급격한 산업화로 가치관과 사회 규범마저 혼란해졌고, 인간 소외현상은 가속화됐다. 이로 인하여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진정한 행복을 찾기 어려운 세상이 됐던 것이다.그런 가운데서도 아무런 대가 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을 돕는 의인들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에 우리는 모두 열광한다. 한편으로는 갑질과 테러 등을 당하는 사회적 약자를 보며 공분하기도 한다. 모두가 팍팍하기만 할 것 같은 세태 속에서 이런 정서적 공감대는 어떤 이유에서 만들어지는 것일까?과거와 단절된 것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내면 속에 우리 고유의 보편적 정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서로 소통하고 신뢰와 배려로 함께 사는 삶을 중시했던 인문학적 통찰, 사람다움이 넘치는 인문 공동체에 대한 기억이다. 따라서 현대사회의 인간소외 문제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거와의 단절을 회복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문 가치 중요성이 강조되는 과거의 좋은 전통을 되살려 ‘인간과 삶의 가치’를 회복하고, 이를 통해 현재 문제들을 극복하고 미래 우리 아이들에게도 아름다운 자산으로 남겨주어야 한다.소통과 신뢰를 기반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시민이 중심이 되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고, 모두 함께 행복하게 어울려 살기 위하여 사람과 사람을 잇는 품격 있는 인문도시 포천을 구현해야 할 것이다.‘인문’이라는 용어가 막연하고 시민 관심 밖일 수도 있지만, 우리 포천은 예부터 철학과 문학, 예술 등 지역에 많은 유-무형 인문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다. 시민과 함께 잠들어 있는 포천의 인문 향기를 되살리려 노력한다면, ‘품격 있는 인문도시 포천’ 구현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다. 인문학은 모든 학문 기초가 되며, 사람에 관한 학문으로 결코 어려운 학문이 아니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서는 폭넓은 독서와 학습, 그리고 깊은 사색이 무엇보다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꼭 이 방식을 특정 지을 필요는 없다. 봉사활동을 통한 깊은 사색만으로도 인문학적 통찰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타 지자체의 시민인식 조사를 보면 다수 시민은 인문학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인문도시 조성 정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나와 상관없는 학문이나 정책으로 여기는 사람이 더 많을 뿐이다. 충담사의 안민가 중 ‘군다이, 신다이, 민다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논어의 ‘君君臣臣 父父子子’ 구절을 원용한 것으로, 제각기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는 의미다. 틀린 게 아니고 다름을 인정하며 모두 각자 정해진 위치와 여건에 맞추어 인문학에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길을 가다 보면 인문지기도 하나씩 늘어날 것이고, 포천의 인문자산들은 ‘포천학’이라는 인문 향기를 내뿜게 될 수 있을 것이다. ‘품격 있는 인문도시 포천’ 구현은 결과를 정해놓고 시작하기보다 ‘시민이 과연 행복할까?’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한다. 또한, 눈앞의 가시적인 성과에만 치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소통과 신뢰를 중심으로 인문학적 통찰을 가진 시민 중심으로 스스로 만들어가는 ‘인간과 그 삶의 가치’ 회복을 중요시해야 한다. 또한 시민이 인문정책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나와 관련 있는 정책으로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시민이 원하는 참여형 인문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위해서도 자신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생활 밀착형 인문 프로그램을 보다 많이 개발하고 접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나아가서는 시민 개개인의 자발적인 인문 활동 참여와 소통, 그리고 자기표현의 장을 마련해 줌으로써 지역단위 인문 공동체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시민 스스로 조성하여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인문생태계를 구현해내는 것이 우선 목표인 셈이다.‘품격 있는 인문도시 포천’ 구현 사업은 이제 막 시작됐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지라도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듯 인내가 필요하다. 그리고 긴 여정의 어디쯤에선가 인문의 향기는 포천시민 삶 속에 스며들게 될 것이며, 비로소 인간성이 회복된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10년 후, 또는 20년 후. 인문학적 소통능력을 갖추고 서로 소통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포천시민들 모습을 상상해본다. 시민 누구나 인문으로 행복의 문을 여는 도시, 포천 미래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포천시장 백영현백영현 포천시장. 사진제공=포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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